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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이 글은 버즈피드와 저작권을 다루고 있습니다. 주요 사례는 2013년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읽다 보면 2014년, 2015년 미국에서 멀리 떨어진 한국의 다른 서비스들이 생각날 수도 있습니다. 닮은 점들이 절묘하게 그리고 놀랍게도 많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데자뷔입니다. 이 글은 버즈피드에 관한 글입니다. (필자)

1. 버즈피드의 세 가지 변명
2. 대표적인 논란 사례 4선
3. 훔치고 지우고 성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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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저작권 논란에 대한 버즈피드의 변명과 대표적인 저작권 침해 논란들을 살펴봤습니다. 이제 버즈피드로 대표되는 디지털 미디어의 저작권 논란이 지금 우리에게 의미하는 것들에 관해 찬찬히 생각해볼 시간입니다.

훔치기: 인터넷과 소셜을 너무(?) 잘 아는 기업

버즈피드는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를 매우 잘 아는 기업임이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들이 여기저기 검색도 잘하고, 여러 컨텐츠를 재조합하기도 잘하는 사람들이라고 짐작합니다. 그들은 레딧, 텀블러, 핀터레스트 등을 뒤지고 뒤져서 사람들이 클릭하기 좋게, 떠들기 좋게 가공해 냅니다. 그리고는 그중 몇몇 사례를 다시 추려서 자신들이 가치있는 일을 한다고 말합니다.

슬레이트는 버즈피드의 놀라운 리스티클(목록형 기사) 상당수가 레딧 이용자들에게서 나온 것으로 추정합니다. 버즈피드의 놀라운 큐레이션 능력이라 생각되는 것들이 단어나 제목만 살짝 바꾼 정도에 불과할 수 있다는 거죠. 실제로 조나 페레티는 버즈피드의 많은 에디터가 포챈과 레딧에서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궁리를 한다고 말합니다.

누군가는 그걸 “변용”이라 부를 수 없을 거라 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인터넷 긱의 끊임없는 탐구와 연구의 결과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다른 사람들의 작은 아이디어와 인터넷 자산(사진, 글, 경구, 밈 등등)을 발판 삼아 조회수를 끌어모으는데 성공했습니다.

지우기: 출처 (의도적으로) 지워버리기 

다만 그들은 여전히 그들의 아이디어 출처에 대해 제대로 공개하고 있지 않습니다. 가요나 팝송의 리메이크를 생각해 보세요. 기존 곡에서 핵심 멜로디를 가져다 새로운 곡을 쓰면 새로운 곡의 작곡자 난에는 원곡 작곡자 이름이 들어갑니다. 그게 시작이었으니까요. 논문을 쓰면 출처를 밝힙니다. 누군가에게 들은 말을 다른 이에게 전할 때 마치 자신이 처음부터 생각한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은 드물죠.

심지어 버즈피드는 사진 출처마저도 맥락을 알 수 없는 곳으로만 선택해서 건다고 의심받을 정도입니다. 대표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죠.

“매우 적절한 조언 30가지”(30 Very Sound Pieces Of Advice)란 리스티클이 있습니다. 단순 이미지로만 구성된 이 리스티클에 이용된 이미지들은 위에서 말한 대로 슬레이트의 필자가 대부분 레딧에서 찾으면 나오는 것들의 예로 든 것입니다.

버즈피드의 출처 표시 예

그중에 6번은 출처가 텀블러입니다. 책을 찍은 거로 보이는데, 텀블러를 출처로 걸다니(…) 일단 그건 차치하죠. 링크를 텀블러 해당 게시물로 건 게 아니라 이미지 파일로 바로 겁니다. 즉, 저 사진을 올린 사람의 원래 맥락은 아예 지워버릴뿐더러 저 사진을 올린 사람의 텀블러도 알 길이 없습니다. 그냥 알맹이만 빼먹겠다는 걸까요?

