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리포트(1월 28일)에서는 미국 저널리즘 미디어 기업의 직원 해고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해당 기업은 버즈피드, 버라이즌 미디어(허핑턴포스트 등), 개닛(USA Today 등), 컨데나스트입니다. 여기에 2월 1일 바이스(Vice)가 인력의 10%를 감축한다는 소식도 추가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저널리즘 비즈니스의 저주
그 중에서도 디지털 저널리즘의 대표주자 버즈피드의 직원 해고 소식은, 그 실험의 한계를 지적하는 다양한 글과 주장이 쏟아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종이와 방송 전파에 기초한 전통 저널리즘의 비즈니스 또는 경제성이 소멸하는 과정에서 버즈피드 직원 해고 소식은 저널리즘 비즈니스의 또 다른 한계 또는 저주를 환기(?)시키는 계기가 된 듯 합니다.
버즈피드를 둘러싼 비즈니스로서 디지털 저널리즘 논쟁을 살펴보기 위해 몇가지 사실을 확인하겠습니다. 우선 매출 규모입니다.[footnote]참고 자료는 아래 두 글입니다.
- Digital Media: What Went Wrong (New York Times)
- For BuzzFeed’s business, revenue growth but more competition and pressure to diversify (Digiday)
[/footnote]
복스 미디어(Vox Media)의 2018년 매출은 2017년 대비 20% 성장했고, 엑시어스(Axios)는 2배 이상 매출 성장을 기록했고, 2018년 버즈피드의 매출 또한 전년 대비 약 15% 증가했습니다. 버즈피드는 2018년 약 1,500명 직원 규모에서 약 3억 달러의 매출을 이뤄냈습니다. 직원 1인당 20만 달러의 매출 꼴입니다. 참고로 2018년 2월 공표한 버즈피드의 매출 목표는 3억 5천만 달러였습니다.
매출 구조도 네이티브 광고 의존도를 (자의든 타의든) 줄였습니다. 버즈피드 뉴스가 넷플릭스와 훌루에 공급을 시작했고, 버즈피드는 테이스티(Tasty)와 굿풀(Goodful)을 중심으로 약 5천만 달러의 ‘커머스’ 매출을 2018년 이뤄냈습니다. 5천만 달러…. 버즈피드 대표 조나 페레티(Jonah Peretti)가 2018년 2월에 공표한 커머스 매출 비중을 전체 매출 중 3분의 1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목표와는 크게 동떨어진 수치입니다.
요약하면, 매출은 성장(15%)했지만, 목표치(3억5천만 달러)에는 도달하지 못했고, 버즈피드의 매출 구조는 다변화를 꾀했지만, 만족할만한 성과를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더 압축적으로 요약하면, 버즈피드는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나쁘지는 않으나 ‘성장 모드(growth mode)’가 아닌 상태입니다.
참고로 버즈피드의 직원 해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8년 초, 버즈피드는 2017년 매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자 약 6% 규모(100명)의 직원을 해고했습니다. 한편 2019년에 단행될 버즈피드 직원 해고(총 15%)의 영역은 아래와 같습니다. 해고는 비용 절감이라는 목표를 따르지만, 그 영역을 보면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참고: Digiday).
- 버즈피드 오리지널스(Buzzfeed Originals) 40% 감축: 시리즈 형식의 영상을 생산하는 조직입니다.
- 버즈피드 뉴스(BuzzFeed News) 20% 감축: 저널리즘 조직입니다.
- 버즈피드 뉴스 멕시코(BuzzFeed News Mexico), 버즈피드 뉴스 스페인(BuzzFeed News Spain) 100% 해고: 멕시코, 스페인 뉴스 부서는 완전히 사라집니다.
- 버즈피드 UK(Buzzfeed UK) 50% 감축.
- 버즈피드 호주(Buzzfeed Australia) 40% 감축.
요약하면, 영상과 글 기사 등 콘텐츠 생산 인력과 해외 인력의 감축입니다. 2019년 버즈피드는 아마도 테이스티(Tasty), 굿풀(Goodful) 등 버티컬 브랜드(vertical brands)를 강화하고, 이에 기반한 커머스 매출 등 매출 구조 다변화를 꾀할 것으로 보입니다.
버즈피드 교훈
버즈피드 사례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 역시 벤 톰슨입니다. 2015년 버즈피드를 극찬했던 벤 톰슨이 스스로 자신을 반성하는 글인 “The BuzzFeed Lesson”을 1월 28일 공개했습니다. 정말 훌륭한 글이지만, 긴 글이고 선지식도 필요합니다. 여기서 압축적으로 (제 생각을 섞어서) 요약하겠습니다.
