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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통신시장의 경쟁 패러다임은 다음과 같이 변화했다:

보조금 경쟁 통한 가입자 유치 경쟁 → 유무선 결합상품 통한 요금경쟁

하지만 모바일, 인터넷, TV 결합상품을 통해 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요금할인 혜택을 사실상 정부가 내부지침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는 주장한다.

통신3사

현재 이통3사의 대표적인 결합상품 요금할인율은 약 10~11% 정도다. 모바일과 IPTV 그리고 인터넷을 포함한 전체 통신 요금은 평균 104,610원인데 할인 금액은 약 11,000원 정도인 셈이다. 즉, 결합상품의 요금인하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다. 그런데 이러한 미미한 결합상품의 할인 효과가 사실상 정부가 반(反)소비자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라고 소비자정의센터는 말한다.

통신사 결합상품

현재 미래부는 결합상품 이용약관에 대한 인가 기준과 절차 등의 내용이 담긴 「인가역무 결합판매 이용약관에 대한 인가 심사기준 및 절차」(이하 ‘내부지침’)를 운용한다. 이 내부지침은 미래부 홈페이지 등에 공개되지 않고, 소비자정의센터의 정보 공개 요청에 대해서도 미래부는 내부지침 공개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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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가 입수한 내부지침 중 제2조(인가 심사기준)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결합판매요금이 비용보다 낮게 설정돼 경쟁사업자의 경쟁력을 저하하는지 여부가 주요 심사기준
  • 결합판매 요금 할인율이 개별 상품 요금의 합 기준으로
    → 30% 이하일 때는 심사를 간소화해 요금 적정성 심사를 하지 않고, 심사한 것으로 간주
    → 30% 이상일 때에만 위원회 심사를 받도록 규정(제5조)

이 내용대로라면 할인의 폭이 크면 위원회 심사를 받고, 할인의 폭이 작으면 자율적으로 요금을 정할 수 있다. 당연히 심사를 안 받는 게 업체 입장에서는 편할 것이다. 누가 할인을 크게 해주고 굳이 심사 절차까지 받으려고 할까.

즉, 정부가 나서서 사업자의 요금 인하 노력을 저해하는 가이드를 설정하고 있는 셈이다.  [/box]

겉으로는 요금인하 경쟁을 외치면서 내부지침을 통해 사업자들의 획일적인 요금 출시를 방치하는 꼴이다. 물론 그 손해는 모두 소비자의 몫이다.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박지호 간사에게 미래부 ‘내부지침’의 문제점을 물었다.

기밀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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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호 소비자정의센터 간사 일문일답 

 

박지호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간사
박지호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간사

– 통신비 어느 선까지 인하할 수 있다고 보나. 

현재 상황에서는 전체 통신비를 반값까지 인하할 수 있다고 본다. 통신 결합상품의 가격이 통상 10만 원 정도인데, 약 10%에 해당하는 1만 원 할인은 새 발의 피다.

–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왜냐하면, 인터넷과 TV(IPTV)는 들어가는 선(케이블, 투여하는 자원)이 같다. 모바일 역시 한 사업자로 개별 서비스를 통합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더 많은 혜택을 소비자에게 줘야 한다. 더불어 정부(미래부)조차도 30% 인하를 적정하다고 기준을 세운 것으로 볼 수 있는데, 현 결합상품의 10~11% 가격 인하는 이런 조건들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 미래부 ‘인가’에 대해 설명 부탁한다.

미래부는 전기통신사업법을 통해 시장지배적 사업자(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인 사업자, 인터넷에선 KT, 모바일에선 SKT)의 시장 경쟁 저해 행위를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상품 요금과 약관 조항 등을 규제할 수 있다.

– 미래부 내부지침을 “반(反)소비자”라고 비판했다. 

미래부에 통신 요금 인가 권한을 준 건 소비자에게 좀 더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가 사업자를 규제하라는 의미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를 이용해 요금을 인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가 제도가 필요하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횡포와 시장 질서 교란을 막기 위한 제도다.

하지만 현재 결합상품 인가의 내용을 살펴보면 정반대다. 미래부가 사업자 이익을 보장하면서, 제공방법까지도 사업자 간 협의를 통해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요금인하를 장려하기는커녕 사실상 요금 할인을 제한한다고 봐야 한다. 마치 기업 이익을 보장하는 선에서 오히려 요금 인하 가이드를 제공하는 꼴이다.

