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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꺾정 65화] 뿌리 없는 민주주의, 민주주의 없는 지방균형발전이 가능한가? (서복경/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실행위원) (⏳4분)

22대 국회가 개원했습니다. 유권자의 소중한 한 표, 한 표를 읍소하며 당선된 300명의 국회의원이 과연 유권자를 위해 제대로 일하는지 지켜보고 감시해야 할 때입니다. 이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일을 해야 하는데 안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지니까요.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칼럼을 통해 유권자의 시각에서 22대 국회와 정치를 비평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정’치개혁이니까요.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 중꺾정 필자의 견해는 참여연대 공식입장이 아니며 다를 수 있습니다.

118 vs. 119 vs. 62

118명. 2018년 지방선거 시도지사 예비후보등록자수다. 119명. 2022년 지선 시도지사 예비후보등록자수다. 62명. 2026년 지선 시도지사 예비후보등록자수다. 2026년 시도지사 예비후보등록자수는 2022년 등록자수의 52.1%에 불과하다.

2,560 vs. 2,431 vs. 1,451

2018년 시도의회 예비후보등록자수는 2,560명이었고, 2022년 지선에서는 2,431명이었으며, 지금까지 등록한 시도의회 예비후보등록자수는 1,453명이다. 2026년 시도의회 예비후보등록자수는 2022년 대비 59.8%에 그친다.

2026년 시도의회 예비후보등록자 가운데 1,345명, 92.6%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예비후보자다. 이들은 당내경선을 거쳐 그중 일부만 본선거 후보로 등록하게 될 것이다. 시도의회 의원정수 779명보다 많은 예비후보등록자를 가진 정당은 더불어민주당 하나뿐이다.

2026년 3월 24일 기준, 대한민국 원내 제2당인 국민의힘 시도의회 의원 예비후보등록자수는 457명으로 정수 대비 58.5%에 불과하다. 국민의힘 예비후보자의 지역 편중은 심각하다. 광주광역시 0명, 전북특별자치도 0명, 전라남도 1명이다. 서울특별시 101명 정원 가운데 37명, 부산광역시 42명 정원 가운데 30명, 경기도 141명 정원 가운데 63명, 인천광역시 36명 정원 가운데 17명이다. 제2당도 이 모양인데, 제3당 이하 원내정당들의 예비후보등록자수는 모두 합해도 82명에 불과하다. 조국혁신당 17명, 진보당 58명, 개혁신당 5명, 기본소득당 2명, 사회민주당 0명. 경쟁할 수 있는 후보자가 없는 선거는 무투표당선으로 이어진다.

24 vs. 108 vs. ???

2018년 시도의회 무투표당선자수는 24명이었지만 2022년 108명으로 4.5배 늘었다. 2018년 시도의회 의원정수는 737명이었고 무투표당선자의 비중은 3.3%였지만 2022년에는 의원정수 779명 대비 무투표당선자의 비중은 13.9%로 늘었다. 올해 시도의회 무투표당선자는 몇 명이 될까?

구시군의회의원선거는 더 심각하다. 2018년에는 무투표당선자수가 30명으로 2,541명 정수 대비 1.2%에 불과했다. 그런데 2022년 무투표당선자수는 294명으로 9.8배가 늘었고, 정수 대비 11.3%의 기초의원이 무투표로 당선되었다. 기초의회비례대표 의원 중 무투표당선자도 크게 늘었다. 2018년 31명이 무투표로 당선되어 385명의 정수 가운데 8.1%를 차지했는데, 2022년에는 81명으로 늘었고 비중은 21.0%로 늘었다. 당선가능한 정당은 당선자수만큼만 후보를 공천했고, 명부를 낼 정당의 절대 수도 줄었다는 것이다. 올해 구시군의회 무투표당선자는 얼마나 늘어날까? 예비후보자등록 추이를 보건대, 얼마나 늘어날지는 알 수 없지만 무.조.건 늘어난다는 건 확실해 보인다.

무투표당선 선거구의 지역 편중도 심각하다. 2022년 시도의회의원 무투표당선자 108명 가운데 대구광역시 20명, 경상북도 17명, 광주광역시 11명, 전라남도 26명, 전라북도 22명이었다. 누구나 아는 일당 지배지역에서 발생한 무투표당선자가 96명, 전체 무투표당선자 가운데 88.9%였다. 1인 선거구에서 경쟁 후보가 없어 선거조차 치르지 않고 당선된 의원들이다.

