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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 언론이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 씨와 연인이었던 전청조 씨의 진실 공방을 생중계하고 있습니다. 남현희 씨가 10월 30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데 이어 같은 날 전청조 씨는 채널A와 인터뷰를 통해 입장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재벌 3세와 스포츠 스타의 열애로 시작된 이슈는 전청조 씨 사기 사건이 알려지며, 세간의 시선을 끌고 있습니다.

거짓 성별, 성적 문제, 폭행 사건 등 두 사람의 자극적이며 적나라한 논란은 끊임없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대중의 불쾌감마저 일으키고 있는데요.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자제력을 잃은 채 점입가경으로 빠져들고 있는 참담한 ‘남현희·전청조’ 보도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황색 저널리즘의 원조(유래). 미국-스페인 전쟁(1998년 4월-12월)의 소유권을 두고 다투고 있는 ‘퓰리처상’의 조셉 퓰리처(왼쪽)과 우리에게는 미국의 신문왕으로 알려진 윌러엄 랜돌프 허스트(오른쪽). 이들이 입고 있는 노란색 원피스는 당시 유행했던 ‘엘로우 키드’ 만화 캐릭터의 복장이다. 여기에서 옐로우 저널리즘이 유래했다. 즉, 당시 선정주의 가짜뉴스는 일상적인 것이었다. 삽화는 레온 배릿(Leon Barritt).

여성조선 ‘거짓 인터뷰’ 보도, 반성 없이 ‘단독’ 반복


남현희 씨 재혼 소식을 발 빠르게 전한 여성조선 [단독 인터뷰/펜싱 남현희·15세 연하 재벌 3세 전청조, 만남·열애·결혼 풀 스토리 최초 공개] (10월 23일 이근하 기자)는 전청조 씨를 재벌 3세라 소개하며, 펜싱을 계기로 만난 두 사람의 연애 과정을 처음 알렸는데요. 전 씨를 미국에서 나고 자랐으며 승마선수와 글로벌 IT기업 임원 이력을 가진 재벌 3세로 지칭하고, 현재는 예체능 심리학 예절교육원을 운영하는 사업가로 소개했습니다. 특히 ‘베일 벗은 자산가’라며 전 씨의 재력을 강조했는데요. 여성조선 보도 직후 디스패치 [단독/“남현희 예비신랑은, 여자”…전청조, 사기전과 판결문 입수] (10월 25일 김소정·정태윤 기자)가 전 씨의 사기 사건과 거짓 성별 등에 관해 구체적으로 밝혀내자, 허위 인터뷰를 보도한 여성조선에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여성조선은 사흘 뒤, 한 줄의 반성 없이 또다시 전청조·남현희 씨와 나눈 대화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단독 인터뷰/펜싱 남현희 “전청조에 완전히 속았다”] (10월 26일 이근하 기자)는 “전청조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됐다”며 전청조·남현희 씨와 전날 나눈 대화를 공개했는데요. 10월 23일 인터뷰에선 재력가였던 전 씨가 사기 전과에 거짓 성별 의혹까지 받는 상황이었지만, 여성조선은 이번에도 두 사람의 일방적 주장을 사실관계 확인 없이 전달하는 수준의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여성조선은 남 씨가 전 씨에게 당한 피해 사례에 대해 “추후 [여성조선]보도를 통해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는데요. 거짓인터뷰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도 없이 클릭 수만 노린 선정적 보도의 전형입니다. 이후에도 남 씨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그의 주장을 전하는 보도를 계속했는데요. 인터뷰 대상의 발언을 검증하려는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고, ‘단독’에 목맨 자극적이며 선정적인 보도가 반복됐습니다.

△ TV조선 [사건파일24]에 출연해 남현희·전청조 인터뷰 소회를 밝힌 이근하 여성조선 기자(10/27)

무책임한 여성조선, 언론으로서 떳떳한가


미디어오늘 [미오 사설/조선일보 칼럼 삭제와 전청조 ‘거짓말’ 인터뷰] (10월 31일)는 전청조 관련 보도가 “무책임한 레거시 미디어의 극치를 보여준다”고 일갈했습니다. “거짓말을 인터뷰로 내보낸 책임은 분명”하기 때문에 “인터뷰에 대한 경위를 설명하고 검증이 부족했던 거짓말 인터뷰에 대한 사과 입장을 밝혔어야 하지만, TV조선 [사건파일 24] (10월 27일)에 출연한 이근하 여성조선 기자는 인터뷰 뒷얘기를 푸는 데 그쳤다”고 비판했습니다.

