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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가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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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는 어떤 추가 취재도 없이 그저 경찰 보도자료만 접하고 친형 이 씨의 혐의를 '유죄'로 확정해버리고 이 씨를 살인자로 단정해버렸습니다.
연합뉴스는 어떤 추가 취재도 없이 그저 경찰 보도자료만 접하고, 빚진 돈 때문에 친동생을 살해했다는 이 씨의 혐의를 ‘유죄’로 확정하고, 이 씨를 너무 쉽게 살인자로 단정하는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그렇게 혐의는 재판도 없이 언론 기사에 의해 ‘살인’의 유죄로 확정됐습니다. 연합뉴스 기사에 의해 살인자로 낙인 찍힌 친형 이 씨는 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습니다.

여기 두 사건이 있습니다.

빚진 돈 때문에 친동생을 죽였다고 누명 쓴 형이 있고, 동료 목사와의 다툼 중에 칼부림했다고 ‘칼부림 목사’로 낙인 찍힌 목사가 있습니다. 당사자에게는 사회적 인격이 파괴되는 중대한 사건이었습니다. 하지만 몇몇 언론에게는 그저 경찰 보도자료를 받아쓰기하면서 아직 혐의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범인으로 단정’해버리고, 자기 신분도 밝히지 않고 형사과장에게 전화 걸어 받은 부정확한 답변을 그저 기사로 옮기면 되는 ‘손쉬운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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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친동생 살해 누명 사건 (2003) 

 

2003년 7월 이 모 씨는 둔기에 머리를 맞고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직접적 살해 증거는 없지만, 형이 동생에게 1,500만 원 빚이 있었고, 형의 신발과 승용차에게 혈흔이 나왔다는 이유로 형 이 씨를 체포했습니다. 연합뉴스는 경찰 보도자료를 보고 아래와 같은 제목으로 기사 두 개를 발행했습니다.

  • ‘빚독촉 친동생 살해유기 40대 체포’ (연합뉴스)
  • ‘1천5백만원 빚에 친동생 ‘엽기살해’ (연합뉴스)

“경찰조사결과 이 씨는 카드이용대금 등 1억9천여만 원의 빚으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어오다 동생이 빚을 독촉하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 ‘빚독촉 친동생 살해유기 40대 체포’ 중에서)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고,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습니다.

“형제간 사이가 안 좋았다는 정황이 없고, 동생에게 진 빚도 대부분 갚은 상태였으며, 이 씨의 운동화와 승용차에서 나온 혈흔도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법원)

무죄 확정 이후 형 이 씨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혐의사실을 단정적으로 보도한 연합뉴스에도 본인과 가족의 재산피해 1,498만 원과 위자료 8,500만 원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연합뉴스가 경찰수사 과정에서 범행이 모두 입증됐다는 취지의 단정적 표현을 사용했다며 연합뉴스의 배상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언론기관으로서는 보도에 앞서 범죄혐의사실의 진실성을 뒷받침할 적절하고도 충분한 취재를 하여야 함은 물론이고, (…) 혐의에 불과한 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암시하거나 독자들로 하여금 유죄의 인상을 줄 우려가 있는 용어나 표현을 사용하여서는 안 된다.” (창원지방법원, 2008. 2. 14. 2007가단5109 판결)

연합뉴스 친동생 살해 누명 사건

하지만 법원은 재산피해는 인과관계가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고, 위자료도 구체적인 산정 근거를 밝히지 않은 채 이 씨에 대해 1,000만 원, 이 씨의 두 자녀에게 각각 100만 원만 인정했습니다.

“피고들이 위와 같은 보도에 이르게 된 경위와 기사의 내용, 피고들이 사시확인을 위하여 기울인 노력의 정도, (…) 원고와 선정자 이OO, 이XX의 나이, 재산, 학력 기타 이 사건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 (…)” (창원지방법원, 2008. 2. 14. 2007가단5109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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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목사의 일방적인 살인미수, 자해 사건이었지만, 박 목사는 언론 보도로 인해 "칼부림 목사"로 낙인 찍혔습니다.
황 목사의 일방적인 살인미수, 자해 사건이었지만, 박 목사는 언론 보도로 인해 “칼부림 목사”로 낙인 찍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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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칼부림 목사’ 누명 사건 (2015) 

 

2015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2015년 10월 서울의 한 교에서 황 모 목사와 박 모 목소가 칼에 찔려 경찰이 출동했습니다. 경찰 형사과장은 기자들의 취재에 “황 목사가 박 목사를 칼로 찌르자, 박 목사가 칼을 빼앗아 황 목사를 수차례 찔렀다”고 설명했고, 이는 그대로 보도됐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달랐습니다. 현장 녹취와 진술을 검토한 경찰은 황 목사가 박 목사를 일방적으로 찌르고 자해한 것으로 보고, 박 목사의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박 목사는 황 목사와 같이 ‘살인미수’ 목사로 보도된 데 책임을 물어 3개 언론사에 각각 2,000만 원의 위자료를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언론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며, 다음과 같이 지적했습니다.

“기자들이 자신의 신원조차 밝히지 않고 형사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답변을 받은 것은 공식적인 보도자료가 아니며, 답변 내용을 뒷받침할 근거 자료나 경위에 대해 형사과정에게 더 이상 질문하거나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서울남부지방법원 2017. 8. 17. 선고 2016가단240943)

하지만 손해배상액에 관해선 역시 별다른 산정근거를 밝히지 않은 채 700만 원 수준으로 책정했습니다.

“이 사건의 경위, 피고들의 각 기사 및 방송보도 횟수와 표현 정도, 피고들의 조사 및 확인 의무 위반 정도, 원고의 직업, 피고 측이 사실을 오인하기에 이른 과정에서 원고가 원인을 제공한 정도, 제반 사정을 참작 (…)” (서울남부지방법원 2017. 8. 17. 선고 2016가단24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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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속보 경쟁과 자극적 보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점점 더 가속화, 구조화하고 있습니다. 간단히 살펴본 위 두 사건보다 더 억울한 피해자는 언제든 생겨날 수 있습니다.

제대로 된 언론피해 구제, 그래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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