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출신 정치인 성완종이 정치권 유력 인사 여러 명에게 돈다발을 안겨온 일이 드러나 한국이 요동치고 있다. 부패한 한국 정치인들이 뒷돈을 받아 챙기는 일은 비밀도 아니고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지만, 그것이 극단적인 형태로 백일하에 드러났다는 점에서 충격을 준다.
그 와중에 언론 업계에서도 아름답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경향신문]이 성완종과 한 인터뷰(정치권 인사들에게 돈을 주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를 종편 JTBC가 빼내서 풀어버린 것이다.
여기서는 이 언론 사건에 대하여 1) 벌어진 일을 잘 좇아오지 못한 분들을 위해 과정을 간단히 정리하고 2) JTBC, 그리고 스스로 이 방송의 보도 책임자라고 말하는 손석희가 잘못한 일을 짚어본다. [경향신문]의 행위와 관련해서도 생각해볼 바가 있는데, 이 부분은 다음으로 넘긴다.
미리 말하자면 이 사건은 우리 사회 곳곳에 견고하게 뿌리박힌 결과주의, 성과주의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어떤 일이 수행되는 과정에서 고려되고 지켜져야 할 원칙보다는, 그러한 과정이 이끌 수 있는 결과만을 최고의 가치로 따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잘못되거나 삿된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목적에 봉사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잘못된 방법론에서 나오는 결론은 어떠한 것도 바람직하거나 신뢰할 수 없다는 문제는 도외시된다.
이러한 현상이 성급함 때문인지, 전쟁이나 다름없는 살인적 경쟁 때문인지, 한국 사회의 모든 주장과 해석을 찍어누르고 있는 정파성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 모든 것이 어울린 결과일 수도 있을 것이다.
결과에 이르는 과정의 건전함을 따지는 것은 원초적인 윤리 규범 문제다. 우리가 사는 곳이 이런 원초적인 문제에 대해 검토하지 않는 사회가 되었다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다. 과정의 건전성은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개체들이 모두 쉽게 동의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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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사건 개요다. 진행 과정을 잘 아시는 분은 다음 부분으로 건너뛰시면 된다.
- 성완종은 경남기업 회장 출신으로 19대 국회의원이었다. 이명박 때 이른바 자원외교와 관련해 특혜 및 비리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던 도중 4월 9일 북한산에서 목을 맨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시신에서는 돈을 건넨 사람들의 이름을 적은 쪽지가 나왔다.
- 성완종은 죽던 날 오전 6시에 [경향신문]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50분 동안 전화 인터뷰를 했다. 여기에는 자신이 돈을 준 여권 실세들 이름과 액수가 구체적으로 거론되었다.
- [경향신문]은 성완종 사망 확인 이후 10일부터 ‘[성완종 단독 인터뷰]”김기춘 10만달러•허태열 7억 줬다”‘를 시작으로 인터뷰 내용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 검찰이 이 사건을 수사하기로 하고 12일 [경향신문]에 인터뷰 녹음파일 제출을 요청했다.
- [경향신문]은 이에 응하기로 하고, 15일 파일을 제출하기 직전에 디지털 보존 전문가 김인성과 함께 파일의 증거 보전 작업을 거쳤다. 이 작업은 김인성이 자진 참여해서 이루어졌다.
- 파일을 검찰에 제출한 직후, JTBC 기자가 김인성과 접촉해 파일을 넘겨받았다. 김인성은 작업 파일을 모두 삭제했어야 하는데(계약 내용), 이를 위배하여 따로 파일을 갖고 있었으며 이를 JTBC 기자에게 넘겨줬다.
- JTBC는 그날 저녁 8시에 방영하는 ‘뉴스룸’ 시간에 이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공개했다. [경향신문]은 다음날 인터뷰 전문을 신문에 실을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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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수 과정: 김인성과 안면이 있는 JTBC 기자가 그와 계속 접촉한 끝에 파일을 넘겨받았다. 파일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말하자면 계약 위반된 파일이다)는 점, 다른 언론사의 인터뷰라는 점, 곧 전문 공개할 예정이라는 점 등을 명백히 알면서도 빼냈다.
▷ 보도 과정: 뉴스가 방영되기 시작하고 성완종의 육성 녹음이 흘러나오자 유족과 [경향신문] 편집국장이 전화를 걸어 방송 중단을 요구했다. JTBC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이날 ‘뉴스룸’을 진행하는 손석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JTBC 취재진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목숨을 던진 날 새벽, 경향신문 기자와 통화한 녹취록 전체를 입수했습니다. 지난 10일부터 경향신문이 지면을 통해 보도하고, 녹취 내용을 일부 공개해왔습니다. 이 녹취파일을 JTBC 취재팀이 입수했는데요.
저희가 1부에서 잠깐 예고해드렸습니다만, 경향신문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다른 곳에서 입수했습니다. 그리고 누차 말씀드리지만, 이것을 여러분께 공개해드리는 이유, 특히 대부분의 분량을 공개해드리는 이유는 또 다른 녹취록에 대한 오해를 가능하면 불식시키고 지금까지 일부만 전해져 왔던 것에서 가능하면 전체 맥락이 담긴 전량을 전해드려서 실체에 접근해보자, 이건 시민의 알 권리와 관련된 부분이니까요.
