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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칼럼] 기사로 위장한 광고, 규제 복원할 신문법 개정해야. (정연우/세명대 광고홍보학과 명예교수) (⏳4분)

기사형 광고가 신문업계 관행으로 굳어가고 있다. 기사에 대한 신뢰도와 광고에 대한 신뢰도가 확연히 다름은 말할 것도 없다. 기사는 진실을 전달하는 내용이라는 믿음이 어느 정도 있지만, 광고는 사실일지라도 과장되었거나 광고주에게 유리한 내용만 담은 편향적 정보라고 인식한다.

시민 기만하는 기사형 광고, 실질적 제재 조항 전무

기사형 광고는 기사에 대한 신뢰를 이용하여 광고를 전달하는 속임수이다.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 가기 위해 에드버토리얼, 기획 특집기사 따위로 얼버무리기 일쑤다. 광고임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속내가 뻔히 보인다. 마치 기자가 쓴 것처럼 위장하려고 기자 이름을 명기하기도 한다. 이는 신문법에서도 명확히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제6조 독자가 기사와 광고를 혼동하지 아니하도록 명확하게 구분하여 편집하여야 한다는 조항이다. 문제는 이를 제재하는 조항이 없어서 단지 선언적인 규정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법치국가에서 어떠한 처벌을 내릴 것인지는 오로지 법적 규정을 통해 정할 수 있다. 처벌권의 자의적 행사를 막기 위한 죄형법정주의 원칙 때문이다. 규정이 없다면 음주 운전도 불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가 지난 7월 제재한 53건 중 대부분은 기사형 광고다. 하지만 실질적 효과는 없다. 윤리위원회 운영 규정에 명시된 ‘1년 동안 3회 이상 경고를 받고도 시정하지 않는 경우 1천만 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징수할 수 있다’는 규정은 그저 형식에 그친다.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음주운전은 법에 정하지 않아도 윤리적으로 옳지 않은 행위지만, 그 행위를 현실에서 법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근거는 법에 그렇게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죄형법정주의다.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나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도 심의만 할 뿐이다. 신문사들도 애초 지킬 의지가 없다. 지키지 않아도 아무런 탈이 나지 않아서다. 스카이데일리가 ‘중국 간첩 체포설’ 등 부정선거 음모론을 유포해 한국신문윤리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았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기만당하지 않을 책임은 오로지 시민의 몫이다. 스스로 정신을 바짝 차려서 피해를 보지 말아야 할 뿐이다. 불법이 버젓이 활개 치는 상황에서 알아서 권리를 지키라는 것은 국가의 역할을 내팽개치는 것이다.

유튜브 뒷광고도 규제하는데, 신문은 여전히 사각지대

다른 매체는 이런 속임수를 방치하지 않는다. 방송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불법적 협찬을 규제하고, 규제 결과가 방송사 재허가 또는 재승인에 반영된다. 유튜브도 2020년 9월 1일 개정된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 지침’에 따라 뒷광고를 규제한다. 잡지 등 정기간행물도 기사와 광고를 혼동하지 않도록 명확하게 편집하지 않을 경우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원래부터 신문법에 법정 제재 조항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전 법에서는 2,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도록 하는 조항이 있었다. 이명박 정권 당시 2009년 7월 신문사와 대기업의 방송 진출을 허용해 주기 위해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이 거센 여론의 반대에도 재투표, 대리투표 등 여러 편법으로 통과시킨 신문법에서 해당 조항을 슬그머니 빼버렸다. 한국신문협회는 언론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신문 산업의 진흥을 위해 삭제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유튜브 뒷광고도 규제하는데 신문은 나 몰라라?

원상회복을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회에서는 여러 차례 신문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하지만 한국신문협회 반대에 부딪히고 언론도 주목하지 않아서 큰 관심을 받지 못했고 회기가 끝나며 법안은 폐기되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의원 등이 최대 3000만 원의 과태료 규정을 신설하는 신문법 개정안을 논의했으나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 감감하다.

이익 얻고 신뢰 잃는 언론, 법 개정으로 공공성 회복해야

기사형 광고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신문은 없다. 그러니 어느 한 신문사만의 책임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지금은 기사형 광고를 하지 않는 신문사만 손해를 보는 구조여서다. 기사형 광고는 언론 공유 자산인 ‘신뢰’를 갉아먹는다. 언론 신뢰 추락의 피해자는 결국 언론과 국민 모두이다. 당장의 불법 광고로 인한 수입이라는 단꿀에 취해서 언론계 전체 자산을 망가뜨리는 꼴이다.

그래서 모든 기사형 광고를 법으로 규제하자는 것이다. 당장의 수익은 줄어들 수 있지만 길게는 언론 신뢰도가 상승해 산업 전체의 진흥에도 도움 될 것이다. 한국신문협회의 반대 주장은 설득력도 없고 구차하다. 불법적 기사형 광고 범람은 언론의 자정능력이 없음을 보여준다. 자율이라는 구색이 불법의 가림막이 될 수는 없다. 그리고 신문 진흥은커녕 언론 전반에 대한 불신만 진흥시키고 있지 않은가?

결국 신문윤리위원회와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 심의는 자율적으로 심의하고 있다는 알리바이를 만들어주는 치장거리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제 이명박 정권이 깨뜨린 언론의 책임성과 공공성을 원상회복하기 위한 또 하나의 개혁이라는 차원에서라도 국회는 신문법 개정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언론개혁을 향한 시민들의 관심과 논의가 뜨겁다. 모처럼 동력이 붙는 모양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정치인, 대기업에 대한 언론 비판과 감시 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나름의 우려가 나올 수 있다. 반면 기사형 광고에 대한 규제는 반대할 빌미조차도 허접하니 국회 의지만 있다면 큰 걸림돌이 없을 것이다. 언론개혁의 방향은 언론 책임성과 신뢰성의 회복이다.

📔 민언련 칼럼

민언련 칼럼은 시민사회·언론계 이슈에 대한 현실진단과 언론정책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글입니다. 시민들과 소통하고 토론할 목적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기명 칼럼으로, 민언련 공식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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