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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이란 전쟁이 촉발한 에너지 위기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사실이 있다.
  • 첫째, 석유도 문제지만 LNG도 큰 문제다.
  • 둘째, 한국에서 전력 가격(계통 한계가격)은 LNG 가격과 연동된다.
  • 셋째, 자동차는 안 타거나 덜 탈 수 있지만 전력 생산에서 LNG 의존을 당장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게 왜 중요한가.

  • 한국의 전력 생산에서 LNG가 차지하는 비중은 28%다. 원자력(32%) 다음으로 높고, 석탄(28%)과 비슷한 수준이다.
  • 문제는 이 LNG를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수입량 4672만 톤 가운데 20%를 중동에서 들여왔다.
  • 중동뿐 아니라 한국이 장기 공급계약으로 들여오는 가스 전반이 국제 가격 변동에 취약하다. 한국은 LNG 해외 공급과 가격 변동에 이중으로 노출돼 있다.

전쟁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 미국과 이란이 휴전에 합의했지만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 갇혀 있는 배가 2000척이 넘는다.
  • 세계 2위 LNG 수출국인 카타르의 라스타판 터미널은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가동을 멈춘 상태다. 카타르 국영 에너지기업 카타르에너지는 생산을 전면 중단하고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공급 계약을 지킬 수 없게 됐다는 말이다.
  • 이란은 1배럴에 1달러의 통행료를 받아야겠다는 입장이다. 200만 배럴을 싣고 다니는 유조선은 30억 원을 지불해야 한다.
  • 인남식(국립외교원 교수)은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전쟁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분수령을 지났다”면서 “서비스료든 환경세 명목이든 통행료를 받는 새로운 규범이나 레짐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같은 위기에 다른 결과: 핵심은 ‘탈 LNG’.

  • 세계적으로 에너지 수급에 타격을 입었지만, 피해는 나라마다 다르다.
  • 미국-이란 전쟁 이후 유럽에서는 LNG 발전 비용이 50% 이상 급등했다. 첫 10일 만에 화석연료 수입에 25억 유로가 추가 투입됐다.
  • LNG 발전 비중이 높은 독일과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에서는 이른 아침과 저녁에 전력 가격이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LNG 비중이 낮은 스페인과 포르투갈, 프랑스는 상대적으로 충격이 제한적이었다.
  • 영국 싱크탱크 엠버는 “‘호르무즈 변수’를 완화하려면 LNG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력 가격은 LNG로 결정된다

  • 전력거래소는 한 시간 단위로 입찰을 받아 연료비가 낮은 발전소부터 순서대로 전기를 사들인다. 이때 마지막으로 선택된 발전원의 가격이 전력 가격의 기준이 된다.
  • 보통은 원자력이 가장 싸고 풍력과 태양광, 석탄, LNG 순으로 비싸기 때문이 이 순서대로 투입된다.
  •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 에너지가 충분하면 LNG 비중을 낮출 수 있다. LNG가 ‘마지막 가격 결정자’가 되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반대로 재생 에너지가 충분하지 않으면 LNG 비중이 높아지고 전력 가격이 LNG 가격에 따라 요동을 치게 된다.

스페인의 경우.

  • 스페인은 이런 구조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 스페인은 1년 전 정전 사태 때만 해도 재생 에너지 비중이 높아서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이제는 LNG 가격 변동에 가장 피해가 적은 나라로 주목받고 있다.
  • 스페인은 지난해 기준으로 전력 생산 가운데 재생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45%를 넘어섰다. 한국은 9% 수준이다.
  • 지난해 정전 사태 원인이 재생 에너지가 아니라 전력망 부족이었다는 공식 보고서도 나왔다.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유럽의 LNG 가격이 폭등하면서 많은 나라들이 전력 요금이 급등했지만 스페인은 오히려 가격을 꾸준히 낮출 수 있었다.
  • 2022년 8월 이탈리아에서 도매 전력 요금이 백만BTU 기준으로 544달러까지 치솟을 때도 스페인은 155달러 수준을 지켰다.
  • 아래 그림은 전력 요금 가운데 LNG 가격에 영향을 받은 시간 비중이다. 이탈리아가 89%인데 스페인은 15%다. 한국은 계절마다 다른데 지난해는 평균 83%였다.

