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레터 2023년 11월2일 (목).
“메가시티 가면 집값 오른다”, 국민의힘의 프레임 전략.
- “2008년 총선 때처럼 바람을 타면 수도권 선거판을 완전히 뒤집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 한나라당은 2008년 총선에서 수도권 뉴타운 공약으로 재미를 봤다. 수도권 111개 지역구 가운데 81곳을 쓸어 담았다. 1987년 이후 수도권에서 보수 정당이 이긴 유일한 선거였다.
- 동아일보가 인터뷰한 익명의 국민의힘 관계자는 “메가시티 서울은 뉴타운과 똑같다”면서 “경기도에서 서울로 편입되면 당장 집값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2008년 뉴타운과 다르다.
- 김준현(한신대 교수)은 김포시를 서울시에 편입한다는 발상 이면에 2008년을 재현해 보자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본다. “한편에서는 정치 혐오증을 유발해 투표율을 떨어뜨리고 보수층을 결집시킨 뒤, 다른 한편에서는 표심을 건드릴 공약을 내세움으로써 중도층의 보수 심리를 최대로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 김준현이 ‘서울시 김포구’ 구상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내년 총선 투표율은 역대 어느 총선보다 높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 대선 직후였던 2008년과 다르다. 둘째, 논쟁만 요란할 뿐 실현 가능성도 크지 않고 매력적인 대안도 아니다. “내 삶을 바꿔줘야 할 정치가 오히려 내 삶을 망친다고 판단할 때 국민은 분노를 참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메가 서울’ 띄우면서 지방 시대 연다고?
- 한겨레 1면 기사 제목이다. 정부가 “비수도권을 대규모 권역별로 묶어 통합적 발전을 꾀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메가 서울 구상과 충돌하는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 최은영(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서울을 더 넓히면 서울은 정말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이 될 것”이라고 했고 백인길(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이사장)은 “서울을 확장하면서 지방 균형발전을 이야기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 한겨레는 “수도권 쏠림 못 막으면 장밋빛 전망에 그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국민의힘이 총선 전략으로 전국에 광역권 메가시티와 부동산 떡밥을 뿌릴 가능성도 있다.
“지방은 당혹스럽다.”
- 오늘 부산일보 사설도 눈길을 끈다. “서울 확장은 바로 지방 포기 선언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산토끼를 잡으려다 집토끼를 놓칠 수 있다는 경고다.
- “‘서울공화국’을 줄여도 모자랄 판에 더 늘리려는 시대 역행적인 시도에 어안이 벙벙한 지경”이라면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때에 일으킨 이 평지풍파를 어떻게 수습할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서울시 김포구’에 서울시 쓰레기 받는다고?
- 김병수(김포시장)의 제안이다. “쓰레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 서울시 쓰레기의 절반 이상이 인천과 김포의 매립장으로 간다. 2025년까지 대체 매립지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김포시가 쓰레기를 더 받을 수 있다고 제안한 상황이다. 당장 인천시가 반발하고 있고 김포시민들 여론도 변수다.
- 김병수는 논란이 되자 “서울시가 김포에 추가로 매립지를 조성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말을 바꿨다.
- 한국일보가 인터뷰한 인천시 관계자는 “수도권매립지는 1~4매립지 전체가 하나의 공구이자 공유수면으로, 어디 소유라고 정해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4매립지를 사용하려면 실시계획 인가를 받아야 하는데, 그 권한은 인천시장에게 있다”는 이야기다.
인요한의 승부수,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금지.”
- 영남권 의원들을 물갈이하겠다는 전략인데 당장 김기현(국민의힘 대표)을 비롯해 23명의 중진 의원이 해당된다.
- 당장 당내 반발을 어떻게 설득할 거냐도 관건이다. “무소속으로 출마해 생존하라는 말이냐”는 반응도 있고 “3선 초과 의원을 빼고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느냐”는 협박 비슷한 발언도 나온다.
-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는 “검사 출신을 영남 지역에 공천하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발상”이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도 “전투 중단 검토해야 한다.”
-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난민촌을 공습해서 민간인 사망자가 속출했다. 그동안 관망해 왔던 미국도 “인도주의적 일시 전투 중단(humanitarian pauses)은 가치가 있다”고 돌아섰다.
