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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여 일 전, 쌍용자동차에서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우리가 흔히 ‘정리해고’라고 부르는 것)가 일어났다.

[box type=”info” head=”‘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란? “]

우리가 흔히 ‘정리해고’라고 부르는 어떤 것의 근로기준법상 명칭은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이다.

해고인데,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을 만큼 무언가를 잘못해서 일자리를 잃는 것이 아니다. 사용자가 경영상 필요와 이유에 따라 해고라는 책임을 질 만한 일을 하지 않은 노동자가 일터에서 쫓겨나는 것이다. (이하 경영상 해고라고 쓴다.)

물론, 사용자가 자기 마음대로 노동자를 쫓아낼 수는 없다. 법에 따르면, 사용자가 경영상 이유에 의하여 노동자를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법에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쓰여있지 않다.[/box]

법원
ssalonso, CC BY NC SA

2014년 11월 13일 대법원, 쌍용차 해고는 적법하다 

약 2주 전 대법원은 쌍용차의 경영상 해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의한 적법한 경영상 해고라고 판결했다(2014년 11월 13일, 사건 번호: 2014다20875 ).  

2심을 뒤집었다. 엄밀하게 따지면, 그동안의 판결이 뒤집힌 것은 아니다.

  • 1은 쌍용차의 경영상 해고를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 2은 장기간의 워크아웃에도 불구하고, 당시 쌍용차의 경영 상태가 구조적, 계속적 위기라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 대법원은 당시 쌍용차의 경영 위기는 상당 기간 신규설비 및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은데서 비롯한 계속적·구조적 위기라고 판단했다.
출근하는 동료들은 해고당한 동료를 애써 외면한다. (쌍용차 평택공장, 2011년 10월 경, 사진: 민노씨)
출근하는 동료들은 해고당한 동료를 애써 외면한다. (쌍용차 평택공장, 2011년 10월경, 사진: 민노씨)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대법원 vs. 고등법원 

대법원은 쌍용차가 당시 경영상 해고를 할만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었고, 그 해고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의 증거로 당시 쌍용차가 겪던 유동성 위기를 언급하면서, 쌍용차가 당시 부동산을 담보로 금융권으로부터 신규자금을 대출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고등법원은 당시 쌍용차에 위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그것은 경유 가격의 급등, 국내외 금융위기에 기인한 것이고, 무담보 부동산의 존재 등 유동성 위기를 완화할 수단이 전혀 없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고등법원은 또한 기업이 회생 절차에 들어가는 것을 불가피하다고 볼 여지가 있으나, 회생 절차에 들어갔다고 해서, 인원의 1/3이 넘는 인원을 해고할 필요성이 도출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법률심인 대법원, 사실인정 문제에 개입하다 

이렇게 얘기하면, 고등법원의 판결만 길게 얘기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대법원은 법률심이다. 사실관계를 다투는 재판이 아니라 법리, 판례에 부합하는지 검토하는 재판이라는 것이다.

즉, 사실 여부를 따지는 과정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은 사실인정 문제까지 개입했다. 그렇게 2년 동안 고등법원에서 확인되고, 검토된 사실을 뒤집었다

‘재무건전성’을 보자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와 관련한 다음 주제는 재무건전성이다.

여기서 ‘유형자산 손상차손’, ‘계속기업가정’, ‘공헌이익’ 어려운 개념들과 회계조작과 같은 무서운 단어가 나온다. 어렵고, 무서운 것들은 빼고, 돈의 흐름과 기업 평가에 대한 합리성의 문제를 단순하고 간단하게 판단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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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평택 공장 출입구에서 피켓을 들고 있는 해고 노동자 (2011년 10월경, 사진: 민노씨)

1. 유형자산 손상차손 

유형자산 손상차손부터 시작하자. 유형자산이란 물리적인 형태가 있는 자산이다. 무형자산은 특허권, 지적재산권 같은 것들이고, 유형자산은 땅, 건물 등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이는 것들이다유형자산과 손상차손을 합치면 대략 기업의 땅, 건물, 상품 기타등등의 가치가 미래에 하락한다는 뜻이다.