데이터요금제, 방송까지 통신사의 상술에 놀아난다. 도대체 무엇이 공짜인가. 엄연히 요금을 내야 하는 걸.
데이터요금제, 방송까지 통신사의 상술에 놀아난다. 도대체 무엇이 공짜인가. 엄연히 요금을 내야 하는 걸.

– 통신비 부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널리 알려진 OECD 국가 중 가계소비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두 번째다, 세 번째다 이런 게 중요하다기보다 현재 소비자가 체감하는 통신비 부담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소비자도 통신비가 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부분 소비자는 통신비가 ‘매우’ 부담스럽다고 생각하지 않나.

– 통신비 인하의 전제 조건은 무엇이라고 보나. 

현재 통신비용이 적당한지에 대한 판단이다. 이를 위한 객관적이고 투명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 왜 이런 기초적인 것들조차 되지 않나. 

정부는 의지가 없고, 기업은 당연히 반대한다. 정부는 소극적 정책으로 일관하고, 업체는 영업비밀이라며 ‘원가'(통신기초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다.

– 현 정부는 물론이고, 정치권에서 선거 때마다 나오는 단골 공약이 ‘통신비 인하’인데, 의지가 없다고? 

보여주기식이다. 발신자 표시 요금을 삭감해준다거나 기본료를 1천 원 인하하는 둥 보여주기에만 주력한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다. 앞서 말했듯, 현재의 통신요금이 적정한지에 대한 기초적인 판단이 있어야 하는데, 그 첫 단추조차 끼우지 못한 상태다.

– “가계통신비 새누리당이 확 줄였습니다”라는 현수막이 있다. 

소비자를 기만하는 현수막이다.

현수막 플래카드

 

– 왜?

이유는 간단하다. 통신비를 못 잡았으니까. 통신비가 내려갔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있는지 의문이다. 새누리당이 단통법이나 데이터중심요금제를 내놓고, 통신비를 잡았다고 주장하는데, 오히려 소비자 혜택이 줄어든 측면이 있다.

– 오히려 소비자 혜택이 줄었다? 

통신비가 싼 요금제(데이터중심요금제)를 내놓으면서 기존에 소비자가 받던 혜택을 없애 버렸다. 가령, SKT 온가족 할인이 기존에는 50%였다는 점을 상기해보라. 현재는 데이터중심요금제를 사용하면, 가족 할인율은 30%에 불과하다. 조삼모사다. 새누리당의 현수막 역시 사실은 소비자(국민)를 기만하는 조삼모사에 불과하다.

– 미래부에 내부 지침 내용 확인을 요청했는데 미래부는 거부했다. 

내부에서 논의해보겠다고 하더니 답이 없었다. 7월 말부터 요청했지만, 지금까지 답이 없었다.

미래부

통신비 인하 해법

– 해법을 이야기해보자. 우선, 미래부가 내부지침을 공개해야 한다고 했는데. 

어떠한 내부 지침으로 인가하고 있는지 그 기준이나 정보가 명확하지 않고, 심지어 소비자에게 중요한 통신정책과 관련한 통신비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해 공론의 자리에 올리는 것이 훨씬 더 소비자에게 유익하다고 본다.

– 더불어 통신비 인하를 제한하는 미래부의 인가 지침을 폐지하라고 했다. 

요금 인가제는 필요하다.

– 이게 뭔 소린가. 성명서에선 인가 내부지침 폐지하라고 하더니. 

소비자의 유익을 저해하는 요금 인상을 규제하기 위해서 인가제가 필요한 것인지, 인하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필요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소비자의 유익을 정부가 나서서 침해하는 꼴이라서 인가제의 취지에 정면에서 반한다.

이런 맥락에서 통신비 인하를 제한하는 인가 제도를 폐지하라는 것이지, 본래 취지대로 통신비 인상을 제한하는 인가 제도를 폐지하라는 것은 아니다.

– 끝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 

정부가 시장 상황을 고려해서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규제하는 법률들, 특히 전기통신사업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특히 정부는 소비자 입장에서 인가 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지, 사업자를 위해 인가 제도를 완화하고, 그 제도의 취지를 왜곡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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