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x type=”note”]하루에도 정말 많은 뉴스가 만들어지고, 또 소비된다. 하지만 우리가 소비하는 뉴스들은 정해져 있다. 굵직굵직한 정치 이슈나 자극적인 사건 사고, 주식과 부동산이 얼마나 올랐느니 하는 소식이 대부분이다. 그 와중에 좋은 기사는 묻힌다. 그래서 ‘의미 있는’ 기사들을 ‘주간 뉴스 큐레이션’에서 선별해 소개한다.
소소하지만 우리 삶에 중요한 이야기, 혹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목소리에 귀 기울인 기사, 그리고 지금은 별 관심이 없지만 언젠가 중요해질 것 같은 ‘미래지향’적 기사들, 더불어 세상에 알려진 이야기 ‘그 이면’에 주목하는 기사 등이 그 대상이다. (필자)[/box]
2016년 9월 첫째 주 좋은 기사 솎아보기
1. 같은 듯 다른 두 GMO 법안의 탄생과정
“000법이 발의됐다.”
“000법이 통과됐다.”
우리가 언론에서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은 어떤 법안을 발의했고 이것이 통과됐다는 소식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한 가지 법안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수많은 논의과정과 갈등이 수반된다. 한겨레21이 서로 다른 두 개의 GMO(유전자변형작물) 법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자세히 소개했다.
25년 차 농사꾼인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30년 넘게 시민운동을 해온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두 달 차이로 식품위생법 개정안, 일명 ‘GMO 법안’을 발의했다. ‘GMO를 쓴 모든 식품에 GMO 내용을 표기한다’는 대원칙을 내세웠지만, 살아온 환경과 가치에 따라 법안의 디테일은 달라졌다. 김 의원이 GMO 작물을 마주한 농민들의 고민을 담았다면 윤 의원은 시민사회의 의견을 반영해 소비자의 혼란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
간단해 보이는 법안에도 수많은 이들의 아이디어와 논의과정이 담겨있다. 의원의 배우자와 전문적 식견을 가진 보좌관, 그리고 언론보도, 동료 의원들 및 당의 동참 과정, 시민사회단체의 논평까지. 19대 때 4년간 상임위에 머물러 있다 폐기된 이 GMO법이 어떤 궤적을 따를지는 이 법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달려있을지 모른다.
● 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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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창과 방패의 대결, ‘성인 검색어’ 전쟁
테이프와 잡지가 주도하던 음란물의 시대는 갔다. 인터넷의 등장과 검색엔진의 발달로 검색 한 번이면 음란물을 소비할 수 있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제재를 불렀으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가 포털과 정부 당국, 그리고 네티즌 간에 벌어진 창과 방패의 대결을 짚었다.
야동’ ‘야사’ 등의 검색어로는 더는 포털에서 음란물을 찾을 수 없게 됐다. 포털과 정부 당국의 검색어 제재 정책 때문이다. 하지만 기상천외한 검색어들이 넘쳐난다. 음란물의 암호가 된 ‘제목없음’, ‘제목없음’의 패러디 격인 ‘제목있음’. 야동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선택된 ‘우동’, 그리고 섹스를 대체하는 단어 ‘세r스’ 등등. 신종 검색어의 속도는 제재의 속도를 뛰어넘고 있다.
나아가 ‘길거리’, ‘여고생’, ‘스타킹’ 등 일상 언어까지 성인 검색어로 사용되면 사실상 제재할 방법이 없으며, 해외 SNS는 제재 자체가 쉽지 않다. 성인 검색어 세계를 주도하는 10~20대는 기성세대를 앞질러 간다. 제재 일변도의 정책이 아니라 ‘디지털 성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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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치가 막은 가습기 살균제 진상규명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첫 사망자가 나온 지 5년 만인 2016년 8월 29일 국회에서 청문회가 열렸다. 주요 증인들이 죄다 불참한 상태에서 별 성과를 얻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3년 전인 2013년 7월 12일 가습기 공청회를 통해 진실을 바로잡을 시간이 있었다. 왜 피해자들에게는 2년의 세월이 더 필요했던 걸까.
JTBC 뉴스룸 ‘팩트체트’는 시간을 2013년 7월 12일 공청회로 되돌려본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한 명 빼고 모두 불참했다. 하루 전 있었던 홍익표 민주당 의원의 ‘귀태’ 발언이 문제였다.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귀태(‘태어나지 말았어야 할’)의 후손이라 칭한 발언을 문제 삼아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회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이후 관련된 논의는 뒷전으로 밀렸다. 여야는 NLL 대화록 유출과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으로 세게 충돌했고 논의는 흐지부지됐다. 그 사이 국회는 19대에서 20대가 됐고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다뤘던 여야 의원들은 지금 다른 상임위로 옮겼거나 의원직에서 물러났다.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피해신청은 2015년부터 증가세로, 2016년 8월 15일까지 2,979명에 달한다. 뒤늦게 사건을 알게 된 피해자들이 신청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2013년 피해 구제가 이루어졌다면 피해는 더 적었을지 모른다. 정치가 진상규명을 막았다.
● JTBC 뉴스룸 팩트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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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가습기 살균제, 여전히 참사는 진행 중
세월호 참사 초기 정부는 피해자 수를 확정 짓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다. ‘집안의 세월호 사건’‘이라 불리는 가습기 살균제도 마찬가지다. 아니, 오히려 정부 스스로 피해자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잔인할지도 모른다. 주간경향이 피해자 규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 달력’을 만들었다.
주간경향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2011년부터 2016년 7월까지 4차례에 걸쳐 접수된 사망자 목록을 정리했다. 신청자 가운데 사망자는 875명. 피해 신청자 중 사망자 비율은 20%다. 하지만 정부가 인정한 사망자는 113명에 불과하다.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가 사망에 미친 영향을 기준으로 5단계로 구분하고, 이 가운데 1~2단계 해당자를 공식 피해자로 인정해 보상하고 있다.
- 피해 ‘거의 확실’
- 피해 ‘높음’
- 피해 ‘낮음’
- 피해 ‘거의 없음’
- 피해 ‘판단 불가’
하지만 정부의 기준은 폐 손상만을 관련성 기준으로 삼고, 기저질환에 대한 연구도 없이 판정이 이루어지는 등 허술하기 짝이 없다. 주간경향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신고 방법과 피해신고를 위해 기억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참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