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마지막 주 좋은 기사 솎아보기
1. 진화하는 극우파, 복지 쇼비니즘
한국의 진보파에게 독일은 배울 게 많은 국가 중 하나다. 히틀러와 나치를 경험했으나 과거청산을 철저히 했고, 그래서 극우파의 준동을 막고 사회통합을 이룬 나라. 하지만 최근 그 독일의 신화가 흔들리는 징표가 나타났다. ‘네오나치’라는 평가까지 받는 정당 AfD(독일을 위한 대안)가 9.24 총선에서 12.6%를 얻어 제3당으로 솟아올랐기 때문이다.
시사IN은 극우와는 가장 거리가 멀었던 나라 독일에서 극우파가 다시 준동하게 된 이유를 분석한다. AfD는 경제위기가 포퓰리즘을 불러온다는 통념도 깨뜨렸다. 현재 독일 경제는 호황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은 AfD가 좌파적 가치를 받아들여 우파의 것으로 전용했다는 데 있다.
복지국가를 이뤄낸 성과가 많을수록 중산층은 불안해한다. 복지국가는 공동 부조 시스템으로, 공동체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작동한다. 극우는 그 불안감과 신뢰 사이의 틈을 파고든다. 인종과 종교가 다른 외부인들이 우리 공동체에 들어와도, 우리는 그들과 함께 복지 국가를 유지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이민자 범죄를 근거로, 극우파는 이민자들을 복지의 무임승차자로 만든다.
복지국가와 사회적 신뢰라는 진보적 가치가, 어떤 맥락에서는 배타성의 논거로 돌변한다. 심지어 진보의 상징 같았던 많은 노조 소속 노동자들이 AfD에 투표했다. 이번 총선에서 생산직 노동자들은 기민·기사당 연합 25%, 사민당 23%, AfD 21% 순서로 투표했다. 독일의 상황은 진보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복지를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 시사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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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의 효과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둘러싼 ‘숙의 민주주의’의 첫 번째 실험은 공사 재개로 결론 났다. 이 실험이 성공하기 위한 핵심은 서로 다른 정보를 보면서 생각이 진짜 바뀔 수 있느냐, 실제 토론이 얼마나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느냐일 것이다. 한겨레21이 공론조사에 참여한 시민 10명을 인터뷰했다.
공론화위원회의 1차 조사에서 ‘판단 유보’를 택한 사람이 35.8%였다. 결국, 부동층이 결과를 갈랐다는 뜻이다. 한겨레21 인터뷰에 응한 이들은 최종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합숙 토론을 꼽았다. 이미 생각을 굳혔던 사람도 합숙 토론에 영향을 받았다.
“합숙 토론에서 양쪽 주장을 다 듣고 보니 상대편도 이해되고 우리 쪽에서 보완할 점도 보였다”는 것. 결정을 정반대로 바꾼 비율은 7.5%지만, 의견을 그대로 유지한 사람도 깊게 고민한 뒤 결정을 다시 내리게 됐다는 점이 숙의형 공론화의 진짜 효과다.
인터뷰에 응한 시민이 느끼기에 재개를 요구하는 측의 실력이 더 뛰어났다. “중단 쪽의 자료가 미비했고 주로 외국 사례를 들어 현실감이 없었으며”, “일부 중단쪽 패널들은 질의응답 때 너무 답변을 못해 안타까웠다”는 것이다. 재개 쪽은 전력량을 언급하며 현안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하는데, 중단 쪽은 주로 장기적인 탈핵만 언급했다”며 재개를 택했다는 시민도 있었다.
치열한 토론 끝에 참가자들에게 ‘내 생각과 달라도 승복하겠다’는 신뢰를 갖게 만든 것도 공론조사의 가장 큰 효과였다. 이런 신뢰가 굳건해지면, 사회갈등을 현저히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효과는 속칭 ‘전문가들’이 결정하던 원전 문제를 시민의 영역으로 끌어왔다는 것이다.
● 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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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규제하지 못하는 규제기관 원안위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신고리 5·6호기는 계속 짓기로 했으나 탈원전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 이제 탈원전이라는 큰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개혁, 제거해야 할 방해물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규제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다. 뉴스타파 목격자들이 심판으로서 기능을 상실한 원자력위원회에 대해 짚었다.
원안위는 규제 대상인 한수원과 한 몸처럼 보일 때가 많다. 현직 원안위 원자력안전 전문위원 2명이 한수원 출연으로 조성된 연구사업의 용역을 받아 수행한 것이 대표 사례다. 자문위원으로 한수원 사업에 참여하는 위원도 있고, 원자력안전위원회 공무원이 시세보다 절반 이상 싼 금액으로 한수원 사택에 입주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원전에 문제가 생겨도, 원안위는 국민 앞에 등장하지 않는다. 한수원이 나와 설명할 뿐이다. 이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어떤 규제를 할 것인지 등에 대한 설명은 생략된다. 규제기관이 규제의 대상이 되는 기관과 유착하지 않는 것, 규제의 기본조차 원전 부문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