이근하 기자는 방송에서 인터뷰 과정에서부터 논란이 예상됐다며, 의심되는 정황이 많았으며 일부는 최초 보도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는데요. 이를 두고 미디어오늘은 “허황된 말에 의심이 들고 재벌 3세 행적에 대한 검증이 부족했다면 인터뷰 공개에 신중했어야 됐는데 자신을 합리화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취재기자로서 이번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돼야 할지 묻는 질문에 이근하 기자는 이제는 수사의 영역이라며 “기자로서 제가 본 것, 들은 것, 그리고 확인한 것을 기사를 통해 말씀드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기사는 “확인”이 아닌 ‘보고 들은 것’만 나열하고 있습니다. 여성조선 [단독 인터뷰/남현희 “전청조 성전환 알고 만났다…남녀 신분증 두 개”] (10월 26일)의 남성 신분증 건도 채널A [단독 인터뷰/전청조 “남현희, 2월부터 내 정체 알았다”] (10월 30일 남영주 기자)에서 전 씨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등 이근하 기자의 3개 단독기사 모두 사실관계가 의심스러운 상황입니다. 확인 없는 일방적 주장만 전달하는 것은 기사가 아닙니다.

선정적 제목, 반복된 클릭 장사


남현희 씨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10월 30일)에 출연해 전청조 씨의 실체를 폭로하고, 자신의 피해 상황과 벌어진 일에 관해 해명했는데요. 남 씨의 해당 인터뷰 역시 다른 언론에 따옴표로 인용되며 선정적이며 자극적인 기사로 이어졌습니다.

△ 남현희·전청조 사건을 보도한 선정적인 기사 제목 @민주언론시민연합

둘 사이의 개인적이며 내밀한 내용이 언론을 통해 서슴없이 공개되며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극단적 보도로 치닫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상반된 주장은 인터뷰를 통한 진실 공방으로 격화되고, 언론에는 선정적 제목의 기사가 연일 실리며 피로감을 넘어 불쾌감까지 안겨주고 있죠. 사기 피해를 감안하더라도 두 사람의 폭로 내용은 대중이 알아야 할 수준의 공적 가치를 지닌 정보도 아니며, 사생활 침해에 가까운 불필요한 내용이 대다수입니다. 유명인과 관련해 클릭 수만 노린 자극적 폭로성 보도는 개인 사생활마저 언론의 돈벌이로 전락한 참담한 현실을 보여줄 뿐입니다.

가해자 서사 전하는 데 치중한 채널A


남현희 씨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날, 채널A는 전청조 씨 단독인터뷰를 보도했습니다. 채널A는 [단독/전청조 첫 방송 인터뷰 “죗값 받겠다”] (10월 30일 성혜란 기자)에서 “전 씨를 둘러싼 투자 사기 의혹이 잇따르고 있고, 경찰 수사까지 시작된 상황에서 당사자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밝혔는데요. 사기 액수나 구체적인 범죄행각 등 필요한 내용은 전 씨가 대답을 회피해 보도엔 담기지 않았으며, ‘범죄수익을 남 씨에게 사용했다’, ‘재벌이 아닌 것을 남 씨가 알고 있었다’,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았고, 가슴 절제술을 남 씨가 권했다’, ‘임신테스트기 논란’ 등 두 사람의 선정적 공방을 전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 사기 혐의로 수사받는 전청조 씨 인터뷰를 보도한 채널A. 천정조의 일방적인 주장을 있는 그대로 내보냈다. 채널A 영상 캡처.

게다가 채널A는 ‘재벌이 아닌 것을 남 씨가 2월부터 알고 있었다’는 전 씨의 주장 바로 다음 보도로 [단독/남현희, 전 씨 휴대전화·노트북 경찰 제출 예정] (백승우 기자)을 내보내며 남 씨는 10월 23일 여성조선 인터뷰 보도 이후에야 알았다고 주장하는 내용을 연이어 전했는데요. 엇갈리는 두 사람의 일방적 주장을 전달만 하는 보도가 선정적 이슈에 기름을 붓는 것 외에 어떤 보도 가치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같은 날 채널A [단독 인터뷰/전청조 “남현희, 2월부터 내 정체 알았다”] (남영주 기자)에서 전 씨는 인터뷰 말미에 사기 범죄자로서 피해구제를 위해 노력하고 반성하겠다는 당연한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괴로워 극단적 선택도 시도했었다”고 언급했는데요. 자살을 문제의 해결책인 듯 쉽게 꺼내는 전 씨의 발언은 보도를 자제해야 할 내용입니다. 하지만 채널A는 전 씨의 인터뷰를 그대로 내보냈는데요. 가해자 전 씨의 사적인 이야기와 더불어 범죄 사실은 회피하는 듯한 태도를 내보낸 채널A의 보도는 범죄가 아닌 전청조에 개인에 집중해 가해자의 서사를 쌓았을 뿐, 범죄 사실에 대해 명확히 밝혀내지도 못했고 엇갈린 주장 속 진실을 파헤치지도 못했습니다.