- (강정수) 플랫폼이 대다수 개별 시장 영역에서 ‘지배적 형식’으로 발전한다면, 해당 시장영역에서 개별 (공급) 기업은 플랫폼 사업자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지 논쟁적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플랫폼 기업으로부터 개별 (공급) 기업은 무엇을 기대할 수 있고, 무엇을 기대해서는 안되는지 구별하는 일은 개별 (공급) 기업의 전략 수립에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 벤 톰슨의 글은 플랫폼 기업과 개별 공급 기업의 상호 관계의 변화를 설명합니다. 그의 글에서 플랫폼 기업은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입니다. 개별 공급 기업은 페이스북의 경우 버즈피드 등 퍼블리셔(publisher)이며, 아마존의 경우 오픈 마켓의 개별 판매자입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페이스북 등 플랫폼 사업자에 버즈피드와 같은 개별 공급 기업이 가진 전략적 의미가 이들 플랫폼의 지배력이 강화할수록 변합니다.
- 다시말해 페이스북 뉴스피드 초반에 버즈피드 등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콘텐츠를 공급하는 기업의 역할은 기업 페이스북에 중요합니다. 그러나 페이스북 개별 이용자가 스스로 버즈피드 등 페이스북 외부 콘텐츠를 뉴스피드에 적극적으로 공유하기 시작하고, 이용자 스스로 자신의 사진, 동영상, 생각 등을 포스팅하는 비율이 증가할 때, 버즈피드는 페이스북 플랫폼 입장에서 볼 때 언제든지 대체 가능합니다.
- 벤 톰슨은 이 현상을 가치사슬(value chain) 이론의 원자재화(Commoditization)로 설명합니다. (강정수: (작은 소리로) 아멘!) 예를 들어, 데스크탑 PC의 경우 인텔 등 칩 공급자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OS 공급자가 PC 판매 수익의 대부분을 가져갑니다. 데스크탑 PC를 조립하는 기업은 상대적으로 볼 때 큰 돈을 벌지 못합니다. 페이스북 초기의 버즈피드가 인텔에 해당되고, PC 조립 기업이 페이스북입니다.
- 그런데 아이폰의 경우는 다릅니다. 아이폰 초기에는 칩 공급자가 가치사슬에서 차지하는 수익 배분 비율이 높았습니다. OS 대부분을 직접 개발 및 진화시키는 애플 입장에서 칩 공급자가 가져가는 수익이 지나치게 큽니다. 애플은 칩 공급선을 다변화시키거나 또는 직접 생산에 뛰어듭니다. 칩 공급자의 원자재화(Commoditization)가 발생합니다. 이 때 가치 사슬의 구성을 조정할 수 있는 애플의 수익은 크게 증가하고, (원자재) 공급자의 수익은 상대적으로 감소합니다. 페이스북의 광고 수익은 크게 증가하고, 버즈피드가 나눠 가질 수 있는 광고 매출은 상대적으로 감소합니다.
- (강정수) 원자재화(Commoditization)에서 ‘원자재’를 값싼 ‘대중재’로 이해하면 안 됩니다. 가치사슬에서 ‘대체 가능한 공급자의 공급’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 벤 톰슨은 페이스북에서 콘텐츠 공급자의 경우 ‘완전한 원자재화(Complete Commoditization)’가 발생했다고 주장합니다. 버즈피드는 페이스북 뉴스 피드에서 수많은 이용자를 포함해서 다수 공급자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기업 페이스북의 제 1 목표는 페이스북 뉴스 피드를 통한 ‘광고 수익’ 극대화입니다. 여기서 페이스북이 버즈피드를 배려할 이유가 없습니다.
- (강정수) 2018년 페이스북이 다양한 스캔들로 큰 도전을 받았고, 페이스북 페이지의 자연 도달율은 극단적으로 축소되었지만, 기업 페이스북의 광고 매출은 크게 성장했습니다(참조: 페이스북 2018년 재무 보고서).
- 벤 톰슨 글의 핵심 문장:
“플랫폼 사업자의 지배력이 강화할수록, 개별 공급 기업의 힘은 더욱 약화된다. 그런데 개별 공급 기업이 자선 사업하는 것은 아니잖아!”
“The more dominant an aggregator the more powerless the supply, and none of these companies are in the charity business.”
- 요약: ‘성공한’ 플랫폼 사업자는 ‘완전한’ 원자재화가 발생한 영역의 개별 공급 기업을 배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페이스북이 2018년 뉴스피드 알고리즘을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자에게 분리하게 조정해도 기업 페이스북이 받은 손해는 없고,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콘텐츠를 공급해 온 기업은 치명적인 손해를 겪습니다.
- (강정수) 잊지 마셔할 부분은 ‘성공한’과 ‘완전한’이라는 조건입니다. 이 조건이 형성되기 전까지 플랫폼 기업은 (콘텐츠) 공급 기업에 적극적으로 구애합니다.
- 벤 톰슨은 구글 Answer Box, 아마존 Marketplace, 애플 앱스토어를 추가적 예로 설명하지만, 여기서는 생략합니다.
대안: 미래는 틈새시장(niche)이다!
