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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조선일보는 3인 혼성 절도단이 성매매를 원하는 50대 남성을 유인한 후 협박해 돈을 뜯어낸 사건을 보도하면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그의 딸 등의 모습이 묘사된 삽화를 사용했다. 언론인권센터는 조선일보의 조국 부녀 삽화 사용을 강력히 규탄하며, 한국 언론사의 기사 삽화 사용에 있어서 윤리적 고려가 시급하다.

조선일보가 송고한 ‘”먼저 씻으세요” 성매매 유인해 지갑 털어’라는 기사에서 조국 부녀의 삽화를 사용한 것은 언론 윤리적·인권적 측면에서도 잘못이다. 언론은 자신들이 가진 영향력을 고려해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 개인에 관해 객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이번 사건에서 특정 인물이 연상될 수 있는 삽화를 범죄 기사에 사용했다. 객관성을 저버리고 당사자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씌운 것이다.

비판이 이어지자 조선일보는 사과문을 내놓았다. “담당 기자가 일러스트레이션 목록에서 여성 1명, 남성 3명의 구성만 보고 골랐다”며 다른 의도가 없었음을 해명했다. 그러나 삽화의 내용과 기사 내용이 연결되는 부분이 전혀 없어 ‘의도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의 사과문
부적절한 삽화 사용에 관한 조선일보의 사과문
왜 유독 특정인에게 반복해서 '사과'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까. 합리적인 추론, 한번은 실수지만, 두 번은 고의다.
작년(2020년) 8월의 사과문. 왜 유독 특정인(의 가족)에게 반복해서 ‘사과’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까. 합리적인 추론은 이렇다. 한 번이라면 실수일 수 있지만, 반복된다면 그건 악의고, 고의다. 

심지어 조선일보의 관련 없는 삽화 사용은 한 번이 아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3월 4일 자 정진홍 컬처 엔지니어의 기고문 ‘문재인 대통령과 거리두기’에 사용되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삽화는 관련 없는 기사에 여러 차례 쓰였다. 조선일보는 빠르게 사과했지만, 어떤 과정으로 해당 삽화가 쓰이게 됐는지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

  • [조선일보] ‘산 속에서 3000여 명 모임 의혹 인터콥 경찰 고발됐다'(2020.09.16)
  • [조선일보]’간 큰 제약사 공장장…가짜 마스크 7000장 경찰에 팔아'(2010.10.03),
  • [조선일보]’마스크 팔아주겠다 2억 가로채…경찰·법원 공무원 사기 혐의 조사'(2021.02.15.)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특정 인물을 유추할 수 있는 삽화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기자, 데스크 그 어느 곳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처음 삽화를 선택한 기자도, 이후에 기사가 송고되는 과정에서 편집국 데스크의 관리 감독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24일 불거진 문 대통령 삽화 논란에서도 관리 감독의 부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조선닷컴은 조국 부녀의 삽화를 쓴 기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삽화를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으며 혼란과 오해를 드린 점을 사과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다른 기자도 해당 삽화를 재활용했으며, 이 삽화는 여전히 남아있다. 사과문에서 ‘철저하게 관리하겠다’고 말한 게 벌써 무색해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영향력 있는 언론사에 속한다는 조선일보에서 삽화로 인해 연달아 사과를 하는 이 상황을 내부적으로 매우 부끄럽게 여기고 편집국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뼈저린 반성과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할 일이다. 지금 이와 같은 상황에서 시민들은 조선일보를 언론으로 보지 않는다.

이번 조선일보 삽화 논란이 한국 언론사가 기사 삽화 사용 과정을 돌이켜보는 일로 이어지길 바란다. 현재 중앙지, 지방지, 인터넷 언론사 등 어떤 언론사도 삽화 관련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중에서도 큰 영향력을 가지는 중앙지(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한국일보 등)에서 삽화 사용에 있어서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

조선일보는 현재 우리나라 신문 중 판매 부수가 제일 많다. 영향력이 큰 언론사인 조선일보가 의도가 훤히 보이는 반윤리적인 행위를 지속해서 자행한 것은 지라시 수준으로 전락한 것이다. 언론인권센터는 조선일보의 이 같은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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