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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말: 앤트로픽의 ‘위대한 거부’

🥊 미 국방부 vs. 앤트로픽 (2026년 2월~3월 기준)

미 국방부는 앤트로픽 ‘클로드 AI’를 ‘합법적인 모든 용도’에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기존의 안전 조치(AI 윤리 가이드라인)를 완화할 것을 최후통첩 형태로 요구했다. 클로드를 군사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그 이용 범위를 전면 허용하라는 요청이었다.

앤트로픽은 “양심상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거부하면서, 자사의 AI 안전 가이드라인에 정면 위배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보복 조치로서 앤트로픽을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하고, 연방 계약 중단(퇴출)을 추진하고, 그 대안으로 오AI와 계약을 맺고 기밀 네트워크에 자사 서비스를 공급하기로 했으며, xAI와도 계약을 체결했다.

앤트로픽은 법적 조치를 예고했지만, 국방부와 결별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다만, 3월 초 다리오 아모데이(앤트로픽 CEO)가 일부 조항 삭제를 주장했고, 미 국방부가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파이낸셜타임스 보도가 있었다.

이 사건은 ‘가장 안전한 AI’를 표방하는 앤트로픽의 윤리 방침과 ‘군사 기술의 최우선 확보’를 추구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 정책이 충돌한 사례로 평가된다. (구글 검색 ‘AI 개요’ 참조)

펜타곤과 ‘맞짱’ 뜬 용기? 용기가 아니라 ‘지배구조’다.

공동체에서 ‘시스템'(법과 문화의 유기적 결합체)은 개개 인간의 욕망이라는 원심력을 견제하는 구심력 역할을 한다. 원심력에는 욕망만 있는 건 아니다. 공포와 불안, 불신과 혐오도 울타리를 찢고 폭주하는 원심력으로 작동할 수 있다. 그 원심력은 제어되지 않으면 안 된다. 제도와 원칙, 시스템과 철학, 공동체를 지탱하는 최소한의 공동선은 그 구심력이다.

미 국방부의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사기업’이 있을 수 있을까. 미 국방부와의 독점 계약을 ‘포기’하는 영리 기업이 있을 수 있을까. 앤트로픽은 미 국방부의 요구를 거부함으로써 독점 계약의 혜택을 포기했다. 결국 미 국방부가 고개를 숙이고, 다시 협상이 재개됨으로써 문제는 표면적으론 일단락됐지만, 앤트로픽의 ‘위대한 거부’(H. 마르쿠제)는 전 세계 모든 언론사의 주요 뉴스가 되기에 충분했다.

몇몇 언론은 앤트로픽이라는 기업보다는 CEO 다리오 아모데이를 주목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보다는 이재용을, 오픈AI보다는 샘 올트먼을, 메타보다는 마크 저커버그를 비추면 더 투명하게 그 기업의 욕망(혹은 철학)이 보이기도 한다. 그런 시선도 나름으로 타당성이 있지만, 앤트로픽 사례에선 그렇지 않다. 미 국방부의 요구를 거부한 건 CEO 아모데이가 아니라 ‘시스템의 일부’로서 ‘앤트로픽의 지배구조’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모데이라는 한 경영인을 주목하기보다는 AI 헤게모니를 다투는 초일류기업 앤트로픽의 지배 구조에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이재흥(CTK 상임이사, 대통령직속 AI전략위원회 민간위원)은 강조한다.

앤트로픽의 ‘지배구조’는 다르다.

이재흥

AI 기업 앤트로픽의 지배구조는 어떻게 다른다. 그리고 그 ‘다른 지배구조’는 왜 (우리에게도) 중요한가. 이재흥에게 좀 더 물었다.

앤트로픽의 위대한 거부:
펜타곤에 ‘맞짱’ 뜬 용기? 용기가 아니라 ‘지배구조’다

📢 2026년 3월 23일 진행한 인터뷰를 정리했다. 질문은 소제목이나 본문의 행간으로 맥락화했고, 독자가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이재흥의 독백 문투로 정리했다. 퇴고 과정에는 이재흥도 참여했다.

