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뉴스X리팩트] 풍력발전 들어서면 지역 주민은 아프다?…세 가지 팩트체크. (⌚7분)
🌬️ 편집자 주
2026년 3월26일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해상풍력법)이 시행됐다. 2023년 말 세계 각국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3배 늘리고 에너지효율을 2배 높이기로 합의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한민국도 움직이고 있다. 태양광 발전과 함께 풍력발전을 대폭 확대해야 가능한 일인데, 풍력발전은 복잡한 인허가 절차와 낮은 주민 수용성 때문에 ’10년 공사’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바꾸고 풍력발전 확대 속도를 높이기 위해 정부는 해상풍력 개발을 국가 주도 계획입지로 전환하는 내용의 해상풍력법 제정을 주도했다. 해상풍력법 시행 이전 주요 풍력발전 사업은 주민 반발에 부딪혀 지연되거나 좌초되는 경우가 많았다. 주민이 풍력발전을 꺼리는 이유는건강과 경제활동에 피해를 준다는 불안 때문이다.
실제로 풍력발전이 추진되는 지역에선 주민들이 관련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여는 장면이 목격된다. 이런 우려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일은 아니다. 풍력발전이 먼저 활성화된 미국, 유럽 등 해외 각국도 풍력발전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재생에너지 팩트체크 플랫폼 ‘리팩트(RE;FACT)’는 선정수 독립팩트체커와 함께 풍력발전이 건강 피해를 일으킨다는 여러 가지 논란에 대해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
1편. 풍력발전은 질병을 일으키나?
2편. 풍력발전은 불쾌감을 유발하나?
3편. 풍력발전 발대는 보상금 높이기 전략인가?
💨 풍력발전은 불쾌감을 유발하나? (요약)
풍력발전 인근지역 주민 가운데 불쾌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는 점과 소음 수준이 높을수록 불쾌감도 높아진다는 점을 많은 연구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렇지만 여러 연구는 풍력터빈의 소음 수준은 교통소음 등 일상생활 소음 수준과 비교했을 때 높은 수준은 아니라는 점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사람들이 풍력발전 소음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원인으로는 진폭 변조음이 지목되고 있는데, 터빈 날개가 바람을 가르며 내는 ‘슈슉’, ‘쉬싯’ 등으로 표현되는 소리이다.
풍력발전 단지 인근 지역 주민의 불쾌감을 유발하는 요인으로는 풍력터빈 소음수준 이외에도 가시성, 풍력발전 입지 의사결정 과정에 주민 참여 수준, 개인의 소음 민감도, 경관 인식 등 다양한 요인들이 거론되고 있다. 저주파 소음(진동)도 불쾌감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풍력발전이 들어서면 인근 지역 주민 가운데 불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점은 명확하지만, 이런 불쾌감이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선 확실한 근거가 발견되지 않았다.
국제기구와 각국은 수인한도를 정하고 풍력발전에서 유발되는 소음 수준을 규제한다. 우리나라와 프랑스에선 풍력 소음 피해와 관련된 분쟁에서 주민에게 배상하라는 결정이 나오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 역시 불쾌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있을 뿐, 풍력발전과 건강 피해의 인과 관계를 인정한 것은 아니다.

주요국들, 풍력 소음과 불쾌감의 연관성 인정
풍력발전과 건강 영향에 관한 국제기구와 정부 보고서들이 “직접적인 질병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라면서도 “불쾌감(annoyance)·스트레스·수면 방해는 존재할 수 있다”고 설명하는 것은 언뜻 모순처럼 보인다. 짜증이 지속되고 스트레스가 쌓이고 잠을 제대로 못 자면 건강이 나빠지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그러나 환경보건 연구에서는 소음 노출 → 불쾌감 또는 수면 방해 → 장기적 건강 영향이라는 간접 경로를 별도로 구분해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풍력터빈 소음 연구에서 일관해 확인할 수 있는 결과는 소음 수준이 높아지면 주민의 불쾌감도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풍력터빈 소음과 주민 반응을 조사한 역학 연구들은 소음이 증가할수록 소음에 대한 짜증·성가심이 증가하는 용량–반응 관계가 존재함을 보고했다.🔖1 이런 결과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여러 국가의 정부 보고서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1부에서 살펴봤듯 WHO와 각국 정부는 풍력터빈 소음과 불쾌감 사이의 연관성을 인정한다.
WHO 가이드라인 설정을 위한 검토에서 풍력터빈 소음은 교통소음보다 낮은 데시벨(dB)에서도 주민에게 심각한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교통 소음은 약 53dB, 철도 소음은 약 54dB에서 인근 주민 10%가 높은 수준의 불쾌감을 느낀다고 보고한 것에 비해, 풍력터빈 소음은 45dB에서 동일한 불쾌감 수준이 나타났다. 뒤에서 다시 설명하겠지만 풍력터빈 소음이 다른 소음에 비해 더 짜증스럽게 느껴지는 원인은 다양하다.

