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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opcap font=”arial” fontsize=”44″]구글의 웨이모[/dropcap]가 2018년 12월부터 자율주행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블룸버그 보도가 (한국) 언론의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11월 13일) 블룸버그 보도와 지난 8월 1일 자 블룸버그 보도를 좀 더 꼼꼼하게 분석하면, 구글의 자율주행 서비스가 가져올 빅뱅을 예측해 볼 수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구글의 자율주행 서비스는 아이폰 출시와 유사한 미디어 효과를 낳을 것이며 동시에 안드로이드 운영체계에 기반한 삼성전자 갤럭시의 성장과 유사한 시장 현상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피닉스 로봇택시 시범 서비스에 400명의 지역 주민이 참여해 왔습니다. 이들 400명은 지금까지 정보 비공개 계약(“non-disclosure agreements”)을 맺고 있었는데, 이 계약 조건이 이번 12월에 만료됩니다. 이는 로봇택시 이용자가 인스타그램 셀피 또는 유튜브 동영상 등을 마음대로 촬영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2018년 12월부터 2019년 1월 사이에 기자가 동석한 이른바 ‘로봇택시 시승기’가 쏟아져 나올 것입니다. 아마도 한국 언론을 비롯 전 세계 언론이 생생한 시승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미국 피닉스에 기자를 파견할 것입니다.

로봇택시 서비스의 새로운 브랜드

11월 13일 블룸버그 보도를 통해 알게된 첫 번째 흥미로운 점은 12월에 시작하는 로봇 택시 서비스의 이름은 ‘웨이모’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블룸버그는 웨이모가 새로운 브랜드(“new brand”)로 우버 및 리프트와 직접 경쟁(“compete directly”)할 것이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브랜드 이름은 서비스의 공식 시작과 함께 공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구글이 새로운 브랜드 이름으로 로봇택시 서비스를 시작하는 이유는 아래의 세 가지로 추론할 수 있습니다.

1. (자율주행) 기술과 (로봇택시) 서비스 분리 

자율주행 기술 및 운영체계(웨이모)와 자율주행 서비스(예: 로봇택시)의 분리를 통해 복수의 로봇택시 ‘브랜드’가 탄생할 수 있습니다. 동일한 구글 웨이모 자율주행 기술을 이용하는 미국 피닉스의 로봇택시 서비스 이름과 영국 런던 로봇택시 서비스 이름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마치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의 이름이 생산자에 따라 달라지는 것과 유사합니다.

2. 서비스 실패에 따른 정부 규제 대비  

만약 미국 피닉스의 로봇택시 서비스가 성공적이지 못할 경우 또는 큰 교통사고를 일으킬 대중에게 외면당하는 경우 이번 12월에 공개될 새로운 브랜드 이름은 곧 사라질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교통사고 원인은 다양할 것 같은데요. 인간이 운전하는 자동차가 원인을 제공하여 로봇택시가 교통사고에 빠져들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언론은 자율주행 자동차의 교통사고를 (다소 과장해서) 보도할 것이며, 이에 따른 정부 규제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자율주행 기술 ‘웨이모’가 아닌 피닉스의 로봇택시 서비스 운영 주체(“새로운 브랜드”)가 책임을 지게될 것입니다.

모기업 구글의 자율주행차 사업을 전담하는 자회사 웨이모(Waymo)
모기업 구글의 자율주행차 사업을 전담하는 자회사 웨이모(Waymo)

3. 다양한 기업들과 협업 가능성 

웨이모는 자율주행 시장과 관련한 모든 옵션에 대해 거버넌스를 유지하고 싶어할 것입니다. 로봇택시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기업, 자율주행 자동차에 운영체계(OS)를 차량 제조업계에 공급하는 기업 등 구글은 다양한 시장 기회를 탐색할 것입니다.

새로운 브랜드로 로봇택시 서비스를 런칭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입니다. 구글은 우버, 리프트, 라임(Lime), 그랩, 디디칭 등과 직접 경쟁 관계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유경제를 표방하는 현재의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에서 구글 로봇택시 서비스가 시장 돌파구를 찾는데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우버 또는 그랩 대비 구글 로봇택시가 시장 경쟁력을 못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독일 BMW나 중국 바이톤(Byton)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UI(사용자 인터페이스) 및 UX(사용자 체험)를 선보이며 자사 전기자동차에 웨이모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할 수 있고, 이 자동차 모델들이 소비자의 최종 지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구글은 이 두 가지 옵션(모빌리티 서비스와 자율주행 운영체계) 모두에서 시장 지배력을 갖고 싶을 겁니다.

자율주행 서비스 ‘시장’은 성장 방향이 불명확하기 때문에 구글이 여기서 어떤 전략으로 시장 지위를 선점할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구글이 두 가지 옵션(모빌리티 서비스와 자율주행 운영체계) 모두를 취하고자 함은 자명합니다. 구글이 ‘웨이모’라는 이름대신 새로운 브랜드로 미국 피닉스 또는 기타 미국 도시에서 모빌리티 서비스를 런칭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구글은 로봇택시 브랜드와 웨이모를 분리하는 정책을 기조로 삼았다.
구글은 정책적으로 로봇택시 서비스 브랜드와 웨이모를 분리하려고 한다.

