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x type=”note”]
-
주택의 미래
1. 1가구 1주택은 불가능하다: 자가점유율 상한선 탐구
2. 고마운 다주택자: 유동화 매개의 중요성
3. ‘컴팩트 시티’ 오독 비판(상): 고밀개발이라는 순진한 관념1) 건폐율과 용적률 그리고 건물과 단지의 모양
2) 고층화와 고밀화(용적률 증가)에 기대는 논리
3) 재건축: 단기적 차원에서는 손해, 결국 하긴 해야 한다
4) 고층화의 한계이익 체감, 그리고 주택유형의 제한4. ‘컴팩트 시티’ 오독 비판(중): 고밀화는 지속 가능하지도 에너지 효율적이지도 않다
5) 용적률 뻥튀기 재건축, 미래세대에는 불가능한 행운
6) 고층화와 고밀화, 비슷하면서 다른 문제
7) [도시의 승리] 올바로 읽기5. ‘컴팩트 시티’ 오독 비판(하): 대안은 초고밀화가 아니라 ‘다핵화×연결’
8) 직주 근접, 서울 사대문 안 고밀개발이 답일까?
9) 스마트한 연결, 그게 필요하다
10) 결론: 다핵 국토의 스마트 연결 그리고 시간
(순서대로 읽으면 좋습니다.)
[/box]
제목이 도발적인가? (아니 이 놈이 다주택자 편을 드네!)
일단, ‘경제학원론과 싸운다’는 비판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겠다. 경제학원론과 싸우자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학원론’만’ 보신 분들과는 논전을 좀 할 수도 있겠다.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부족하다는 신호이므로 공급을 늘려야 가격을 잡는다고들 한다. 공급을 늘릴 때 가격이 잡히는 건 수요곡선이 우하향할 때의 이야기다. 과연 주택 수요곡선이 그런가
1. 주택 수요곡선은 과연 우하향 하는가
전통적 수요공급 곡선(아래 왼쪽)에서, 당연히 수요가 늘거나 공급이 줄면 가격이 올라가고, 수요가 줄거나 공급이 늘면 가격이 잡힐 것이다. 특히 주택이라는 재화는 공급이 매우 비탄력적이니, 기울기가 가파르다. 가격이 좀 오른다고 해서 바로바로 땅을 구하고 바로바로 집을 지어서 공급할 수가 없기에 그렇다. 애초의 가격 CP1에서 수요가 조금만 늘어도 CP3로 가격이 확 오른다. (공급이 탄력적이면 CP2 정도로 올랐을 것이다). 대신에 수요가 조금만 줄어도 폭락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는 주택의 ‘일반 소비재’의 측면만 볼 때 그렇다.
새삼스러운 이야기지만, 현실에서 주택은 ‘투자재’로서의 역할도 한다. 투자재에 대한 수요곡선은 ‘우상향’한다(위의 오른쪽 그래프, 파란선). 주식이 대표적인 예다. 주식값이 오르면 수요는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너도나도 뛰어들며 수요가 늘어난다(내가 처음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유명한 이야기다).
이렇게 수요곡선이 우상향 할 때 공급을 늘리면, 새로운 균형가격은 IP2에서 형성된다. 공급을 늘렸는데 가격이 더 올랐다. 환장할 노릇이다. 수요가 늘어 가격이 올랐는데, 그래서 공급을 늘려도 가격이 또 오른다니..!!!
심지어 재건축재개발을 하면 당장 거기에서 살고 있던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공급 늘리기 위해 재건축을 하면 당장은 수요도 느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몇년 뒤 공급이 늘어나면 곡급이 늘어난 효과는 장기적으로 나타나는데, 쏟아져 나오는 재건축 단지 입주자들로 당장 급증한 수요로 인해 시장가격은 이미 올라간 다음이다. 공급을 늘리려다가 수요만 늘린 격이다.
그렇다고 재건축을 무조건 막을 건 아니다. 가격 조절이 아니라 인권차원에서 , 노후 건물에 사는 사람들의 주거권을 생각하는 차원에서 재건축에 접근해야 한다. 인근 지역에 미치는 충격을 생각하면, 대규모 단지는 주변에 신규 물량이 좀 지어질때 맟춰 순차적으로 재건축에 들어가면 좋겠다. 그리고 앞으로는 대규모 단지도 당장의 규모의 경제만 생각해서 무조건 크게 지을 것이 아니라, 먼 훗날에도 순차적으로 재건축 할 수 있도록 적당히 끊어서 지어야 LCA 차원의 합리성이 구현될 것이다. (아래 4.2 이하 참고)
해결방법은 무엇인가.
공급을 안 늘릴 수는 없다. 일단 다섯 가지 이유로도 공급은 늘려야 한다. 품질까지 고려하면 여섯 가지 이유.
