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 미디어 » 버즈피드와 저작권: 버즈피드의 세 가지 변명

버즈피드와 저작권: 버즈피드의 세 가지 변명

이 글은 버즈피드와 저작권을 다루고 있습니다. 주요 사례는 2013년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읽다 보면 2014년, 2015년 미국에서 멀리 떨어진 한국의 다른 서비스들이 생각날 수도 있습니다. 닮은 점들이 절묘하게 그리고 놀랍게도 많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데자뷔입니다. 이 글은 버즈피드에 관한 글입니다. (필자)

1. 버즈피드의 세 가지 변명
2. 대표적인 논란 사례 4선
3. 훔치고 지우고 성공하기 

버즈피드가 미디어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이후로 계속해서 논란을 만들어 내는 건 크게 두 가지일 것입니다.

  • 첫째. 동물 사진, 연예인 사진 위주로 트래픽(조회수)을 올리면서 과연 가치 있는 미디어(언론사)라고 할 수 있는가.
  • 둘째. 수많은 사진과 창작물을 마구 가져다 쓰고 있는데 저작권 위반이 아닌가.

우선 첫 번째 논란에 대해서는 미디어에 관심 있는 사람들도 반신반의하는 눈빛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버즈피드의 CEO 조나 페레티는 허핑턴포스트 시절부터 트래픽을 끌어모으는 데 ‘선수’였고, 그가 있던 허핑턴포스트가 성공(많은 트래픽, AOL 거액 인수 등)한 후 많은 매체들이 ‘선 트래픽 모으기, 후 가치 창출’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TechCrunch, TCDNY2013. CC BY 2.0

출처: TechCrunch, TCDNY2013. CC BY 2.0

허핑턴포스트를 나와 만든 버즈피드 역시 소셜 서비스를 위주로 한 각종 리스티클(목록형 기사), 큐레이션, 가벼운 컨텐츠를 적절한 제목으로 포장해 이용자를 끌어모으며 가끔 진지한 메시지를 곁들이더니 2015년에는 드디어 백악관 브리핑룸에 들어갔습니다. 오리지널 뉴스 비중을 꾸준히 늘리는 것 같긴 한데, 댓글이나 소셜 공유 수 등을 보면 뉴스 쪽 반응이 아직 그리 좋지 것 같진 않습니다.

버즈피드가 만드는 컨텐츠가 과연 가치 있는지, 미디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들의 미디어 전략, 데이터 분석 능력 등 여러 운영 측면에서는 배울 점이 있다고 봅니다.

첫 번째 논란은 별론으로 하고, 이 글은 두 번째 논란에 주목하려고 합니다. 그들은 어떻게 해서 뚱뚱한 강아지, 웃긴 표정의 다람쥐, 우스꽝스러운 표정의 아이 사진을 마음대로 쓰는 걸까요. 질문을 좀 바꿔보면, 그들은 어떻게 그런 사진을 저작권 걱정 없이 마음껏 쓸 수 있는 걸까요. 평상시 궁금했지만, 아직 찾아보지 않은 분들을 위해 정리합니다.

버즈피드의 변명 #1 “원본을 찾기가 어려워요”

이제껏 버즈피드가 사진 등의 저작권과 관련하여 문제가 없었던 것이 아닙니다. 여러 차례 있었는데, 그때마다 조나 페레티의 했던 말을 정리해보면 이렇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를 찾기 어려워요.”

“누군가 인터넷에 처음 사진을 올려도 그 사람이 원작자가 아닐 수도 있어요.”

“사진 파일 안에 저작권이 표시된 메타데이터가 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우리가 연락을 할텐데…)”

이 말은 일견 맞는 말처럼 보입니다. 경우에 따라서 어떤 건 90년대 후반에 인터넷에 올라온 이미지 파일일 수도 있고, 어떤 건 사진을 올린 사람(과 모든 유족이 함께)이 사망했을 수도 있죠. 그리고 원작자를 찾아서 설명했는데 쿨하게 “그래, 맘대로 써.”라고 했을 수도 있을 테고요.

