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마지막 주 테슬라가 다양한 발표를 했습니다.
- 판매 거점인 378개 오프라인 스토어가 문을 닫는다.
- (오랫동안 기다려온) 가격 3만5천 달러의 모델3 판매를 시작한다.
- 모델S와 모델X의 가격도 크게 인하할 계획이다.
- 2019년 내로 오토파일럿(Autopilot)을 새로운 버전으로 업데이트한다
이런 소식들로 테슬라는 뉴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더해 모델3에 기초한 크로스오버 모델Y를 3월 14일 공개한다는 뉴스도 있습니다.
전통 자동차 판매망의 쇠락
다양한 테슬라 뉴스에서 단연 주목할 만한 내용은 오프라인 매장 철수입니다.
일부 주요 지점에 ‘쇼룸(Showrooms)’은 남겨둔 채 대다수 오프라인 테슬라 판매망을 닫고 이곳에서 일해 온 직원을 해고한다는 점을 들어 일부에서는 테슬라가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하거나 ‘오프라인’이 테슬라의 약점이라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모델3의 판매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양상이지만, 테슬라의 현금 흐름(cash flow)은 다양한 투자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보니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시장과 자동차 판매 역사가 새로운 장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전통 자동차 판매망과 판매 방식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자동차의 온라인 판매 방식과 관련된 새로운 도전도 있습니다. 이를 살펴보겠습니다.
매장 세일즈맨 대신 상담 인력
테슬라 스토어를 방문해 보신 경험이 있다면, 애플 스토어와 유사한 체험을 하셨을 겁니다. 테슬라는 전통 자동차 세일즈 담당자 대신 ‘프로덕트 지니어스’(‘Product Genius’)라는 상담사를 고용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무언가를 판매하기 위해 매장 방문자에게 말을 걸지 않습니다. 이들은 먼 발치에서 고객을 바라보며 ‘저 고객은 어떤 사람일까’, ‘저 고객은 차를 구매할 의사가 있을까’, ‘저 고객을 어떻게 설득해볼까’라는 계산하는 듯한 눈빛도 보이지 않습니다.
테슬라 매장 방문자는 방해받지 않고 전시된 제품을 만져보고, 안에 앉아보고, 필요할 경우 질문을 합니다. 여기서 방문자가 구매 결정을 할 경우, 테슬라 직원은 고객에게 매장에 설치된 아이맥(iMac)으로 또는 고객의 집에 있는 컴퓨터로 고객 혼자 온라인 주문을 하라고 이야기합니다. 다시 말해 테슬라는 오프라인 매장의 유무와 관계없이 이미 ‘인터넷을 통한’ 직접 판매를 해 오고 있었습니다.
(잠재) 고객들도 달라졌습니다. 매장에 오기 전에 유튜브를 통해, 블로그를 통해 그리고 다양한 커뮤니티를 통해 희망하는 자동차 모델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경우가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전통 자동차 세일즈 담당자보다 고객의 전문 지식이 뛰어난 경우도 많습니다. 요약하면 굳이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자동차를 구매해야하는 이유는 사라지고 있습니다. 마치 세탁기와 냉장고를 구매하기 위해 하이마트, 이마트, 백화점 등을 꼭 방문해야할 이유가 사라지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전통 완성차기업의 이해충돌 가능성
테슬라는 배터리 전기차(BEV)의 개척자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다른 경쟁사 대비 시장을 1년에서 2년 앞서고 있습니다. 이제 자동차 판매 방식에서도 온라인 자동차 판매라는 새로운 장을 열고 있습니다. 문제는 경쟁사의 대응입니다. 테슬라 모델3의 강력한 경쟁 모델로 떠오를 것으로 평가받는 볼보(Volvo)의 폴스타(Polestar)도 100% 온라인 판매를 약속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판매 대열에 폭스바겐도 참여를 선언한 상태입니다. 이러한 흐름이 강화될 수록 값비싼 전통 (오프라인) 자동차 판매망을 유지할 필요성이 의심받게 될 것입니다. 문제는 전통 완성차 기업이 겪게될 (내부) 갈등입니다. 전기차는 온라인으로 직접 판매하고, 디젤과 가솔린 차량은 계속해서 전통 판매망을 이용할 경우, 이해충돌은 피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이해충돌은 전통 완성차기업의 혁신에 작지 않은 걸림돌이 될 것입니다. 이해충돌이 발생하면 기업은 때론 잘못된 전략 판단을 할 수도 있습니다.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전기차로 이행은 짧지 않은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이 기간동안 폭스바겐 전통 판매망 종사자들이나 현대기아차 판매네트워크 종사자들이 배터리 전기차의 온라인 판매를 반대하는 (강력한) 행동을 취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쉽게 예측할 수 없습니다. 직접 판매의 비중이 증가하면 증가할수록 전통 판매망 종사자의 소득은 줄어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폭스바겐 대표 디스(Diess)는 2019년 2월 17일 파이낸셜 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전통 완성차기업이 테슬라와 경쟁에서 불리한 경쟁 위치에 처해 있음을 아래와 같이 고백하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전통 완성차기업의) 유산(legacy)에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테슬라와 같이 전기차만 생산하는 기업은 다음 세대 가솔린 엔진에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전기차만 생산하는 기업은 정말 미래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건 (경쟁) 우위입니다.”
“They don’t have to care about the legacy. They don’t have to care about the next generation of gasoline in motors and so they can really focus on the future. It’s an advantage.”
배터리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 우위가 발생하고 있음을 폭스바겐 대표가 인정한 꼴입니다. 이 발언은 매우 중요합니다. 잠시 후에 이 의미를 더 설명하겠습니다. 자동차 판매방식의 변화를 마무리해야 하니까요.
