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데이터] 근로소득 실효세율 감소… 2만 명 연봉이 20조 원, 근로소득 격차 줄었지만 자산 격차 확대.
한국의 근로소득자 상위 0.1%는 연봉 기준으로 9억 6000만 원을 벌고 3억3290만 원을 세금으로 냈다. 상위 2만 명이 하위 333만 명만큼 번다.
상위 1%는 3억3208만 원을 벌고 8872만 원을 세금으로 냈다.
임광현(민주당 의원)이 국세청 근로소득 자료를 분석해 공개한 자료다.

왜 이게 중요한가.
- 20 Vs. 50 현상이 굳어지고 있다. 근로소득 상위 20%가 전체 근로소득의 50%를 차지한다.
- 소득 격차는 추세적이라 그렇다치고 소득세 실효세율이 줄어든다는 게 문제다. 무엇보다도 고연봉 근로소득자들의 세율이 크게 줄었다. 재정 적자가 불어나는 상황에서 조세 정의의 근간이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소득 불평등이 개선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근로소득의 격차가 자산 격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 가뜩이나 2023년은 근로소득 증가율이 물가 상승률에 미치지 못했다. 저소득 계층의 상대적인 박탈감이 더 커졌다.


더 깊게 읽기.
- 소득 격차가 워낙 크고 부자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건 당연하지만 최근 흐름은 반대로 간다는 게 문제다.
- 2023년 기준으로 근로소득자는 2085만 명이다.
- 근로소득 상위 10%가 72%의 세금을 낸다. 상위 20%까지 넓히면 87%의 세금을 낸다.
- 근로소득 하위 33%, 375만 명은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다. (2024년 국세 통계 기준)
- 2만 명 규모의 최상위 0.1%의 근로소득 합계가 20조180억 원이다(비과세 근로소득을 제외한 총급여 기준). 하위 15%인 333만 명은 18조8700억 원이었다.
- 최상위 0.1%가 전체 근로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기준 2.21%다. 2013년에는 2.09%, 2019년도 2.05% 수준이었는데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높아졌다. 2021년 2.37%, 2022년은 2.34%를 기록했다.
- 근로소득세 실효세율(결정세액 합계를 총급여 합계로 나눈 비율)은 2022년 6.8%에서 2023년 6.6%로 줄었다. 근로소득 실효세율이 줄어든 것도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윤석열 정부 감세 효과.
- 1인당 근로소득세 부담액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 1인당 평균 근로소득은 2022년 4214만 원에서 2023년 4332만 원으로 늘었는데 평균 결정세액은 288만 원에서 287만 원으로 줄었다.

- 윤석열 정부 취임 첫해인 2022년 소득세 하위 과표 2개 구간을 상향 조정하면서 전체적으로 실효세율이 줄었다. 세율 6%가 적용되는 과표 구간을 1200만원 이하에서 1400만원 이하로 올리고 15% 적용 구간을 1200만~4600만원에서 1400만~5000만원으로 올렸다. 서민과 중산층 부담을 낮춘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고소득 계층에 감세 효과가 집중된다.
- 2023년 총급여는 903조 원으로 4.4% 늘었는데 결정세액은 60조 원으로 1.1% 늘어나는 데 그쳤다.
- 2023년 기준으로 근로소득자 상위 0.1%(2만852명)의 연 평균 근로소득은 9억 6000만 원, 평균 결정세액은 3억3290만 원으로 1년 전보다 각각 2.8%와 5.2% 줄었다. 상위 0.1%는 소득이 줄었지만 세금은 더 많이 줄었다. 상위 1%로 넓혀보면 소득이 0.2% 늘고 세금은 1.4% 줄었다.


근로소득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에 못 미쳤다.
- 2023년 기준으로 근로소득(총급여)이 2.8% 늘었는데 물가는 3.6% 올랐다. 2년 연속 근로소득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에 못 미쳤다.
- 근로 소득자의 실질 소득과 구매력이 크게 떨어졌다.
- 로널드 레이건(전 미국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은 노상 강도처럼 폭력적이고, 무장 강도처럼 무섭고, 저격수처럼 치명적”이라고 말한 적 있다.
- 임광현은 “국민의 실질 소득 저하는 내수를 위축시켜 민생 경제를 위협한다”면서 “이를 극복할 정확한 실태 분석과 근로 소득자의 소득 향상을 지원하는 조세, 재정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계가 말하는 현실: 소득 격차가자산 격차로.
- 근로소득의 불평등 정도는 개선되고 있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 상위 10% 소득을 하위 10% 소득으로 나눈 값인 10분위 배율은 2012년 53.6배에서 2023년 40.3배까지 줄었다.
- 근로소득 통계에는 국세청에 신고하지 않은 임시직과 일용직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 상당수가 잡히지 않았을 수 있다. 이자와 배당, 부동산, 사업 소득 등을 모두 더한 종합소득을 봐야 실질적인 격차를 확인할 수 있다.
-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가구 단위로 경상소득과 자산 격차를 확인할 수 있다. 소득 5분위 자료를 기준으로 2012년에는 소득 상위 20%가 하위 20%와 비교해서 경상소득이 13.2배였는데 2024년은 11.0배로 줄었다.
- 자산은 7.8배에서 7.3배로 비슷한 수준이다. 소득 격차는 완화됐지만 자산 격차는 줄어들지 않고 있거나 오히려 확대됐다는 의미다. 2024년 기준으로 소득 하위 20%의 자산은 1.7억 원, 상위 20%의 자산은 12.4억 원이다.
- 2024년 소득세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고소득 계층의 소득세 실효세율이 더 낮아지고 조세 형평성이 더 후퇴했을 가능성이 크다.

- 10분위 배율을 보면 격차가 더욱 두드러진다. (10분위 통계는 2017년부터 작성됐다.) 경상소득 10분위 배율은 2017년 25.2배에서 2024년 20.7배까지 줄었는데 자산 10분위 배율은 11.8배에서 2020년 13.3배까지 늘었다가 2024년 12.7배로 줄었지만 여전히 추세적으로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무엇을 할 것인가.
- 탄핵 이후 대선 과정에서 조세 개혁이 핵심 어젠다가 돼야 한다.
- 윤석열 정부가 무너뜨린 조세 정의를 바로 잡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 감세와 재정지출 축소가 만든 악순환을 끝내야 한다. 소득세와 법인세를 비롯해 종합부동산세와 금융투자소득세 등 자산소득 과세를 전면적으로 쇄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