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sense] ‘불법집회’라는 말은 이제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하다. 경찰뿐만 아니라 경찰 당국의 말을 앵무새처럼 아니 오히려 더 확장해서 전파하는 보수 언론뿐만 아니라 이제는 시민들까지도 ‘불법집회’라는 사고의 틀에 사로잡힌 것 같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집회가 아니라면 불법집회이며, 그런 불법집회는 경찰이 해산명령을 해도 된다고, 불법 집회참가자들을 ‘진압’해도 된다고 어느 순간 믿게 되었다. 그것이 소위 대한민국의 법치이며, 마치 민주시민의 당연한 의무인 양 여기게 되었다.
과연 그런가?
그것이 법치인가?
그것이 민주시민의 의무인가?
우선 결론을 말하자면, 그런 사고방식이야말로 국민의 존엄을 해하는 반민주적인 발상이고, 국민 위에 경찰이 존재한다는 경찰국가적 망상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법치에 합당하기는커녕 위헌적이다. 왜 그런지 간략하게,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자.
1. 우선, 차벽은 위헌이다
세월호 추모 집회 현장에서 경찰의 차벽과 인벽은 ‘질서 유지선’이 아니라 ‘질서 파괴선’이었다.
우선 경찰은 차벽과 인벽으로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러 가려는 사람들 또는 분향소에서 헌화하려는 사람들을 인도와 차도를 불문하고 차단했다. 헌법상 권리인 집회에 참석한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불법적으로 제약한 것이다. 이런 경찰의 차벽과 인벽이 불법이고, 따라서 위헌적이라는 것은 헌법재판소에서도 확인한 바 있다.
2. 집회, ‘허가’가 아니라 ‘신고’인 이유
물론 집회 참석자들이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난 후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불법집회를 할 가능성이 있어서 차단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의미의 ‘불법집회’란 법적으로 있을 수 없다.
즉, 집회는 국가 공권력이 허가할지 말지를 결정할 수 없는 국민의 당연한 권리다. 집회를 국가 공권력이 ‘허가’하거나 ‘불허’한다는 발상은 위헌적이라는 점을 굳이 앞서 확인한다.
그래서 집회는 신고하는 것이고, 이때 집회 신고는 경찰에게 차벽을 세우는 준비 시간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찰의 ‘협조’를 얻기 위해 하는 것이다.
3. 경찰과 보수 언론이 말하는 ‘불법집회’라는 신화
그래서 대법원은, 집회 신고가 유효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즉, ‘집회 신고를 하지 않아 경찰이 진행 방향을 예측할 수 없는 집회’라도 집회 자체를 금지할 수는 없고 집회 주최자가 신고 미비에 대한 책임을 질 뿐이라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확고하게 거듭하여 여러 번 판결하였다.
- 신고되지 않은 집회라 하더라도,
- 신고되었다가 금지통고된 집회라고 하더라고,
- 또는 신고된 내용과 다르게 진행된 집회라 하더라도,
- 폭력 예방 등의 다른 사유가 있지 않는 한 해산명령을 내릴 수 없다.
- 미신고집회 해산명령 위헌판결(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1도6294 판결), 금지통고된 집회 해산명령 위헌판결 (대법원 2011.10.13. 선고 2009도13846), 신고내용과 다르게 차도에서 진행된 집회 해산명령 위헌판결 (대법원 2001. 10. 9. 선고 98다20929 판결)
대법원이 거듭 확인한 국민의 권리를 간결하게 함축하면 이렇다.
“경찰은 평화로운 집회참가자를 단 한 명도 해산하게 할 권한이 없다.”
4. 적반하장
결국 지난 세월호 추모 집회에서 경찰이 먼저 불법적으로 집회 참석자들의 ‘평화로운’ 이동을 차단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갈 길이 막혀 점점 늘어났고, 그 주변은 자연스럽게 혼잡하게 됐다. 경찰의 차벽과 인벽은 ‘질서 유지선’이 아니라 ‘질서 파괴선’이었던 셈이다.
게다가 경찰은 자신이 차별과 인벽으로 초래한 정체 상황을 핑계 삼아 집회 자체를 ‘불법’이라고 칭하며 해산을 요구했다. 신고 없이 일부러 모여도 평화적이기만 하다면 해산명령을 할 수 없는데 경찰의 불법적인 차벽 인벽 때문에 정지해 있는 사람들에게 해산명령이라니!
‘도둑이 오히려 매를 든다’는 뜻을 가진 사자성어가 있다.
적반하장(賊反荷杖).
세월호 추모 집회를 차벽이라는 ‘불법적인 방법’으로 차단하는 대한민국 경찰과 정부를 비판하고 세월호를 추모하고자 집회에 참석한 국민을 ‘불법 시위꾼’으로 모는 보수 언론의 행태가 바로 그러하지 아니한가?
참 신기해요. 이렇게 경찰이 말하는 불법집회라는 용어가 잘못된 것임을 이미 대법원이 여러번 판결했다는 글에는 시위대를 불법으로 선동하는 글이 하나도 없단 말이죠.
저도 웃기는게 이번 집회에 관한 기사에는 유난히 불법집회라고 욕하는 젊은사람들의 글이 많더군요. 공감능력의 우리 사회를 좀먹이고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본래 결론을 정해 놓은 뒤에 그에 걸맞는 편리하고 쉬운 표현을 찾는 것은 유구한 대중의 속성이니 유별난 현상은 아닙니다. 젊다고 다를 건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