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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 나온 판결: 235번 째 이야기

전 세계인이 쓰는 스마트폰 시장은 흔히 구글과 삼성, 그리고 애플의 대결 구도로 보이지만, 모든 제조사가 벗어날 수 없는 진짜 ‘갑’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휴대폰을 만드는데 필수적인 통신기술 표준특허 시장과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모뎀칩셋 시장에서 모두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퀄컴’입니다. 퀄컴은 특허만 라이선싱으로 팔기도 하고, 우리에게 친숙한 ‘스냅드래곤’ 시리즈 칩셋을 직접 만들어 팔기도 하는데요, 퀄컴은 이런 이중적 지배력을 이용해서 칩셋 제조사들(인텔, 비아, 미디어텍 등)과 휴대폰 완제품 제조사들(삼성이나 샤오미 등)에 자신의 지배력을 유지 강화하도록 하는 불공정 계약을 요구해왔습니다.

미국과 한국, 두 나라의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런 퀄컴에 각각 제동을 걸었고, 퀄컴은 소송으로 맞섰습니다. 그런데 미국 법원은 이 재판에서 퀄컴의 손을 들어준 반면, 우리 법원은 2023년 4월 공정위의 과징금 조치가 정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혁신으로 성장한 기업의 독점적 지위, 과연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까요? 김남근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이 비평했습니다.

– 퀄컴에 대한 공정거래위의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판결
– 대법원 제3부 대법관 오석준(재판장), 안철상, 노정희(주심) 2023. 4. 13 선고. 2020두31897

혁신의 개념을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라 했던 슘페터(Schumpeter)와 그 후예들은 혁신으로 형성되는 자연독점의 초과이익이 혁신을 유인하므로 독점을 혁신을 유인하는 필요악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가설을 세웠다. 반대로 미국의 경제학자 애로우(Arrow)는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는 동기, “도피 경쟁 효과(escape competition effect)”로 인해 경쟁이 혁신을 촉진한다는 가설을 세웠다.

일반적으로 기존에 생산하던 상품ㆍ서비스가 새로운 혁신에 의해 잠식될 가능성 때문에 시장 지배력을 확보한 독과점 기업들은 기존 상품 혹은 서비스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은 혁신의 등장을 꺼리는 소위 “혁신가의 딜레마(innovator’s dilemma)”가 존재한다.

과거와 같이 혁신이 점진적으로 일어나는 시장에서는 독점기업이 혁신의 유인이 될 수도 있었지만, 현재와 같은 수많은 혁신이 급속하게 이루어지는 동태적 시장에서는 독점은 혁신을 가로막는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강민지, 2022).

혁신으로 얻은 독점, 보호해야 되나 깨야 하나?

미국의 공정경쟁법 학회의 철학은 새로운 혁신을 위해서는 혁신으로 형성되는 자연독점을 깨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1970년대 미국의 전기ㆍ통신사인 AT&T는 전국의 전기와 통신 서비스를 독점하고 있었다. 미국 공정거래위원회의 반독점소송 제기로 법원은 AT&T를 각 지역별로 20여개의 회사로 분할하도록 판결하였다. 그 결과 ‘인터넷 서비스’와 같은 창조적 파괴의 혁신적인 통신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었다.

다시 1980년대 PC컴퓨터의 운영체제를 독점하고 있던 마이크로소프트가 인터넷 익스플로러 끼워팔기를 통해 웹 브라우저마저 독점하려 하자 이를 공정거래위원회가 반독점 제소로 막아 인터넷 서비스 기반의 구글과 같은 검색엔진이나 애플 ios와 같은 모바일 운영체제가 새로이 등장할 수 있었다.