AI, 민주적 소유와 통제: 세 가지 층위

내가 AI전략위원회에 참여하는 이유, 그리고 그 존재 이유와 관련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AI를 어떻게 민주적으로 소유하고 통제할 것인가. 구체적으로 ‘어떻게’는 세 가지 층위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그 방법론을 고민하고 개발해야 한다고 본다.

  1. 기업이 AI를 개발하고 소유하는 측면: 어떻게 기업 내부의 민주적 지배구조를 만들 것인가.
  2. 국가 주도 AI 층위: 어떻게 공공 AI를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소유 구조를 설정할 것인가.
  3. 지방정부 주도 AI: 가령 서울시, 경남도, 트럼프와 맞짱뜨는 뉴욕이나 캘리포니아 등에서 AI는 어떻게 실현되어야 하는가.

1번 문제가 바로 미 국방부의 요구를 거부한 앤트로픽 사례다. 우선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오픈AI에서 앤트로픽으로 분화한 과정을 간단히 살펴보자.

오픈AI에서 앤트로픽으로

잘 알려진 것처럼 오픈AI는 처음엔 비영리 공익법인으로 설립됐다. 여러 후원자와 기업이 펀딩하긴 했지만, AI 사업에는 대규모 자원(특히 전력과 컴퓨터 칩, 고급인재)이 필요하고, 그걸 비영리 공익법인이 단순 기부금만으로는 모두 충당하긴 어렵다.

오픈AI의 지배구조는 크게 세 단계로 진화했다.

1. 비영리 공익법인으로 출범
2. 자회사인 영리 지주회사, 손자회사인 이익제한기업 설립

지주회사는 비영리 공익법인이 100% 지분을 소유하는 형태였고, 인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만 AI를 연구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손자회사를 설립해 MS 등으로부터 대형 투자도 본격 유치하기 시작했다. 다만, 손자회사도 ‘이익제한기업’으로 설립해, 특정 수치 이상 이윤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모법인인 비영리 공익법인에 우선 기부되게 해 자본이 폭주하는 것을 제어하는 장치를 뒀다.

갈등은, 최초의 챗GPT 출시가 임박했을 때 시작됐다. 샘 올트먼이 독단적으로 행동했고, 이사회는 올트먼을 축출했다. 비영리법인이라서 초기엔 너무 간단하고 허술한 지배구조, 의사결정구조였다. 6인으로 이사회를 구성한 것이다. 그래서 어떤 안건에 찬반 의견이 3:3이 되면 교착에 빠지는 구조다. 이사회는 내부 3인, 외부 3인으로 선임했는데, 사내 이사는 회사 주식을 한 주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조건도 붙었다.

그 상황에서 올트먼이 미션과 원칙, 기조를 지키지 않고 조직내 민주적 소통 과정을 패싱한 거다. 챗GPT 최초 출시일도 독단적으로 결정했다. 이사회와 임직원들에게 거짓으로 보고하거나 공유하지 않는 일들이 연이어졌다. 결국, 이로 인한 갈등이 깊어져서 이사회는 올트먼을 축출하기로 결정한다. 주주가 아니어서 별다른 방어권이 없는 사내이사 올트먼은 이사회 해임만으로 즉시 오픈AI에서 축출돼 버렸다. 이 또한 거버넌스의 불완전성을 드러내는 장면이기도 하다.

“내가 이걸(방문증) 착용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샘 올트먼) 오픈AI에서 축출된 후 19일 방문객 전용 오픈AI 건물 출입증을 들고 셀타를 찍어 자신의 X(트위터) 계정에 올렸다. 2023년 11월 19일(현지 시각). 올트먼은 퇴출 5일 만인 11월 21일에 복귀에 합의했다. 샘 올트먼 X 계정.

하지만 이런 결정은 오히려 내부 직원의 반발을 초래했다. 올트먼이 떠나면, 이미 불붙은 AI 헤게모니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다. 손자회사 투자 파트너였던 MS 등의 투자 의사 철회 압박과 반발도 거세졌다. 결국 이사회는 이런 내외부 압박에 의해 올트먼을 다시 오픈AI에 복귀시켰다. 그 과정에서 오픈AI로부터 ‘세포 분열’한 게 앤트로픽이다.