- 자연 멸실 주택의 감소량 보전
- 최저 주거 기준 미달 가구의 주거 상향 이동
- 주택 이외의 거처에 사는 인구의 주거 상향 이동
- 주택보급률 통계의 착시 효과 극복(이주민과 같이, 수치에 포함되지 않은 인구 감안 등등)
- 가구원 수 감소에 따른 가구 수 증가 요인 고려(1인가구 증가 등)
- 주거 품질 향상(또는 현재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업그레이드)
그런데 이 다섯 가지, 혹은 여섯 가지를 고려해서 ‘차분히’ 늘려야 한다. 그리고 ‘우상향 수요’를 다시 일반적인 우하향 수요로 바꾸어 놓고나서 늘려야 한다. 수요곡선이 우상향인 상황에서, ‘패닉 바잉’한다고 해서 ‘패닉 플래닝’하여 갑자기 그린벨트 풀고 도심 용적률 풀고 ‘패닉 서플라이’해 봐야, 가격은 계속 오를 것이다.
그러니 공급 전에, 혹은 공급과 동시에, 우상향 수요곡선을 우하향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래야 공급을 늘릴 때 가격이 내려가는 ‘일반적인 시장경제’가 작동할 수 있다. 경제학원론’만’ 봐서는 답이 안 나오는 문제다.
현실에서 주택에는 ‘일반소비재’에 대한 수요와 ‘투자재’에 대한 수요가 섞여있고, 심지어 개별 소비자 한명 한명, 이 글을 읽는 당신과 내 안에도 그 두 수요는 섞여있다. (투기와 투자와 실수요를 구별하기 어려운 이유고, ‘가격을 잡는 것이 목표인 정책’이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가격이 떨어져 집을 사는 순간 그 정책의 수혜자는 그 정책의 반대자로 돌변하기 때문이다. 아니, 가격이 계속 떨어질 것 같으면, 아예 안 사고 임대에서만 살지도 모르겠다. 그럼 임대가격이 비싸지겠지. 균형이 어디선가 또 형성되겠지. 많은 이 들이 눈물 흘리고 난 뒤..)
그래서 문제는 가격이나 공급(그 자체는 해야하지만)이 아니라, 수요곡선의 방향이고, 그리고 오늘의 본론인 ‘유동화’다. 다주택자가 역사적으로 기여한 부분이다. 먼저 수요곡선을 정상화(?)한다고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점부터 짚어 본다.
2. 수요곡선 우하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이유
우하향 수요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 토지 공개념, 국토보유세 등이라 할 수 있다. 토지가치 상승으로 인한 시세차익을 차단하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선 많은 분들이 이미 좋은 대책을 많이 내놓고 있다.
하지만 ‘입지 차별성’으로 인한 지대의 차이는, ‘자산가치 상승’을 막는다고 사라지지는 않는다. 따라서 도심이나 교통 결절지에 자리잡을 상업이나 업무지구의 지대는 여전히 주거용으로 쓰기엔 매우 부담스러운 수준이 된다. 투기의 영향을 제거하여 수요곡선이 우하향하게 되어도, ‘도심지 주택문제’는 남는 것이다. 아래 그림처럼 기울기가 완만해질 지언정(주황색 수직 화살표), 도심으로 갈 수록 지대는 여전히 비싸질 것이다(파란색 수직 화살표).
건축비도 비싸다. 집이라는 생산품을 만드는 공정은 공기도 길고 각종 산업이 고도로 결합해야 한다. 원가도 원가지만, 사업상으로는 시공 리스크, 미분양 리스크, 인허가 리스크, 경기변동 리스크를 분산·이전하거나, 보험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필지가 모여 있고 한 행위자의 행위가 외부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현대 도시에서는 고도의 법·행정·금융 구조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그러니 주황색 곡선의 출발선이나 기울기를 낮추는데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극단적으로 ‘지대가 동일한 경우’를 가정해도, 여전히 ‘절대 부담 불가 구간’(이전 글 참고) 계층의 주택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아래 그림). 현실에서는 가운데 점선 정도가 ‘투기의 영향을 최소화’한 경우의 주택가격곡선이 될 것이고, 상당한 인구의 소득곡선 (또는 부담가능력 곡선)은 여전히 그 아래에 있다.
그리고 그 공급비용을 치루는 방법이 문제다. 앞서의 논의는 소득곡선을 ‘부담 가능 능력’으로 두고 진행했다. 사실 부담 가능 능력이라해도, 직접 주택을 구매하는 구매력으로 이어지는데는 더 복잡한 과정이 있다. 건설회사는 (아직은) 비용을 할부로 받아서 운영되는 조직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급자 금융이 미비했을 때는 ‘선분양’ 시스템까지 동원해야 했고(아직도 남아 있고), 입주자가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누어 지급할 지언정, 어쨌든 공급자는 열쇠를 넘겨주기 전엔 돈을 다 받아야 한다.