이제 미국의 반독점 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법무부 독점국과 공정거래위원회는 새로운 혁신이 등장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플랫폼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GAFA(Google, Apple, Facebook, Amazon)의 독점을 깨야 한다는 사명감에서 이들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대법원은 2023. 4. 13. 퀄컴이 표준필수특허 기술인 CDMA 보유자로서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하여 경쟁 모뎀칩셋 제조사에 라이센싱을 거절하고, 모뎀칩셋을 독점적으로 생산 공급하는 제조사로서의 지위를 이용하여 CDMA 모뎀칩셋 부품을 구입해야 하는 삼성과 같은 휴대폰 등 기기 제조사에 특허 라이선스 계약 체결을 강제하였다는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이러한 퀄컴 독과점 남용행위에 대한 판결은 혁신으로 형성된 독점에 대한 이익을 보장하여 혁신을 유인해야 한다는 전통 경제학의 철학과 독점을 깨야 새로운 혁신이 계속될 수 있다는 경쟁법의 철학이 부딪히고 있는 사례라는 점에서 시사점이 있다.

특히 플랫폼 경제가 확대되면서 플랫폼 기술혁신을 통해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한국의 네이버, 카카오 등 독과점 플랫폼의 독점적 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논쟁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글에서는 퀄컴 판결의 주요 쟁점을 소개하고 퀄컴 판결이 독과점 플랫폼 규제 논쟁에 시사하는 바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퀄컴이 지배력을 행사하는 이동통신 산업 시장구조

1. 이동통신 표준기술인 CDMA를 개발한 퀄컴

퀄컴(Qualcomm)은 2G 시대의 이동통신의 표준기술인 CDMA를 개발한 회사이다. CDMA는 표준기술이자 이동통신 시스템이나 기기(휴대폰) 등에 필수적으로 사용되어야 하는 필수기술이므로, 국제표준화기구(ITU, ETSI 등)는 표준필수특허(Standard Essential Patents, SEP)를 표준으로 인정할 때, SEP 보유자에게 공정하고(fair), 합리적이며(reasonable), 비차별적인(Non-Discriminatory) 조건으로 라이선스를 제공하겠다는 FRAND 확약을 받는다.

그 뒤 이동통신 기술은 3G 시대의 WCDMA, 4G 시대의 LTE로 발전해 왔다. 퀄컴은 CDMA 관련 특허의 90%를 가지고 있으나, WCDMA는 27%, LTE는 16%로 삼성보다 낮아 특허 지배력은 크게 낮아졌다. 하지만 이동통신 기술이 진화한다고 해도 구형 기지국 교체 등에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모뎀칩셋과 휴대폰은 신표준 뿐만 아니라 구표준도 함께 지원해야 해서 퀄컴의 이동통신 SEP 기술의 특허 지배력은 여전히 높은 상태이다.

2. 이동통신 산업 시장구조

이동통신 산업 시장구조는 크게 표준필수특허(SEP) 보유자(퀄컴 QTL)와 모뎀칩셋 부품 제조회사(퀄컴 QCT, 인텔, 삼성, 엔비디아 등) 사이의 SEP 특허 라이선스 판매시장과 모뎀칩셋 부품 제조회사와 휴대폰 기기 제조회사(삼성, 애플, 화웨이, 에릭슨 등) 사이의 모뎀 칩셋 부품 판매시장으로 나누어진다.

인텔, 엔비디아 등의 이동통신 모뎀칩셉 제조회사들은 퀄컴 QTL로부터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SEP) 사용을 허락 받아야 모뎀칩을 생산할 수 있는데, 퀄컴은 전자의 SEP 특허 판매시장을 독점하는 자회사로 QTL(Qualcomm Technologies Licensing.)를, 후자의 모뎀칩셋 부품 판매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자회사로 QCT(Qualcomm CDMA Technologies)을 두고 있다.

3. 퀄컴의 이동통신 특허시장에서의 지배력

퀄컴은 국제표준기구에 FRAND 확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뎀칩셋 제조업체에 SEP 라이선스를 거절하여 이동통신 SEP는 사실상 퀄컴 QCT가 독점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하였다. FRAND 확약에 따라 라이선스 계약을 거절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인텔·비아 등의 이동통신 SEP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 요청에 대해 휴대폰 제조사로부터 특허료를 받는 사업모델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거절하였고, 미디어텍 등 일부 경쟁 모뎀칩셋 제조사에는 라이선스를 제공하면서도 경쟁 모뎀칩셋 제조사의 판매처 제한, 사용권리 제한, 제품 모델별 판매량, 고객명 등 민감한 영업정보 보고의무 등을 요구하는 등 불완전 계약을 체결하였다.

