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백 칼럼] 상대가 짜놓은 판에서 싸우지 마라… 위기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무결함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신뢰를 다시 설계하는 것
정원오 전 성동구청장의 멕시코 출장을 둘러싼 논란과 대응은 네거티브 공세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하는 본질적인 질문을 남긴다.
애초에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여성 공무원과 해외 출장이라는 맥락을 삭제한 의혹을 던지면서 논란을 키웠지만 선거 판에서는 사실관계의 옳고 그름과 별개로, 주도권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 이 사안은 사실관계의 옳고 그름과 별개로 이미 해석 싸움과 ‘프레임 전쟁’으로 넘어갔다. 위기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치명적인 실패는 사실이 틀린 것이 아니라 해석의 주도권을 잃는 것인데, 정원오 측은 바로 그 함정에 빠져 있다.
논란의 출발점은 2023년 멕시코 출장이다. 멕시코시티-메리다-칸쿤을 포함한 일정에 여성 공무원이 실무 담당으로 동행했고, 이후 해당 직원이 공개채용 절차를 거쳐 재임용되면서 의혹이 확대됐다. 출장 문서의 성별 표기 오류와 칸쿤 체류를 둘러싼 외유 의혹도 겹쳤다. 칸쿤 체류는 공식 포럼 후 경유였다는 반박이 나왔으나, 휴양지라는 장소 특성은 ‘보상성 일정’이라는 해석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이런 의혹은 부인할수록 의심을 키운다. 위기 커뮤니케이션의 관점에서, 이 순간이야말로 전략적 판단의 분기점이었다. 그러나 정원오 측은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첫째, 프레임 싸움에서 밀렸다. 위기 커뮤니케이션의 제1원칙은 상대가 설정한 전장에서 싸우지 않는 것이다. 이 논란은 ‘공식 출장의 적정성’이 아니라 ‘여직원과 칸쿤’이라는 감정적 구도로 굳어졌고,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대중의 판단 기준을 이미 형성했다. 정원오 측은 이 프레임을 깨지 못한 채 그 안에서 세부 사실을 나열하는 데 머물렀다. 해명할수록 프레임이 강화되는 전형적 악순환이다. 위기 커뮤니케이션에서 프레임 전환 없는 해명은 방어가 아니라 자충수다. 아무리 정확한 사실도 불리한 프레임 안에서는 의심의 재료로 소비될 뿐이다.
둘째, ‘완전 무결’ 전략의 함정에 걸렸다. 위기관리에서 가장 위험한 선택은 모든 것을 부인하는 것이다. 성별 표기 오류, 일정 기록의 미비, 인사 시점 논란은 개별적으로는 설명 가능하다. 그러나 이들이 동시에 존재할 때 “모두 문제없다”고 밀어붙이면, 대중은 해명이 아니라 은폐로 읽는다. 전면 부인은 단기적으로 방어선을 유지하는 듯 보이지만, 이후 드러나는 작은 흠결 하나가 전체 서사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일부를 인정하고 신뢰를 재건하는 것이 위기 커뮤니케이션의 정석이다. 칸쿤 체류는 당시 관행과 판단 기준을 설명하되 그 한계를 인정하는 방식이어야 했다.
셋째, 인사 문제를 분리하지 못했다. 해당 직원의 재채용이 공개 절차를 거쳤더라도, 외부에서는 출장과의 연관성이라는 의혹 프레임으로 수렴된다. 높은 평가 등급이라는 요소는 대중에게 강력한 의혹의 신호로 작용한다. 사실 나열이 아니라 절차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구조적으로 입증하는 대응이 필요했다. 위기 커뮤니케이션에서 ‘절차적 정당성의 증명’은 사실 해명 자체보다 강력한 방어 수단이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이 사안의 본질은 법적 위법 여부가 아니다. ‘공직자로서의 판단이 적절했는가’, 그리고 ‘그 판단을 투명하게 설명할 의지가 있는가’의 문제다. 대중은 완벽한 사람을 원하지 않는다. 자신의 판단을 돌아보고 바로잡을 줄 아는 사람을 원한다. “모든 것이 적법했다”는 주장이 사실이라 해도, 적법성만으로 신뢰는 회복되지 않는다. 적법성과 신뢰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것, 그것이 위기 커뮤니케이션의 존재 이유다.
지금이라도 방향을 바꿔야 한다. 출장 전체 동선과 비용, 동행 구조를 일괄 공개해 조각 해명의 악순환을 끊고, 채용 과정과 평가 기준을 전면 공개해 인사 의혹을 구조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일부 판단의 한계를 인정하고 프레임을 ‘개인 의혹’에서 ‘공공 행정의 투명성 기준’으로 전환해야 한다.
위기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무결함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신뢰를 다시 설계하는 것이다. 해석의 주도권을 되찾을 때 비로소 위기의 출구가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