3. 분화한 앤트로픽의 지배구조

공익과 이윤 추구를 잘 조화하고 융합할 수 있을까. 그게 첫 번째 목표였다. 그리고 올트먼과 같은 개인이 전횡할 수 없도록 시스템, 지배구조를 구성해야겠다고 앤트로픽 공동 창업자들은 생각했다. 아모데이 남매 포함해 5명이 오픈AI를 나와서 설립한 앤트로픽은 그 창립 과정 자체에 한 개인(샘 올트먼)의 전횡을 제어하는 민주적 지배구조, 최초의 공익적 미션을 수호하는 장치에 대한 문제의식이 기저에 깔려 있었다.

펜타곤에 ‘맞짱’ 뜬 앤트로픽의 반응은 ‘필연적’

결론을 먼저 말하면, 그래서 이란 전쟁에서 보여준 앤트로픽의 용기 있는 행동을 아모데이 개인의 용기로 축소하는 것은 문제다.

그것은 앤트로픽 CEO 아모데이 개인의 용기만이 아니라 앤트로픽의 지배구조와 그것에 바탕한 의사 결정 ‘구조’가 함께 필연적으로 도출한 당연한 반응, 결과다. 즉, 앤트로픽은 지배구조와 의사결정 방식을 먼저 구축하고, 그런 구조 속에서 필연적으로 ‘어떤 행동’이 도출되도록 조직을 설계했다. 거기에는 오픈AI 때부터 이어져 온 많은 시행착오 케이스, 그리고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들의 연구와 아이디어가 축적돼 있기도 하다. 

🥊 LTBT와 클래스T: 앤트로픽의 지배구조와 철학

앤트로픽은 비영리기금이 이사회 과반을 점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상징하는 게 ‘클래스T’ 주식이다.

앤트로픽은 2023년 9월 ‘장기이익신탁기금(The Long Term Benefit Trust이하, LTBT)’ 출범을 알렸다. 정관을 개정해, 비영리 재단이자 기금인 LTBT만 소유할 수 있는 주식(클래스T)를 발행했는데, 클래스T를 통해 LTBT 기금은 앤트로픽 이사회 5인 중 1인에 대한 임명권을 가진다.

앤트로픽은 4년 이내(2027년)에 이를 계속 늘려 이사회 과반인 3인 이상을 LTBT 기금이 임명하게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클래스T 주식은 기업의 법인격이나 지배구조, 핵심 사업을 중대하게 변경하는 조치에 관해 ‘즉시 통지’받을 수 있는 ‘보호조항’을 마련해 경영을 감시하고 또 소수주주로서 적대적 피인수 등 처할 수 있는 분쟁에 즉시 대비할 수 있게 했다.

– 이재흥, ‘AI빅테크 기업들의 공익적 지배구조 실험, 우리의 과제’(2025.03.05) 참고.

참고로 오픈AI, 앤트로픽 등과 함께 AI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일론 머스크의 ‘xAI’앤트로픽의 지배구조 형성 과정과 극단적으로 대비된다. 처음 xAI는 공익적 영리법인(PBC, Public Benefit Corporation)으로 창립했지만, 건설과정의 환경오염, 전력공급 과정에서 초기 약속과 달리 ‘가스터빈’ 대량 건설, 그러니까 임시로 6개만 잠깐 운영하겠다더니 30개 이상 상시가동해, 주 정부와의 약속 위반하는 등 문제를 일으켰고, 큰 처벌을 피하기 위해 PBC 법인격을 자진 반납했다. 빗발친 주민소송 등에서 유죄 확정이 되면 PBC법인은 주 정부가 강제해산 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AI 주요 기업들이 닥친 현실에 대처하는 모습이다. 즉, 글로벌 AI 기업들은 대부분 ‘사실상 규제가 없는 상태’에서 공익적 지배구조를 선택한 이후 ‘사익 추구’ 쪽으로 많이 치우치기 시작했다. 투자유치와 수익 창출 압박이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문제’로서의 AI 기업의 지배구조

앞서 언급한 세 개 기업 (오픈AI, 앤트로픽, xAI) 사례를 국제적 선례로 참고한다면, 우리나라에는 아주 치명적인 제도적 문제가 있다. 한국은 공익적 지배구조를 법으로 사실상 금지한다. 그게 핵심 문제다. 즉, 상속과 증여를 규율하는 법 체계에서 공익법인과 기금, 신탁이 영리기업을 지배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한다.

