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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가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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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국가정보원 간첩 조작 사건은 군사독재 시절에나 있을 법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용공 조작 사건이 얼마든지 다시 벌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건입니다. 국가정보원은 한 개인을 간첩으로 몰기 위해 탈북민 출신 서울시 공무원 유 모 씨 동생을 잡아 폭행과 고문 위협을 가하며 허위 자백을 받아냈고, 중국 공문서를 위조해 외교 마찰까지 불렀습니다. 결국, 탈북민 출신 서울시 공무원 유 씨는 국정원과 검찰로부터 탈북민 정보를 북한에 넘긴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더 기막힌 것은 이른바 보수 언론의 보도 행태였습니다. 국가정보원과 검찰에 대한 여론이 급격하게 돌아선 계기는 2014년 2월 경 ‘뉴스타파’에서 간첩 증거로 사용된 유 모 씨 출입 기록이 위조됐다는 사실을 밝혀내고서입니다.

뉴스타파
소위 보수언론은 뉴스타파의 ‘국정원의 중국 공문서 위조’ 보도 이후에도 위조는 위조, 간첩은 간첩이라는 억지 주장을 계속했습니다.

위조는 위조, 간첩은 간첩? 굳센 ‘간첩 몰아가기’ 

그런데 보수 언론은 국가정보원의 증거 조작 사실을 ‘의혹’으로 보도하며 그 의미를 애써 축소하고, 유 모 씨를 간첩으로 몰아가는 보도를 계속했습니다. 이들은 지속적으로 검찰과 국정원의 기소 내용과 부합하는 정황만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동아일보와 종편입니다. 동아일보는 2014년 2월 24일 이 사건의 최초 제보자라며 익명의 탈북민 여성을 인터뷰한 기사를 보도했는데요. 유 모 씨 가족과 동거했다고 주장한 해당 여성은 “출입경 기록 위조 논란은 본질을 흐리려는 것”, “유 씨 아버지가 아들이 보위부 활동 중이라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추후 이 탈북민은 국정원으로부터 공작금을 받고 허위 진술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동아일보 인터뷰 역시 국정원 기획이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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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씨를 간첩으로 단정하는 이 인터뷰도 ‘국정원이 기획’한 허위 인터뷰였습니다.

종편에서는 더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TV조선과 채널A 등 일부 종편은 연일 시사대담 프로그램에 탈북민 출신 극우 인사들을 출연시켜 “유 모 씨는 간첩”이라며 비난했습니다. KAL기 폭파범 김현희는 종편에 출연해 “제 생각으로는 유우성은 간첩이 확실합니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언론사 책임 보상액은 모두 1,500만 원뿐

유 모 씨는 2013년 8월 1심과 2014년 4월 2심에서 잇따라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고, 2015년 10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최종 확정됐습니다. 국정원과 검찰의 간첩 조작에 언론이 영합해서 한 시민을 간첩으로 몰아갔던 이 사건은 언론 본연의 ‘권력 감시’와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유 모 씨는 2014년과 2017년, 언론과 국가를 상대로 각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2020년 서울중앙지법은 국가가 유 모 씨와 그의 동생 및 부친에게 총 2억 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그럼 국가정보원·검찰과 원팀처럼 움직인 언론의 책임에 대해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요? 유 모 씨는 언론인권센터의 도움을 받아 문화일보와 동아일보 그리고 세계일보에 각각 2,500만 원, TV조선과 채널A에 각각 5,000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유 씨는 동아일보와 TV조선 소송에서는 일부 승소했지만, 배상액은 동아일보 1,000만 원, TV조선 500만 원을 인정받는데 그쳤습니다. 인터뷰 보도이거나 외부 출연자 발언인 점, 후속보도가 있던 점 등이 참작됐습니다. 법원은 대부분 보도가 단순인용이라는 이유로 언론사에 책임이 없다고 보았고, 탈북민 파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간첩 의혹이 있다’라고 보도한 것은 의견 표명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를 다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동아일보: 2,500만 원 → 1,000만 원
  • 문화일보: 2,500만 원
  • 세계일보: 2,500만 원
  • TV조선: 5,000만 원 → 500만 원
  • 채널A: 5,000만 원

제대로 된 언론 피해 구제 방안, 그래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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