완전한 원자재화(Complete Commoditization)가 페이스북에서 발생했다면, 콘텐츠 공급자의 올바른 선택지는 무엇일까요? 이와 관련해서 벤 톰슨은 1월 29일 Daily Update를 통해 매우 의미있는 주장을 합니다. 이 Daily Update는 유료입니다. 벤 톰슨은 1월 28일 “The BuzzFeed Lesson”이라는 무료 글을 발행하고, 독자들에게 “그럼 대안은 뭐지?”라는 궁금증을 유발시켜 놓고, 1월 29일 “BuzzFeed Followup, The Future is Niche, Atlassian and Bing”이라는 글을 유료로 발행합니다. 참으로 얄밉습니다. 저는 무료로 요약하겠습니다(^^).
참고로 벤 톰슨의 1월 29일 (유료) 글은 페이스북 등 강력한 플랫폼이 여전히(!?) 콘텐츠 유통에서 큰 장점을 제공한다고 생각하시는 분(저도 여기에 속합니다)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 버즈피드는 망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성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중심의 성장 전략을 버리고 있을 뿐입니다.
- (강정수) 페이스북 없는 버즈피드? 존재 불가입니다.
- 그러나 페이스북 등 ‘성공한’ 플랫폼과 확실하게 거리를 두어야 합니다.
- (강정수) “페이스북, 있으면 유통에 도움이 되지” 정도의 전략적 의미입니다.
- 벤 톰슨: “인터넷에서는 종이신문의 성공 방정식과 정확히 반대되는 방정식을 따라야 한다.”[footnote]“On the Internet, though, success comes from being narrow while reaching the whole world. It is the exact opposite.”[/footnote]
- 인터넷에서 이른바 대중 매체(broad-based general interest publications)는 뉴욕타임즈처럼 ‘강력한’ 브랜드와 구독 매력을 가지고 있을 때만 가능합니다. (강정수: ‘강력한’을 잊으면 안됩니다.)
- 벤 톰슨은 “버티컬 미디어(narrowly focused publications)”와 이와 결합한 “뾰족하게 구별지을 수 있는 수익 구조 다변화 전략(multi-pronged monetization strategies)”의 시장 가능성을 설명합니다. (강정수: (큰 소리로) 아멘!)
- (강정수) 추상적 주장으로 다가오시죠? 2019년 2월 또는 3월에 이를 실현하고자 하는 한국의 프로젝트를 소개하겠습니다.
- 벤 톰슨은 한마디 더 합니다. “저널리즘 미디어가 벤처캐피탈 투자 받아 성공하는 모델은 이제 끝났습니다.”[footnote]“Venture capital style funding simply doesn’t make sense for publications.”[/footnote]
- (강정수) 저널리즘 미디어 스타트업을 육성 및 투자하는 Matter라는 미국 기업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73개의 미디어 스타트업에 투자했습니다. 투자 기금 형식으로 Matter에 참여한 기업은 뉴욕타임즈, 트리뷴 미디어, AP, 나이트 파운데이션, 구글 뉴스 이니셔티브(GNI) 등입니다. Matter가 2019년부터 당분간(?) 휴식기에 들어갑니다(그 이유를 밝힌 글). 메디아티도 유사한 조정 기간을 시작할 예정입니다(다른 글을 통해 그 배경을 설명하겠습니다.).
끝으로 이성규의 “엑시오스 성과가 뉴스 스타트업에 주는 교훈”을 추천합니다.
2월 11일 발행할 다음 글에선 이 글에 담지 못했던, 아마존, 넷플릭스, 모빌리티 이야기를 담아내겠습니다.
[divide style=”2″]
[box type=”info”]
강정수의 디지털 경제 브리핑
강정수 박사가 바라보는 전 세계 디지털 경제의 풍경을 독자에게 전합니다. 이 연재물의 원문(초안)은 ‘디지털 이코노미’의 ‘이메일링 서비스’를 통해서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 인스타그램의 미래, 테슬라의 생존 가능성
- DHL의 오판, 아마존의 배송 혁명
- 2018년 노벨경제학상과 아마존 규제 논리
- 자율주행, 기술의 진보인가 시장의 확장인가
- 우버의 기업공개, 우버의 경제학
- 전기자동차가 가져올 변화
- 웨이모와 안드로이드: 구글의 시장 지배 가능성
- “바보야, 문제는 소프트웨어야!”: 눈앞에 전기차, 저 멀리 수소차
- 2018 미디어 시장 회고, 그리고 희망은 계획이 아니다
- 미세먼지 특수, 유튜브 수익모델의 진화, 탈내연기관 가속화
- 전기차의 ‘시장 재편’ 조건
- 페북이 ‘웃동’ 실험(LOL) 하는 이유
- 페이스북과 이별해야 하는 이유
- 유튜브처럼 성장하려면? 창작자 보상체계가 중요!
- 아마존,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다
- 테슬라발 자동차 시장 재편
- 미 해군처럼 생각하지 않기!
[/box]
첫 댓글
댓글이 닫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