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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가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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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관계가 악화하던 2015년 5월, 세계 여성·평화 운동가들은 걸어서 비무장지대(DMZ)를 통과하는 ‘위민클로스DMZ(WomenCrossDMZ)’를 기획했습니다. 당시 퍼포먼스엔 반세기 넘게 미국 여성운동을 이끌어 온 클로리아 스타이넘, 노벨평화상 수상자 메어리드 코리건 매과이어(1976년 수상), 리마 보위(2011년 수상)뿐만 12개국 30명의 여성·평화운동가가 참여했습니다.

평화운동가를 ‘종북’으로 낙인찍다 

일부 정치세력이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집단을 매도하고 고립시키기 위해 사용한 말이 있습니다. 2010년대 유행한 말‘종북’이었죠. 2006년 민주노동당 분당 과정에서 확산했는데요. 2010년대 들어 공산주의자 멸칭인 ‘빨갱이’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종북’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법적으로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법원 판단은 다소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최근엔 공적 인물에 대해서는 모욕적인 표현도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공적 인물이나 단체는 모욕적인 표현을 스스로 방어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논리인데요. 하지만, 누군가를 종북으로 비난하면서 허위사실을 같이 보도했다면 이야기는 다릅니다. 2015년 극우 성향 인터넷 매체 [블루투데이]의 정연진 씨 비난 사건이 이런 경우입니다.

극우 매체 등 일각에서는 ‘위민크로스DMZ’를 종북인사들이 주도하는 종북행사라고 주장하며 비난했습니다. 그 중 인터넷신문 ‘블루투데이’는 ‘위민크로스DMZ’ 행사 참가자들을 ‘종북 인사’로 낙인 찍으면서, 특히 ‘액션포원코리아’(Action for One Korea)라는 단체를 이끄는 정연진 대표를 당시 행사를 주도한 종북인사라고 주장하며 22건의 기사를 통해 비방했습니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나 사상적인 중립은 절대로 지키지 않"는다는 블루투데이. (홈페이지에서 갈무리, 강조는 편집자) http://www.bluetoday.net/com/com-1.html
“정치적 중립을 지키나 사상적인 중립은 절대로 지키지 않”는다는 블루투데이. (홈페이지에서 갈무리, 강조는 편집자)

결국 정연진 대표는 언론인권센터의 도움을 받아 [블루투데이]를 상대로 4,400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진행했는데요.

법원의 판단, 블루투데이 기사 내용은 모두 ‘허위사실’

정연진 대표를 겨냥한 [블루투데이] 기사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기사의 주요 내용을 모두 허위라고 판단했습니다.

  • 블루투데이: 위민크로스 행사는 종북행사고, 정 대표는 이를 주도했다.
    → 법원: 위민크로스 행사를 종북행사로 보기 어렵고, 정 대표가 주도하지 않았다.
  • 종북인사를 후원하고 오랜 기간 같이 활동했다.
    → 종북인사를 후원하고 오랜 기간 같이 활동했다고 할 수 없다.
  • 박근혜 퇴진 시위, 통진당 해산 반대시위에 참가했고, 국정원 해체 시위를 주도했다.
    → 시위 참여는 사실이나 주도한 것은 아니다.
  • 무단방북을 한 적 있다.
    → 무단방북으로 고발된 사실은 있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한마디로 블루투데이 기사의 주요 내용은 모두 '허위사실'이라고 법원은 판단했습니다.
한마디로 블루투데이 기사의 주요 내용은 모두 ‘허위사실’이라고 법원은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손해배상금은… 약 1/4만 인정, 소송비용도 1/3 부담

[불루투데이] 기사의 주요 내용이 모두 허위라고 판결한 법원, 그렇다면 손해배상금은 얼마로 결정했을까요? 법원은 구체적인 근거를 밝히지 않고, 손해배상금을 1,000만 원으로 결정했습니다. 소송비용 1/3도 정연진 대표에게 부담시켰습니다.

“이 사건 허위 기사의 취재 경위, 보도의 동기, 보도 형식 및 횟수, 유포 정도, 표현 방법, 이 사건 허위 기사 중 허위 부분이 차지하는 정도 및 원고가 입었을 피해의 정도 등 기록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가합529708 판결)

참고로, [블루투데이]는 권유미 블루유니온 대표가 운영하는 인터넷신문으로 블루유니온은 국정원과 연계를 의심받고 있습니다. 2017년 발견된 박근혜 정부 청와대 캐비닛 문건에 등장하는 극우성향 매체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2억 원가량의 전경련 자금이 지원된 곳으로 드러났죠.

블루유니온
블루유니온을 이용해 세월호 참사 애도 전면광고를 게재한 미시USA 등 해외 여성 커뮤니티까지 압박한 박근혜 당시의 청와대. 블루유니온 권유미 대표가 운영하는 인터넷신문이 바로 ‘블루투데이’입니다.

[블루투데이]는 다른 재미 평화단체들도 종북단체로 보도했다가 소송에서 줄패소했지만, 배상액은 미미했습니다. (아래 미디어오늘 기사 참조)

“블루투데이는 앞서 지난해 8월 재미교포 린다 이 씨가 제기한 소송배상소송에서도 100만 원 배상판결을 받았다. 이 씨 등 미시USA 회원이 참여했던 세월호 관련 시위를 두고 “미시USA 주도 인사들은 종북 성향 구성원들로 활동하며 반정부시위를 이끌어왔다”고 보도한 결과였다. 지난해 10월에는 미주희망연대 또한 종북단체로 보도했다가 300만원 배상판결을 받았다.” (미디어오늘, 블루투데이, ‘종북몰이’ 보도로 1000만원 배상판결 중에서, 2017. 6. 6.)

제대된 언론피해 구제방안, 이래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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