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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가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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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조선일보가 일부 지역에 배달된 신문 1면에 엉뚱한 사람의 사진을 싣고 성폭행범으로 지목한 사건이 있었습니다(‘조선일보-고종석 초상 오보 사건’). 이 사건은 소송으로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언론의 ‘중대한’ 실수가 일반 시민에게 어떤 피해를 가져올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줍니다.

유사한 사건으로 언론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얼마나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을까요?

KBS, 막 개업한 병원을 문닫게 하다 

2013년 KBS의 부주의로 개업 7개월만에 병원 문을 닫아야 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광주경찰서는 2013년 11월 20일 환자를 허위로 입원시키고 치료비를 과다 청구하는 수법으로 가짜 환자를 만들어 보험사기를 벌인 한방병원을 적발했는데요.

하지만 해당 병원은 이미 2013년 5월 다른 사람이 넘겨받아 병원 이름을 바꾸고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해당 사건을 취재하러 간 KBS는 병원 직원에게 사건과 무관하다는 설명을 듣고서도 병원 내·외부를 촬영해 뉴스로 내보냈습니다.

KBS는 뉴스에서 병원 이름을 가리기는 했지만, 블러(흔히 ‘모자이크’) 처리가 완벽하지 않아 병원 이름의 앞 글자가 드러난 데다 건물과 내부 모습으로 어느 병원인지 금세 알 수 있었습니다. 결국 해당 병원은 KBS 보도 직후 ‘보험사기 병원’으로 잘못 지목돼 환자는 급감했고, KBS의 잘못된 보도가 나간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그해 12월 5일 병원은 문을 닫게 됐습니다. 병원 원장 항의를 받고 뉴스에서 이를 정정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던 거죠.

사건의 전모. 사기 한방병원과는 전혀 상관 없이 경찰 발표 6개월 전에 새로 개업한 병원은 KBS의 부주의한 보도로 개업 7개월만에, 보도 1개월만에 망했습니다.
사건의 전모. 사기 한방병원과는 전혀 상관 없이 경찰 발표 6개월 전에 새로 개업한 병원은 KBS의 부주의한 보도로 개업 7개월만에, 보도 1개월만에 망했습니다.

여러분들은 이 사건에서 언론사가 얼마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배상액은 1/4만 인정 (ft. 소송비용은 피해자가 3/4 부담) 

KBS의 부주의한 보도로 인해 병원이 문을 닫게 된 피해자 원장은 KBS 보도로 병원 공신력과 자신의 명예 및 신용이 훼손됐다며 1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해당 보도의 ‘잘못된’ 영향을 다음과 같이 인정했습니다:

“KBS 보도로 환자 수가 급격히 줄어 병원을 폐업하게 됐고, 심각한 정신적 괴로움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 (…) 환자 수 급감에는 이 사건 보도의 영향이 없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법원은 별다른 이유는 제시하지 않은 채 손해배상액을 청구액의 1/4에 불과한 2,500만 원으로 정했고, 소송비용도 피해자가 3/4을 부담하라고 판결했습니다.

KBS 보도로 병원이 망했지만, 피해배상액은 1/4만 인정하고, 소송비용도 피해자가 3/4 부담하라고요???
KBS 보도로 병원이 망했지만, 피해배상액은 청구액의 1/4만 인정하고, 소송비용도 피해자가 3/4 부담하라고요???

KBS가 특정 병원을 망하게 할 목적(‘고의’)으로 이런 부주의한 보도를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KBS의 중대한 부주의(‘중과실’)로 인해 개업한지 6개월만에 한 병원이 문을 닫게 됐습니다. 그렇게 폐업한 피해 원장에게 2,500만 원은 충분한 배상액이었을까요? 게다가 소송비용까지 거의(3/4) 피해자가 부담해야 했습니다.  여러분께서 보시기에 이 판결은 합당합니까?

제대로 된 언론 피해 구제, 이래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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