기초의회 무투표 당선자는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서울 109명, 인천 20명, 경기 50명이 무투표로 당선되었다. 2인 선거구에서 제1당, 제2당이 경쟁하지 않고 사이좋게(?) 동반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2명씩이나(?) 선출하는데 더불어민주당 1명, 국민의힘 1명 후보만 출마해서 선거조차 치르지 않고 당선된 의원들이다. 투표조차 필요 없는 의원직, 당선자가 뻔해서 투표는 요식행위일 뿐인 선거가 반복되면 당연하게도 유권자는 선거에 관심이 사라지고 투표하지 않는다.

60.2 vs. 50.9 vs. ??

2018년 지방선거 투표율은 60.2%였고 2022년 지선 투표율은 50.9%였다. 지역별로 보면 광주광역시 투표율이 가장 많이 하락해서 21.5%가 떨어졌다. 전북, 대구, 경북, 전남. 역시 일당 지배 지역의 투표율 하락이 남달랐다.

당시 투표율의 큰 폭 하락에 대해, 2022년 3월 대통령 선거로 각 정당들이 제대로 지방선거 준비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혹은 2022년 지선에 패배했던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이 투표장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상황적 설명들이 있었다. 아마 둘 다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나쁜 상황이 1번에 그치는 게 아니라 2번, 3번 반복되면 구조가 되고 시스템이 된다는 것이다. 2026년 지선은 큰 이변이 없다면 무.조.건 투표율이 낮아질 것이다. 후보가 없어서 굳이 고민해 선택할 필요가 없고, 투표해봐야 결과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면, 유권자가 투표장에 왜 나오겠는가?

민주주의 뿌리를 재건하는 개혁이 시급한 이유

뿌리가 말라가는 민주주의에서 열리는 썩은 열매가 선출된 독재자다. 윤석열과 트럼프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회에서 우발적으로 등장한 자들이 아니다. 그들을 선택한 사람들에게는 각기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뿌리가 썩어들어가는데 과실만 따먹는 자들이 늘어난다면, 자원배분은 점점 더 왜곡되고 불평등은 심화된다. 불평등은 공동체의 와해를 가져오고, 극단주의자들은 불만과 소외를 먹고 자란다.

현 정부의 다양한 지방균형발전정책을 지지한다. 그런데 산업과 일자리와 재정을 지방정부에 나눠준다고 자원배분의 왜곡이 바로 잡힐까? 그 지역, 그 동네 시민들이 참여하고 견제해야만 자원이 필요한 곳에, 공평하게 배분될 수 있다. 지방 민주주의의 뿌리가 지금처럼 말라간다면, 정부가 애써 나누고 있는 권한과 자원들은 지역의 선출된 독재자의 배를 불릴 수도 있다.

청와대와 여의도의 민주주의는 주민자치회와 동주민센터, 구시군의회와 구시군청의 민주주의가 든든히 받쳐주지 않는다면 또다시 윤석열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이번 지선, 투표율 하락과 무투표당선 선거구 최소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만 있는 민주주의, 꿈 깨시라

국회 제1당이며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법정시한을 넘긴 지방의회 선거구획정을 서둘러야 한다. 그리고 이번 지선 투표율이 50%선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그 당 선거캠페인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무투표당선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짬짬이 공천 관행을 버리고 선거구마다 정수만큼 후보를 공천해서 유권자가 투표장에 나올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지선이 끝나면 곧바로 정치관계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 대한민국 제2당은 당분간 비전이 없어 보인다. 제3당 이하 정당들도 전국 단위 경쟁을 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다양한 시민들이 지방정당을 만들어 동네 민주주의에서부터 뿌리 재건에 나서도록 길을 열어야 한다. 기초의회와 광역의회 선거제도 개혁 공론장을 열고, 기초단체장과 광역단체장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

혹시라도 그 당의 지도부, 의원, 당원들이 ‘더불어민주당만 있는 민주주의가 가능하다’고 믿는다면, 꿈 깨시라. 민주주의 역사에서 그런 선례는 없었고, 앞으로도 불가능하다. 만약 그런 꿈을 꾸면서 말라가는 지방민주주의를 방치한다면, 집단이익에 눈이 멀어 시민들이 간신히 건져 올린 한국 민주주의를 다시 위기로 밀어 넣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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