4. 퀄컴의 모뎀칩셋 공급시장에서의 지배력

QCT는 휴대폰 단말기들이 CDMA, WCDMA, LTE 등의 이동통신 표준기술을 이용하여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하드웨어인 모뎀칩셋을 제조하여 휴대폰 단말기 제조사에 판매한다. 퀄컴 QCT는 삼성, 애플, 화웨이, 에릭슨 등의 휴대폰 단말기 제조사에 이동통신 SEP의 모뎀칩셋을 판매하면서, 모뎀칩셋은 휴대폰의 개발ㆍ제조에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휴대폰을 판매할 때는 별도의 SEP 특허 라이선스를 계약 해야 한다는 조건을 부과하였다.

퀄컴은 앞서 살핀 것과 같이 인텔, 비아 등 경쟁 모뎀칩셋 제조사에는 이동통신 SEP 특허 라이선스를 거절하고, 미디어텍 등 라이센싱을 허락한 경쟁 모뎀칩셋 제조사도 위 라이선스를 허락 받은 휴대폰 제조회사에만 모뎀칩셋을 공급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퀄컴의 전략을 “노 라이센스, 노 칩(No licence, no chip)” 전략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전략에 의해 휴대폰 제조사들은 이동통신 SEP 특허 기술을 구입하지 않으면 QCT나 미디어텍 등 모뎀칩셋 제조회사 어디로부터도 모뎀칩셋을 공급받을 수 없었다.

퀄컴의 독점지위 남용행위

1. 미국 공정거래위원회와 미국 법원의 반독점행위 판정

미국 공정거래위원회(Fair Trade Committee, FTC)는 퀄컴의 “노 라이센스, 노 칩(No licence, no chip)” 전략이 반독점행위에 해당한다며 미국 법원에 퀄컴을 제소하였고, 2019년 5월 미국 지방법원도 독점금지법을 위반하였다고 판시하였다.

먼저, 지방법원은 경쟁 모뎀칩셋 제조사에 대하여 SEP 라이센싱을 거절한 행위를 반경쟁적이라고 판단하였고, 휴대폰 제조사에 “No licence, no chip” 전략에 따라 라이센싱을 하고 경쟁 모뎀칩셋 제조사에 칩판매에 추가요금을 부과함으로써 가격을 인상하게 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대해 퀄컴이 항소를 하였는데, 연방 항소법원(제9항소법원)은 지방법원의 판결을 취소하였고 FTC가 상고를 포기하여 판결이 확정되었다. 미국 법원은 독점규제보다는 특허의 권리보호에 더 치중하였다고 평가된다(강민지, 2022).

2.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처분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는 퀄컴이

  • ① 경쟁 모뎀칩셋 제조사의 모뎀칩셋 판매처를 퀄컴과 이동통신 SEP 특허 라이센싱 계약을 체결한 휴대폰 제조사로 한정하고, 모뎀칩셋 판매량, 구매자, 구매자별 판매량과 가격 등의 영업비밀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고 이러한 조건을 수용하지 않은 경우 FRAND 확약에도 불구하고 라이센싱을 거절한 행위(남용행위1),
  • ② 휴대폰 제조사들에게 모뎀칩셋 구매 조건으로 이동통신 SEP 특허 라이센싱 계약을 체결하도록 요구한 행위(남용행위2),
  • ③ 휴대폰 제조사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며 특허 실시료를 휴대폰 전체가격 기준으로 설정하도록 한 행위(남용행위3)를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고만 한다) 제3조의2 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금지 제1항 제3호의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로 보고 시정명령과 1조 311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였다.

