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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제도 ‘밖’에 존재하고 개념도 불분명한 식자재마트. 규제에서 벗어나 덩치를 키우고 ‘유통 공룡’으로 떠올랐다. “규제의 문제가 아니라 기준의 문제” (⏳4분)

식자재마트는 제도 밖에 있다. 도·소매 기능이 결합돼 있고, 낮은 가격, 대용량 단위 판매, 상대적으로 높은 1차 생산물 판매 비중 등 특징이 있지만 확립된 개념은 없다.

유통산업발전법상 ‘대규모점포’에 해당하는 대형마트는 영업 시간 제한, 월 2회 의무 휴업 등 규제를 받지만 식자재마트는 ‘365일 24시간 영업’이 가능하다. 규제에서 자유롭다. 규제 사각지대 위에서 새로운 유통 공룡이 됐다.

매장 면적 합계가 3000㎡ 이상이면 대규모점포다. 면적이 3000㎡ 미만이더라도 GS더프레시, 이마트에브리데이 등 대규모 유통 기업이 운영하는 ‘기업형 슈퍼마켓(SSM, Super Supermarket)’은 준대규모점포로 규제 대상이다.

식자재왕 도매마트 사진.

이게 왜 중요한가.

  • 소수의 대형 식자재마트는 규제를 피하기 위해 꼼수를 쓴다. ‘건물 쪼개기’ 등 편법 운영으로 대형마트 규제를 회피한다.
  • 이를 테면, 식자재마트는 건물 3개를 3000㎡ 이하로 짓고 그 사이를 통로로 잇는 등 소위 ‘매장 쪼개기 확장’이 빈번하다. 건축 규제가 덜한 제1종 근린생활시설로 건축 허가를 받은 후 추후 연결 통로 개설로 판매 시설 규모를 확장하는 것이다.
  • 근린생활시설은 소매점으로 분류돼 소방 안전 시설과 장애인 편의 시설 등을 의무적으로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건축물 유지 관리를 위한 정기 수시 점검도 피할 수 있다.
  • 소상공인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처에 식자재마트를 포함하면서 소상공인, 기업형 슈퍼마켓 등과 식자재마트 간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빅3’ 식자재마트 매출, 1조 5000억 원.

  • 식자재마트 실태조사 결과, 2025년 기준 식자재마트 수는 637개. 평균적 면적은 1000㎡ 미만에 집중돼 있다. 약 77%의 식자재마트는 300㎡ 이상 1000㎡ 미만에 분포해 있다. 소재지 면적이 3000㎡ 이상인 경우는 20개(1.2%)뿐이다.
  • 식자재왕 도매마트(푸디스트)·세계로마트·장보고식자재마트 등 ‘빅3’ 식자재마트는 2024년 1조 5000억 원 매출을 거뒀다. 2014년과 비교하면 매출 규모가 5배 상승했다. 같은 기간 대형마트 3사(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매출은 26조3978억 원에서 24조2892억 원으로 줄었다.
  • 식자재왕 도매마트를 운영하는 푸디스트 매출은 2020년 4545억 원에서 2024년 1조 49억 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 장보고식자재마트 매출은 2012년 1205억 원에서 2024년 4503억 원으로 증가했다.
  • 세계로마트 매출도 2013년 560억 원에서 2024년 1250억 원으로 2배 이상 뛰었다.

“규제의 문제가 아니라 기준의 문제다.”

  • 민주당 의원들은 식자재마트를 관리·감독하기 위해 입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 민주당 전국소상공인위원회(위원장 오세희)가 23일 주최한 정책 토론회에서 오세희(민주당 의원)는 “규제의 문제가 아니라 기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대형마트에 준하는 규모와 영업 행태를 가진 대형 식자재마트를 유통산업발전법 등 기존 제도 안으로 편입해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래야 공정한 경쟁 질서를 바로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 오세희는 지난해 4월 식자재마트의 불공정거래행위와 편법 등록 및 운영을 규제하기 위해 유통산업발전법 일부 개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 권향엽(민주당 의원)은 “대형 식자재마트는 ‘건물 쪼개기’ 수법으로 의무 휴업, 전통시장 인근 점포 개설 금지 등 규제를 피하며 몸집을 불렸다”고 질타했다. “규제 사각지대 속에서 불공정한 경쟁이 치러지고 대형 식자재마트들이 그 과실을 넉넉히 챙기는 동안 소상공인들은 고객을 빼앗기고 매출을 빼앗기고 폐업을 고민해야 했다”며 소상공인을 대변했다.

반론: “식자재마트 규제하면, 영세 외식업자 부담 증가한다.”

  • 식자재마트 측은 규제가 현실화하면 외식업 소상공인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중소기업 성장 가능성이 저해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한다. 식자재마트 측 입장을 정리하면 이렇다.
  • 첫째, 식자재마트 매출의 50% 이상은 동네 식당을 운영하는 업소용 고객이다. 이들 역시 소상공인이다. 식자재마트를 규제하면 저렴하게 식자재를 공급받던 영세 외식업자들의 원가 부담이 증가한다.
  • 둘째, 규제는 슈퍼마켓 등을 운영하는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한다. 식자재마트는 전체 슈퍼마켓 점포 수 대비 비중이 매우 미미하기 때문에 규제를 도입하더라도 중·소상인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작다.

과제: 식자재마트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 규제 대상은 명확해야 한다. 식자재마트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부재하기 때문에 규제 입법을 위해서는 명확한 정의가 급선무다.
  • 정수정(중소벤처기업연구원 실장)은 “대규모점포의 경우와 같이 소유·경영이 누구인지 상관없이 매출액이나 면적을 실질적 판단 기준으로 삼는 방안으로 가장 현실적 대안”이라면서도 “만약 1000㎡ 이상의 큰 점포를 식자재마트 대상으로 한다면, 대형 슈퍼마켓도 포함될 수 있어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 식자재마트 규제 필요성과 공익성이 인정된대도 매출액 규모, 식자재 판매 및 도·소매업 병행 여부, 점포 매장 면적 등 여러 기준 가운데 어떤 잣대로 식자재마트 여부를 가리느냐에 따라 효과는 달라진다.

만들면 없애기 어려운 규제, 충분한 논의 필요.

  • 식자재마트를 애용하는 소비자와 외식업 소상공인의 이야기도 반드시 경청해야 한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목적이 특정 집단 이익이 아닌 공익에 부합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 쿠팡의 새벽배송을 규제하려 했던 민주당 주도의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가 정작 주요 당사자인 쿠팡 노조 참여를 배제했던 우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 13년 전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를 명분으로 대형마트 의무 휴업과 심야 영업 금지를 강제하는 데 힘을 보탰던 민주당이제와 규제 완화 카드를 매만지고 있다는 걸 국민은 알고 있다. 식자재마트로 인한 지역 유통업계 위축 등이 규제 도입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는지 타당성을 치열하게 분석해야 한다.
우리는 민주당이 13년 전 한 일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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