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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가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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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온라인 상거래가 늘면서 온라인 판매 사기 사건도 덩달아 늘었습니다. 사기꾼들은 때때로 언론의 공신력을 적극 이용했습니다. 기사를 가장한 광고인 이른바 ‘기사형 광고’와 ‘○○○브랜드 대상’ 등 수상자 선정 대가로 홍보비를 받는 시상식은 언론사들의 짭짤한 부수입 중 하나입니다. 언론의 공신력을 홍보에 이용하는 것이죠.

언론사가 기업이나 지자체에 돈 받고 상 주는 '기레기' 행태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합니다.
언론사가 기업이나 지자체에 돈 받고 상 주는 ‘기레기’ 행태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합니다.

이런 잘못된 언론사 관행이 사기를 목적으로 한 허위업체에 공신력을 부여하여 사기 피해를 걷잡을 수 없이 확산시키는 기폭제가 된다면 어떨까요? 그 피해는 비단 잘못된 정보 전달에 그치지 않고, 독자(소비자)의 적극적인 사기 피해를 초래하게 됩니다. 그리고 언론 공신력의 크기에 따라 사기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도 있죠.

가사형 광고로 사기 피해 규모가 커졌다면 해당 언론은 어떤 책임을 졌을까요?  2011년 소셜커머스 산업이 본격적으로 태동하던 시기 벌어진 ‘도깨비쿠폰 사기 사건’, ‘하이플러스프라자 사기 사건’이 대표 사례입니다.

‘도깨비쿠폰’ 사기행각에 기름 끼얹은 ‘한경닷컴’ 

2011년 11월 말, 상품권 할인 판매 사이트 ‘도깨비쿠폰’을 개설한 일당에게 사이트 개설이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았을 무렵 한국경제 온라인 사이트를 운영하는 한경닷컴이 접근합니다. 한경닷컴은 ‘중소기업 브랜드 대상’을 주고 기사형 광고도 써주겠다고 제안했죠.

사기꾼 일당에게 상을 주고 기사형 광고도 써주겠다고 접근한 한경닷컴
사기꾼 일당에게 상을 주고 기사형 광고도 써주겠다고 접근한 한경닷컴. 결과적으로 사기꾼의 사기 행각을 돕겠다고 접근한 꼴이 됐습니다.

‘도깨비쿠폰’ 일당은 신생업체임에도 한경닷컴에 240만원을 주고 그해 12월 ‘중소기업 브랜드 대상’에 선정되었습니다. 한경은 ‘도깨비쿠폰’을 “오프라인에서부터 소비자의 두터운 신뢰를 받아온 기업”으로 포장합니다. 믿을 수 없는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많다면서, 도깨비쿠폰은 오프라인에서부터 소비자의 두터운 신뢰를 받아온 기업이라고 포장하죠. 그 기사를 빙자한 광고의 제목와 본문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믿을 수 없는 소셜커머스…해결책은? (제목)

“이 같은 상황에서 소셜업계에서도 ISO9001 인증을 받는 기업이 등장해 화제다. 소셜커머스 ‘나무’의 ‘도깨비쿠폰’이 바로 그것. ” (본문 중에서)

이후 6천만 원에 불과하던 도깨비쿠폰의 상품권 구매 주문은 15일만에 10억 원까지 폭증했습니다. 하지만 도깨비쿠폰을 주문한 사람들 중 다수는 상품권을 받지 못했습니다. 결국 도깨비쿠폰은 피해자 678명에게 총 35억 원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도깨비쿠폰 피해자 35명은 한경닷컴과 기사를 전재보도한 YTN플러스에 15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소송은 2018년 대법원까지 가고서야 결론이 났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하면서 한경닷컴의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한경닷컴이 중소기업 브랜드 대상을 수여한 이유를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있고, 기사형 광고도 기사이므로 사실을 확인할 의미가 있다.” 

하지만 법원은 “사기 피해자들도 상품권을 잘못 산 과실이 있다”며 과실상계를 적용해 한경닷컴의 책임을 피해액의 40%로 제한했고, 소송 비용도 피해자들에게 30% 부담시켰습니다.

닮은꼴: YTN, 하이플러스프라자 사건(2011) 

같은 해 벌어진 ‘하이플러스프라자’ 사기 사건도 비슷한 사례입니다. 2011년 3월 설립했지만, 홍보대행사를 끼고 광고영업을 한 결과, 그해 6월 YTN에서 주관하는 ‘E-BIZ 브랜드 대상’에 선정되고, YTN플러스, 조선닷컴, 조인스닷컴 등은 “1년 이상 또는 다년간 온라인 최저가로 판매하고 있는 온라인 쇼핑몰”로 하이플러스프라자를 묘사하는 기사형 광고를 게재했습니다.

엉터리 상을 돈 받고 준 YTN
엉터리 상을 돈 받고 준 디지털 YTN

도깨비쿠폰 사기 사건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법원(항소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YTN플러스의 배상책임을 30%만 인정했습니다:

“피해자들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기사형 광고가 광고임을 알 수 있었고, 낮은 가격에 현혹된 책임도 있다.”

기사 형식으로 작성된 ‘광고’를 못알아 본 독자(소비자)의 책임, 낮은 가격에 현혹된 소비자의 책임을 언급하는 법원 입장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기사 내용의 진실을 책임져야 할 주체는 독자가 아니라 언론이고, 좀 더 저렴한 상품을 선택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그 책임을 물 수 없는 소비자의 당연한 선택권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독자의 책임, 소비자의 책임이라고 판단한 법원 결정은 아쉽습니다.

도깨비쿠폰은 678명에게 총 35억 원의 피해를, 하이플러스프라자는 총 5억 3천만원의 피해를 입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언론을 하나의 기업이라고 본다면 기사나 광고는 언론이 생산하는 제품에 해당할 것입니다. 일반기업의 경우 제품이 잘못돼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입혔다면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손해배상을 합니다. 하지만 언론만은 이 당연한 원칙에서 예외라고 법원은 판단했습니다. 과연 이 판단은 옳습니까?

‘제대로’ 된 언론피해 구제방안, 그래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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