다 합쳐서, 쌍용차 소위 경영상 해고의 유형자산 손상차손 과다계상이란, 쌍용차 사측이 차량의 판매로 미래에 창출될 수 있는 수익을 과다하게 작게 봄으로써, 해당 시점에서 쌍용차의 경영 위기가 과장되었다는 것이다.

그럼 왜 아니면 어떻게 차량의 판매로 미래에 창출될 수 있는 수익이 줄어들었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

고등법원은 생산될 차량의 예상 매출수량이 부당하게 과소 추정되어, 즉 유형자산 손상차손이 과다계상되었다고 보았다. 즉, 쌍용차 사측이 기존 차량이 차종에 따라 2009년과 2010년에 단종되는 것으로 보면서도, 신차의 판매 계획 또한 없었다고 지적했다.

고등법원은 매우 구체적으로 지적하는데, 판결문을 보면, 고등법원은 쌍용차 사측이 ‘2010년까지 총 6개의 보유차종 중 4개의 차종을 단종시킨다고 전제한 상태에서 2013년까지 일체의 신차를 개발·판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기존차량은 단종시키고, 신차는 없다면, 당연히 앞으로 창출될 수익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 기존 차량은 단종, 신차는 없다는 쌍용차 사측의 주장을 합리적이라 판단해야 할까?

대법원의 대답은 아래와 같다.

미래에 대한 추정은 불확실성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점을 고려할 때 피고(쌍용차 사측)의 예상 매출수량 추정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가정을 기초로 한 것이라면 그 추정이 다소 보수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그 합리성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자유, 평등, 정의" (사진: 대법원)
“자유, 평등, 정의” (사진: 대법원)

2. 계속기업가정 

그렇다고 치자. 이 모든 것은 천부적 경영권이라고 조금 뭐 그래도 인정해야 한다고 치자. 여기서 ‘계속기업가정’이라는 개념이 나온다기업이 청산되지 않고, 존속, 계속 운영된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기존 차량이 안 팔린다고 치자. 그렇다면, 새로운 차를 만들어 팔아야, 자동차 기업인 쌍용차는 존속할 것이다.

어떤 제조업체 사장이 그 업체를 계속 경영할 마음이 있는데, 기존 상품을 단종시키면서, 이와 동시에 새로운 상품 계획이 없다고 주장한다면, 이 사장님은 합리적인가? 아니 소위 ‘장사할 마음이 있는 가’라고 물어야 한다.

 이번 재판에서 회계문제를 담당했던 김경율 회계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가 말한 바로는, 2008년 쌍용차 감사보고서 특기사항에서 안진회계법인은 회사가 계속기업으로서 존속할 것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작성됐다고 서술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대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다른 얘기로 넘어가자.

‘그럼 신차는 정말 없었을까?’라는 의문도 검토해 보자. 지금 쌍용차를 검색해보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것은 코란도C 광고다.

네이버에서 '쌍용차'로 검색한 화면 (검색 일시: 2014년 11월 27일 오전 11시 50분)
네이버에서 ‘쌍용차’로 검색한 화면 (검색 일시: 2014년 11월 27일 오전 11시 50분)

김태욱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당시 신차였던 C200(코란도C)의 경우 거의 개발이 완료되어 출시를 앞둔 상황이었으므로 최소한 이와 관련한 매출수량은 반드시 추정되었어야 하며, 안진회계법인의 감사조서에 의하더라도 기존차종의 경우 모두 공헌이익이 (+)였으므로 계속 생산되어 판매되기만 한다면 반드시 미래현금흐름증가로 이어진다.”

짧게 줄이자. 신차는 있었고, 사측의 자료를 보면, 기존 차량을 팔면 돈을 벌 수 있었다는 의미다.