참고로 독과점 지위를 공정거래법에서는 “시장지배적지위”라고 하고, 시장에서의 독과점 지위를 남용하여 경쟁자의 사업을 방해하는 등의 행위를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라고 하고 있다.

3. 남용행위 ①, ②에 관한 한국법원의 판결

서울고등법원(2019. 12. 4. 선고 2017누48 판결)과 대법원(2023. 4. 13. 선고 2020두31897 판결)은 퀄컴이 이동통신 SEP 특허 라이센싱 시장과 모뎀칩셋 제조 시장에서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하여 위 남용행위 ①, ②를 유기적으로 연계함으로써 경쟁 모뎀칩셋 제조회사에 대해서는 FRAND 확약을 위반하여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쳐 라이센싱을 제공하지 않고, 휴대폰 제조회사에 대해서는 모뎀칩셋 판매 외에 위 특허 라이센싱 계약을 강요하였고, 이는 경쟁 모뎀칩셋 제조사 및 휴대폰 제조사의 사업활동을 어렵게 함으로써 시장에서의 경쟁을 제한하는 효과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퀄컴의 이러한 사업 구축의 경위, 내부문서에 드러난 경쟁제한의 의도, 이례적인 사업방식 등까지 고려하면 퀄컴은 남용행위 ①, ②를 통해 표준별 모뎀칩셋 경쟁 시장에서 경쟁 제조사를 배제하고 원고들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유지·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퀄컴의 처분 취소청구를 기각하였다.

4. 남용행위 ③에 관한 한국법원의 판단

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은 남용행위 ③에 대해서는 특허 실시료를 모뎀칩셋 부품가격을 기준으로 정해야 하는지, 휴대폰 기기 전체의 가격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정해진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시장지배적 남용행위나 불공정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모뎀칩셋 부품에 대한 특허이므로 그 실시료를 모뎀칩셋 가격을 기준으로 정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적인 것인데, 모뎀칩셋 가격보다 수십 배인 휴대폰 가격을 기준으로 특허 실시료를 정하도록 강요한 사안이다.

이렇게 부품 특허에 관한 실시료를 부품가격을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라 그 부품을 사용한 기기 전체의 가격을 기준으로 정한 것은 퀄컴이 시장지배력과 거래상의 우월한 지위를 남용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한국 법원이 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미국 법원의 퀄컴 반독점행위 심판에서는 이 사안이 쟁점으로 다루어지지 않았던 점도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퀄컴 판결의 경쟁법적 의미

1. 표준필수특허(SEP)의 보유자가 FRAND 확약을 위반하는 것 자체가 반경쟁행위

표준화는 정해진 표준기술을 바탕으로 상품과 서비스의 생산, 판매, 교환 등이 원활하게 이루어져 소비자의 편익을 증대시키는 효과를 가진다. 하지만 표준화기구의 구성원들이 특정 기술을 표준기술로 선정하고 그 표준기술을 바탕으로 생산과 판매, 그에 터잡은 새로운 기술을 발전시키기로 하면 표준기술을 보유한 사업자는 그 표준기술을 바탕으로 형성되는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지게 된다. 더욱이, 그 표준기술이 이를 이용한 부품이나 기기의 생산, 판매 등에 있어 필수기술이 되어 표준필수기술(Standard Essential Patent, SEP)이 되면 독점적 지위는 확고해진다.

따라서 표준필수기술(SEP) 선정에 따라 초래되는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하여 SEP 보유자가 SEP 라이센싱 거절이나 반경쟁적인 조건으로 라이센싱을 하는 등의 그 지위를 남용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국제 표준화기구는 FRAND 확약을 하도록 하는 것이므로, FRAND 확약을 위반하는 행위 자체는 반경쟁적 행위의 성격을 가지게 된다(최승재, 2020).

