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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가해사
- SBS ‘찐빵소녀’ 조작 사건 (2008)
- 아동 납치 성폭행범 고종석과 언론발 2차 가해 사건 (2012)
- 한경닷컴, 도깨비쿠폰 사건 (2011)
- KBS ‘보험사기 병원’ 오인 유도 사건 (2013)
- ‘그알’ 땅콩회항 승무원 마녀사냥 사건 (2015)
- 친동생 살해 누명 사건 (2003), 칼부림 목사 누명 사건 (2015)
- 웬만하면 ‘먹거리 X파일’을 이길 수 없다 (2014, 2015, 2017)
- 블루투데이, 여성·평화운동가 ‘종북’ 낙인 사건 (2017)
- 동아·TV조선, 국정원 간첩 조작 편승 사건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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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5일 일명 ‘땅콩 회항’ 사건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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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 회항 사건:
2014년 12월 5일 대한항공 창업자 일가인 조현아 전 부사장이 이륙 준비 중이던 기내에서 땅콩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고 난동을 부린 사건. 조현아는 비행기를 되돌리고 수석 승무원(박창진 사무장)을 하기(비행기에서 내림)시켰다.
조현아는 2014년 12월 검찰 조사를 받고, 12월 30일 구속영장이 발부되었으며(서울남부구치소 수감), 2015년 1월 7일 다음과 같은 혐의로 검찰에 의해 구속기소된다.
- 위력으로 항공기 항고를 변경하여 정상운항을 방해하고,
- 항공기의 보안 또는 운항을 저해하며(이상 항공보안법 위반),
- 사무장을 강제 하기시켰고(강요, 업무방해),
- 그뿐만 아니라 위계로써 국토부의 진상조사와 관련한 공무집행을 방해(위계공무집행방해)
하지만 결국 2015년 5월 22일 항소심 재판에서 항로변경 혐의는 무죄로 판결받아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석방되었다. 검찰은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2017년 12월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검찰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사건은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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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덕한 대기업 창업자 일가의 갑질에 많은 사람이 분노했습니다. 당시 대한항공이 국토교통부 조사 과정에서 사건을 목격한 승무원들과 갑질 피해자 박창진 사무장을 회유하고, 거짓 진술을 종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더 공분을 샀습니다.
그러나 회유 의혹이 드러나는 과정에서, 잘못된 보도로 한 승무원이 ‘대한항공 측 회유를 받고 박창진 사무장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사람’으로 지목돼 ‘신상털기’를 당하고 대중적 비난을 받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해당 승무원은 언론에 의해 ‘악마의 미소’로 지칭되었죠. 어떻게 해당 승무원은 마녀사냥을 당하게 되었던 걸까요?
악마의 미소 혹은 ‘그알’의 (무책임한) 마녀사냥
2015년 1월 10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 969회 ‘백화점 모녀와 땅콩 회항’ 편에서는 대한항공의 거짓 진술 종용 의혹을 다뤘습니다. 그리고 검찰 조사에 출석하면서 웃음을 지은 한 대한항공 승무원의 모습을 내보냈습니다.