그런데 사실 소비자에게 ‘부담 가능한 소득’이 있다 해도, 다 목돈으로 가지고 있지는 못하다. 애초에 저축을 해도 불가능한 경우는 ‘부담 불가 구간’에 있는 경우고, 부담 가능 구간에 해당하는 경우라 해도, 당장 주택값 전액을 목돈으로 만들어 놓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유동화 (반대 방향에서 보면 고형화)가 필요한 것이다.
3. 유동화 중개시스템
건설회사는 돈을 받고 팔아야 하고, 소비자는 돈이 없다. 할부시스템과 같은 유동화 시스템도 없다. 그럼 물건 생산이 안 된다. 공급자 금융과 소비자 금융이 필요했다. 선분양제도는 공급자 금융의 일환이었고, 2004년 모기지론 도입 이전에는 이렇다 할 소비자 금융이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있긴 있었는데 단기 일시상환이라, 지금 직장인들이 ‘적당히 저축하다가 LTV(주택담보 인정비율) 비율 최대한도로 대출 ‘땡겨서’ 산 다음 천천히 갚아나가는 방식의 담보 대출과는 거리가 멀었고, 빨리 집을 팔아서 갚아야 했다.)
3.1. 고마운 다주택자!
그러면 결국 돈을 지급할 수 있는 사람은 다주택자였던 것이다. 소비자 금융이 미비했던 시절에는, (기존에 소유한) 주택 담보 대출 외에 딱히 돈을 조달할 방법이 없었다. (아래 그림의 위쪽 경우)
그래서 주택 한 채 가지고 있는 걸 담보로 대출을 받아 집을 하나 더 사서, 건설회사에는 대금을 지급하고, 목돈이 없는 소비자에게는 세를 주는 것이 ‘유동화 중개’가 되는 것이다(아래 그림의 아래 왼쪽 경우).
혹은, 은행에서 빌리지 않고, ‘전세 끼고 집을 사는 것’도 집을 확보하는 방법이었다(아래 그림의 아래 오른쪽 경우). 전세가 ‘사금융’으로 불리는 이유다. 전세 세입자는 집값에 훨씬 못 미치는 액수만 지급하고, 월세보다는 안정적인 주거를 누릴 수 있었다. 전세금이 집값에 가까워지고 시세차익은 소유자만 가져가는 게 좀 억울하긴 해도, 어쨌든 그집에 살지 않는 사람(=다주택자)이 매개해 주는 덕에 제 돈을 다 안치르고도 그 집에 들어가서 살 수 있었다. 물론 전세 임대인은 나중에 매각차익을 가져갔다.
이렇게 ‘고마운’ 다주택자와 주택담보대출 제도가 없었으면, 그리고 시행사가 없었으면, 우리는 새로 어느 동네에 이사를 가기 위해서는 이사 전에 돈을 다 저축한 뒤, 새로 이사갈 동네에 가서 땅을 사고 설계사무소와 시공회사와 계약한 후, 건축 허가를 받고 집을 다 짓고 대금을 치루고 사용승인 등을 받고 나서야 이사를 갈 수 있었을 것이다.
이 모든 비용을 ‘다주택자’가 치뤄주고 나는 집값의 50~80% 정도의 전세금이나, 목돈이 없으면 다달이 월세를 내고 다 지어진 집에 들어갈 수 있었으니, 어찌 고마운 존재가 아니랴! (진심이다)
3.2. 전세의 기능: 레버리지 투자와 소유의 양극화 촉진
전세의 기원과 기능에 대해선 별도의 글을 준비 중이다. 이 글에선 전세의 ‘레버리지 효과’에 주목한다. 위에 다주택자가 참 고마운 존재라고 썼다. 시중 이자율보다 월세 전환율이 높으면, 전세보다 월세가 이익인데, 왜 전세를 놓은 임대인은 굳이 전세를 선호했을까?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을 줄여주려는 천사라서?
임대인이 천사인지 악마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그건 중요하지 않다. 확실한 것은, 전세제도를 통해 (보증금 활용을 통해) 임대인이 누린 이익이, 임차인이 누린 이익(= 전월세 전환율과 이자율의 차이로 인해 전세 임대인이 받은 손해)보다 훨씬 컸다는 것이다. 위 그림에서, 전세로 운영하는 동안의 기회비용(짙은 곤색 사각형)을 나중에 매매차익에서 빼내더라도, 시세차익으로 얻는 이익이 훨씬 큰 것이다.