가짜눈물부터 돈까스집까지…‘돈만 되면 쓴다’?


황당한 보도도 이어졌습니다. 자질 논란 속에 자진 사퇴한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부회장으로 있는 위키트리는 선정적 기사뿐만 아니라 네티즌의 댓글까지 기사화했는데요. [오열해버린 전청조, 네티즌들은 ‘눈물 떨어지는 방향’에 주목했다 (영상)] (10월 31일 구하나 기자)는 전청조 씨가 채널A와 인터뷰 중 흘린 눈물을 보고 한 네티즌이 “오른쪽에서부터 눈물이 흐르면 진짜고 왼쪽 눈물은 가짜라던데”라는 댓글을 남겨 수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위키트리는 “실제로 진짜 슬퍼서 흘리는 눈물은 오른쪽에서부터, 가짜로 흘리는 눈물은 왼쪽에서부터 떨어”지며 “좌뇌가 감성을 담당하고 우뇌가 이성을 담당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는데요. 핵심 사안과 관련 없는 불필요한 정보의 나열이었습니다.

전청조 씨의 단골 가게도 많은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뉴스1 [강화도 ‘뉴욕 돈가스집’ 사장 “전청조는 단골 여중생…덕분에 유명해져”] (10월 28일 김송이 기자)를 시작으로, 조선비즈 [“I am 만족이에요” 전청조 단골 소문에 대박 터진 돈가스 사장님] (10월 30일 문수빈 기자), 국민일보 [“I am 만족해요” 전청조 단골 돈까스집, 대박 터졌다] (10월 31일 김판 기자) 등 포털사이트 네이버 검색 결과(2023/10/31, 15시 기준) 총 31건이 나올 정도인데요. 유튜버 이진호 씨가 라이브 방송에서 언급한 이후, 전청조 씨가 자주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식당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내용이 전부입니다.

그 밖에도 위키트리 [“전청조, 성전환수술 받았다”… 여성→남성 성전환 후에도 성관계 가능한 이유] (10월 26일 채석원 기자), 헬스조선 [‘고환 이식’ 했다는 전청조… 실제 행해지는 수술일까?] (10월 30일 이해나 기자), 디지털타임스 [전청조의 ‘그집’ 시그니엘, 얼마면 돼?] (10월 30일 김남석 기자), 뉴스1 [벤틀리·1박 1200만원 호캉스…남현희, SNS 채웠던 ‘전청조 흔적’ 삭제] (10월 27일 소봄이 기자) 등 자극적 기사가 넘쳐났습니다.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전 씨의 이름만 들어가면 장사가 될 것으로 판단해 무차별적으로 기사를 생산해낸 것인데요. ‘돈만 되면 쓴다’는 식의 황색저널리즘 행태는 언론 스스로 책임과 신뢰를 떨어뜨릴 뿐입니다.

말초적 호기심 노린 언론의 관음증


민언련은 매번 반복되는 이런 선정적 보도를 꾸준히 지적해 왔습니다. 유명인 개인의 사생활에 초점이 맞춰진 무차별적 보도는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엿봐도 된다는 메시지로 용인되며 관음증을 조장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단순한 사생활 침해를 넘어 인권침해 문제로 직결되는 언론의 자극적 제목 장사는 대중의 말초적 호기심을 유발하며 자극적 주제를 서로 쫓는 악순환 구조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평소 저널리즘 원칙과 규범을 주창해 온 신문·방송 등 이른바 주류언론조차 ‘남현희·전청조’ 선정보도 경쟁에 뛰어들어 남현희 씨와 전청조 씨의 과도한 폭로전을 단독 인터뷰라며 마구잡이로 내보내고 있습니다. 이런 기사는 어떤 보도 가치가 있을까요? 클릭 수만 올린다면, 돈만 된다면 무엇이든 보도할 수 있다는 황색언론의 모습에 불과합니다.

[인터넷신문윤리강령]에 따르면 언론은 선정보도를 지양하며, 정당한 사유가 있지 않은 한 개인의 명예, 사생활, 개인정보 및 그 밖의 인격적 가치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언론은 대중의 호기심이라는 방패막이 뒤에 숨어 경쟁적으로 선정보도를 쏟아내는 행태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입니다.


모니터 대상:

2023년 10월 23일~10월 31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검색한 ‘남현희·전청조’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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