버즈피드의 출처 표시 예

8번은 출처를 임거(Imgur)로 걸었습니다. 세서미 스트리트면 방송사 PBS로 걸어줘야 하겠지만, 역시 넘어가죠. 역시 임거의 이미지 파일에 바로 링크를 걸었습니다. 사실 이 임거 역시 이미지를 업로드하면서 글도 쓸 수 있고, 댓글도 달 수 있는 커뮤니티의 기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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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 이미지 파일의 임거의 포스팅 페이지로 가서 소스(source)를 선택해 보면 저 사진을 올린 사람이 레딧 이용자임을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임거의 포스팅 페이지에도 댓글이 90개나 달렸어요. 버즈피드는 매우 자주 이런 걸 싹 무시합니다.

비슷한 예를 하나만 더 들죠.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실수 14가지”(14 Mistakes That Really Should Never Have Happened)에서도 9번 이미지의 링크를 이미지로 직접 걸었는데, 이건 사실 “You Had One Job!” compilation이라는 레딧 이용자의 글에서 잘라낸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같은 맥락의 조크, 버즈피드 편집자들이 상주한다는 레딧 이용자의 글, 그리고 버즈피드의 글이 약 2개월 정도 늦군요.

성공하기: 나는 (독보적으로) 뛰어나다 

인터넷에서 찾은 정보인 걸 뻔히 알고, 레딧이나 포챈, 텀블러 등의 커뮤니티, 블로그에서 얻은 정보임을 뻔히 알 것 같은데 이들은 다른 이들의 출처를 지키는 척하면서 사실은 그 맥락과 원출처를 깡그리 날려버립니다.

인터넷에 이미지 파일이 자동으로 업로딩되는 건 아닐 겁니다. 분명히 누군가가 업로드하고, 누군가가 사진을 찍은 거고, 누군가가 아이디어를 만들어 올립니다. 사람(원작자)의 땀과 노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조나 페레티는 인터넷에서 모든 파일의 주인을 아는 건 어렵다고 말합니다. 그런 후 수많은 인터넷의 정보 속에서 원본의 맥락을 알 수 없도록 몇 개씩만 뽑아서 재구성합니다. 기존의 가치를 없애고 자신이 가치를 더했다고 말합니다.

선(先) 트래픽, 후(後) 가치 창출 

누군가는 버즈피드도 저렇게 컸는데 왜 다른 서비스는 안 되는 거냐며 묻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안 되긴요. 열심히 베끼고 티끌 모아 성공하면 되겠죠. 그게 큐레이션 서비스인지, 가벼운 일상 속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서비스인지는 알 수 없지만요.

이미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네이버에서 뉴스 어뷰징이 넘쳐나고, 클릭 낚시질은 미디어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려해야만 할 것 같은 시대의 상식이 되어버렸습니다. 대중은 그런 걸 따지지 않으니 신경 쓰는 사람이 바보인 세상입니다.

결국, 버즈피드는 트래픽을 먹을 만큼 먹고 나서 여러 저작권자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제 백악관에도 입성했습니다. 뉴스는 놀라운 가치를 지녔다면서 자체 뉴스룸을 강화합니다. 물론 정치나 진중한 글은 천하의 버즈피드라도 처음엔 힘들 수 있습니다.

공유수가 2인 글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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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버즈피드가 미디어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고도 합니다. 저도 버즈피드가 철저히 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하고, A부터 Z까지 버티컬(소재 특화)로 모든 걸 만들어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노력에는 배워야 할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슬로우뉴스는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에서 버즈피드 CEO 조나 페레티가 발표한 ‘버즈피드의 교훈'(Lessons from BuzzFeed)이라는 강연을 번역해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동물 사진을 살포하고, 가벼운 이야기가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거라며 연예인 이야기를 낚시 제목을 곁들여 자주 하고, 리스티클이 과학적으로 시선을 끌기 때문에 리스티클을 제작하며, 오리지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원작자에 대한 존중은 개한테나 줘버려야 살아남는다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미디어의 미래가 어둡다고 한다면, 그건 참 슬픈 일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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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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