원래는 가능했다. 유명한 사례가 유한양행이다. 앤트로픽 같은 모델을 이미 수십 년 전에 실천했다. 창립자인 유일한 박사가 미국 유학 중 그런 지배구조 모델을 익히고 와서,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과반 이상을 공익법인에 ‘증여’했다. 영어 표현으로는 ‘애셋 락(asset lock)’이라고 하는 필수적인 절차를 둬, 공익적 사명에 부합하는 경우 아니면 주식을 매각하지 못하게 하는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연세대학교 법인, 유일공고 법인 등이 대주주였다.

그런데 삼성, 청계재단 이명박, 미르재단 박근혜가 이런 제도를 오용하고 악용했다. 적은 돈으로 비영리 재단을 출연해서 순환출자 방식으로 그룹사 전체를 휘두를 수 있는 ‘변칙적 행위’를 했다. 그래서 90년대에 공익법인이 영리법인의 지분 20% 이상을 가질 수 없도록 제한했고, 현재는 그 제한을 5% 미만으로 더 엄격하게 규제한다.

법인을 창업해서 운영할 때 가장 중요한 게 ‘지배구조’와 ‘이사회 구성’이다. 재벌개혁 운동 과정에서 추가된 ‘사외 이사’ 같은 제도는 기존 조직에 ‘레드팀’을 추가하는 것과 같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시절에 ‘노동이사제’를 공공기관에 의무 도입하기도 했다. 기업의 최종 의사결정에 노동자를 포함시킴으로써 새로운 시각을 더했다.

이렇게 법인의 지배구조, 지분율, 이사회 구성은 굉장히 중요한데, 이사회 구성은 대체로 지분율에 비례한 인적 구성을 취하기 때문에, 그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사외이사’, ‘노동이사제’ 등의 제도를 도입한 거다. 이런 의미에서 앤트로픽은 가장 혁신적인 최신 버전의 지배구조를 취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적 실험 가능성 ‘공익 3법’

우리나라는 기업 지배주주가 독단적인 판단을 하면 막을 방법이 별로 없다. 윤호중(행안부 장관)은 장관이 되기 전 소셜벤처 및 시민사회 활성화를 고민하면서, 지배주주의 전횡을 막고 비영리 재단과 기금들이 혁신기업 투자자로 나설 수 있게 해달라는 시민사회 요구를 수용한 ‘공익 3법’을 마련한 바 있다. 이 법이 통과하면, 한국에서도 공익적 지배구조 실험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 공익 3법이란?


공익법인의 주식 기부 및 출연을 활성화하고, 공익법인이 사회적 기업 등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여 공익 활동을 지원하는 패키지 법안으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 개정안: 공익법인이 주식을 기부받을 때 적용되는 엄격한 제한을 완화하여 주식 출연을 활성화.

🔖 공익법인 투자 활성화: 공익법인이 단순 기부금 지출을 넘어 사회적 기업, 중소기업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에 투자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

🔖 공익법인 관리 및 감독 강화: 공익법인 규제 완화에 발맞추어, 기부금이 재벌의 편법 상속이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관리 감독을 체계화.

이 법안은 현행 공익법인 규제가 공익 활동을 지나치게 옥죄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착한 투자’를 장려하고 한국판 빌게이츠 재단과 같은 공익법인을 활성화하기 위해 윤호중(현 행정안전부장관, 더불어민주당 22대 의원, 경기 구리시)이 의원일 때 발의했다.

– 채예빈 더나은미래, 공익법인 투자 길 넓힌다…사회적 금융 새 판 짜나(2025.02.05) 등 참고.

