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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장발장’의 반전?

너무나 배가 고픈 나머지 자신이 묵었던 고시원에서 달걀을 훔쳤다가 징역 1년6개월 형을 받았다는 어느 불쌍한 전과범의 사연은 일명 ‘코로나 장발장’으로 회자되며 일주일가량 매체와 매체를 통해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퍼졌다. 그리고 코로나 장발장이 불쌍하다고 혀차는 소리만큼 우리나라 법 집행 기관에 대한 불신에도 무게가 얹어졌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다시 매체들은 ‘코로나 장발장, 알고보니 보이스피싱 연루’ (JTBC, 2020. 7. 2), ‘생활고에 달걀 훔쳤다던 ‘코로나 장발장’ 완전 꾼이었다’(머니투데이, 2020. 7. 3) 등의 기사를 쏟아내며 반대 방향으로의 관심을 얻어내기 시작했다.

그 내용은 ‘달걀을 훔친 것만으로 징역형 1년 6개월이 아니라 숱한 절도죄 전과가 쌓여 그럴법한 판결을 받아낸 것 이며, 그 중에는 심지어 보이스피싱 가담 죄도 있었다’는 것이다.

장발장 ’19년’의 진실  

그런데 말이다. 이쯤에서 우리는 ‘장발장’ 이라는 캐릭터에 관해 우리가 가진 인상이 어떤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세기 프랑스 낭만주의 작가 빅트로 위고는 1862년 써낸 소설 ‘레 미제라블’에서 주인공 장발장을 통해 당대 프랑스 민초들의 삶과 애환을 그려냈다.

그 장발장은 ‘빵 한조각 훔친 죄로 19년동안 옥살이’를 한 것으로 쉽게 회자되지만, 소설 속 장발장의 범죄와 판결은 그렇게 한번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1. 장발장은 이틀째 굶고 있던 일곱명의 배고픈 조카들 때문에 문 잠긴 빵집의 유리창을 부쉈고, 그 범행으로 기물파손, 무단침입, 절도 혐의가 인정되어 징역 5년을 받았다.
  2. 그러나 장발장은 5년을 마치기전 4년이 되었을때 가난한 가족의 생사도 모르는채 1년을 더 지낼 수 없어 탈옥을 시도하다 붙잡혀 다시 징역 3년을 더 받았다(첫 번째 탈옥).
  3. 장발장은 그렇게 감옥에서 6년의 세월을 보내다 다시 탈옥을 시도했지만 역시 붙잡혔고, 두 번째 탈옥에서는 공무집행방해가 추가되어 다시 5년이 늘었다(두 번째 탈옥).
  4. 세 번째 탈옥 실패로 3년이 늘었다.
  5. 네 번째 탈옥 실패로 3년이 늘었다.
  6. 그렇게 네 번의 탈옥 실패로 총 19년 동안 징역살이를 한 것이 장발장의 슬픈 사연이다.

그러니 장발장이 빵 한조각 절도로 19년을 살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잘못된 상식을 갖고 있는 셈이지만, 그 장발장이 살아간 19년 그리고 애초에 받았던 징역 5년형이라는 판결이 그렇다고 해서 ‘받을 만한 판결이고, 불쌍하게 여길 필요 없는 곡절’일까?

레미제라블 (2012) 포스터

영화 레미제라블 (2012) 포스터

‘코로나 장발장’의 속사정  

일명 ‘코로나 장발장’은 계란을 훔친 죄로 1년 6개월 형(구형) 받기 전에 이미 감옥에서 13년의 세월을 보낸 전과자였고, 그 13년의 형기를 이끌어낸 법령은 다름 아닌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이었다.1

상습 절도로 두번 이상 실형을 받은 사람이 또 똑같은 범죄를 저질렀을때 엄히 다스리는 이 법은 그 법의 취지는 이해가 되지만, 막상 생계가 곤란해 계속 절도로 그 빈곤함을 때워야했던 사람에게는 막막하고도 무거운 형벌이 될 수 있다.

그렇게 감옥에서 13년을 보낸 뒤 교통사고를 당했고, 하필이면 가해 차량이 무보험 차량이었던 탓에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된 그가 얼마라도 받아보려고 보이스 피싱 조직에 자신 명의의 계좌 정보를 팔아 넘긴 것은 그래서는 안될 일들이라 해도 그랬을 법한 일들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다시 배가 고파 달걀을 훔쳤다 잡혔을 때 그 숱한 전과 기록으로 인해 1년 6개월 형을 받은 것을 과연 ‘코로나 장발장 알고보니 꾼이었다’는 기사 제목으로 쉽게 요약하는 것이 온당한 것일까?

그리고 그 내용도 제대로 취재하지 않은 기사들을 제목만 훑어보고 마치 그 기사를 읽은 듯 아니 대다수가 모르는 이면의 상식을 깨친냥 ‘그 코로나 장발장이라는 사람 달걀로 1년 6개월 받은게 아니에요. 뭘 잘못 알고 계시네. 보이스피싱 범죄자는 동정할 가치도 없어요’라고 말하는 이들은 과연 이런 생계 범죄와 형법의 균형에 관해 깊이 고민할 시간을 가지긴 했을까.

그냥 단순히 '코로나 장발장은 꾼이다'라고 말하기 전에 생계형 범죄 문제를 진지하게 한번쯤 생각해보긴 했을까. https://flic.kr/p/aoUsU Martin Playing With Pixels, CC BY SA

그냥 단순히 ‘코로나 장발장은 꾼이다’라고 말하기 전에 생계형 범죄의 문제를 진지하게 한번쯤 생각해보긴 했을까. (출처: Martin Playing With Pixels, CC BY SA)

‘반전 흥행’을 노리기 전에

빅토르 위고가 만들어낸 장발장이라는 캐릭터가 빵조각 절도로 19년형을 산 것이 아니듯, 일명 코로나 장발장도 달걀 절도만으로 1년 6개월을 구형받은 것은 아니다.

그리고 장발장에게 가해졌던 불운한 재판들과 전과들이 당시 무지막지한 프랑스의 형법들과 일천한 사회복지에 대해 고발하듯 써내려간 빅토르 위고의 시선으로 관찰 된 것에 견주기는 어려울지라도 코로나 장발장이 치러낸 형기와 전과도 재미있는 이야기거리처럼 꺼내며 ‘코로나 장발장’에 대한 동정을 조롱하는데 쓸만한 사연은 아닐 것이다.

쉬운 동정을 뿌린다며 사람들을 비웃는 댓글을 달기 전에 한 범죄를 만들어내는 환경적 요인을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더군다나 언론 매체라면 단순히 ‘코로나 장발장’은 동정받을 가치가 없는 꾼이라고 말하면서 ‘반전 흥행’을 노리기 전에 자신의 기사가 가지는 사회적인 의미를 한번쯤 먼저 돌아볼 일이다.


  1.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법률 제16922호 일부개정 2020. 02.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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