키보드 - 검색

하지만 버즈피드가 마냥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보긴 어려운 일들이 발생합니다. 이건 뒤에서 설명하도록 하죠.

버즈피드의 변명 #2 “변용했으니 공정 이용이야!”

조나 페레티는 자신들의 컨텐츠 이용이 공정 이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합니다.

우리가 사진을 이용하는 방식은 공정 이용(fair use)에 해당해.

‘공정 이용’이란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제한적으로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 저작권법상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보도나 비평을 위해 원저작물을 관행에 합치하는 범위에서 인용한다거나 학교 수업, 학문, 연구에 이용하면 저작권 침해가 아니죠.

하지만 공정 이용의 범위와 한계는 매우 모호합니다. 원저작물을 얼마나 이용하는지, 원저작물의 잠재적인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그 판단이 달라질 수 있거든요. 나라마다 그 기준과 적용 방식이 조금씩 다르기도 하고요. 어쨌든 조나 페레티는 공정 이용 중 ‘변용'(transformative)이란 개념에 집중합니다.

미국은 어떤 저작물을 이용하면서 공정 이용이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변용이 있느냐 없느냐’를 따집니다. 예를 들어 잡지 배니티페어의 유명한 데미 무어 임신 사진을 영화 [총알 탄 사나이] 측에서 패러디했을 때, 사진의 구도와 모델의 포즈, 손동작 하나까지도 얼굴을 빼고는 거의 똑같지만, 원작이 주는 느낌과 패러디의 느낌은 매우 다릅니다.

애니 리보비츠가 찍은 데미 무어(베티니 페어 표지사진)과 영화 [총알탄 사나이]의 광고 사진

애니 리보비츠가 찍은 데미 무어(베티니 페어 표지사진)과 영화 [총알탄 사나이]의 광고 사진. 패러디물인 [총알탄 사나이]는 원작에 기본적으로 의존하고 있지만, 심지어 얼굴을 빼고는 모든 부분이 거의 동일하지만, 데미 무어의 사진과는 전혀 다른 ‘감흥’을 일으킵니다.

사람들 대부분은 [총알 탄 사나이] 포스터를 봤다고 데미 무어 사진을 볼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그만큼 두 사진은 서로 다른 느낌을 주고 ‘다른 감흥’을 일으키는 거죠. 즉 패러디가 원본(의 잠재적 수요)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조나 페레티는 버즈피드의 리스티클을 사진을 순서대로 배치해서 새로운 느낌을 만들어냈기 때문에 사진을 변용해서 이용한 공정 이용이라고 주장합니다. “당신에게 매우 실망한 동물 33마리”(33 Animals Who Are Extremely Disappointed In You)라는 리스티클을 예로 들어보죠.

버즈피드, “당신에게 매우 실망한 동물 33마리” 스크린샷

이 33장의 사진 중 출처를 밝힌 사진은 단 두 장입니다. 이 사진들을 이용하기 위해 누군가에게 허락을 받았을 리도 만무하죠. 하지만 조나 페레티는 이게 공정 이용이라고 말합니다. 이유는 뭘까요? 단순한 동물 사진을 여러 장 모은 후 순서대로 배치해서 “매우 실망한”이라는 의미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재밌는 건 출처 밝힌 한 장은 저작권이 걸려있는 (CCL도 아닌) 사진이고, 다른 한 장은 출처로 퍼머링크를 이용하지 않고 페이스북 페이지의 메인을 링크로 걸었습니다. 출처(크레딧)를 부정확하게 밝히는 전형적인 수법이죠.