전세제도를 통해 임대인이 얻은 이익 > 전세제도를 통해 임차인이 얻은 이익(=임대인에게 끼친 손해)
예컨대 4억짜리 집을 1억의 자기자본과 3억의 전세를끼고 사서, 운영기간에는 수익이 안 나더라도 (월세로 받았을 경우와 비교해서는 오히려 손해더라도), 청산(Exit) 시점에 집값이 8억이 되면, 보증금을 반환하고도 4억을 번다. 이런 경우에는 중간에 3억 원이 생겨도 이걸로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고 월세로 전환하느니, 그 3억원 가지고 다시 1억원짜리 갭투자를 3군데 더 해서 총 12억을 더 버는게 훨씬 낫다. 목돈을 굴려 얻을 수 있는 수익률 400%짜리 투자처가 있다면 (10년이 걸렸어도 연 40%) 지금 전월세 전환율5%와 이자율 2% 사이에서 저울질 할 일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 레버리지 투자의 전제는 ‘집값이 계속 상승한다’는 믿음이다. 그리고 ‘도시화’다. 지금 가진 자산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것 보다, 얼른 돈을 굴려 옆의 부동산을 확보해야지, 남이 이미 사버리면 내가 살 물건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내가 한겨레 시론에서 지적했던 내용이다.
“도시화가 성숙기로 접어들어 신규 택지가 고갈되고, 주택공급 추세가 완만해지며, 저금리가 지속되고 다주택자 규제가 강화될수록, 사람들은 목돈으로 다른 투자처를 찾기보다는 안정적인 월 수익을 추구하게 될 것이다. 최근 ‘수익형 부동산’이 뜨는 배경이기도 하다. 어쩌면 특정한 상황에서나 작동 가능했던 전세의 수명이 애초에 다해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번 개정으로 전세의 월세화가 빨라질 것을 걱정하기보다는, 이미 진행되고 있던 흐름에서 꼭 필요한 제도를 비로소 정비한다는 시각이 미래지향적이다.” (최경호, 주거권과 전세의 미래, 한겨레 ‘시론’, 2020. 6. 15.)
보유세제의 강화로 보유단계에서 세금을 더 내야하고, 도시화는 성숙기라서 더이상 신규개발은 많지 않고, 집값도 전처럼 오를 것 같지 않으면, 당연히 전세 보증금을 목돈으로 가지고 있는 것 보다 월세로 받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그러니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수만 있으면 그렇게 할 것이고, 역사적인 추세도 이미 그래왔다. 그런데 이번 ‘주택임대차 보호법 개정’으로 이게 가속화 될 수 있다고 한다. 졸속입법으로 주거사다리 역할을 했던 전세가 붕괴된다고 한다. 일리가 전혀 없는 말은 아니다. 아무래도 월세화가 전 보다 좀 더 빨라지긴 할 것이다.
그런데 전세가 과연 주거사다리였을까?
3.3. 전세가 주거사다리?
주택 소유 통계를 보면, 2012년 처음 발표된 다주택자의 주택보유 수는 계속해서 늘어만 갔다(아마 그 전에도 그랬을 것이다).
- 1995년 30%에 육박하던 전세는 2019년 반토막이 나서 15.1%가 되었다.
- 개개인의 사연과 전체 인구의 변화를 고려해야겠지만, 전체적으로만 보면, 줄어든 15%의 전세세입자 중에서 주거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자가소유자가 된 경우는 4.5%이고, 주거사다리에서 미끄러져서 월세세입자가 된 경우가 10.1%인 셈이다.
- 1995년에서 2019년 사이 자가는 53.5%에서 58%, 월세는 14.5% 에서 23%, 기타가 2.3%에서 3.9%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전세가 ‘주거사다리’의 역할을 했다고 볼수 있을까?
물론 세입자로서는 월세로 살 때보다 지출이 적다고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이 전세제도 때문에 ‘소득대비 주거비(RIR)’ 국제 비교를 보면 우리나라가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나온다. 그런데 이 수평비교에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전월세 전환율의 함정이 있다. 그리하여 RIR 수평비교의 문제점에 대해 주목한 연구도 있다(김준형, 2019).
자, 이 상황에서 ‘전세자금 대출’ 제도는 과연 세입자를 위한 것인지도 살펴보자. 당장 목돈이 없는 이들이 전세에 들어갈 수 있도록 주택도시보증공사나 시중은행은 전세자금을 (일정 한도 내에서, 그리고 비교적 저리로) 빌려준다. 신청자의 자격 조건과 대출해주는 주체에 따라 또 복잡한 이름의 다양한 상품이 있지만, 대체로 세입자는 이 돈으로 전세보증금의 최대 80%, 신혼부부의 경우 90%까지, 일정한도 내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임대인이 전세 보증금을 매매가 대비 몇 %로 할지는 임대인 마음이다. 예컨대
- 예) 전세가가 매매가의 90%인데 대출도 90%를 받았으면, 사실상 집값의 81%가
- 예) 또는 매매가의 80%로 전세가를 잡고 세입자가 대출을 80%를 받았으면 집값의 64%가 대출금에서 온 셈이다.
각각 LTV 81% 또는 64% 만큼 은행이 대출해준 셈이 된다.
그런데 소유주에게 대출해준 거와의 차이가 있다. 전세는 대출이자를 세입자가 낸다. 전세는 대출이자를 세입자가 낸다. 전세는 대출이자를 세입자가 낸다. 전세는 대출이자를 세입자가 낸다.
