윤석열 대통령이 8월 29일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130분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시간만 다소 늘어났을 뿐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나타난 문제점이 고스란히 반복됐습니다. 윤 대통령은 언론 및 국민과 소통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다시 한번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데요.
채상병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혜조사 의혹, 뉴라이트 인사 중용 등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사안에도 여론과 동떨어진 동문서답식 답변이나 핵심을 비켜난 두루뭉술한 답변으로 일관했습니다. 국정기조 전환 의지는 이번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언론 보도는 어떠했을까요?
대통령의 동문서답, ‘핵심’이 빠진 언론의 질문
언론 역시 윤석열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취임 2주년 기자회견 보도에서 지적된 문제점을 반복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채상병 순직사건 관련해 수사외압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채상병 특검법’ 거부의사를 재확인했지만, 언론은 추가 질문을 하지 않았습니다.
검찰이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사건에 무혐의 결론을 내린 데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유감 표명 없이 구체적 답변을 회피했습니다. 하지만 언론의 추가 질문은 없었습니다. 질문기회가 제한되다 보니 날카로운 질문보다 각종 사안을 뭉뚱그려 묻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언론이 대통령이 답하고 싶은 것만 골라 말하도록 판을 깔아준 격이 됐습니다.
언론의 대통령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 참석은 국민 질문을 대신하는 자리로서 매우 중요한 취재 과정입니다. 언론의 질문은 권리이기도 하지만 의무인 이유입니다. 따라서 대통령이 본질을 벗어난 답변으로 일관한다면 언론은 추가 질문을 해야 마땅합니다. 한 번의 질문 기회일지라도 여러 사안을 종합한 내용이 아니라 특정 사안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질문으로 대통령 답변을 이끌어내고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시켜야 합니다.
그러나 언론은 ‘셀프 입틀막’이라 비판받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진숙·김태규 2인체제 방송통신위원회의 위법적 공영방송 이사임명 강행 등 정권 차원의 언론장악 시도에 대한 질문은 아예 전무했습니다.
권력 위인화와 찬양에 나선 언론
보도 태도는 더욱 가관입니다. 별반 달라지지 않은 대통령의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 비판이 이어졌지만 8월 29~30일 이런 문제점을 지적한 곳은 MBC, JTBC, 경향신문, 동앙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정도입니다. 심지어 KBS와 TV조선은 비판은커녕 대통령 발언을 그대로 실어 나르며 찬양에 가까운 태도를 보였습니다.
KBS는 <“‘4+1 개혁’ 반드시 완수…쉬운 길 가지 않겠다”> (8월 29일 이승재 기자)에서 “대통령은 결연한 표정으로 4+1 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현재 진행 중인 개혁 작업을 후퇴 없이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며 대통령 발언에 힘을 실었습니다.
TV조선은 <“쉬운 길 가지 않겠다…4대 개혁 완수”> (8월 29일 황선영 기자)에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강한 의지와 의욕이 넘쳤다”며 “수사 현안에 대해선 한발 더 나아가 자신감을 보였다”며 대통령의 자신감을 높이 샀습니다. “1시간 20분 넘게 대본도 자료도 없이 기자들의 질문에 즉답하는 모습”이라며 찬양에 가까운 표현도 나왔습니다.
언론의 날카로운 질문, 추가 질문 없이 각본에 짜인 듯한 대통령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놓고 ‘결연한 표정으로 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했다며 위인화하거나 ‘대본도 자료도 없이 기자들의 질문에 즉답’했다며 찬양하는 보도는 정권 편들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언론의 역할은 권력 감시입니다. 언론 본연의 역할을 위해 기자들은 대통령에게 제대로 질문하고, 물어야 할 것을 반드시 질문해야 할 것입니다.
모니터 대상
① 방송 : 2024년 8월 29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 채널A <뉴스A>, MBN <뉴스7>
② 신문 : 2024년 8월 30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