2. 무료 SEP인 모바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제공 과정에서도 반경쟁행위 발생

SEP 보유자가 그 SEP를 무료로 사용하게 하는 경우에도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반경쟁행위는 발생할 수 있다. 구글은 모바일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를 오픈소스 형태로 다수의 스마트기기 제조사나 개인 앱 개발자들이 무료로 사용하게 한다. 모바일 OS는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운영체제(OS)로서 스마트폰과 앱 생태계를 주도하는 핵심 플랫폼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하드웨어를 제어하고, 각종 앱(응용프로그램)을 실행하며, 스마트폰의 화면구성·자판입력·보안기능 등 UI(User Interface)까지 포괄하는 광범위한 기능을 수행한다. 이는 기기 제조사, 앱 개발자, 소비자를 상호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이러한 오픈소스 전략을 통해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2022년 11월 기준으로 모바일 운영체제의 점유율이 71.96%에 달한다. 다만, 구글은 라이선스를 제공받기 위해서는 모바일 앱 유통계약(MADA : Mobile Application Distribution Agreement)을 별도로 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오픈소스로 공개된 안드로이드는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같이 앱 작동을 위해 필요한 기능을 사용할 수 없으며, 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API란

컴퓨터와 인간을 연결시키는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반대로, API는 컴퓨터나 소프트웨어를 서로 연결한다. 직접 사람(최종 사용자)에 의해 사용되도록 고안된 것이 아니며, 대신 소프트웨어에 이를 통합하고자 하는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사용하도록 고안되었다. 대표적인 예로 구글 플레이 서비스를 들 수 있다.

공개된 오픈소스에는 플레이스토어, 구글플레이서비스, 구글 지도 등 구글 모바일 서비스(Google Mobile Service, GMS) 앱 구동에 필요한 주요 기능이 빠져 있다. 삼성과 같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휴대폰기기 회사는 별도의 MADA를 체결해야 기기에 GMS를 설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앱 구동에 필요한 다양한 변형 안드로이드 “포크 OS”가 개발되었고, 모바일 기기 뿐만 아니라 스마트 TV, 스마트 시계 등 비모바일 기기용으로도 개발되었다.

위와 같이 안드로이드 오픈소스 전략으로 모바일 운영체제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확보한 구글은 2011년부터 “포크 OS”의 시장진입을 차단하기 위해 스마트기기 제조사들에 파편화금지 계약(Anti-fragmentation Agreement, AFA) 체결을 강제하였다.

참고로 통상 시장지배적 기업이 시장점유율 50%를 차지한 경우를 독점이라고 하고 3개의 시장지배적 기업이 시장점유율을 75% 이상 차지하는 경우를 과점이라고 한다. 한편, 파편화금지 계약이란 안드로이드 코드를 바탕으로 변형 개발한 운영체제(포크 OS)를 적용하거나 개발하지 못하게 하는 계약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앱마켓 플레이스토어 라이선스 계약과 안드로이드 사전접근권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할 때 전제조건으로 AFA를 체결할 것을 요구했다.

구글은 MADA와 안드로이드 사전접근권과 같은 스마트기기 제조사에 필수적인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전제조건으로 AFA를 반드시 체결할 것을 요구하였다. AFA를 체결하게 되면 스마트기기 제조사들은 안드로이드 포크 OS를 받아 자신의 기기에 출시할 수 없으며 자체 개발한 안드로이드 포크도 자신의 스마트기기에 탑재해 출시할 수 없게 된다.

3. 공정위, 구글의 AFA 강요 행위에 대한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

모바일 사업을 영위하는 기기 제조사 입장에서는 플레이스토어를 스마트폰에 탑재하기 위해서 AFA를 체결할 수 밖에 없었다. 삼성전자도 공정위 조사에서 “플레이스토어 등 주요 앱묶음(GMS)을 포기할 수 없어, AFA 체결 및 수정계약에 동의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간 많은 기업들이 모바일OS 독립을 시도해왔지만, 구글의 AFA 계약으로 인해 좌절됐다.

