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솔루션 슬로우뉴스 공동 기획] 산림의 땔감화, 이대로는 안 된다… 태우는 숲에서 저장하는 숲으로, 부석사 무량수전에는 1000년 전 탄소가 지금도 담겨 있다.
나라에서 나무를 심으라고 돈을 준다. 경제림을 만드는 비용의 90%, 숲을 가꾸는 비용의 100%가 세금이다.
그런데 그 숲을 베어내서 태우는 데도 돈을 준다. 한 해 9000억 원, 지금까지 나간 보조금이 4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게 재생 에너지로 분류하는 바이오매스의 실체다.

이게 왜 중요한가.
- 세 가지를 바로 잡아야 한다.
- 첫째, 바이오매스는 재생 에너지가 아니다.
- 둘째, 버려지는 산림 자원을 활용한다는 것은 거짓말이고,
- 셋째, 결국 정부 보조금 빼먹기 사업이다. 국민의 돈으로 나무를 잘라 탄소를 내뿜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 하나씩 살펴보자.

문제 1: 바이오매스는 재생 에너지가 아니다.
- 바이오매스 발전은 나무를 잘게 부숴 만든 목재 펠릿이나 칩을 태우는 발전 방식이다. 2024년 기준 국산 목재 펠릿과 칩 118만 톤과 수입산 399만 톤을 썼다.
- 바이오매스를 재생 에너지로 분류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나무는 베어도 다시 자라고 자라면서 탄소를 빨아들이니 탄소 중립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 그런데 베어낸 나무가 다시 자라기까지는 최소 수십 년에서 100년 이상 걸린다. 나무를 태울 때 한꺼번에 방출된 탄소를 다시 흡수하는 데에도 그 정도 시간이 걸린다.
- 게다가 나무는 에너지 밀도가 낮아 단위 전력 기준 화석연료보다 훨씬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한국의 바이오매스 발전소는 해마다 11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 지난 2022년, 과학자 750여 명이 한국과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 각국 정상에게 공개 서한을 보냈다. 숲을 베어 태우는 일은 석탄과 석유, 가스를 대체하더라도 수십 년에서 수백 년 동안 지구를 더 덥게 만든다는 절박한 호소였다.

문제 2: 손해 보는 나무 장사, 보조금으로 메워준다.
- ‘미이용 산림’ 바이오매스라는 실상과 다른 이름도 등장한다. 원래는 숲 가꾸기나 해충 방제 등으로 베어낸 나무 가운데 목재로 쓰지 못하는 잔가지나 부산물을 말하지만 현실은 적극적인 벌채가 절반이 넘는다.
- ‘미이용 물량’이라고 신고한 바이오매스의 87%가 ‘솎아베기’ 아니라 ‘모두 베기’였다는 사실도 충격적이다. 멀쩡한 나무를 통째로 잘라냈다는 이야기다. 바이오매스 용도로 벌채 허가를 받은 물량이 40%에 이른다.
- ‘미이용 산림’을 활용한다는 명분으로 보조금을 높여 받고 있지만 애초에 ‘미이용 산림’이 아닐 뿐더러 파격적인 보조금 덕분에 베지 않아도 될 나무를 베고 있다는 게 문제다.
- ‘자연과 공생 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바이오매스 연료용으로 나무가 167만 톤 가운데 보조금 없이 지속가능한 생산량은 9.2만 톤뿐이다. 잠재적 가용량의 세 배 수준이고 경제적 한계 생산량의 18배에 이른다.
- ‘자연과 공생 연구소’가 임산물 생산 모형의 경제성을 분석한 결과 정부 보조금을 제외한 바이오매스의 내부 수익률(IRR)은 -14%였다. 다 자라지 않은 나무를 베어내느라 수익성이 떨어지는데 부족한 부분을 정부 보조금으로 메우고 있다는 이야기다.

문제 3: 가짜 재생 에너지 부담, 결국 국민이 진다.
- 바이오매스 보조금은 결국 전기요금에서 나온다. 바이오매스 정산비용이 연간 9000억 원에 이른다. 결국 국민들 부담이다.
- 더러운 발전에 깨끗한 발전이 밀린다. 바이오매스가 대체하는 것은 석탄이 아니다. 가중치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제성이 떨어지는 태양광과 풍력 등 청정 재생 에너지가 밀려난다.
- 베어낸 나무의 65%가 펄프와 제지, 바이오매스 등 단기 산화 용도로 쓰였다. 앞당겨진 탄소 배출이 미래 세대에게 이른바 ‘탄소 빚’을 떠넘기는 셈이다.