3. 공헌이익 

공헌이익이란 개념이 나왔다. 무엇에 공헌 혹은 기여하는 이익이냐를 거칠게 이야기하면, 투자비 회수에 공헌하고, 이익에 만들어 내는 데 공헌하는 이익이라는 뜻이다.

공헌이익이 (+)라는 말은 대략 장사를 시작했는데, 투자한 돈을 회수하고, 돈이 들어온다는 뜻이다.  김경율 회계사는, 안진회계법인의 감사조서를 살펴 본 바, ‘기존 차종을 계속 생산하면 공헌이익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쌍용차가 이미 투자는 했고, 장사하면 돈이 남는다는 의미다.

다시 대법원 판결문으로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설령 피고(쌍용차 사측)의 예상 매출수량 추정에 문제가 있더라도 전체적으로 사용가치가 과소 평가된 것이 아니라면 유형자산 손산차손이 과다 계상되었다고 할 수 없는데, 기존 차종을 단종 없이 계속 생산한다고 하여 그것이 미래현금흐름의 증가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회계에서 문제가 있으면 있는 것이고, 없으면 없는 것이다. 문제가 있으면, 10원 장 틀리면 왜 틀린 지 따져야 한다문제가 있더라도…’ 라면서 전체적으로 문제가 아니면 넘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심지어 재판과정에서 쌍용차 사측의 주장은 일관성도 없었다고 전해진다. 김경율 회계사는 이렇게 말했다.

피고(쌍용차 사측)의 진술은 서면을 제출할 때마다 바뀌었다. 일관되지도 않았다. 대리인은 저마다 제각각의 진술을 했다. 어떤 대리인은 신차종 판매는 없었다고 말했고, 어떤 대리인은 신차종 판매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렇게 대법원은 당시 쌍용자동차는 경영상 해고를 할 수밖에 없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었다고 판결했다.

http://www.scourt.go.kr/scourt/index.html
대한민국 대법원

경영상 해고 요건들 부차적으로 만드는 ‘경영상 필요’  

경영상 해고의 요건은 다음과 같다.

  • ①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 ②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사용자의 노력
  • ③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과 그에 따른 해고 대상자 선정
  • ④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의 기준 등에 대한 노동자 대표와 성실한 협의 등

하지만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인정된 상황에서 이런 경영상 해고의 다른 요건은 부차적인 문제로 간주한다. 어느 한 요건에 문제가 있어도, 두루두루 보아 별문제 없으면 경영상 해고는 적법하다고 인정된다.

그게 대법원이 온몸으로 웅변하는 경영상 해고의 실체다. 

대법원 판결… 사실 달라진 건 없다 

어쩌면 이번 판결은 특별하지 않다. 그동안 법리나 판례를 보면, 사법부는 전반적으로 경영상 해고 요건을 완화해서 해석해 왔다. 이번 쌍용차 판결에서 더 나빠진 것도 더 추가된 것도 없다.

이번 대법원 판결도 경영자의 필요에 따라 단행된 대량해고가 해고당한 노동자 개인과 노동자의 가족 그리고 지역사회와 사회 전반에 미칠 사회적 충격과 희생을 외면하고, 오로지 경영권만을 앞세워 판결했다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투쟁하며 사는 지가 중요한 것이다" (평택에 있는 쌍용차 노조사무실, 사진: 민노씨)
“사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떻게 투쟁하며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평택 쌍용차 노조사무실, 2011년 10월경, 사진: 민노씨)

쌍용자동차의 경영상 해고는 시작부터 그 정당성을 의심받았다. 처음부터 해고 대상 인원을 턱없이 부풀렸고, 회사의 위기 상황을 지나치게 과장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2심에서 밝혀내고 인정된 사실들이 법률심에서 뒤집혔다

나는 쌍용차 경영상 해고가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을 납득하기 어렵다. 

2,000여 일, 이 긴 시간 동안 25명이 목숨을 잃었고, 며칠 전(2014년 11월 24일) 정부는 정규직 경영상 해고 요건을 완화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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