오픈AI는 아직도 공익 법인이 100% 지주회사를 소유하는 구조다. 나아가 앤트로픽은 ‘장기이익 추구 신탁기금(LTBT)’이 소수주주이면서, 동시에 지주회사 이사회 구성원 과반 임명권이라는 큰 권한을 행사하게 했다. 이런 구조에선 일단 장기이익 추구하는 이사들이 동시에 주요주주이기도 해서, 적대적 M&A를 당할 염려가 없다.

회사 내규를 개정해, LTBT만이 매수할 수 있는 특정 주식(T-class)을 만들어 뒀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업의 큰 방향성에서 단기나 사익 추구 행위는 항상 좌절될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 공익에 부합하는 의제만 이사회에서 통과 가능하다. 그런데 한국에선 이런 방향성을 지향하는 지배구조 실험이 사실상 원천 금지된 셈이다.

‘공익 3법’ 통과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주무부처가 법안 발의자였던 윤호중 장관의 행안부라는 점도 통과를 낙관케 하는 요소다. 그럼에도 선결 과제가 많고, 얼마나 많은 시일이 걸릴지 가늠키 어렵다. 가령 비슷하게 수많은 이들의 숙원인 사회연대경제기본법 조차 무려 13년째 계류 중이기 때문이다.

금지가 없었다면 실험은 있었을까?

이미 사회연대경제와 시민사회에서 그런 요구와 욕구가 굉장히 많다. 물론 기존 자본 투자자들은 기본적으로 이런 지배구조 실험을 싫어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돈은 자기 돈을 내면서 지배할 수는 없으니까. 거꾸로 현대의 비영리재단은 미션과 목적이 아주 다종다양해졌고, 이제는 기업 지배구조와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투자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크다.

우리나라의 현대적인 창업육성기관(엑셀러레이팅) 중에서, 디캠프가 ‘시조새’라고 할 수 있다. 이 또한 비영리 재단법인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인데, 시중 은행들이 3천억을 갹출해 청년 스타트업을 육성하자는 취지로 설립했다. 하지만 ‘5% 미만’ 규제 조항이 있는지 재단을 설립하기 전에는 미처 몰랐다고 한다.

그래서 육성 배출한 스타트업에 팔로우온 후속 투자를 해 계속 동행하고 싶었지만, 사실상 못 하는 형편이다. 왜냐하면 5% 미만 투자는 큰 의미가 없으니까. 상시적인 재무제표 열람은 3% 지분 가진 주주부터 가능하지만, 주식매매가 거의 없는 비상장 기업의 주주총회 의사결정 과정에서 5% 지분율로는 경영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영리 스타트업도 이런 상황이라서, 소셜벤처나 사회적기업 등은 상황이 더 어렵다. 주요한 육성보육기관들이 전부 비영리 공익법인이라 보육 후 팔로우온 투자를 5% 이상 할 수 없고, 실질적인 경영 참여가 어렵다. 그래서 소셜벤처의 초기 생존율, 시장 안착 성공률이 극도로 낮다.

비유하면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이를 바로 출가시켜야 하는 상황이랄까. 또한 성장단계에서도 아무리 임팩트투자사나 소셜벤처 전문 투자사 펀딩을 받는다 해도, 펀드출자자 요구에 의해 8년 안에 투자자금 회수를 압박받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장기적인 관점의 ‘인내 자본’ 중심 투자 환경, 안정적인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기 어렵다.

대통령에 대한 기대

과거 성남시장 시절, 성남형 사회적기업을 만든 게 이재명 대통령이다. ‘성남시민주식회사’ 라는 모델을 별도로 기획해 만들었다. 앞서 설명한 세 가지 층위에서 2번과 3번 (정부AI, 지방정부AI) 지배구조에 대해 이해가 깊을 것으로 생각한다.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에 대한 이해와 경험도 깊고, 그런 맥락에서 기본사회, AI기본사회를 창발하고 브랜딩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대통령의 역할은 거시적인 방향 제시라서, ‘5% 미만’ 지분 규제의 문제는 아직 모를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싶다. 윤호중 장관과 같이 최근까지 시민사회와 접촉면이 많았던 정치인의 경우와는 달리, 오랜 기간 유력 대권주자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통령에게 가지는 기대와 윤호중 장관에 가지는 기대는 서로 다르다.