조나 페레티의 말에 따르면, 특정 주제로 묶을 수 있는 사진을 모아서 거기에 제목과 말을 붙이면 그게 바로 새로운 컨텐츠가 된다는 겁니다. 그럼 신문사 사진을 갖다 쓰든 개인 사진을 갖다 쓰든 문제없다는 거죠(!?). 조나 페레티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변용된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도록 공정 이용의 범위를 넓히는 게 좋은 거 아닌가요? 그래야 세상에 이로울 것 같습니다.”

“Is it good for the world to have a broad definition of Fair Use where people can create new things that are transformative or that people can enjoy? I think it is good for the world.”

출처: 애틀란틱

이렇게 말하면 ‘세상에 이로운 게 아니라 각종 동물 사진과 배우 사진으로 자신들의 상업적 성장에 이로운 것 아냐?’라고 말할 분도 계실 것 같긴 합니다. 판단은 각자 알아서(…)

최후 피난처 #3 “우리에겐 피난항 있다?”

DMCA(Digital Millennium Copyright Act)는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의 약자입니다. 미국에서 1998년 제정된 법으로 저작권법이죠. 이 법에는 저작권 침해 면책을 위한 세이프 하버(피난항, safe harbor) 조항이 있습니다. 아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온라인 사업자는 저작권자가 자신의 저작물을 발견해서 내려달라고 할 때 바로 삭제하기만 하면 저작권 침해를 한 게 아니다”는 겁니다.

네이버 카페를 예로 들자면 이용자 중 누군가 상업 영화 파일을 올렸다고 해서 네이버가 무조건 ‘고소미’를 먹지 않는다는 걸 생각하면 됩니다. 저작권자가 네이버에 요청하면 네이버가 즉각(?) 지워주죠. 바로바로 지우기만 하면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이게 세이프 하버입니다.

세이프 하버

음악 파일 공유 사이트였던 냅스터는 세이프 하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에서 먹히지 않아 결국 서비스 문을 닫았죠. 반면 유튜브는 살아남았습니다. 유튜브는 현재 ‘콘텐츠 검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콘텐츠 ID 시스템을 이용하여 (논란은 좀 있지만,) 저작권자에게 저작권 침해를 알립니다.

미국으로 따지면 텀블러나 핀터레스트, 임거(Imgur) 같은 곳이 대표적입니다. 여기에는 무수한 ‘짤방'(이미지 파일)이 올라오지만, 저작권자들이 해당 사이트를 고소하지 않죠. 세이프 하버 조항이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버즈피드도 이에 해당할까요?

버즈피드는 이용자들이 컨텐츠를 직접 올리는 구조가 아닙니다. 자신들이 직접 하죠. 따라서 세이프 하버 조항과는 무관해 보입니다. 게다가 명백한 상업 목적으로 반복해서 업로드하고 있으니 더욱 해당 사항이 없어 보이죠.

그렇다면 과연 버즈피드는 저작권 때문에 어떤 일들을 겪었고 겪게 될까요? 저작권 침해로 망신살 뻗친 버즈피드의 이야기는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 (계속)

좋은 기사 공유하고 알리기
슬로우뉴스에 커피 한잔의 여유를 후원해주세요. 필자 원고료와 최소한의 경비로 이용됩니다.

필자 소개

슬로우뉴스 편집위원 및 발행인

소리와 영상을 좋아합니다. 잘 만드는 사람이고자 합니다.

작성 기사 수 : 130개
필자의 홈페이지 필자의 트위터

©슬로우뉴스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슬로우뉴스 안내 | 제보/기고하기 | 제휴/광고문의
(유)슬로우미디어 | 전화: 070-4320-3690 | 등록번호: 경기, 아51089 | 등록일자 : 2014. 10. 27 | 제호: 슬로우뉴스 | 발행인: 김상인 | 편집인: 강성모
발행소: 경기 부천시 소사로 700번길 47 1동 506호 (원종동, 삼신) | 발행일자: 2012. 3. 26 | 개인정보관리/청소년보호책임자: 강성모

Scroll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