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광장에 나온 판결’] ‘바이든/날리면’ 정정보도 사건. 당사자 대통령 대신 외교부 앞장세워 언론사 상대 소송? 판결까지 상식 밖!
바이든/날리면 1심 판결
대통령 대신 외교부가 소송 당사자? 이제 소송 사주?!
한 번 뱉은 말은 주워 담지 못하고, 말의 무게는 권력의 크기만큼 무겁습니다. 대법원 해석에 따르면 언론보도 피해 당사자는 ‘그 보도내용에서 지명되거나 그 보도내용과 개별적인 연관성이 있음이 명백히 인정되는 자’입니다.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고 해당 발언에 대한 보도로 피해를 입었다면, 피해 당사자는 윤석열 대통령이어야 합니다. 고발 사주, 민원 사주에 이어 소송 사주로 이어지는 걸까요?
윤석열 대통령이 아닌 외교부가 소송을 청구한 이유뿐 아니라, 외교부의 당사자 적격성을 인정한 1심 법원의 판결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소장인 최용문 변호사가 비평했습니다.
대통령의 2022년 바이든/날리면 막말 논란 이후, 외교부가 MBC 보도에 대해서 정정보도를 청구하였고, 그 취지는 MBC가 해당 보도영상에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자막을 기재한 부분이 허위라는 것이었다. 약 14개월 만에 나온 1심 판결은 매우 놀랍게도(!!) 원고 외교부의 정정보도를 인용하는 판결을 하였다.
아래에서는 바이든/날리면 정정보도 1심 판결에 대해 비평을 하고자 한다. 참고로 판결문은 서울서부지방법원 홈페이지에서 판결서인터넷열람을 통해 사건번호(2022가합37946)를 입력하면, 누구나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다음의 항목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① 외교부가 원고가 될 수 있는지? ② 이게 과연 소송상 전문가의 감정을 필요로 하는 사건인지? ③ 정정보도사건에서 입증책임에 대한 기존 대법원의 판결과 어떻게 다른지? ④ 이 판결이 대한민국 사법 역사에 남길 의미는 무엇인지?
1. 대통령 대신 외교부가 소송 당사자? 잘못이다!
“언론보도가 진실하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자”는 정정보도를 청구할 수 있고(언론중재법 제14조 제1항), 국가기관의 장은 그 기관을 대표하여 정정보도를 청구할 수 있다(동조 제3항). 그리고 대법원의 해석에 따르면 ‘피해를 입은 자’는 “그 보도내용에서 지명되거나 그 보도내용과 개별적인 연관성이 있음이 명백히 인정되는 자”라는 것이다(대법원 2011. 9. 2. 선고 2009다52649 전원합의체 판결). 그러므로 위 법령과 법리에 따르면, 이 사건에서 정정보도청구를 할 자는 대통령 본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서부지방법원은 MBC가 해당 보도에서 ‘외교부가 대통령의 외교활동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했다’, ‘외교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라고 보도한 점을 들어 외교부에도 ‘개별적인 연관성이 있음이 명백히 인정’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다시 한번 상기해 보면, 대통령이 비속어 등 발언을 한 것은 대통령의 품성적인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지, 외교부의 외교행사 준비 문제가 아니다. 반대로 말해서, 외교부가 아무리 행사를 제대로 준비하더라도, 대통령이 위와 같이 막말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외교부의 당사자 적격을 인정한 서울서부지방법원의 판단은 명백하게 잘못되었다.
2. 굳이 전문가 감정이 필요한 사건인가?
소송상 감정이란 법관의 판단능력을 보충하기 위하여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가진 자로 하여금 법규나 경험칙 또는 이를 구체적 사실에 적용하여 얻은 사실판단을 법원에 보고하게 하는 증거조사이다(법원실무제요 민사소송Ⅲ). 그리고 증거신청의 채택 여부는 법원의 합리적 재량에 속하는 사항이다(대법원 2022. 9. 29. 선고 2021다271541 판결). 즉, 감정신청은 증거신청 중 하나이므로, 당사자가 감정을 신청하더라도, 이를 채택할지 여부는 법원의 재량에 속하는 사항이다.
통상적으로 소송에서 감정이 필요한 경우는 다음과 같다. 부동산의 특정시기의 시가, 공사가 중단된 경우 몇 % 완공되었는지 여부, 증거로 제출된 영상이 조작되었는지 여부, 교통사고 등 신체상해의 경우 신체상해의 원인 및 범위 등이다. 이와 같은 부분들은 실제로 법관이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이므로, 소송 당사자가 감정을 신청하거나, 감정신청이 없는 경우 재판부가 감정신청을 촉구하기도 한다.