어쨌든 월세보다야 전세가 세입자에게 유리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앞서 살폈듯, 사실은 임대인에게 훨씬 유리했던 것이다(전세 세입자는 이자율과 전월세 전환율의 차이, 많아야 4%의 이익을 봤다면, 임대인은….)
그래서 주거사다리의 역할도 별로 하지 못했던 것이다. 4.5%가 자가소유에 성공하는 동안 10.1%는 월세로 내려간 것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불평등의 증폭기’는 아니었나, 하면 너무 불온한 생각일까(Malpass(2006)가 말한 home ownership and the amplification of inequality와 비교해 볼만 할 것 같다).
어쨌든 다주택자 때문에 집값이 올라서 집을 못산다고 볼 수도 있지만, 다주택자 덕분에 (어차피 집값을 치룰 형편도 안되고 저축도 충분히 못한 내가) 당장 집에 들어가서 살 수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우리는 다주택자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세입자가 임대료를 안 내면, 다주택자도 빈 집의 벽을 뜯어먹으며 살 수는 없었을 터인데, 세상에는 가끔 세입자에게 너무 모질게 구는 임대인들이 있어서 (혹은 내 집을 전세주고 남의 집에 전세 사는데, 임대인이 전세보증금 올려달라고 하니 꼼짝없이 나도 내 집의 전세금을 올려받아야 하는 슬픈 사연들이 있어서) 임대시장에는 이런저런 원성이 높아졌다. ‘공공’이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그런데 공공도 별 다를 바가 없었다.
“나는 그들을 증오했다. 그들은 거짓말쟁이였다. 그들은 엉뚱하게도 계획을 내세웠다. 그러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계획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많은 계획을 내놓았었다. 그런데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설혹 무엇을 이룬다고 해도 그것은 우리와는 상관이 없는 것이었을 것이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우리의 고통을 알아주고 그 고통을 함께 져 줄 사람이었다.” (영호의 독백,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중에서)
3.4. 공공주택도 마찬가지… 분양 전환 모델의 한계
공공임대의 십수 가지 유형을 설명하는 건 생략한다. 2017년 기준 전체 주택 재고의 7.2%라 하지만, 5년 임대·10년 임대·전세 임대·사원 임대 등을 제외하고 실제로 장기임대가 되는 경우는 4.94%밖에 안된다(서종균, 2019)는 점이 중요하다. 장기임대의 경우도 수익이 안 나니 다른 주택이나 땅을 팔아서 생기는 수입으로 교차보조를 한다는데, 분양 전환의 경우는 아예 운영 단계에서 사업성이 악화되는 부분을 매각 단계의 수익으로 벌충하는 재무구조다.
이렇게 되면, (전세로) ‘임대하는 단계에서의 수익’ 보다 ‘매각차익’이 중요한 다주택자의 재무구조와 본질적으로 다를 것이 없다. 결국 언젠가 매각을 해야하고, 그때에 부동산가치(특히 토지가치)가 상승했어야만 작동하는 구조인 것이다.
박근혜정부에서도 도입된 뉴스테이는 8년후 분양 전환인데, 심지어 임대료도 기존 공공주택보다 훨씬 비싸다(시세 85%-95% 수준). 뉴스테이의 이름이 ‘공공지원 민간임대’로 바뀌었어도 여전히 공공성이 부족하다고 비판받는 이유다.
오피스 건물을 매입하여 적당히 운영수익을 내면서 리모델링과 컨셉 전환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여, 매각차익을 크게 남기고 청산하는 ‘오피스 가치투자’나, 장사하는 동안은 수익이 좀 덜 나더라도 단골손님을 잔뜩 확보하여 권리금을 많이 받고 넘기는 권리금 장사도, 모두 같은 재무구조다.
이들의 공통점은, ‘토지가치의 상승에 기대어 엑시트(exit: 투자 후 출구 전략, 투자금의 회수)를 해야만 가능한 구조’라는 것이다. 어쩌면 투기가 근절되면 같이 작동을 멈추게 될지도 모르는.
4. 사회주택은 다르다?
2015년 서울시를 필두로 사회주택이 도입되었다. 자세한 설명은 다른 기회에 하겠지만, 외국의 사회주택과 달리 한국은 ‘사회적 경제주체’의 역할이 매우 강조되는 맥락에서 도입되었다. 그러나 여기서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재무모델이다.
[box type=”info”]
‘사회주택’이란?