시기도 중요하다. 정부가 ‘모두의 창업’ 시대를 선언했고, AI 창업 붐이 일어나고 있는데, ‘5% 미만’의 공익법인 지분 참여 규제는 공익적인 재단과 기금이 영리기업의 지분을 대량으로 매입투자하고 또 경영에 실제 참여할 방법을 원천 차단한다. 공익법인은 AI기업의 주요 주주로도, 이사회 구성원으로도 사실상 구조적으로 참여할 수 없다. 과거 재벌개혁의 필요성 때문에 생긴 규제 제도지만, 현재 사정에 맞게 다시 조정해야 한다.

‘양날의 검’ 같은 속성을 가진 신기술, AI나 블록체인에 대해서는 공적인 규제, 시민들의 직간접 소유를 통한 상시적인 감시와 통제를 병행해서 공공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되,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에도 대응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앞서 현 제도는 재벌의 편법을 제어하기 위해 생겨났다고 말했다. 현 제도는 재벌의 편법과 오남용, 악용 가능성을 제어하려는 제도적 취지가 있다. 하지만 지주회사법과 시스템이 안착했고, 상법이 3차에 걸쳐서 개정됐다. 자본시장법 개정도 곧 앞두고 있다. 예전에는 이런 경제 민주화 법들이 부족했다.

과거에는 상속증여세법을 통해서 재벌의 편법적인 경영권승계, 비민주적인 경영을 막으려 했지만, 지금은 재벌들의 3, 4세 승계가 거의 마무리 단계이기도 하다. 또, 지금은 제어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추가 돼 있다. 금융감독원이나 내부고발 제도도 활성화됐다. 물론 ‘공익 3법’ 등을 마련하면 제도 초기에는 악용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AI시대 스타트업과 소셜벤처가 공익적 지배구조를 실험하고 연구해 창업하지 못함으로 인해 생기는 사회적 손실이 훨씬 더 크다.

결: 공익 추구와 자본 추구는 충돌하지 않는다

만약 앤트로픽이 아니라 오픈AI였다면? 미 국방부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수용하지 않았다면 샘 올트먼은 다시 한번 주주들이나 이사들에게서 축출당했을 거다. 이번에는 정반대 이유로. 공익 추구하느라 회사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했다고.

그래서 앤트로픽이라서, 앤트로픽 내에 장기이익추구 우선 의사결정이 촘촘하게 시스템화되어 있었기에 가능했던 ‘거부’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결정을 했음에도 아모데이 CEO는 자리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다. ‘미 국방부 vs. 앤트로픽 ‘맞짱’ 사건 이후 앤트로픽이 앱스토어 다운로드 1위를 할 정도로 사람들이 공감하고 응원한다. 앤트로픽의 철학과 방향은 앤트로픽이라는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 이윤 추구에도 유리할 수 있다.

기업이 착해야 한다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 장기적으로 기업과 사회를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성장시키는 데 오히려 앤트로픽 모델이 더 부합하고, 돈도 꾸준히 많이 벌 수 있는 혁신전략일 수 있다는 거다.

블랙록(자산투자사), 세계 최대의 자산 운용사다. 우리나라에 20조를 투자하고 싶다고 하는데, 제1 투자 기준이 ‘리스크 해소’다. 그런 블랙록이 생각하는 가장 큰 리스크는 바로 기후위기다. RE100 준수하는 AI 인프라에 투자하고, RE100에 동의해야 투자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재명 정부가 남해안에 대규모 국가AI컴퓨팅센터를 짓겠다고 했고, 이곳이 아시아 AI허브 역할을 하되, 남해안의 해상풍력발전과 태양광발전 등 친환경에너지로 전력 수급하겠다는 계획이 수용돼 블랙록이 투자를 결정했다.

사람들이 선호하고, 충성하며, 자본 입장에서도 ‘리스크’를 없애는 차원에서 공익적 관점과 장기적 관점이 중요하다. 새로운 ‘상식’이 되어간다. 공익 추구하면 빨갱이, 이익 추구는 악덕 기업? 이런 이분법은 이제 설 자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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