아마존 수준의 서비스 능력
테슬라의 위험 요소는 이해충돌이 아닌 온라인 판매 서비스의 수준입니다. 북미 그리고 유럽 소비자는 이미 아마존을 경험했고, 아마존에 익숙합니다. 다시말해 완벽에 가까운 고객 서비스를 체험하고 있습니다. 이는 테슬라가 온라인 판매에서 반드시 구현해야할 기준입니다.
- 풍부한 (진성) 고객 평가
- (정말) 짧은 반응 시간(reaction time)
- 다양한 고객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솔루션 등
테슬라는 아마존 수준의 서비스를 제시하기 위해 적지 않은 투자를 해야합니다. 테슬라를 추격하는 경쟁사들도 온라인 서비스의 수준을 한층 끌어올릴 것입니다. 볼보는 폴스타(Polestar)를 구독(subscription) 형식으로도 제공하겠다고 약속하고 있습니다. 다시말해 구독 고객은 어떤 날은 이동시 A라는 폴스타를 타고 다른 날은 B라는 폴스타를 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서비스로서의 자동차(Car as a Service)입니다.
전통 자동차 판매방식은 내연기관과 함게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를 대체하는 온라인 판매는 단지 판매 경쟁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다양한 서비스 경쟁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는 이러한 자동차 시장의 진화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경쟁우위: 배터리와 자율주행
폭스바겐 대표 디스(Diess)의 “경쟁우위”(“advantage”) 표현은 매우 중요합니다. 전통 완성차기업과 신생 전기차 전문기업 사이 그리고 전통 완성차기업과 구글, 우버 등 자율주행기업 사이에 경쟁우위가 발생하고 그 간격이 증가한다면, 이는 새로운 시장질서의 탄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크게 높이기 때문입니다. 10년 뒤 또는 길게 보아 20년 뒤 오늘의 전통 완성차기업은 내일 그 기업 형태를 유지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영국의 자동차기업들이 결국 몰락하며 합병이나 인수 대상이 되었던 역사와 유사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테슬라가 2018년 상반기 모델3의 생산 목표를 맞추지 못하며 ‘생산 지옥’에 빠져있을 때 전통 완성차기업은 테슬라가 ‘자동차 생산’을 우습게 여겼다고 비판했습니다. 같은 비판을 이번에는 메르세데스 벤츠와 아우디가 받아야할 것 같습니다.
2019년 2월초 아우디는 배터리 전기차(BEV) e트론의 판매를 연기했습니다. 2018년에도 소프트웨어 문제로 e트론 출시가 여러차례 연기되었습니다. 이번에는 배터리 문제로 e트론의 양산이 연기되었다고 합니다. e트론 대량생산을 위해 LG화학과 계약을 맺은 상태인데요. 폭스바겐이 SK 이노베이션과 협력해서 자체 배터리 생산공장을 건설하려하자 LG화학이 배터리 공급을 중단 또는 축소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고 합니다.
메르세데스 벤츠도 배터리 전기차 EQC의 출시를 2019년 11월로 연기했습니다. 역시 양산에 필요한 배터리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테슬라와 독일 완성차기업 사이의 경쟁우위가 확대될 시간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배터리 전기차와 생산과 함께 ‘동시에’ 관련 소프트웨어 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그리고 ‘동시에’ 충전/완충 네트워크 구축에 투자를 그리고 ‘동시에’ 배터리 생산공장에 투자를 진행해 왔습니다. 다시말해 배터리 전기차의 ‘조립’ 생산에 집중해서는 변화하는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소프트웨어와 배터리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메르세데스 + BMW = 2025
2019년 2월 BMW와 메르세데스는 10억 달러를 투자해 다섯 개 영역에서 합작회사를 만든다고 발표했습니다. 두 회사처럼 오래된 앙숙이 협력을 한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이들이 협력하려고 하는 다섯 가지 영역이 흥미롭습니다.
- 택시 호출 서비스 (Free Now)
- 자동차 공유 서비스 (Share Now)
- 주차 공유 서비스 (Park Now)
- 전기 충전/완충 서비스 (Charge Now)
- 전기 자전거와 전기 스쿠터 등을 포괄하는 종합 모빌리티 서비스(Reach Now)
이 다섯 가지 영역 외에도 다임러 메르세데스와 BMW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도 공동으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2019년 2월 마지막 날 메르세데스의 자율주행 최고 담당자는 회사 블로그를 통해 ‘왜 메르세데스 벤츠는 자율주행에서 BMW와 협력하는가’라는 글을 발행했습니다. 이 글은 협력의 가장 큰 근거로 ‘시간 압력’을 말합니다. 개별 기업이 단독으로 자율주행 기술 투자해서는 2025년까지 자율주행을 시장 서비스로 공급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메르세데스와 BMW는 구글, 우버 그리고 테슬라에 의한 자율주행 서비스 ‘시장’이 2025년에는 본격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2025년, 6년 남았습니다. 그 때까지 한국의 개별 기업들이 자율주행 서비스를 시장에 (단독으로) 선보일 수 있을지, 그 전까지 한국 정부가 택시산업의 ‘이행’을 해결할 수 있을지 염려됩니다. 자율주행 서비스도 누가 빨리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점하는가에 따라 시장질서가 달라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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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수의 디지털 경제 브리핑
강정수 박사가 바라보는 전 세계 디지털 경제의 풍경을 독자에게 전합니다. 이 연재물의 원문(초안)은 ‘디지털 이코노미’의 ‘이메일링 서비스’를 통해서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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