삼성전자는 2013년 갤럭시기어1을 출시했지만, 글이 AFA 위반이라고 위협하자 포크OS를 포기하고 타이젠OS로 변경했다. 아마존은 포크OS를 활용한 파이어OS를 탑재한 킨들파이어를 출시하려고 했지만 AFA 위반 소지에 프로젝트가 무산됐다. 중국 알리바바도 2011년과 2012년 알리윤OS를 개발했지만, AFA 위반으로 제조사를 찾지 못했다.

이렇게 구글이 삼성과 같은 스마트기기 제조사들에게 AFA를 강제하여 삼성이 자체 개발한 안드로이드 “포크 OS”를 탑재하지 못하도록 한 행위에 대해서 공정거래위원회는 2021년 9월 14일 구글 LLC등에게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불공정거래행위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2,074억원을 부과했다(의결 제 2021-329호; 2021. 9. 14.).

4. 혁신으로 성장한 구글이 새로운 혁신을 가로막아

구글은 AFA와 같은 시장지배적 남용행위를 통해 스마트기기 제조사가 포크OS를 직접 개발하더라도 이를 탑재한 기기를 출시할 수 없고, 면제 기기로 출시하더라도 앱을 탑재할 수 없어 제대로 된 스마트 기기를 생산할 수 없게 한 것이다. 구글은 스마트기기 제조사의 다양한 기기 유형에 대한 자유로운 OS 개발 활동을 직접적으로 차단해 심각한 혁신저해 효과를 야기한 것이다.

안드로이드와 같은 기술혁신은 구글 등 기술혁신에 노력한 기업에 자연독점의 지위를 부여하고 이러한 지위를 이용한 독과점 초과이익의 향유가 이러한 기술혁신을 유인하는 역할을 한다. 슘페터 학파와 같은 전통적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독과점 초과이익의혁신을 유인하는 역할에 주목하여 각국의 경쟁당국이 독점규제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 왔다.

하지만 혁신을 통해 형성된 독점을 바로 깨 주지 않으면 새로운 혁신을 저해하게 된다는 교훈을 위 구글의 AFA 강제 사건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장지배적 남용행위 처분에서 얻을 수 있다.

독과점 플랫폼의 혁신과 독점남용 논쟁에도 시사점

유럽과 미국에서 위와 같이 독과점 플랫폼에 대한 실태조사와 독과점 규제 입법을 하던 2019-2022년의 시기는 한국에서는 진보정부를 표방하던 문재인 정부의 집권시기이다. 그 시기 한국에서는 독과점 플랫폼에 대한 실태조사도 독과점 플랫폼에 대한 규제 입법 시도도 없었다.

EU의 ‘온라인 중개서비스 투명성, 공정성 제고를 위한 규칙’과 같이 일반적인 플랫폼과 사업적 이용자 사이의 공정한 거래를 규율하는 상대적으로 소프트한 입법인 온라인 중개서비스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온플법”)을 둘러싸고 혁신기업의 아이콘인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는 것은 혁신성장의 국정기조와 배치된다는 논쟁이 발생하며 독과점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 남용의 문제에는 논의가 발전하지 못하였다.

참고로 EU의 디지털 시장법(DMA; Digital Markets Act)는 플랫폼 서비스를 소비하는 이용자를 “엔드 유저(End User)”, 사업적 이용자를 “비즈니스 유저(Business User)”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온라인 중개서비스를 이용하여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사업적 이용자에 대해 흔히 “입점업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혁신성장의 추진 방식을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의 혁파에 두면서 독과점 시장 지배력을 구축한 빅 테크에 대해 규제를 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딜레마에 빠진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 유럽과 달리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의 토종 빅 테크를 육성하여 GAFA의 압도적인 지배력을 피할 수 있었던 유일한 나라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독과점 플랫폼 규제 입법이 자칫 토종 빅 테크의 성장을 가로막는 것이 아닌가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미 시장에서 독과점 지위를 구축한 빅 테크들은 그 시장 지배력을 유지, 확대하기 위하여 새로운 혁신기업의 성장을 막고 잠재적 시장 경쟁자로 부각될 수 있는 벤처·스타트기업들의 인수, 합병 등을 통해 경쟁을 피해 가고 있다.