보조금으로 숲을 태운다.
- 바이오매스가 이렇게 커진 건 크게 두 가지 정책 때문이다. 나무를 베는 단계에서부터 태워 발전하는 단계까지 보조금이 깔려 있어, 악순환이 맞물렸다.
- 첫째, 나무를 빨리 베고 다시 심을수록 보조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윤여창(서울대 교수)은 “조림 보조금 때문에 경제적 벌기령이 100년에서 40년으로 짧아졌다”고 지적했다. 1987년 산림 녹화가 끝났다고 선언한 뒤에도 보조금이 그대로 남아서 더 자랄 수 있는 나무를 잘라내는 역설적인 상황을 만들고 있다. 유럽은 벌채 주기가 80~100년이고, 일본은 60년 이상 장벌기에 솎아베기를 결합한다.
- 둘째, 베어낸 어린 나무는 발전소에서 다시 보상받는다. 바이오매스 발전은 기존 석탄화력 발전소를 거의 그대로 쓸 수 있어 진입 장벽도 낮다. 그런데 정부가 미이용 산림 바이오매스 발전에 재생 에너지 공급 인증서(REC) 가중치를 높게 잡아주면서 추가로 보조금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나무만 태우는 전소 발전은 2.0, 석탄과 섞어 태우는 혼소 발전은 1.5의 가중치를 받아 왔다. 태양광이나 육상 풍력보다 높은 수준의 지원이다.
- 한쪽으로는 세금을 부어 숲을 만들고, 다른 쪽으로는 그 숲을 태우라고 또 돈을 준다. 존재할 이유가 없던 산업이 보조금으로 계속 성장하고 있다.
용어 설명: RPS와 REC, 그리고 가중치.
– 500MW 이상 대형 발전사업자는 전체 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신재생 에너지로 채워야 할 의무를 진다. RPS(Renewable Portfolio Standard) 의무를 채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 첫째, 직접 신재생 발전을 하거나(자체 조달) 둘째, 인증서를 사서 막을 수 있는데(외부 조달) 연간 거래하는 인증서가 2022년 기준으로 6200만 장(추정) 수준이다.
– 인증서는 1장에 13만 원이 넘을 때도 있었지만 3만 원 밑으로 떨어졌다가 2023년부터 7만 원 수준에서 안정된 상황이다. 2022년 기준으로 태양광과 바이오매스에 각각 3490만 장과 1220만 장의 인증서를 발급했다.
– 재생 에너지 사업자는 1MWh의 전기를 만들면 인증서 1장을 받는다. 전기를 팔아 매출을 만들고 인증서를 팔아 추가로 매출을 만들 수있다.
– 그런데 바이오매스 발전에 2.0의 가중치를 주면 똑같이 1MWh의 전기를 만들어도 바이오매스 사업자는 두 장(14만 원)을 받게 된다.
놔두면 탄소 저장 장치, 태우면 탄소 폭탄.
- 부석사 무량수전에는 1000년 전에 베어낸 나무의 탄소가 지금도 담겨 있다.
- 나무를 태우면 탄소가 하늘로 날아가지만 집이나 가구를 만들면 탄소를 가둬둘 수 있다. 건축재나 가구처럼 오래 쓰는 물건으로 쓰고, 마지막 단계에 못 쓰는 나무를 태우는 게 순서다.
- 2024년 기준 장수명 건축재나 패널로 쓰는 나무는 35%뿐이다. 지금 태우는 나무의 절반만 건축재나 패널로 돌려도 2044년까지 8000만 톤(이산화탄소)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른 나라는? 덜 태우는 방향으로 간다.
- 호주는 2022년에 이미 자국의 자연림으로 만든 바이오매스를 재생에너지에서 제외했다.
- 세계 최대 바이오매스 발전소 드랙스(Drax)를 보유한 영국은 2027년부터 바이오매스 보조금을 절반으로 줄이기로 결정했다.
- EU는 바이오에너지에 대해 점차 엄격한 지속가능성 기준을 적용해 왔다. EU의 재생에너지지침(RED)은 바이오에너지가 재생에너지로 인정받으려면 전 과정 온실가스 배출량, 산림파괴 정도, 생물다양성 영향 같은 내용을 종합해서 평가하도록 규정한다.
- 네덜란드는 2022년 12월, 모든 신규 바이오매스 발전소에 보조금을 중단했다.