사회주택의 정의는 나라마다 다르고 명칭도 공공주택 등과 혼용되고 있다. 정의는 대체로 ‘임대료 책정방식, 배분 방식, 소유주체’ 등이 어떻게 되는지를 규정한다. 노동조합이나 종교단체 등 사회 영역에서 사회 문제 해결에 나선 전통이 강한 나라는 주로 사회주택, 공기업 중심의 경우는 주로 공공주택이라 불리우는 경향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 서울시의 조례 제정시 공급주체와 공급대상을 명시하였고 (‘사회적경제 주체’가 ‘사회경제적 약자에게 공급), 토지나 금융 분야의 공공지원을 댓가로 임대료는 시세 80% 이하로, 계약갱신청구권은 2년×4회까지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기존 공공임대 주택의 사각지대인 도심의 중소규모 토지에 셰어하우스와 1~2룸 중심으로 공급하다보니 주로 청년 1인 가구가 많이 입주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아파트 등 다양한 유형의 건축물에 다양한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공급될 전망이다. 국토부는 2017년 주거복지로드맵에 사회주택을 처음 언급한 이후, 사회주택 활성화 방안등을 마련하고 각종 지원책을 마련해 가고 있다. 올해를 사회주택 법제화의 원년으로 만들고자 하는 입법 작업도 진행 중이다.
[/box]
4.1. 토지가치 상승에 기대지 않는다(=수요곡선이 우하향해도 작동이 가능하다)
영구임대주택이 대표모델인 영속형 임대주택이나 공공의 토지를 빌려서 운영하는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같은 경우, 토지 매각으로 인한 차익이 애초에 발생하지 않는다. 경기도형 기본주택 역시 30년 뒤 청산을 하긴 하지만 공공 부문 내에서 일어나는 일이니, 토지가치 상승에 기대는 정도가 매우 미약하다 하겠다.
이런 경우들은 온전히 운영단계의 수입으로 비용을 해결해야 한다. 당연히 임대료가 (토지의 시세차익으로 메꿀 수 있는 경우보다) 비싸지는 요인이 된다. 이걸 공공의 예산이나 사회적 경제주체의 헌신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그런데 마냥 공공재정이나 사람을 갈아 넣는 것이 아니라, ‘좁고 높은 비용사각형’을 ‘낮고 긴 수익 사각형’으로 유동화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나 주택금융공사(Hf)와 같은 공공 기관, 신용보증기금, ‘따뜻한 사회주택기금’이나 사회가치연대기금과 같은 사회적 금융이 ‘유동화 과정’을 중개, 지원, 감독하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토지 가치 상승에 기대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순히 ‘착한 사회적 기업이 헌신적으로 봉사하여 지역의 약자들에게 저렴한 주택을 공급한다’는 차원이 아니다. ‘수요곡선이 우하향해도 작동할 수 있는 유동화 구조’를 만들고, ‘투기 근절로만 해결안되는 유동화의 문제를 해결’ 하는 것이다.
여태까지의 HUG나 Hf의 금융상품들은 대부분 ‘토지 가치 상승에 기대는 패러다임’, 혹은 팔고 떠나는 ‘분양 패러다임’에 맞춰 만들어져 있었지만, 사회주택을 만나서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그리고 공공기관으로서의 본연의, 새로운 금융상품을 만들게 되었다. 여기에 사회주택의 역사적 의의가 (또!) 있는 것이다.
높고 좁은 가격사각형을(그림 왼쪽), 사람들이 부담할 수 있는 낮고 긴 사각형(오른쪽)으로 매개하는 역할을, 그동안은 다주택자가 해왔다(고맙습니다!). 이걸 공공이 하면 공공주택, 사회 부문이 하면 사회주택인 셈이다. 매개 역할을 누가 하든, 밑변이 길어질 수록, 높이(월 부담액)가 낮아질수 있다. 또는 유동화중개를 공공이 확실히 책임져 준다면, 영리 부문의 창의성이나, 사회 부문의 자발성 등이 결합되어 다양한 모델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소유와 임대의 구분도 무의미 해질 수 있다. 협동조합형이라면 이 유동과 과정에 조합원들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지분을 공유하게 되는 것이고, 개별적인 지분적립형 주택이라면, 임대 주택으로서 임대료를 낼 때 보다 월 납입액을 좀 더 내야 할 것이다. 이 경우라도 밑변이 길어질 수록, 높이가 낮아질 수 있다. 임대료로 내든, 내집 마련을 위한 저축이든, 월 납입액이 적어야, ‘절대적 부담불가 구간’이나 ‘상대적 부담불가 구간’이 작아지고, 주택의 부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4.2. 진보와 보수의 해법
대개 진보는 토지공개념을 중시하며, 주택의 일정 물량은 시장에 맡기더라도 일정 물량은 교육이나 연금, 보건처럼, 탈상품화, 탈시장화하자는 입장들이다. 그래서 굳이 자가로 가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사람들이 원하는대로 선택하게 해주자는 입장인데, 이른바 사민주의 복지국가들은 이 방향을 어느정도 추구하였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좀 다르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모르겠으나, 유권자들의 자가소유의 열망도 크고, 세입자들은 정치적으로 과소대표되었으며, 정치 세력들도 다주택자에 대한 제재를 (=자가소유의 진작을) 우선시하는 경향들을 보여왔다. (최근엔 조금 달라졌다).