- 폭격으로 생긴 구덩이에 시신이 가득했다. “종말이 온 것 같은 느낌”이란 생존자들의 증언도 참혹하다.
-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아랍에미리트와 요르단 등도 동요하고 있다. 카타르는 “이번 공격은 민간인을 향한 학살”이라며 “중재 시도를 약화시켰다”는 성명을 냈다.
또 방문진 이사 해임 효력 정지.
- 법원이 권태선(방문진 이사장)의 해임 처분을 정지한 데 이어 김기중(방문진 이사)의 해임 효력을 정지했다. 둘 다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해임 처분을 취소하라는 결정이다.
- 이사 임기를 보장하는 것이 방문진법의 취지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더 깊게 읽기.
빈대의 공습이 말하는 것.
- 빈대가 갑자기 늘었다. 한국에서는 이미 1970년대에 박멸됐다고 알려졌는데 최근 발견된 빈대는 외래 종이다. 일부 언론에서 외국인 노동자 때문이라는 식으로 논점을 흐리고 있는데 본질을 봐야 한다.
- 빈대는 5~6mm 크기의 갈색 벌레로 사람과 동물의 피를 빨아먹고 산다. 10도 이하 온도에서도 사라지지 않고 피를 못 빨아도 70~150일까지 버틸 수 있다.
- 서해숙(서울시 감염병연구센터장)은 “한국에서는 1970년 초반 자취를 감췄고 서울에서는 2008년 이후 빈대 발생 보고가 없었다”고 말했다. 양영철(을지대학교 교수)은 “국내 출몰하는 빈대는 이미 살충제에 대한 저항성을 가진 빈대이기 때문에 가정용 살충제에도 잘 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경향신문은 “쪽방촌의 빈대는 주거 복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자동 쪽방촌에 빈대가 발견된 건 2020년 무렵이다. 최근 들어 논란이 되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퍼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 최은영(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주거 취약계층이 거주하는 시설에는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냥 쉰다”는 청년 68만 명.
-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라는 답변이 30%였다.
- 정작 현장에서는 사람을 못 구해서 난리다. 고용노동부 집계 미충원 인원이 지난해 9월 기준으로 19만 명에 이른다. 비어있는 일자리 94%가 300인 미만 중소기업 일자리다.
일본이 역대 최저 환율 방치하는 이유.
- 엔달러 환율이 150엔을 넘어 연말이면 155엔을 찍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엔화 가치가 33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 확실히 ‘엔저’의 장점이 있다. 디플레이션을 확실히 탈출하고 수출 경쟁력이 살아날 때까지 기다리는 전략이다.
- 일본의 국가 채무는 GDP의 263%에 이른다. 국채 이자 부담 때문에 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사정도 있다.
다르게 읽기.
13년 만에 수출 반등? 기저효과가 크다.
- 조선일보가 1면에 “수출 13개월 만에 웃었다”는 기사를 내걸었다. 방문규(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수출이 우리 경제의 상저하고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 10월 수출이 551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보다 5.1% 늘어났다. 수출이 늘고 수입이 줄면서 무역수지는 16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 6월부터 5개월 연속 ‘무역 흑자’ 기록이다.
- 지난해 워낙 수출이 안 좋았기 때문에 기저효과라고 보는 게 맞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반도체와 컴퓨터 시장만 회복됐다면 10월 기준 역대 최대 수출액을 기록했을 것”이라며 “상당히 견조한 수출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 허강(서강대 교수)은 “기저효과가 크고 아직은 불확실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조상현(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도 “반도체, 대중국 수출 등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은 것은 한숨 돌릴 상황이지만 호조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보기엔 이르다”고 지적했다.
오늘의 TMI.
많이 감는 것과 촘촘하게 감는 것의 차이.
- 한 학부모가 올린 커뮤니티 게시물이 화제가 됐다. 전류의 세기를 크게 하는 방법을 묻는 20점짜리 서술형 문제에 “코일을 촘촘하게 감는다”고 썼더니 0점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학교에서는 “교과서에 나온 대로 써야 정답”이라고 했다고 한다.