한국에서 진보 정부가 전 세계적인 독과점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 남용과 언론의 다양성, 데이터 착취와 독점의 폐해를 규제하고 이러한 독과점 플랫폼으로부터 성장하는 혁신기업과 중소상공인, 소비자 등을 보호하는 진보적 흐름에 올라타지 않고 오히려 이러한 흐름과 거리를 두고 플랫폼 독과점 규제에 소극적 태도를 취했다는 것은 경제적 관점이나 정치적 관점에서도 분석과 평가가 필요한 사안이다. 한국의 민주당은 미국이나 유럽의 진보 정당과 달리 진보적 정체성을 갖추지 못하거나 상실한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혁신 성장 기조를 추상적, 이념적 차원에서 접근했기 때문에 독과점 플랫폼이 시장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분석, 논의를 위한 노력 자체가 부족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한국에서는 2021년 발의된 온플법 제정을 둘러싸고 플랫폼 업계와 이를 지지하는 일부 학계로부터 혁신의 아이콘인 플랫폼을 규제하여 혁신을 저해하고 공정거래법과 중복규제를 한다는 우려가 제기되어 “혁신 VS 공정(독과점 규제)”의 대립적인 논쟁만 남기고 우리의 플랫폼 정책을 정립하지 못하였다.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안)은 독과점 플랫폼만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 기업 일반을 규제하는 법(안)으로 매출액 1,000억 원, 중개거래액 1조원 이상 플랫폼 대상으로 노출 순위(ranking) 등 알고리즘의 주요기준 공개, 약관신고와 표준계약서 작성, 계약해지나 변경 시 사전통지, 적정한 수익배분의 거절 금지, 거래상지위 남용행위 금지 등의 사전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대체로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 사이에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고 불공정행위 금지, 상생 협력을 강조하는 수준의 입법이고 강력한 독과점 플랫폼 규제 입법이라 할 수는 없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을 저해하는 독과점 플랫폼을 규제하는 것조차도 혁신을 가로막는 낡은 사고라 비난하거나, 유럽국가들의 독과점 플랫폼 규제 노력이 미국의 빅 테크를 규제하여 자국 플랫폼을 육성하기 위한 폐쇄적 정책인 것처럼 비판하기도 한다. 혁신을 통해 성장한 혁신기업이 독점적 초과이익을 향유하고 진입장벽을 쌓아 경쟁을 저해할 때, 이러한 혁신으로 형성된 자연독점을 깨 주는 것이야말로 지속적인 혁신을 보호하는 정책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참고 문헌

  • 강민지, “혁신경쟁 평가 등 동태적 시장에서의 경쟁관계”, 공정거래, 학술연구 지원사업 연구보고서, 한국공정거래조정원, 2022.
  • 공정거래위원회, “퀄컴社의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 남용행위 엄중 제재”, 보도자료 2016. 12. 28.
  • 공정거래위원회, “퀄컴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관련 서울고등법원 판결”, 보도자료 2019. 12. 4.
  • 공정거래위원회, “경쟁 운영체제(OS) 진입 및 신규 기기 개발을 막은 구글에 2,074억 원 과징금 부과” (의결 제 2021-329호), 2021. 9. 14.
  • 김남근, “독과점 플랫폼 앞에서 갈등하는 혁신과 공정”,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녹서, 2023.
  • 관계부처 합동, “디지털 플랫폼 발전방안”, 비상경제장관회의 22-16-2, 2022. 12. 29.
  • 대법원 공보연구관실, “대법원 2020두31897 시정명령취소 사건 보도자료”, 대법원 2023. 4. 23.
  • 조선비즈, “삼성폰에 OS탑재 갑질… 공정위, 구글에 과징금 2074억원 부과·AFA 계약 강제도 금지”, 2021. 9. 14.
  • 최승재, “표준필수특허권자의 ‘FRAND 조건’ 위반은 특허권 남용 해당”, 법률신문, 2020.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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