그런데 복지국가에서 연금 재정에 위기가 오자, 연금지급액을 줄이기 위해 자가소유를 장려하는 경향도 생기기 시작했다. 이른바 자산기반 복지론에 입각한 접근이다(자산기반복지에 대해선 Sherraden, 2003). 자가소유자는 역모기지론을 활용하여 노후 대비를 할 수 있으니, 연금 재정이나 기타 복지지출에 좀 더 숨통을 틔울수 있게 되는 면이 있는 것이다.
대개 보수는 자산가치의 상승을 향유하는 것을 인정하며, 이에 대한 접근권과 게임의 법칙을 손 보는 정도를 추가하게 된다. 주택과 지역에 대한 소유주의 책임성 강화 등 자가소유가 가진 여러 장점에도 주목한다. 따라서 원래도 규제에는 부정적이나, 대출한도 제한 등의 규제에는 더욱 부정적이다.
그러나 이십년에 한번이라도 금융위기가 와서 주택가격이 담보대출액 이하로 떨어지고 은행이 대출회수에 나오면, ‘월세 노예’에서는 탈출했지만, ‘은행이자노예’로 살면서 언젠가는 나도 시세차익을 누려볼까 하며 버티던 사람이, ‘자산가치 상승’의 이익은 향유해보지도 못하고 집 마저 빼앗기게 될 수 있다(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여기서 더 나아가,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니 국가=세계 차원의 금융위기로 번진 사례다).
그렇다면, 천천히 ‘지분적립’하는 방식으로 자가소유주가 되는 것을 지원하는 시스템은 보수지향적 입장에서의 절충안이 될 것이다.
정리하면 진보적 해법은 좀 부담스럽고, 보수적 해법은 좀 위험한데, 이 둘 사이의 하이브리드 영역도 가능하다. 협동조합 공유형이나 환매조건부(보증부) 주택이다. 협동조합이 공유하는 방식은 스웨덴이나 덴마크에 많은데, 임차인과 임대인의 성격을 다 가지다 보니, 임대주택에 살지만 전대로 다시 남에게 일정기간 빌려주거나, 가족에게 상속을 할 수도 있고, 월 납부액을 좀 더 올리면 아예 지분을 전부 취득할 수도 있게 된다.
환매조건부는 싱가포르, 환매보증부는 네덜란드에서 운영되는데, 매각시 공공에게 환매를 해야 하는 것이 권리이자 의무라는 점에서는 둘 다 같은데, 의무가 강조된 것이 조건부, 권리가 강조된 것이 보증부라고 보면 된다. 권리가 중요한 경우는, 가격하락 국면에서다. 손실액도 분담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다른 표현으로는 ‘지분공유형’ 주택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러한 모델들은 딱히 완전한 소유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임대도 아니다.
환매조건-보증부, 혹은 지분공유형 주택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10년후 분양전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무조건 싸게 해주면 분양받은 사람이 팔아치우고 차액을 먹어가는 것도 문제고, 현재 살고 있는 사람에게 공공이 팔겠다고 하는데 너무 비싸서 현 거주자가 부담할 수 없어 결국 떠나야 하는 것도 문제라면, ‘저렴하게 주되 되팔때는 공공에게, 이익과 손해는 분담’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 공공은 당장 목돈을 받고, 일부만 ‘지급 준비율’ 차원에서 적립하면 되니, 공공임대주택의 보증금이 회계장부상에 ‘부채’로 기록되어 부담이 되는 것 보다는 이것이 나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모든 경우에 공통은, 임대료가 되었던, 적립액이 되었던, 입주자의 부담을 낮춰주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치뤄야 하는 비용의 사각형에서, 높이를 낮추자는 것이고, 그러자면 (공공이 주거보조비를 주지 않는 이상) 밑변이 길어져야 하니, 주택 장수명화(100세 시대에 맞는 100년 사용할 수 있는 주택)가 중요해진다. 그리고, 주택 장수명화와 사회주택은 이런 주거복지 차원 외에도, 환경적인 차원에서도 중차대한 의미를 가진다.
4.3. 주택 장수명화와 기후위기 대응
건설 폐기물은 재활용이 어려운 대표적인 폐기물이다. 그리고 건설-운영-철거 단계에서 온실가스 배출도 상당히 심각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에너지 효율이 높고 수명이 긴 건물을 지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렇게 지어지거나 리모델링된 건물들을 잘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여기서 사회주택과 공공주택이 전면에 등장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이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그린뉴딜과 사회주택’이라는 소책자로 발표될 예정이다).