LNG 가격이 두 배 뛰었다

  • 한국은 LNG 발전 비중이 3분의 1에 육박하는데,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이 가운데 18%가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들어온다. 해외 공급과 가격 변동에 이중으로 고스란히 노출되는 구조다.
  •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호르무즈 해협이 한 달간 봉쇄되면 가스 운반선 8척 분량의 도입이 끊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50만 톤 분량이다.
  • 호르무즈 해협이 내일 당장 열린다 하더라도 호주 다음으로 LNG를 가장 많이 들여오는 카타르산 공급이 단기간 내 정상화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카타르의 가스 수출 능력의 17%가 파손된 상태고 복구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한국과 맺은 장기 공급 계약은 최대 5년까지 중단될 수도 있다.
  • 미-이란 전쟁 이후 한 달 동안 한국이 수입하는 가스 가격은 90% 급등했다.

반도체가 위험하다.

수입처 다변화 만으로 안 된다.

  •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다른 데서 들여오면 안 되나. 가장 확실한 대안이 호주다. 호주는 2022년부터 쭉 한국의 LNG 최대 수입국이었고, 지난해는 전체 수입의 31.4%를 호주에서 들여왔다.
  • 그러나 공급선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리스크를 제거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첫째, 호주 바로사 가스전을 기반으로 한 다윈 플랜트와 최대 수출 터미널인 노스웨스트 셸프 카라사 플랜트가 각각 설비 위험과 열대성 사이클론으로 가동이 멈추면서 불확실성이 더해졌다. 특히 바로사 가스전은 생산량의 약 37.5%가 한국으로 향하는 만큼 현지 차질이 국내 수급 리스크로 직결되는 구조다.
  • 둘째, 호주 정부는 “내수 공급이 최우선”이라며 수출 제한 조치(ADSGM)를 검토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한국 수급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거라고 보고 있지만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의 분석은 다르다. “아주 적은 규모더라도 추가적인 공급 차질은 글로벌 시장의 가스 수급 긴장을 더 키우면서 가격 급등을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셋째, 호주에서는 미국-이란 전쟁 과정에서 큰 이익을 거둔 석유-가스 회사에 ‘횡재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LNG 요금이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 넷째, ‘누구에게 의존하느냐’를 바꾼다고 해도 ’얼마에 사느냐’는 가격 리스크를 피할 수는 없다. 한국이 장기 계약으로 들여오는 LNG 가격은 대부분 국제 유가에 연동돼 있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LNG 수입 비용이 같이 뛴다. 장기 계약이 아닌 현물 시장에서 들여오는 물량은 지정학적 긴장이나 설비 차질 등에 따라 요동을 친다.

석탄으로 땜빵? 훨씬 더 위험한 선택.

  • 가스가 불안하니 석탄을 다시 늘리자는 논의도 나온다.
  • 이재명 정부는 ‘2040 탈석탄’을 약속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융통성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미국-이란 전쟁 직후 이재명 정부는 석탄발전 가동률 80% 제한을 해제하고 올해 폐쇄하기로 한 석탄 발전소 3기도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 석탄 가격도 만만치 않다. 전쟁 직전 123달러 수준에서 톤당 134달러까지 올랐다. 석탄발전의 LCOE는 76달러/MWh다. 육상풍력(40달러)이나 태양광(39달러), 태양광+에너지 저장장치(57달러)의 비용보다 훨씬 비싸다.
  • 아시아 최대 석탄 생산국인 인도네시아는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생산량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 올해 생산 목표는 전년 대비 1억 9천만 톤 줄어든 상태다. 가격도 오르고 수급도 불안정해진다.
  • 엠버는  “단기적으로 석탄 발전소의 가동률을 높이는 등의 조치는 비용이 많이 들고 위험 부담이 크다”고 경고했다.
  • 핀란드 청정대기 및 에너지 연구센터(CREA)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한 달 동안 오히려 화석연료 발전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인도, 중국 등 전력시장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석탄 발전은 거의 변동이 없었고 LNG 발전은 4% 줄었다. 한국이 석탄 비중을 늘린다면 세계적 추세와도 배치된다.

시작된 에너지 패권 경쟁, “잠을 이루지 못할 지경.”

  • 미국-이란 전쟁은 에너지 패권 경쟁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 이재명(대통령)이 “에너지 문제로 잠을 이루지 못할 지경”이라고 강조했지만, 실제로 정부 정책은 화석연료 의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경고가 없었던 건 아니다. 이란은 지난 20년 동안 호르무즈 해협봉쇄 가능성을 반복적으로 언급해 왔다.
  • 중국은 이번 위기를 일정 부분 대비해 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이 세계 최초의 전기국가(electrostate)가 됐다고 분석했다.
  • 중국은 지난해 최종 에너지 소비에서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어섰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국의 풍력과 태양광 설비용량은 18억KW에 이른다. 전력 소비량은 10조kWh. 미국의 두 배가 넘는다. 중국 GDP에서 청정에너지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10%가 넘는다. 성장률 기여도는 26%에 이른다.

다음 청구서를 줄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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