웨이모는 “운전자’‘(Driver)를 만든다

2018년 8월 1일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웨이모 대표 존 그래프칙(John Krafcik: 전 현대자동차 미국법인 대표)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회사는 자동차를 만들고, 자율주행 회사는 운전자를 만든다.

“Car companies make cars. … Self-driving companies should make drivers.”

존 그래프칙이 말하는 운전자(Driver)는 자동차라는 하드웨어에 자율주행을 가능케하는 소프트웨어 또는 운영체계를 의미합니다. 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혹은 운영체계는) 다음 네 가지 영역에서 작동하는 기술입니다.

  1. 차량 공유 등 모빌리티 서비스
  2. 트럭 등 상용차
  3. 개인 승용차
  4.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

타이어, 브레이크 시스템, 램프 등 전통적인 자동차 부품은 완성차에 조립된 후 부품 생산자와 관계를 지속하지 않습니다. 웨이모 운전자(Driver)는 이와 다릅니다. 차량에 조립된 후에도 수 많은 웨이모 운전자(Driver)는 도로 주행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모아 웨이모 (중앙)서버에 전송할 것입니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상황·맥락별로 처리되어 자율주행 기능이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이를 웨이모 운전자(Driver)가 실시간으로 이용하게 될 것입니다. 웨이모 운전자(Driver)가 훌륭한 성능을 자랑할 수 있는 이유이며, 이를 “데이터 네트워크 효과”라 부릅니다.

웨이모의 자율주행기술에 관한 막대한 데이터는 서버에 지속적으로 축적된다.
웨이모 운전자는 도로 주행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모아 웨이모 (중앙) 서버에 전송한다.

구글 웨이모가 로봇택시 옵션과 완성차 기업에 자율주행 기술을 제공하는 옵션 모두를 열어놓고 있는 이유가 바로 데이터 네트워크 효과입니다. 어떤 옵션이든 웨이모 운전자(Driver)를 통해 수집되는 데이터가 증가하고, 웨이모의 자율주행 기술은 지속적으로 진화하며 결과적으로 개별 웨이모 운전자의 능력이 업그레이드되는 선순환을 지향합니다. 구글은 이 데이터 네트워크 효과를 우버, 테슬라, GM 등 경쟁 기업보다 빨리 구축해서 기술 격차를 심화시키고자 할 것입니다.

완성차 기업들은 가급적 웨이모의 자율주행 기술을 거부하려 할 것입니다. GM, 포드, 도요타, 폭스바겐, 베엠베, 현대자동차 등 대다수 완성차 기업이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있지만, 구글과의 협업은 고려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까운 미래에 특정 완성차 기업 또는 전기자동차 스타트업이 구글 웨이모 자율주행 기술을 채택하고, 다른 경쟁 기업과 명확한 차별점을 가진 자율주행 자동차를 시장에 선보인다면 구글과 거리를 두었던 완성차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급하락할 수 있습니다.

리프트(Lyft)가 우버의 자율주행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전격적으로 웨이모 기술을 수용하는 것을 상정해 볼 수도 있습니다. ‘옴니아’의 삼성전자가 발 빠르게 안드로이드를 받아들여 갤럭시를 탄생시켰던 역사가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에서 반복될 수도 있는 것이죠.

'만약'에 리프트가 우버를 따라잡기 위해 웨이모와 손잡는다면?
삼성이 안드로이드를 받아들여 갤럭시를 탄생시킨 것처럼, ‘만약’ 리프트가 우버를 따라잡기 위해 웨이모 기술을 받아들인다면?

구글 웨이모가 ¹) 2019년 한 해 동안 피닉스 또는 그 외 미국 타 도시에서 로봇택시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²) 2020년 이후 특정 완성차 기업 또는 스타트업이 웨이모 기반 신규 차량 모델을 제공하면서 ³) 동시에 리프트, 그랩 등 경쟁 모빌리티 서비스 중 일부가 로봇택시 기술로 웨이모를 선택한다면… 구글 웨이모는 안드로이드와 유사한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가지게 되리라는 것이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한국 정부의 모빌리티 서비스 정책(이라 쓰고 ‘규제’라 읽어야겠죠)은 매우 안일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기회가 되면 한국의 모빌리티 서비스 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준비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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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수의 디지털 경제 브리핑 

강정수 박사가 바라보는 전 세계 디지털 경제의 풍경을 독자에게 전합니다. 이 연재물의 원문(초안)은 ‘디지털 이코노미’ ‘이메일링 서비스’를 통해서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1. 인스타그램의 미래, 테슬라의 생존 가능성
  2. DHL의 오판, 아마존의 배송 혁명
  3. 2018년 노벨경제학상과 아마존 규제 논리
  4. 자율주행, 기술의 진보인가 시장의 확장인가
  5. 우버의 기업공개, 우버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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