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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간첩조작 사건에서 유우성 씨에게 간첩 혐의에 관해 무죄 판결이 나오자 검찰은 이를 보복하기 위해 이미 기소유예된 혐의를 다시 기소했습니다. 대법원의 최종 결정은 검찰의 공소권 남용으로 인한 공소기각(2021. 10. 14.)이었습니다. 검찰의 공소권 남용으로 공소기각이 결정된 최초의 사례로서 이 역사적 결정이 나온지도 한 달이 훌쩍 넘었습니다. 하지만 조작된 증거로 재판을 하고, 무죄 선고가 내려지자 보복적으로 또 기소를 하는 검사들은 사과도 반성도 하지 않은 채 평온한 일상을 누리고 있습니다.
검찰 역시 진상파악을 위한 감찰, 재발방지를 위한 시정조치 등 어느 것 하나도 진행하고 있지 않습니다. 책임지지 않는 권력을 누리는 검사들을 통제할 수 있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합니다. 공소권 남용에 대한 판단이 재판의 전제로 자리잡기를 바라며 하주희 변호사(법무법인 율립)가 해당 판결을 비평했습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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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법원은 소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으로 무죄가 선고된 피고인에게, 이미 수년 전에 조사가 마무리됐던 다른 사건을 추가로 기소한 검사의 공소제기가 위법하다는 판결을 확정하였다. 그가 구속(2013.2.~2013.10.)되고 법정에 선 지 약 8년 6개월만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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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보복기소’ 개요
검찰은 증거 위조가 드러난 이후에도 2010년 3월에 기소유예처분을 내렸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탈북자들의 대북송금을 주선해 북한으로 밀반출한 혐의)로 유우성씨를 추가 기소하고, 화교임에도 북한이탈주민으로 국적을 속여 한국의 공무원시험에 응시하고 탈북자 정착금을 받은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기소함. 그러나 이는 검찰의 보복성 기소라는 비판을 받았으며, 결국 대법원도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해 사상 처음으로 공소기각 판결을 내림.
– 참여연대, 그사건그검사, ‘국정원 및 검찰의 서울시 공무원 유모씨 간첩조작사건 수사'(2013)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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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결의 의의
위 판결은 오랫동안 고통받아 온 피고인을 위해 너무나도 다행스러운 결과이고, ‘교과서’에 있던 “검사가 자의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하여 피고인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을 줌으로써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하였다고 보이는 경우”에 공소기각 판결을 통해 검사의 ‘보복기소’에 사법적 통제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 판결로서 매우 의미가 크다.[footnote]대법원 2021. 10. 14.선고 2016도14772, 서울고등법원 2016. 9. 1. 선고 2015노2315 사건[/footnote]
위 사건 뿐만 아니라 올 여름에도 대법원이 ‘2015. 4. 18. 세월호 집회’ 당시 질서유지 차원에서 집회에 참여한 변호사가 공무집행방해, 일반교통방해,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에서 ‘공소장일본주의*’ 위반으로 공소기각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한 바가 있는데[footnote]대법원 2021. 8. 26. 선고 2020도12017 판결 참조, 이 사건은 1심부터 공소기각 판결이 선고되었다.[/footnote], 일련의 판결들이 법원이 검사의 공소제기에 대해서 엄격히 살필 수도 있다는 어떤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를 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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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장일본주의’란?
- 공소장일본주의(公訴狀一本主義)란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때 공소장 외 공판기일 전 법관에 선입견을 줄 수 있는 서류 기타 물건을 첨부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 따라서 공소사실과 관련 없는 내용을 공소장에 기재하거나 피고인이 부인하는 증거를 인용한 공소장 작성은 허용되지 않는다.
- 이는 증거능력이 없는 증거 제출를 금지함으로써 재판부의 예단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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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권 남용은 형사소송 최초의 단계에서 ‘무기대등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므로 실체적 진실 발견에 앞서 반드시 별도로 판단되어야 하는 법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지금까지 지나치게 검사를 ‘비호’하며 자신의 역할을 방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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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대등의 원칙’이란?
- 무기평등의 원칙, 당사자대등주의와 같은 뜻이다.
- 재판에 나서는 양 당사자가 대등한 지위에서 법적 다툼을 해야 한다는 뜻으로 특히 형사소송법에서 검사와 피고인이 대등한 위치에서 서로의 주장과 입증을 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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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 요구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아
흔히 법원이 진지하게 듣지 않는 ‘공소권 남용’에 대한 판단은 형사절차에서 피고인에게 공정한 재판을 위한 전제이므로 어느 경우이든 엄격하게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민사나 행정사건에서, 특히 행정사건에서 변론주의 하에서도 소송요건에 대해서는 법원은 직권적으로 조사하고 판단한다. 그렇다면 심지어 처벌을 위한 형사재판에서 소송의 요건이라고 할 수 있는 검사의 공소제기의 위법성 여부는 오히려 더 엄격하게 판단해야 할 전제라고 보인다.
공소장일본주의와 관련한 전원합의체 판결의 반대의견이 “공소장일본주의는 재판제도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재판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적인 원칙으로서 그 원칙에 위배된 재판은 이미 생명을 잃어버린 것이나 다름없다.”는 선언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footnote]대법원 2009. 10. 22. 선고 2009도7436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관 김영란,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전수안의 반대의견)[/footnote]
그런 면에서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이 공소권 남용과 관련하여 ‘자의적인 공소권 행사’에 ‘미필적이나마 어떤 의도’가 있어야 한다는 법리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어떤 의도’가 있었다고만 판시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소송요건에 대한 판단은 ‘객관적’으로 정해지는 것이다. 어떤 ‘의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위법하면 ‘각하’를 면치 못하게 되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검사의 소추재량권과 관련하여서는 “자의적인 공소권의 행사라 함은 단순히 직무상의 과실에 의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미필적이나마 어떤 의도가 있어야 한다.”[footnote]대법원 2001. 9. 7. 선고 2001도3026 판결 참조[/footnote]는 논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검사가 기소를 독점하고 소추재량권을 제한 없이 행사할 때에는 위 법리가 그나마 제어 가능한 어떤 논리로 작동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하여 수사권이 조정이 이루어지고 검사는 그를 보완하는 역할로 바뀐 지금에 있어서, 검사의 소추재량권의 일탈·남용을 평가하는데 별도의 ‘의도’를 요구할 이유는 없다.
법원이 여러 변화에 걸맞게 ‘공소권 남용’을 재판의 전제로서 필수적으로 판단하고, 관련 법리를 재정립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법원이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할 수 있는 기초로서 ‘공소권 남용’에 대한 엄격한 판단을 형사소송에서 세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