- 커뮤니티 발 이슈의 특성상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상황에서 몇 점을 줘야 하는지 궁금해했다.
- 조선일보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오답 처리가 맞다는 의견이 많았다. 많이 감는 것과 촘촘하게 감는 것은 다르다는 이야기다. 얼마나 많이 감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같은 횟수일 경우 촘촘하게 배열한다고 해서 전류가 강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법인 택시 절반이 쉰다.
- 택시 기사가 4년 동안 3분의 1이 줄었다. 기본요금을 올리고 심야 할증 시간을 늘렸지만 승객이 줄고 기사도 떠났다.
- 법인 택시 기사 수가 2019년 말 3만527명에서 올해 8월 기준으로 2만150명으로 줄었다. “남아있는 기사들 10명 가운데 7명이 환갑을 넘긴 노년층”이라는 한 택시회사 관계자의 말도 있다.
- 실제 운영하는 법인 택시 비율은 30% 안팎이란 말도 나온다.
술꾼 여성 늘었다.
- 남성은 소주 7잔(맥주 5캔), 여성은 5잔(맥주 3캔) 이상 마시는 걸 폭음이라고 본다. 여성이 알코올 분해 효소가 남성보다 50~70% 적다.
-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일주일에 두 번 이상 폭음하는 사람이 지난 10년 동안 남성은 25.1%에서 23.6%로 줄었는데 여성은 7.9%에서 8.9%로 늘었다. 특히 30대 여성의 고위험 음주율이 11.6%에서 13.2%로 뛰었다.
단풍 색깔이 이상하다.
- 9월 평균 최저기온이 19도를 기록했다. 1973년 이후 가장 높았다. 단풍이 들려면 최저 5도 이하로 내려가야 하는데 단풍이 들 온도와 시기를 놓쳤다는 분석이다.
-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주말까지 최저 기온이 10~18도 수준을 유지할 거라는 관측이다.
미국 25센트 동전 인물은 한국계 스테이스 박 밀번.
- 여성 장애인 인권운동가다. 서울에서 주한 미군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했다. 공립 교육 과정에 장애인 역사를 포함시키도록 했고 유색 인종과 저소득층을 위한 권리 증진 운동에 참여했다. 2020년 신장암으로 33세에 요절했다.
- ‘쿼터’라고 불리는 가장 많이 쓰는 동전에 들어갈 다섯 명의 새 화폐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밑줄 쳐 가며 읽은 칼럼.
새로운 논쟁과 충돌.
- 나석권(SK사회적가치연구원 원장)은 “모르고 지나쳤던 문제들을 이제는 ‘탄소감축’의 시각에서 새롭게 인식하고 균형의 묘수를 찾아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 가지 사례를 소개했다.
- 첫 번째 사례. 버려지는 의류가 해마다 9200만 톤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패스트패션 업체들이 모여 수선 서비스를 시작했다. 매출이 줄어들겠지만 소비자들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 두 번째 사례. 아일랜드에서는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인 소를 대량으로 살처분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20만 마리의 소를 없애면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5%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인데 어차피 줄어든 만큼 수입할 거라면 글로벌 차원에서 오히려 탄소 배출이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부딪혔다.
- 세 번째 사례. 영국에서는 과학자들이 심해 채굴을 중단하라는 성명을 냈다. 해저 개발 과정에서 퇴적층의 탄소가 방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과 결정적 차이.
- 노무현(전 대통령) 자서전에 행정수도 이전 관련 대목이다. “민주당 선대위 회의에서 반대하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서울과 수도권 표를 잃을 위험이 높아서 선거에 불리하다는 이유였다. 후보인 내가 고집을 부렸다. 대선은 승패도 중요하지만, 국가 발전에 꼭 필요한 의제를 국민에게 제출하는 기회라고 설득했다.”
- 박찬수(한겨레 대기자)는 “아무리 표가 중요해도 우리 사회가 나갈 방향과 엇갈리는 공약을 ‘승부수’란 이름으로 함부로 던지진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 노무현은 표를 잃을 걸 알면서도 밀어붙였다. 국민의힘은 표를 얻기 위해 졸속 공약을 던졌다. “노무현의 행정수도 이전과 비슷한 듯 보여도 결정적 차이가 여기서 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