- 네덜란드에서는 바이오매스 발전소 건설이 중단된 사례도 있다. 에너지 기업 바텐폴이 3.9억 유로의 보조금을 받아 암스테르담 외곽에 120MW 규모의 목재 펠릿 발전소를 지을 계획이었는데 30만 명 이상 시민들의 청원과 소송으로 뒤집었다.
반론과 반박, 그리고 현실.
- 이성진(산림청 목재산업과장)은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보전할 숲은 지키고, 쓸 숲은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나무의 18%만 베어 쓰는데 OECD 주요국은 62.5%를 쓴다. 화석 연료를 태우느니 나무를 태우는 게 낫다는 주장도 나온다. “화석연료는 한번 태우면 탄소가 돌아오는 데 1만 년이 걸리지만, 나무는 수십 년이면 다시 자란다”는 논리다.
- 임두리(기후솔루션 산림팀 변호사)는 “정부가 신규 목질계 바이오매스 발전설비에 대해 인증서를 폐지하고, 수입산 목재펠릿에 대한 지원도 단계적으로 일몰하기로 한 것은 분명 환영할 만한 변화였지만 10개월 뒤 개정된 지침에는 기존사업자 부담 완화를 명분으로 특례가 줄줄이 붙었다”고 지적했다.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로 생산한 전력량의 일정 비율에 대해 수입산 연료의 가중치도 종전처럼 인정해주기로 했고, 혼소 설비를 전소로 전환하면 운전 연차를 10년씩 차감해 지급기간을 늘려줬다. 건설 중인 설비의 가중치 조정도 유예됐다. “결국 당초 정부 발표 취지와는 다르게 바이오매스 발전 총량이 줄어드는 속도는 더뎌지고, 국내 산림을 연료로 쓰려는 유인은 더 커졌다”고 비판했다.
- 윤여창(서울대 교수)은 “흡수보다 저장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린 숲은 빨리 자라지만 생태계 기능은 나이든 숲보다 못하다”는 이야기다.
- “조림 보조금을 주면 경제적 벌기령이 100년에서 40년으로 짧아진다. 보조금을 없애면 100년으로 늘어난다. 녹화가 완성됐는데도 보조금 법률을 고치지 않고 70년을 그대로 뒀다. 이것은 국회의 잘못이다.”
- 최태형(그린피스 캠페이너)은 “숲을 지키는 데 주는 돈은 연 40억 원인데, 태우는 데 주는 돈은 9000억 원”이라면서 “9000억 원이면 200년 동안 숲을 지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양우근(기후에너지환경부 폐자원에너지 과장)은 “이제는 활성화 일변도가 아니라, 적정 규모의 재생에너지라는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 우석중(기후에너지환경부 재생에너지정책과 서기관)은 “바이오매스는 과거 RPS에서 가중치가 가장 많이 변동된 분야라 그만큼 이해관계자가 많다”면서 “기존 설비는 20년 동안 수익을 보전하도록 세팅돼 있어, 어떻게 페이드아웃할지가 숙제”라고 말했다.
태우는 숲을 저장하는 숲으로 만드는 세 가지 해법.
- ‘자연과 공생 연구소’와 기후솔루션은 질문을 [얼마나 더 공급할 것인가]에서 [무엇을, 어떤 순서로, 누구의 부담과 편익을 고려해 쓸 것인가]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솔루션이 제안하는 세 가지 해법은 다음과 같다.
- 첫째, 태우는 데 쏠린 지원을 거둬들인다. 신규 발전 REC 폐지 방침을 확고히 이행하고, 기존 설비에 대한 지원도 일몰 로드맵에 따라 미루지 말고 거둬들여야 한다.
- 둘째, 나무는 최대한 오래 쓰고, 맨 마지막에 태워야 한다. 건축재·구조재로 먼저 쓰고, 재사용·재활용을 거쳐 마지막에야 태우는 카스케이딩(Cascading) 원칙을 제도화해야 한다.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도 진짜 부산물만으로 정의를 좁혀 연료용 벌채와 원목 혼입을 막고, 그 생산·이용을 생태적으로 지속가능 상한 안에서 다시 설계해야 한다.
- 셋째, 숲을 베고 태우던 돈을 숲과 지역을 지키는 데 쓴다. 바이오매스에 쓰이던 재원은 장기 산림경영과 숲의 공익 기능, 그리고 산림에 의존하는 지역사회의 전환을 지원하는 쪽으로 돌려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