제작진은 이 장면에서 “엘리베이터 앞에 선 그녀의 표정이 어딘가 묘하다”, “검찰 조사를 받으러 온 상황에서 이 웃음은 뭘 의미하는 걸까” 등의 표현으로 마치 그 승무원이 회유에 넘어가 거짓 진술을 한 것처럼 비치게 했습니다. (참고로, SBS 다시보기 VOD 서비스 동영상 기준 35:20쯤 소위 ‘악마의 미소’로 편집된 해당 승무원의 웃는 모습이 나온다. 다만 본방송에서 해당 장면 직후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표정이 어딘가 묘하다”, “이 웃음은 뭘 의미하는 걸까” 등 김상중의 코멘트는 다시보시 서비스 동영상에는 삭제된 것으로 보인다. –편집자)
방송 이후 이 장면은 ‘악마의 미소’로 지칭되며 여론의 비난을 받았고, 해당 승무원을 비롯한 승무원들의 신상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달랐습니다. 해당 승무원은 사건 발생 직후 예정된 휴가 일정으로 외국에 있었고, 대한항공의 회유 시도로 승무원들이 거짓 진술을 했다는 국토교통부 조사에는 참여한 적도 없었습니다. 더불어 검찰 조사에서도 박창진 사무장의 진술과 부합하는 진술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해당 승무원은 검찰 조사에서 다음과 같이 진술했습니다:
“객실 상황을 모두 보지는 못했으나, 조현아 당시 부사장이 물건을 집어 던지는 것과 고함을 지르며 삿대질하는 것을 보았다.” (‘그알’에 의해 대한항공의 회유에 넘어간 것으로 의심받은 소위 ‘악마의 미소’ 승무원이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
재판 결과: 그알의 승무원 관련 보도는 ‘허위 사실’
결국 해당 승무원은 허위사실이 방영돼 SNS에 신상이 공개되는 등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SBS에 1억 원의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SBS 보도가 ‘허위 사실’이라고 판단하면서 SBS가 해당 사건에 관해 충분한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더불어 법원은 보도 내용을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으므로 위법성이 없다는 SBS의 항변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즉, 법원은 SBS가 명백하게 허위 사실을 보도한 잘못이 있고, 또 그 잘못을 이해할 만한 사정(‘위법성’을 제거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도 보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 프로그램 중 원고(‘승무원’) 관련 보도 부분이 허위인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고 (…중략…) 피고들(SBS와 그알) 측이 원고에 대한 회유 시도나 원고의 거짓 진술 여부에 관하여 충실한 조사를 하였다고 보기 부족하다. (…중략…) 피고들이 원고 관련 보도 내용을 진실이라고 믿었다 하더라도 그럴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서울남부지방법원 2015. 8. 13. 선고 2015가합2295 판결)
하지만 법원은 승무원이 청구한 1억 원의 손해배상금 중 2천만 원만 인정하면서 구체적인 산정 기준을 명시하지는 않고, 다만 손해배상금 산정에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피고 SBS가 언론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사회적 영향력, 이 사건 프로그램이 방영된 [그것이 알고 싶다]가 탐사 보도 프로그램으로서 시청자들로부터 높은 신뢰를 받고 있는 점, 원고의 지위, 경력, 피해 정도, 이 사건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후략…)” (이상 서울남부지방법원 2015. 8. 13. 선고 2015가합2295 판결)
참고로 수사 과정에서 승무원 등에게 거짓 진술을 강요한 조현아와 대한항공 임원과 국토교통부 조사관은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와 관련한 공소사실(요지)과 혐의(죄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당시 40세): 위계로 국토부의 진상조사와 관련해 공무집행을 방해함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 여 모 씨(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 상무, 당시 57세): 공소사실은 위와 같음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 김 모 씨(국토부 조사관, 당시 54세): 공무상 비밀을 누설함 (공무상 비밀누설)
인격을 희생해도 좋을 정의는 없다
‘그알’이 다룬 대기업 일가의 갑질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한 승무원이 잘못된 보도로 마녀사냥을 당하고, 신상털이를 당하며, 욕설과 비난에 시달린 것은 상대적으로 작아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의는 정의를 추구하는 방식에 의해서도 지켜져야 합니다. 한 사람의 인격을 짓밟고 희생해도 좋은 정의는 없습니다.
대기업 일가의 갑질 문제를 고발하는 것은 언론의 바람직한 역할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사고’가 벌어졌다면, 그 뜻하지 않은 ‘사고’를 진실 추구 과정에서 벌어진 사소한 일로 치부할 일이 아니라 그 사고에서 발생한 피해를 치유하고 원상복구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이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 않습니까? 하지만 이 사건에서 SBS와 ‘그알’이 그 당연한 책임을 위해 최선을 다했는지는 의문입니다.
‘제대로’ 된 언론피해 구제방안, 그래서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