중요한 것은 생애주기 분석(LCA) 관점의 도입이다. 생애주기 비용(LCC), 생애주기 탄소배출(LCCO2), 생애주기 일자리창출(LCJC; 이건 내가 만든 조어다) 차원에서 보면, 건물의 운영 단계 역시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다. 특히 운영유지관리비용은 건설비의 5배가 넘는데(아래 그림), 분양 사업의 패러다임에라면, 공급자는 운영 단계의 비용 절감에 둔감해지게 된다. 소유자 역시 손바뀜이 자주 일어나면, 자기 건물이라 해도 운영 관리 성능 개선에 큰 관심을 둘 유인이 적어진다. 그러나! 공급주체가 운영까지 책임지는 사회주택이나 공공주택은 이 부분에서 매우 큰 강점을 보일 수 있다.
다주택자들의 경우, 물론 몇몇 뛰어난 능력자들은 몇 천채씩 가지고 계시지만, 등록임대사업자의 경우 50만명 가량이 평균 1인 3채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사업주체가 몇십/몇백/몇천/몇만호를 운영해야 하는 사회주택이나 공공주택은 운영관리의 효율성에 훨씬 큰 장점을 보이는 것이다.
물론 절대량으로는 등록임대사업자 소유 주택의 에너지 효율화도 중요하겠지만, 50만명을 일일히 설득해서, 어차피 광열비 절감효과는 임차인이 누리는 건데, 임대인이 에너지 효율화 사업을 신청하게 하는 것 보다야 쉽지 않겠는가. 그리고 공공주택에 비해서도 사회주택이 가지는 장점이 있는데, 이는 상호 대립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방향으로 결합시켜야 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문제는 유동화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스마트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공사비가 15-25%정도 더 든다고 한다. 대신 운영 유지관리비가 줄어들고, 건물의 수명이 늘어난다(그림의 빨간 선). 공급주체와 운영주체가 일치하여 이러한 비용과 효과가 내부화된다고 해도, 여전히 유동화를 도와줄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고 그 중요성이 더 커진 것이다.
높아진 초기 비용을 감당하게 해주는 공적, 사회적 매개체의 역할과, 장기간 ‘낮고 긴 사각형’의 운영 과정을 담당할 운영주체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어쨌든 사격형은 낮아질 수록 좋다. 그러려면 옆으로 퍼져야 한다(위 그림의 가장 낮은 사각형). 다시 말하면 시간이 필요하다. 공간이 필연적으로 가지는 속성에서 연유한 불평등을, 시간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심일수록 (지대가 비쌀수록) 장수명 건물을 지어야 한다. 이것이 도시의 역동성과 어떤 관계가 될지는 추후 연구 과제다.
결론 (요약)
주택의 수요곡선은 우상향하기도 한다. 이때 공급하면 가격은 내리는게 아니라 오른다.그렇다고 공급을 안할 수는 없다. 그러나 수요곡선의 방향을 바꾸는 것(투기를 근절하는것)이 선행, 혹은 병행되어야 한다.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애초에 건축비는 비싸고, 초기에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그걸 감당할 소비자는 극히 소수다. 유동화 매개자와 매개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다. 전에 시스템이 미비했을때는 다주택자가 매개자의 역할을 했다. 감사할 일이다. 31년 전에는 공공이 나섰다. 그런데 공공이 나섰어도 기본 재무구조는 여전히 토지가치 상승에 기대는 방식이었다.
사회주택이나 영속형 임대는 그렇지 않다. 운영단계의 수익으로 비용을 충당하려는 모델이다. 이 모델은 토지가치가 상승하지 않아도 작동 가능하다. ‘수요곡선의 방향 전환’으로는 절반만 해결되었던 문제의 나머지 절반의 해결이다(그리고 토지비가 0원이 된다 한들 이번 생에 집을 사긴 어려운 분들에게는 더욱 절실한 해법이다).
공공, 시장, 사회 부문은 각각의 장단점을 살려서 이 ‘유동화 매개’ 시스템을 더 풍성하고 다양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PSPP; Public Social Private Partnership).
어쨌든 목표는 ‘부담가능성’을 낮추는 것이고, 공간이 해결할 수 없는 것은 시간이 해결할 수 있다. 주택을 장수명화하여 월 부담은 더욱 낮게, 부담 기간은 더욱 길게 만들 수 있다면, 우리는 주거복지와 기후위기 대응의 두 마리 토끼를 잡고,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영호는 어쩌면 그 증오를 거두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divide style=”2″]
참고문헌
- 김준형 (2019), “RIR은 국내 임차가구의 주거비부담을 측정할 수 있는가”
- 서종균(2019), 공공임대주택 유형통합 및 임대료 체계 개편, 주거도시정책포럼(4.24) 발표 자료
- Malpass, P. (2006). Housing policy in an ‘opportunity society’: Home ownership and the amplification of inequality. In J. Doling, & A. M. Elsinga (Eds.), Home ownership: Getting in, getting from, getting out. Part II, 109-126. IOS Press
- Sherraden, M. (2003a). Assets and the social investment state. In W. Paxton (Ed.), Equal shares Building a progressive and coherent asset-based welfare policy (pp. 2841). London: IPP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