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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가해사
- SBS ‘찐빵소녀’ 조작 사건 (2008)
- 아동 납치 성폭행범 고종석과 언론발 2차 가해 사건 (2012)
- 한경닷컴, 도깨비쿠폰 사건 (2011)
- KBS ‘보험사기 병원’ 오인 유도 사건 (2013)
- ‘그알’ 땅콩회항 승무원 마녀사냥 사건 (2015)
- 친동생 살해 누명 사건 (2003), 칼부림 목사 누명 사건 (2015)
- 웬만하면 ‘먹거리 X파일’을 이길 수 없다 (2014, 2015, 2017)
- 블루투데이, 여성·평화운동가 ‘종북’ 낙인 사건 (2017)
- 동아·TV조선, 국정원 간첩 조작 편승 사건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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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국가정보원 간첩 조작 사건은 군사독재 시절에나 있을 법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용공 조작 사건이 얼마든지 다시 벌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건입니다. 국가정보원은 한 개인을 간첩으로 몰기 위해 탈북민 출신 서울시 공무원 유 모 씨 동생을 잡아 폭행과 고문 위협을 가하며 허위 자백을 받아냈고, 중국 공문서를 위조해 외교 마찰까지 불렀습니다. 결국, 탈북민 출신 서울시 공무원 유 씨는 국정원과 검찰로부터 탈북민 정보를 북한에 넘긴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더 기막힌 것은 이른바 보수 언론의 보도 행태였습니다. 국가정보원과 검찰에 대한 여론이 급격하게 돌아선 계기는 2014년 2월 경 ‘뉴스타파’에서 간첩 증거로 사용된 유 모 씨 출입 기록이 위조됐다는 사실을 밝혀내고서입니다.
위조는 위조, 간첩은 간첩? 굳센 ‘간첩 몰아가기’
그런데 보수 언론은 국가정보원의 증거 조작 사실을 ‘의혹’으로 보도하며 그 의미를 애써 축소하고, 유 모 씨를 간첩으로 몰아가는 보도를 계속했습니다. 이들은 지속적으로 검찰과 국정원의 기소 내용과 부합하는 정황만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동아일보와 종편입니다. 동아일보는 2014년 2월 24일 이 사건의 최초 제보자라며 익명의 탈북민 여성을 인터뷰한 기사를 보도했는데요. 유 모 씨 가족과 동거했다고 주장한 해당 여성은 “출입경 기록 위조 논란은 본질을 흐리려는 것”, “유 씨 아버지가 아들이 보위부 활동 중이라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추후 이 탈북민은 국정원으로부터 공작금을 받고 허위 진술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동아일보 인터뷰 역시 국정원 기획이었던 것입니다.
종편에서는 더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TV조선과 채널A 등 일부 종편은 연일 시사대담 프로그램에 탈북민 출신 극우 인사들을 출연시켜 “유 모 씨는 간첩”이라며 비난했습니다. KAL기 폭파범 김현희는 종편에 출연해 “제 생각으로는 유우성은 간첩이 확실합니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언론사 책임 보상액은 모두 1,500만 원뿐
유 모 씨는 2013년 8월 1심과 2014년 4월 2심에서 잇따라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고, 2015년 10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최종 확정됐습니다. 국정원과 검찰의 간첩 조작에 언론이 영합해서 한 시민을 간첩으로 몰아갔던 이 사건은 언론 본연의 ‘권력 감시’와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유 모 씨는 2014년과 2017년, 언론과 국가를 상대로 각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2020년 서울중앙지법은 국가가 유 모 씨와 그의 동생 및 부친에게 총 2억 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그럼 국가정보원·검찰과 원팀처럼 움직인 언론의 책임에 대해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요? 유 모 씨는 언론인권센터의 도움을 받아 문화일보와 동아일보 그리고 세계일보에 각각 2,500만 원, TV조선과 채널A에 각각 5,000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유 씨는 동아일보와 TV조선 소송에서는 일부 승소했지만, 배상액은 동아일보 1,000만 원, TV조선 500만 원을 인정받는데 그쳤습니다. 인터뷰 보도이거나 외부 출연자 발언인 점, 후속보도가 있던 점 등이 참작됐습니다. 법원은 대부분 보도가 단순인용이라는 이유로 언론사에 책임이 없다고 보았고, 탈북민 파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간첩 의혹이 있다’라고 보도한 것은 의견 표명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를 다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동아일보: 2,500만 원 → 1,000만 원
- 문화일보:
2,500만 원 - 세계일보:
2,500만 원 - TV조선: 5,000만 원 → 500만 원
- 채널A:
5,000만 원
제대로 된 언론 피해 구제 방안, 그래서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