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YouTube 동영상
  • 전 국민 패밀리 레스토랑 샐러드바 공짜 시대!
  • 전 국민 미국과 해외 통화 60분 공짜 시대!
  • 전 국민 와우(WOW;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공짜 시대!

이런 소식을 기사와 뉴스로 접한다면 쾌재를 부르고 어디서 저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당장 알아봤을 겁니다. 하지만 위의 소식을 조금 더 자세하게 적는다면 아래와 같습니다.

사실 적절한 서비스 요금을 내고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는 아주 오래된 사업 모델입니다. 시중의 여러 뷔페부터 온라인 게임, 디지털 음원, 사무용 서비스 등 각종 월정액 서비스가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쏟아지는 “음성·문자 공짜” 기사들

네이버에서 “음성·문자 공짜”로 검색을 해 보면 5월 들어 무려 100여 개의 기사가 검색됩니다. (물론 검색 결과에는 관련이 적은 기사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개수를 떠나서 주요 미디어들은 대부분 “음성·문자 공짜”라는 표현을 쓴 기사를 쏟아냈는데요, 사실 이 기사들은 이통사들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기사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box type=”info”]

  • KBS – 음성·문자 공짜…데이터만 요금 내 (9시 뉴스 머리기사)
  • KBS – ‘데이터’에만 요금…음성·문자는 공짜
  • MBC – “음성·문자 공짜시대…통화 무제한 ‘데이터요금제’ 출시”
  • SBS – “음성통화·문자 공짜…’데이터 중심’ 요금제 출시”
  • 중앙일보 – “데이터 요금제 시대?…KT와 SKT 음성통화, 문자 공짜!”
  • 동아일보 – “데이터 요금제 시대 ‘눈 앞’, 휴대전화 음성통화·문자는 공짜?”
  • 스포츠조선 – “KT 데이터 선택 요금제 출시…음성통화-문자 공짜 시대”
  • 연합뉴스TV – “휴대전화 음성통화ㆍ문자 공짜…일상생활에 큰 변화”
  • YTN – “휴대전화 음성통화·문자 ‘공짜 시대’ 열렸다”
  • 서울경제 – “‘음성.문자 공짜’ 데이터 중심 요금제, 통신요금 ‘뚝’…”왜 이제 나왔어!””

[/box]

© KBS
© KBS

KBS는 9시 뉴스 머리기사를 포함해 여러 차례 방송을 내보냈고, 다른 미디어들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하지만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음성과 문자는 절대 공짜가 아닙니다. 우리는 통신사에 매달 돈을 내고 통신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우리가 뷔페에 입장할 때 서비스 요금을 내고 음식을 먹는 것처럼 말이죠. 뷔페에 돈을 내고 입장하는 손님에게 종업원이 “고객님, 여기 음식은 무료입니다.”라고 말하면 새삼스러움을 넘어 좀 이상할 겁니다.

물론 뷔페식 음식점에 가서도 몇몇 고급 음식은 돈을 내고 먹는 경우도 있습니다. 샐러드바를 무제한으로 이용하는 레스토랑에 가서 스테이크를 추가로 돈을 내고 주문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래도 이 경우를 두고 ‘샐러드바 공짜’라고 광고하진 않습니다.

하물며 한국은 세금으로 지출하는 초·중·고등학교 급식비를 두고도 “무상급식”이니 “공짜 밥”이니 논쟁이 벌어지는 나라입니다. 분명 정부는 세금을 걷어 국민을 위해 그 이용처를 결정해서 지출하는 게 당연합니다. 그러니 만약 정부가 걷은 세금 중 일부를 의무 교육을 받는 어린 국민의 밥값으로 이용한다고 결정할 수도 있고요.

이렇게 우리는 ‘공짜’니, ‘무상’이니 하는 단어에 민감합니다. 하지만 이통사의 ‘무료’ 프레임 광고는 미디어의 도움을 받아 별다른 이견 없이 대중에게 전달됩니다.

기본료 폐지 막고 음성 서비스 풀기?

사실 이 모든 “공짜” 기사와 “공짜” 마케팅은 박근혜 정부의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의 핵심 과제인 것과 연결됩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015년 5월 19일 보도자료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이동통신의 새 역사 연다”를 통해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통해 국민이 저렴한 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고 알렸습니다. 2만 원대 요금으로 음성 서비스를 무제한 쓸 수 있게 했다는 겁니다.

“통신소비 패턴이 음성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변화했기 때문에 음성 서비스 요금을 정액제 형태로 바꿨다.”

이게 미래부의 논리인데요, 이 말을 이통사 입장에서 다시 찬찬히 뜯어보면 정반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box type=”info”]

  • 통신소비 패턴이 음성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변화했다.
  • 즉, 이제 음성(문자) 서비스는 돈을 받는다고 손 벌려봐야 얼마 벌리지 않는다.
  • 이 와중에 “통신요금 기본료 폐지 법안”이 진행 중이네…
  • 따라서, 돈이 더 벌리지 않는 음성 요금은 정액제 형태로 바꾸고,
  • 요금의 데이터 의존도를 더 높여서 지금의 수익도 늘리고, 미래도 도모하자.

[/box]

음성 통화 요금을 정액제 방식으로 변경했을 때 혜택을 보는 사람은 미래부 추산 약 300만 명이고 영업사원, 대리기사, 콜센터직원 등 일부 직종과 중장년층 등 일부 연령대입니다. 하지만 데이터 이용량은 모든 통신사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가입자당 월평균 음성 통화량 및 데이터 트래픽 추이 (출처: 미래창조과학부 보도자료)
가입자당 월평균 음성 통화량 및 데이터 트래픽 추이 (출처: 미래창조과학부 보도자료)

즉, 통신사는 데이터 중심의 요금제를 만들어야 수익이 나는 게 당연하고 통신사의 수익만큼 국민의 통신요금 부담은 늘어납니다. 이통사의 영업이익은 여전히 건재하고요. 그런데 미래부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나올 것이니 가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셈입니다.

[box type=”info” head=”이통사 2015년 1분기 영업이익”]

  • SK텔레콤 – 4,026억 원 (전년 대비 59.5% ↑)
  • KT – 3,209억 원 (전년 대비 135.3% ↑)
  • LG유플러스 – 1,547억 원 (전년 대비 36.7% ↑)

[/box]

매출은 제자리인데 영업이익이 급증했습니다. 이통3사 모두 마케팅 비용 감소 덕분이라고 말하는데요, 흔히 말하는 단통법의 수혜라 할 수 있겠죠. 보조금 경쟁이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방통위의 단통법으로 급증한 수익에 미래부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 협조 그리고 미디어의 “통화·문자 공짜” 기사들까지… 이통사들의 수익은 앞으로도 계속 잘 지켜질 것 같습니다.

관련 글

2 댓글

댓글이 닫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