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는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가 ‘새로운 위험’에 진입했다는 내용의 기사(2020. 2. 25.)를 냈다.
이런 판단의 근거는 한국과 이탈리아, 이란에서 대규모 감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오늘로 1,000명의 감염자가 발생했으며, 이탈리아는 북부에서만 300여명이 감염되었다. 하지만 네이처가 가장 걱정하는 건 이란이다. 이란에선 최소한 15명이 사망했으며, ‘알 수 없는’ 수의 감염자가 중동의 복수 국가에 퍼져나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란이 특히 주목을 끄는 건, 이란의 특수성 때문이다. 영국 사우샘프턴 대학교의 앤드류 타템에 따르면, 이란 사람들은 대부분 해외여행이 흔치 않기 때문에, 사실 이란 내부에는 훨씬 더 많은 감염 사례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훨씬 강력한 방역 역량을 보여주고 있지만, 사실 한국의 코로나19 유행도 결국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한국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주로 중국에서) 입국하는 해외 입국자들을 중심으로 방역을 강화해나갔다. 해외 입국자 검역, 격리 조치, 동선 파악, 감염 경로 역학 조사… 그러나 엉뚱하게도 사이비 종교의 일종인 ‘신천지’의 대구 교회와 청도 대남 병원에서 대규모의 감염자가 발생했으며, 이는 당국의 방역망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최근 일어나는 감염 사태는 중국과의 명확한 연결 고리가 보이지 않는다. 이는 코로나19의 방역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이들은, 이게 ‘대유행(Pandemic)’의 단계에 진입해가고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는다.
대유행이 이미 시작되었나
WHO는 “대유행 가능성은 있지만, 현재 평가하기로는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CNN, 폴리티코 등 복수의 미국 언론이 보도하는 바에 따르면, 이미 미국 보건 당국은 사실상 대유행이 코앞임을 인정하고 있다. 미국 질병 통제 예방 센터(CDC)의 면역 및 호흡기 질환 센터 책임자 낸시 메소니어(Nancy Messonnier)는 “이젠 미국에서 유행이 발생할 것인가 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 유행이 언제 발생할 것인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은 현재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을 정도로 강력한 방역 대책을 실행하고 있다. 한국은 지금까지 4만 명이 넘는 코로나 의심환자를 검사했으며, 하루 5~6000명 검사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현재까지 400여 건, 일본은 900여 건의 검사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이란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현재까지 알려진 코로나19의 감염자 수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이비 종교 집단으로부터 대규모 감염이 발생한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순 없겠지만, 현재로서 한국처럼 강력하게 역학적 조치를 수행하는 나라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숨어있는 수’가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을 봉쇄했어야 했는가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을 원천 봉쇄했어야 했는가? 순수하게 ‘의학적인 견지’ 만을 고려한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국경 폐쇄를 포함해, 감염인이 움직일 수 있는 모든 동선을 폐쇄하는 것이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부작용을 무시하고 말이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다.
결국,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만일 정부가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을 금지한다 해도, 중국에서 입국하는 자국민을 막을 수는 없으며, 입국 금지 조치 이전에 입국한 사람 등을 모두 통제할 수도 없다. 게다가 역학조사는 ‘완벽’이 불가능하다. 스카이넷이 지배하며 인간의 모든 동선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미래사회가 아닌 이상, 구멍은 반드시 발생한다. 현재 신천지 신자들처럼 정부 당국의 역학조사를 적극적으로 거부하거나 회피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사이비 종교 집단, 그리고 그 집단과 역학적 연결고리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한 병원이 집중적인 감염 경로로 지목받고 있는 현재까지의 상황을 볼 때, 중국인 입국 금지가 유효한 조치였을까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경로를 하나라도 더 틀어막는다면 당연히 유행 가능성은 줄어든다. 그러나 중국인 입국을 막았다면 사이비 종교 집회를 통한 유행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인가 하면, 거기에는 물음표가 찍힐 수밖에 없다.
‘봉쇄(Lockdown)’ 전략은 방역 자체에는 최고의 전략이다. 하지만 ‘봉쇄’ 전략이란 곧 경제를 마비시킨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구 봉쇄’라는 표현이 해당 지역에 어떤 패닉을 일으켰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게 정말로 이동을 통제한다는 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이동을 통제하는 것이 ‘방역’에 있어서는 실제로 최고의 전략임에도 불구하고.
방역 전문가들은 초반에는 ‘더 강력한 입국 제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쪽과 ‘입국 제한 조치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쪽으로 양분되었다. (‘입국 금지’를 주장한 의사협회 회장이 극우파로 유명한 인물이라는 것은 일단 차치하자.) 다만 신천지에서 대규모로 환자가 발생한 시점부터는, 중국으로부터의 입국 금지가 의미가 없다는 데에 대부분 의견을 같이 한다.
‘봉쇄’ 전략? 사실상 명백히 불가능하다!
봉쇄 전략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기본적으로 수 주 이상 지속해야 하며, 그 기간 이하의 봉쇄 전략으로는 효과를 거둘 수 없다. 봉쇄 전략이 완화되면 다시 감염병이 유행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봉쇄 전략은 ‘최소한’ 수 주 이상 지속할 계획으로 시행해야 한다.
따라서 봉쇄 전략은 사실상, 명백히 ‘불가능하다’. 현재로서 가장 유효한 방역 대책은 개인 위생 관리와 더불어,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 전략이다. 교회, 극장, 학교 등 다수가 밀집되는 공간에 모이지 않는 건 감염병 유행을 막는 가장 전략적인 조치다.
한국에서 드러난 바, 가장 주요한 감염 경로는 종교 집회였다. 종교 집회는 불특정 다수가 한 자리에 밀집된 상태로 짧아도 한 시간 이상, 길면 수 시간 씩 이어진다. 대규모 종교 집회 이외에도 지역, 연령, 성별에 따라 소규모 모임이 계속해서 이어지며, 집회, 회의, 공동 식사, 가가호호 방문, 전도 등이 이뤄진다. 이는 마치, 거의 모든 감염 경로를 모아놓은 것처럼 보인다.
그 외의 모든 집회도 마찬가지다. 경찰 당국은 공공 안녕에 위협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서울 도심의 정치적 집회를 금지했다. 천주교는 당분간 미사를 중단하기로 했고, 일부 개신교회도 앞으로 약 2주간 예배를 중단하기로 했다. 학교는 1주간 개학을 미루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교회가 주말 예배를 강행(관련 기사)하고 있으며, 이는 새로운 감염 경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학교 개학을 얼마나 미뤄야 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을 내기 어렵다. 영유아들은 감염되더라도 대부분 증세가 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그게 곧 감염력이 낮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네이처는 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개학은 고작 일주일을 미뤘을 뿐이고, 연기된 디데이(D-day)까지도 겨우 열흘밖에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