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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식당과 터미널 식당: 저널리즘의 두 모형

어린 시절 ‘식당’과 관련해 두 가지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기사 식당 vs. 터미널 식당 

하나는 시외버스 정류장 앞에 있는 식당이요, 또 하나는 기사 식당이다. 둘의 공통점은 ‘단골’보다는 ‘뜨내기손님’이 많다는 점이요, 차이점은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다르다는 점이다.

내 어릴 적 기억으론 시외버스 정류장 앞에 있는 식당들은 참 불친절했다. 게다가 맛은 별로이면서 값도 싸지 않았다.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마다 “한번 보고 다시는 안 볼 사람 취급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기사 식당 역시 단골보다는 일회성 손님 비중이 컸다. (입소문이 난 뒤 단골을 대거 끌어모은 곳은 논외로 하자.) 그런데 기사 식당은 전반적으로 서비스 좋고 음식 맛 괜찮다는 평가가 많았다.

택시들이 대기하고 있는 점심 시간의 모 기사식당 앞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http://www.vop.co.kr/A00000060057.html

택시들이 대기하고 있는 점심 시간의 모 기사식당 앞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왜 기사 식당은 터미널 식당보다 맛이 좋을까? 

둘의 차이는 왜 생기는 걸까? 당연한 얘기지만, ‘뜨내기손님’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 때문이다. 시외버스 터미널 앞 식당은 ‘뜨내기손님’의 일회성 방문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보니 그들은 평판보다는 “지금 당장의 수익”과 “지금 당장의 편익”에 유난히 집착했다.

반면 기사 식당은 그들의 기동력과 입소문에 더 신경을 썼다(고 나는 생각한다). 기동력이 있기 때문에,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집으로 가버릴 수 있다는 두려움. 그리고 기사라는 직업이 상대적으로 소수 커뮤니티이기 때문에 입소문이 빠르게 전파될 수 있다는 부분에도 신경을 썼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한번 보고 말 사람이란 생각보다는, 반복 방문 가능성에 좀 더 초점을 맞췄을 것 같다.

물론 내 얘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한 굉장히 주관적인 해석이다. 그것도 어린 시절 누군가에게 귀동냥했던 ‘비과학적인 평가’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니, 앞의 얘긴 그냥 듣고 잊어버리시라.

(참고로, 요즘 버스 터미널 앞 식당들은 예전 같지 않다. 이제 그들은 ‘나만의 영업’이 아니라 ‘터미널 식당 상가’란 공동체의 평판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게다가 요즘은 큰 도시의 터미널은 대개 복합상가나 백화점이 들어와 있어서 예전과는 달라도 많이 다르다.)

특정 사이트 한 달에 10번 이상 방문? 7%뿐 

자, 이제 온라인 저널리즘 쪽으로 눈을 한번 돌려보자. 이제 개별 매체의 단골 독자가 사라졌다는 건 더는 새삼스러울 것 없는 진단이다. 몇 년 된, 그것도 외국 자료이긴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해 한번 살펴보자. (내가 몇 년 째 강의할 때 써먹는 자료다.)

역앞 식당과 기사 식당, 저널리즘의 두 모형

“How Often Users Visits the Most Popular News Sites Per Month”

시청료 조사 전문 기관인 닐슨과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2012년 조사한 자료다. 골자는 간단하다. 미국 25대 뉴스 사이트를 대상으로 한 달에 몇 번 방문하는지 조사한 것이다. 조사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다.

특정 사이트를 한 달에 10번 이상 방문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7% 남짓한 수준에 불과하다. 범위를 아주 확대해서 한 달에 두 번 이상 특정 사이트를 방문하는 비율까지 확대해도 35%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 65%는 특정 사이트를 한 달에 한 번만 방문한다고 응답했다.

정말 한 달에 한 번만 방문할까? 그렇진 않을 것이다. 다른 경로로 그 사이트에 올라온 기사는 여러 차례 봤을 가능성이 많다. 다만 그게 그 사이트에 실린 기사인지 인식을 하지 못할 따름이다.

공유지의 비극: 터미널 식당 닮은 한국 온라인 매체들 

우리나라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전제하에 얘기를 풀어나가 보자. 이쯤 되면 현재 온라인 매체들이 처한 상황이 1970년대 이 땅의 황량한 버스 터미널 앞 식당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한두 번 방문하면 그만인 독자’를 상대로 장사하는 셈이다.

충격 고로케로 상징되는 한국 온라인 매체의 제목 미끼질

‘충격 고로케’로 상징되는 한국 온라인 매체의 제목 미끼질. 충격 고로케는 2014. 5. 29 부로 집계를 종료하고, 현재는 ‘뉴스 고로케’를 통해 좋은 뉴스 컨텐츠의 선순환을 꾀하고 있다.

포털 문제가 한창 논란거리가 될 당시 ‘공유지의 비극’이란 말이 유행했다. 플랫폼 업체인 포털 쪽 관계자가 처음 입에 올린 이 말은 한동안 척박한 국내 온라인 저널리즘 환경을 진단하는 말로 (언론사 관계자를 제외한) 거의 모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그렇다고 내가 저 진단에 동의한다는 건 아니다. 다만 현상을 설명하는 한 실마리 정도는 되겠다는 정도 의미다.)

물론 공유지의 비극이란 말이 당시 상황을 설명해주는 데 어느 정도는 유효할 것이다. 하지만 난 더 큰 문제는 ‘단골손님’에 대한 개념을 상실한 ‘시외버스 정류장 앞 식당’ 주인 식 마인드라고 생각한다.

공유지에 있는 목초를 마구 베어내자는 얄팍한 생각의 이면을 따지고 들어가면 ‘한번 보고 말 독자들인데’란 또 다른 무의식이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내 주관적인 생각이다.)

 

네이버 뉴스스탠드 속 서울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속 서울신문 (2014년 3월 14일 자) 본 칼럼 발행 약 1년 전 모습.

뉴스스탠드 속 서울신문 (2015년 3월 18일)

뉴스스탠드 속 서울신문 (2015년 3월 18일)  2015년 3월 현재 모습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그동안 한국 온라인 저널리즘은 ‘시골 터미널 식당 주인’ 같은 마인드가 지배해 왔던 건 아닌지, 한번 반성해보자. 택시 기사들보다 더 기동력 뛰어나고, 더 빅 마우스인 독자들의 입소문을 너무 과소평가했던 건 아닌지도 한번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기사 식당 주인의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닐까? 지금 당장 많이 팔면 그만이란 생각, 눈앞에 보이는 고객들의 주머니를 털어내면 된다는 생각보다는 반복해서 찾을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공간이 되어야겠다는 강박 관념을 좀 더 가져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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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김익현
초대 필자

미디어 세상 변화와 하이퍼텍스트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기자 노릇을 꽤 오래 했으며, 틈나는대로 저술 및 번역활동도 병행해 왔다.

작성 기사 수 : 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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