대통령의 바이든/날리면 막말 영상은 이미 언론에 보도되었다. 그리고 소송에서 당사자들이 영상을 증거로 제출했을 것이다. 재판부가 해당 영상의 음성을 듣고 판단하면 되지, 굳이 감정까지 필요한가? 소송상 감정이란 “감정이란 법관의 판단능력을 보충하기 위하여” 하는 것인데, 재판부가 스스로 판단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인가? 그런데 통상적인 위 감정신청 사례에 비추어, 대통령의 막말 영상에서, 대통령의 발언이 무엇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진정 감정까지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점이 있다.
3. 입증책임과 번복에 관한 오판
소송에서 입증책임이란 매우 중요하다. A가 입증되지 않으면, 입증책임을 지는 자가 불이익을 받는다. 예를 들어, 환자가 수술 중 사망하였다면, 환자의 유족은 의사에게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의사에게 과실이 있다’는 점에 대해, 유족 측에게 입증책임이 있다. 그리고 입증이 되지 않으면 손해배상청구는 기각된다. 따라서 그 입증책임 때문에, 의료소송은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입증을 해야 한다. 그리고 쉽지 않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정정보도청구는 “사실적 주장에 관한 언론보도등이 진실하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자”가 청구할 수 있다(언론중재법 제14조 제1항). 즉, “언론보도등이 진실하지 아니함”이 입증되어야 한다. 그리고 대법원은 “정정보도를 청구하는 경우에 그 언론보도 등이 진실하지 아니하다는 것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 청구자인 피해자가 부담한다(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5다56413 판결)”라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 외교부 측에서 감정을 신청하였는데,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 ‘판독 불가’라는 감정결과를 받았다. 그렇다면 해당 부분이 ‘날리면’이라는 점이 입증된 것이 아니므로, MBC가 ‘바이든’이라고 보도한 것이 “진실하지 아니함”으로 입증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법원은 외교부의 정정보도 청구를 기각하였어야 맞다.
그런데 1심 법원은 ‘대통령이 어떤 발언을 한 것인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하면서도, ① 대통령이 대한민국 국회를 상대로 발언을 하였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고, ② 미국의회를 상대로 발언했다고 볼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확인되지 않으며, ③ 대통령의 발언을 현장에서 바로 들었던 박진 외교부장관의 증언이 촬영된 영상보다 신빙성이 높다는 이유로,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 맞고, MBC의 보도는 허위라고 판단하였다.
통상적으로 입증책임을 뒤집고 반대 주장이 인정되려면 해당 “내용이 진실이 아님을 의심할 만큼 증명”되어야 한다(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5다2189 판결). 즉, 이 사건의 경우에는 MBC가 ‘바이든’이라고 자막을 기재한 것이, 진실이 아님을 의심할 만큼 증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감정결과 음성이 판독이 불가능하고, 위 ① 내지 ③의 사유, 그 신빙성도 의심되는 사유만으로 ‘MBC가 허위의 보도를 했다’는 결론이 논리적으로 도출될 수 있는가? 원심 재판부는 민사소송법 제202조 자유심증주의를 남용한 것이 명백하다.
이 판결이 대한민국 사법의 역사에 남길 의미는?
우리나라는 헌법을 근간으로 하는 법치주의 국가이다. 그리고 헌법은 삼권분립을 전제로 제정되었다. 삼권분립은 국가의 권력을 분담시켜 상호간 견제·균형을 유지시킴으로서 국가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헌법에서는 사법부의 독립을 선언하고 있다(헌법 제101조 제1항, 제103조). 그리고 사법부의 독립성의 가장 큰 의미는 권력, 즉 입법부와 행정부로부터의 독립에 있다. 그리고 국가권력에 굴하지 않는 법원의 모습이야말로, 국가가 건강한지를 판단하는 큰 척도 중 하나이다.
위에서 주장한 바에 비추어 보면, 바이든/날리면 사건의 1심 판결은 기존 주류적 법리해석과는 동떨어진 판결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 판결은 우리나라 최고권력자인 대통령에게 매우 유리한 판결이다. 그리고 추후 권력기관은 이 판결을 근거로 권력에 대해 부정적인 보도를 하는 언론에 대해 정정보도를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으로 추락한 국격을, 법원 아니, 해당 재판부 3인의 법관이 대한민국 전체의 국격을 더더욱 추락시켰다.
이 판결은 대한민국 사법의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부디 그러길 바란다. 그리고 이 사건의 재판부 판사의 이름은 후세에도 그 이름이 영원히 기억되길 바란다. 긍정적인 의미로 기억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사법권이란 당신들에게 주어진 권리가 아니며, 책임이 뒤따르는 무거운 권한이라는 것을 깨닫길 바란다.
광장에 나온 판결: 253번째 이야기
– 1심: 서울서부지방법원 민사12부 성지호(재판장), 박준범, 김병일 판사
– 2024. 1. 12. 선고 2022가합37946 정정보도 청구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 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