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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코리아 칼럼] 기존 분석이 놓친 이재명 승리의 진짜 이유. 20대·21대 대선 득표율 입체분석, 세대별·젠더별 표심 변화. (정해구/성공회대 대우교수) (⏳4분)

지난 6월 3일 21대 대선이 치러진 지도 한 달이다. 이번 대선 결과에 대한 여러 분석이 나왔지만 충분치는 않다.

  1. 첫째, 20대 대선 결과와 21대 대선 결과 간의 표심 변화를 엄밀한 지역별·세대별·젠더별 득표율 분석을 통해 분석할 필요가 있다.
  2. 둘째, 이준석 후보 지지표가 주는 의미가 젠더 갈등 차원에서만 과도하게 분석되었다. 오히려 그것은 보수 진영의 내란 반대표라는 점에서도 분석될 필요가 있다.

내가 보기에 지난 20대 대선 결과와 비교해 이번 21대 대선 결과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1. 첫째, 내란과 탄핵 사태는 보수를 분열시켰고, 그 결과는 이재명 후보의 승리로 이어졌다.
  2. 둘째, 내란과 탄핵 사태는 특히 40대 이상 세대에서 이재명 후보 지지율 증가로 나타났다.
  3. 셋째, 2030대 남성들은 과거보다 더욱 보수화되었지만, 그럼에도 그들 상당수는 이준석 후보 지지를 통해 내란에 대한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보수 분열로 승리한 이재명, 내란 반대 보수에 심판당한 김문수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의 ‘압도적 승리’를 예상하는 사람이 적잖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옹호했던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에 대해 ‘국민적 심판’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1, 2위간 격차가 8.27%P인 이번 대선 결과는 무엇을 보여주고 있나? 다음의 ‘표 1’은 지난 20대 대선과 이번 21대 대선에서 각 정당의 대선 후보가 획득한 지역별(권역별·시도별) 득표율이다.

우선 ‘표 1’은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얻은 득표율이 20대와 비교해 각 지역별로 약 2%P 수준에서 고루 상승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일부 지역은 다른 양상도 나타나는데, 세종시는 득표율이 3.71%P나 증가했고, 호남은 양 대선 득표율이 비슷했다.

양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의 전국 득표율의 증가폭(1.59%P)은 크지 않다.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압도적 승리’를 거두었다고 보기 힘든 대목이다.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 증가가 이 정도에 그쳤다는 것은 내란과 탄핵 사태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보수 지지표가 이재명 지지표로 크게 이동하지 않았음을 뜻한다.

다른 한편 ‘표 1’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던 표가 이번 대선에서는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지지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지지로 나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두 보수 후보의 득표율을 합산할 경우 그것은 경기와 인천, 세종 그리고 호남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이재명 후보 득표율을 상회하고 있다. 이는 이번 대선에서 보수 지지표가 분열은 되었지만, 축소되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결국 이번 대선 결과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이재명 후보가 승리한 것은 보수 지지표가 김문수 후보 지지표와 이준석 후보 지지표로 갈라졌기 때문이다. 둘째, 이번 대선에서 김문수 후보가 패배한 것은 이준석 후보 지지표가 보여주고 있듯이 내란에 반대한 보수 유권자들이 내란에 찬성한 김문수 후보에게 표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보수 유권자라 하더라도 이준석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아 사표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준석 후보는 8% 이상을 얻었다. 이는 내란에 동의할 수 없었던 보수 유권자들이 내란을 옹호했던 김문수 후보를 ‘심판’한 것이라 할 수도 있다.

40대 이상 이재명 지지 증가와 20·30대 남성의 보수화

‘표 1’이 20대 대선과 21대 대선의 지역별 득표율 추이를 보여주는 것이라면, 다음의 ‘표 2’는 양 대선을 통해 드러난 세대별·젠더별 득표율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표 2’에서 나타나듯이 지난 대선과 비교해,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은 20대를 제외한 모든 세대에서 증가했다. 30대에서 증가폭은 1.3%P에 불과하지만, 40대에서는 12.2%P, 50대에서는 17.4%P, 60대에서는 15.2%P, 70대 이상에서는 5.5%P에 이른다. 특히 40대와 50대 그리고 60대에서 10%P 이상 증가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반면 20대 이하에서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은 6.5%P 하락했다(출구조사 결과를 사용했기 때문에 이재명 후보 지지 증가가 약간 과대하게 조사되었을 수 있다).

근래에 치러진 역대 선거 결과를 살펴볼 때, 4050세대는 비교적 진보적이며, 6070세대는 보수적인 반면, 2030세대는 새로운 보수의 경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에서 진보 세대라 할 수 있는 4050세대뿐만 아니라 보수 세대라 할 수 있는 6070세대에서도 이재명 후보 지지율이 증가했는데, 이는 내란과 탄핵 사태가 이들의 태도 변화에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것은 이재명 후보로 돌아선 40대 이상의 보수 유권자들이 이준석 후보라는 선택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후보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중장년층에게는 이준석 후보보다 이재명 후보가 더 설득력있는 선택지였던 셈이다.

반면에 20대 이하의 남성들은 지난 대선보다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를 덜 지지했다(36.3%→24%).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30대 남성들 역시 마찬가지이다(42.6%→37.9%). 대신 20대 이하 남성들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지지(58.7%)했던 것보다 이번 대선에서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에게 더 많은 지지를 보냈다(36.9% + 37.2% = 74.1%). 30대 남성들 역시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지지(52.8%)한 것보다 이번 대선에서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를 더 많이 지지했다(34.5% + 25.8% = 60.3%).

이 점에서 2030세대 남성들은 이번 대선에서 2030세대 여성들의 진보화와 달리 보수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2030대 남성 중 상당수가 김문수 후보가 아니라 이준석 후보를 지지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20대 남성들에게 이준석 후보 득표율(37.2%)은 김문수 후보 득표율(36.9%)보다 더 높았다. 20대 남성이 보수화 경향을 보이지만, 그들의 상당수는 내란에 동의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보수는 통합할 수 있을까?

21대 대선을 통해 드러난 이 같은 유권자들의 표심은 향후 전국선거, 즉 2026년에 치러질 전국동시지방선거와 2028년에 치러질 국회의원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관건은 내란 옹호와 내란 반대로 분열된 보수세력의 통합 여부일 것이다. 하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내란이라는 헌정 위기를 거치면서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간 인식의 차이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또한, 국민의힘 지지층과 개혁신당 지지층은 매우 이질적이다. 전자가 나이가 든 세대 중심이라면, 후자는 젊은 세대 중심이다. 물론 보수 통합은 국민의힘 내 친윤 등 내란 옹호세력의 약화 여부와 이재명 정부의 국정 지지도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보수세력이 빠른 시간 내에 통합할 가능성은 크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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