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지금은 원리금 보장 상품이 대부분, 5년 수익률 평균 2.9%… 집중화+대형화로 수익률 제고 추진.
대선공약 ‘코스피 5000’을 조기 달성한 이재명(대통령)과 민주당의 다음 목표는 ‘퇴직연금 기금화’다.
앞서 당정은 1월 중 퇴직연금 기금화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재명도 21일 기자회견서 “퇴직연금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해 대책이 있어야 하는데, 기금화는 그 대안”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개인 노후 자산을 국가가 일괄적으로 통제하는 건 명백한 위헌”이라고 반대하지만, 고공행진 주가는 민주당의 거침없는 질주에 좋은 땔감이 되고 있다. 민주당은 밀어붙일 태세다. 국민의힘은 막을 힘이 없다.

이게 왜 중요한가.
- 퇴직연금에는 DB(확정급여)형, DC(확정기여)형, 개인형 퇴직연금(IRP)* 등 세 종류가 있다.
- DB형은 퇴직하기 전 평균임금에 일한 기간을 곱해 정산한다. DB형에 가입한 직원은 안정적 급여를 보장 받는다. 회사가 알아서 다해주는 것이다. 연금 운용 수익이 나도, 손실이 생겨도 회사 몫이다. 수익률을 높여야 할 유인이 없다.
- DC형은 회사가 1년 일할 때마다 1년 임금 총액의 12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금액을 직원 퇴직 계좌로 입금해 준다. 직원은 이 돈을 직접 굴려야 한다. 내 손으로 퇴직금을 불려야 한다.
- 2024년 퇴직연금 적립 금액은 431조 원으로 확정급여형(49.7%), 확정기여형(26.8%), 개인형 퇴직연금(23.1%) 순이다. 운용 방식을 보면, 원리금 보장형 74.6%, 실적배당형 17.5%, 대기성은 8% 순이다. 대다수가 원리금 보장형이란 점에서 퇴직연금 대부분이 이자율 2% 수준의 은행 예금 통장에 잠들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 최근 5년간(2020~2024년)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은 2.86%로 같은 기간 국민연금 수익률(8.13%)에 크게 못 미친다.
- 잠든 돈을 깨워 일반 국민의 노후 소득을 강화해 보자는 게 민주당 생각이다.
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개인형 퇴직연금):
퇴직금이나 DB·DC형 퇴직연금을 한 계좌로 통합해 노후 자금으로 운용하는 개인 전용 퇴직연금 제도. 퇴직 시 일시금을 직접 받는 대신 IRP로 이전하면 퇴직소득세 과세를 연기(과세이연)할 수 있다. 추가 납입으로 세액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기금형 왜 필요한가.
- 기존 DB·DC형 운용 주체인 기업과 노동자 개인은 전문성이 부족하다. 기금형의 경우 노사 및 전문가로 구성한 기금운용위원회가 장기 투자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
- 기금이 대형화하면 운용 비용을 절감하고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자금 규모가 클수록 장기 관점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 민주당 정책위의장 한정애는 “가입자 대부분은 퇴직연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하거나 IRP로 이관한 후 해지하는 방식으로 자산을 소진하고 있다. 실제 연금화 수령 비율은 10% 내외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영세 기업은 퇴직연금 도입 이전의 퇴직금 제도에 머물러 있다.
- 국민연금만으로 안정적 노후 소득 보장이 어렵다.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창률은 “퇴직연금이 국민연금을 보완하는 제도로서 역할을 하면 노후 소득을 비약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내 퇴직연금은 내가 알아서 할게.”
-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난 8일 국회청원에 아래와 같이 기금화 반대 입장이 게시돼 6000명의 동의를 받았다.
- “퇴직연금은 근로자가 평생 일한 대가로 적립한 개인의 사적 재산이다. 기금화는 개인의 운용 권한을 제한하고, 운용 실패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또한 퇴직연금 운용을 하나의 기금으로 집중시키는 것은 정치·정책적 개입 위험을 높인다. 한 번의 판단 오류가 수많은 국민의 노후 생활에 직접적으로 피해를 끼칠 수 있다.”
- 일본의 AIJ자산운용 사례로 경고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기금형 퇴직연금 운용사인 AIJ는 매년 손실을 감춰오다 2011년 수탁금 2조 원의 90% 이상을 날린 사실이 밝혀져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 퇴직연금이 기금화하면 국민연금처럼 환율 방어에 동원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중앙일보 논설위원 하현옥은 “퇴직연금이 환율 방어와 증시 부양을 위해 정부가 쌈짓돈처럼 쓰고 있는 국민연금의 또 다른 버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 지금 논의되고 있는 개편 방향은 크게 세 가지다.
- 첫째, 퇴직금과 퇴직 연금을 통합해야 한다.
- 둘째, 일시금 대신 연금으로 받도록 유도해야 한다. 중도 인출도 제한해야 한다.
- 셋째, 일괄 운영 기금형으로 전환해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
전망과 해법: 여야 합의 가능하다?
- 한정애·박정 등 민주당 의원뿐 아니라 국민의힘 의원들도 퇴직연금 의무화 법안은 내놨다. 퇴직금 제도를 퇴직연금으로 완전히 전환하는 데 여야가 합의를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2005년 도입한 퇴직연금 제도는 2012년부터 신설 사업장 도입을 의무화했으나 강제 수단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 노사정이 참여하는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도 지난해 10월 출범 때부터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과 퇴직연금 도입 의무화를 핵심 의제로 내세웠다. 1월 안으로 TF 합의문이 나온다. 헤럴드경제를 보면, TF는 퇴직연금 의무를 지키지 않은 기업에 과태료 부과, 이행강제금 등 제재 수단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 국민의힘 의원 임이자 등은 중소기업 퇴직연금 기금(중퇴기금) 가입 범위를 기존 ‘30인 이하 사업장’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근로복지공단이 중소기업 노동자의 안정적 노후 보장을 위해 직접 운영하는 퇴직연금기금 ‘푸른씨앗’ 확대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 민주연구원 연구위원 신영민은 “중퇴기금 가입 대상 확대, 퇴직연금 의무화는 여야 간 조정 및 합의 가능성이 있다”면서 “구조 개혁 논의를 하다보면 세대론으로 흐를 수 있는데, 소모적 논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청년 세대가 불안감을 가지는 국민연금을 퇴직연금 활성화가 보완할 수 있음을 강조해야 한다”고 했다.
“싫다면 못하지만 방치하는 것보다 낫다.”
- 이재명은 “보통 기금에서 나오는 수익률은 연간 7∼8% 정도인데, 퇴직연금 수익률은 1% 수준”이라고 지적한 뒤 “퇴직연금은 노동자들의 매우 중요한 노후 대비 자산인데, 버려지다시피 놔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당사자가 기금화를 싫다고 하면 못한다”면서도 “하지만 기금화한다면 어떻게 운영할 건지, 운영한다면 지금처럼 방치하는 것보다 낫다는 보장이 있는지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퇴직연금으로 환율을 방어한다거나 주식시장 불쏘시개로 쓴다는 비판을 강하게 반박하지만 현실적으로 잠자고 있는 수백조 자금이 증시에 유입되면 자본시장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수익률이 상승하면 리스크도 커진다.
- “국민연금과 달리 퇴직연금은 손해가 나면 가입자가 다 감당하는 구조다. 현재 퇴직연금 시장을 주도하는 은행·보험·증권사들의 의견도 경청해야 한다”는 조언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