이런 결과에 따라 WHO는 건강 보호를 위해 평균 45dB 이하로 풍력터빈 소음을 관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렇지만 풍력 소음이 불쾌감 외에 다른 신체적 질병을 직접 유발한다는 증거는 없고,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호주, 캐나다, 네덜란드, 영국, 미국 등 주요국들은 풍력발전 소음과 불쾌감의 연관성을 인정한다. 다만 각국 정부 보고서들이 “직접적인 건강 피해 증거가 없다”라고 말하는 이유는 질병 발생을 입증하는 역학적 증거가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다. 즉 현재까지의 연구는 질병 발생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정도로 강한 인과관계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의미이다.
그렇지만 이런 입장이 풍력발전의 주민 건강 영향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연구와 정책 보고서는 불쾌감이나 수면 방해가 장기간 지속되면 스트레스 증가와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예를 들어 풍력터빈 소음과 수면 방해 및 심리적 스트레스를 분석한 연구는 불쾌감이 건강 영향과 소음 사이에서 매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2 이러한 이유로 일부 보고서는 풍력터빈 소음 영향이 소음 자체보다는 개인의 지각, 태도, 환경적 요인이 결합된 결과일 수 있다고 해석한다.
따라서 현재까지 학계의 정설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풍력 발전이 특정 질병을 직접 유발한다는 확정적 증거는 부족하지만, 소음으로 인한 불쾌감과 수면 방해는 비교적 일관되게 관찰된다. 이러한 요인이 장기적으로 건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이론적으로 존재하지만 아직 충분한 역학적 증거가 축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직접적 질병 인과관계는 미확인, 그러나 간접적 영향 가능성은 존재’로 축약되는 각국 정부 보고서의 결론은 모순이라기보다 환경보건 연구의 신중한 평가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영광 주민들, ‘정신적 피해’ 배상 받아
2022년 6월,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풍력발전기 저주파 소음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호소한 주민들에게 발전사업자가 1억 3800만 원을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전남 영광군 마을 두 곳 주민 163명이 발전사업자를 상대로 총 2억 4450만 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한 사건이었다. 주민들은 풍력 발전 시운전이 시작되자 “풍력발전기 소음 때문에 심장이 쿵쾅거린다”, “머리가 어지럽다”, “잠이 안 온다”는 민원을 제기하다가 결국 재정신청을 냈다.

이에 대해 발전사는 “풍력발전기 건설공사 전과 상업 운전 초기에 주민 대표들에게 지역발전기금을 지급했기 때문에 배상의 책임이 없다”라며 맞섰다.
주민들은 군청에 소음 민원도 제기했지만 생활 소음 측정 결과는 번번이 기준치 이내로 나타났다. 재정 신청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위원회는 전문가를 초빙해 소음도를 실측했다. 생활 소음이 아닌 저주파 소음을 측정했는데, 측정 대상 9개 주파수 모두 저주파 수인 한도인 45 dB(Z)를 초과했다.

저주파 소음의 세기를 나타날 때 사용하는 ‘dB(Z)’는 사람의 귀가 고음에 더 민감하다는 특성(A-특성)을 보정하지 않은 실제 소음의 세기 단위다. 여기서 ‘Z’란 저음부터 고음까지 모든 주파수 대역의 소리 에너지를 보정 없이(Zero) 똑같은 비중으로 측정했다는 걸 나타낸다.
해당 전문가는 “사건 지역에서 풍력발전기 저주파 소음으로 인해 신청인들이 정신적 피해를 입었을 개연성이 크다”라고 의견을 밝혔고, 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여 발전사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전남 영광 주민들은 “풍력발전기 소음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에 대해 배상을 요구했다. 주민들이 풍력발전기 소음으로 인한 질병 등 신체적 피해를 주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사건에선 인과관계를 따지지 않았다.
프랑스 법원, 풍력소음과 그림자 깜박임에 손해배상 명령
2021년 7월, 프랑스 툴루즈 항소법원은 프랑스 남부 타른(Tarn) 지역의 풍력단지와 관련한 소송에서, 풍력발전단지가 비정상적인 이웃 피해(troubles anormaux du voisinage)를 초래했다고 인정했다.
원고인 벨기에 출신 부부는 자택에서 약 700m 이내에 여러 기(보도에 따라 2기 또는 6기)의 풍력터빈이 설치된 뒤 두통, 불면, 심계항진, 우울, 어지러움, 이명, 구역감 등 다양한 증상이 수년간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특히 집과 터빈 사이를 가려주던 숲이 벌채된 이후 소음과 그림자 깜빡임(shadow flicker)이 심해지면서 증상이 악화됐다고 진술했다.
법원은 풍력터빈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그림자 깜빡임 등이 이 부부의 건강과 생활에 실제로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약 11만~12만 유로(약 1억 6000만~1억 8000만 원) 수준의 손해배상을 명령했다.

판결문에서 법원은 의학계가 공식적인 질병으로 인정한 개념은 아니지만, 이 사건에서 보고된 증상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풍력터빈 증후군(syndrome eolien)’이라는 용어를 사용했고 이를 비정상적 이웃 피해를 평가하는 데 반영했다. 이는 프랑스 민사법원에서 풍력단지 인근 주민의 건강·생활 피해를 인정하고, ‘풍력터빈 증후군’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첫 중요 판례로 기록됐다. 다만, 풍력터빈 관련 다른 소송에서는 비정상적 이웃 피해를 호소하는 거주자가 패소한 사례도 발견된다.
세계 각국에서 풍력 발전이 늘어남에 따라 관련 소송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각국의 법원은 풍력 발전의 직접적 건강 피해를 적극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다만 지속적 소음, 생활환경 침해, 수면 방해 등이 계속될 때 소음과 생활환경 침해로 인한 피해를 인정하는 사례가 많다.

📚 참고 문헌
🔖1. Pedersen & Persson Waye, 2007,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Medicine, DOI: 10.1136/oem.2006.031039
🔖2. Bakker et al., 2013, Journal of the Acoustical Society of America, DOI: 10.1121/1.4807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