다만 그것을 일방적으로 전해드리는 것이 아니라 가능하면 분석을 통해서 그가 남긴 이야기가 어디까지 신빙성이 있는가에 대해 의구심 정도는 저희들이 가지면서 이 내용을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JTBC, ‘뉴스룸’ – [성완종 통화파일 전문], 2015년 4월 15일 방송 녹취록 중에서
이것은 타 언론사의 인터뷰 내용을 빼내 와 먼저 보도하는 데 대한 합리화의 성격을 지닌 발언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1) ‘[경향신문]과는 상관없다’라는 것이 거짓말이라는 점: [경향신문]이 아니라 ‘다른 곳'(즉 김인성)으로부터 입수한 녹음이라고 토를 달았지만, 김인성과 [경향신문]이 함께 작업한 데서 나온 파일임을 고려하면 거짓말이거나 적어도 궤변을 동원한 합리화가 아닐 수 없다. 예컨대 이 파일이 검찰로 넘어간 뒤 검찰 직원으로부터 받았다면 ‘상관없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2) ‘녹취록에 대한 오해 불식시키고 전체 맥락을 전해 실체에 접근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억지라는 점: 이런 일은 해당 인터뷰의 주체인 [경향신문]이 하기로 되어 있던 일이다. 이것은 파일을 넘겨줄 때 김인성이 말했으므로 JTBC도 알고 있었다. JTBC가 성취한 것은 ‘오해를 불식시키고 인터뷰 전량을 전해서 실체에 접근’한 게 아니라, 단지 곧 나올 것을 조금 먼저 했다는 것뿐이다. ‘알 권리’가 아니라, 굳이 말한다면 ‘조금 일찍 알 권리’에 불과한 것이다. 이렇게 조금 먼저 보도하는 행위의 수혜자는 대부분 독자나 시청자가 아니라 매체나 기자다.
보도 내용도 이미 나온 [경향신문]의 그것에 비해 새로운 것이 없다. 당연한 일이다. 같은 텍스트에서 나온 이야기니까. 차이가 있다면, JTBC는 ‘소리’를 직접 들려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양상이 ‘실체에 접근한다’에 가까운 모습인지 아니면 관심만을 끄는 선정성에 가까운 모습인지를 판단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3) 취재원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점: JTBC 쪽에서 볼 때 파일을 넘겨준 김인성은 source, 즉 취재원에 해당한다. 김인성에 따르면 JTBC 기자에게 파일을 넘겨주면서 ‘[경향신문]에 전재된 뒤 활용하라고 했다’고 한다. 또 JTBC 기자는 온라인에 녹음 파일을 올리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그러나 신문 전재는커녕 파일을 받자마자 바로 뉴스로 풀었고, 방송 파일은 온라인에 올라갔다. 취재원과 약속을 지키는 것은 언론이 지켜야 할 그야말로 기초 규범이다.
손석희는 녹음을 틀어주는 도중 “인터뷰를 진행한 경향신문 기자의 목소리는 프라이버시 문제 때문에 변조를 좀 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했다. JTBC 뉴스 프로그램 담당자들이 [경향신문] 사회부장의 발언 부분을 변조하면서 무언가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면, 그 증세가 아주 심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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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마치기 전에 보도책임자로서 어제 성완종 씨 녹음파일 방송이 논란의 대상이 된 것에 대해 입장을 밝혀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그 말씀을 드리고 뉴스룸을 마치겠습니다.
당초 검찰로 이 녹음파일이 넘어간 이후, 이 녹음파일을 가능하면 편집 없이 진술의 흐름에 따라 공개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또한 이 파일이 검찰의 손으로 넘어간 이상 공적 대상물이라고 판단하기도 했습니다. 저희들은 경향신문이 전문을 공개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글자로 전문이 공개된다 해도 육성이 전하는 분위기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봤고, 육성이 갖고 있는 현장성에 의해 시청자가 사실을 넘어 진실에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굳이 경쟁하듯 보도했느냐 라는 점에 있어서는 그것이 때로는 언론의 속성이라는 것만으로 양해되지 않는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 부분에 대한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감당해 나가겠습니다.
저희들은 고심 끝에, 궁극적으로는 이 보도가 고인과 그 가족들의 입장, 그리고 시청자들의 진실 찾기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그 과정에서 입수경위라든가 저희들이 되돌아봐야 할 부분은 냉정하게 되돌아보겠습니다.
저나 저희 기자들이나 완벽할 순 없습니다마는 저희들 나름대로의 진정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여기서 손석희는 이런 발언을 하게 된 문제의 핵심을 회피한다. 그는 파일이 검찰에게 넘어간 뒤 보도했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이런 점이 입수 과정, 그리고 선수치기 결정 과정의 뻔뻔함을 정당화해주지 않는다. ‘공적 대상물’이라는 기괴한 용어를 동원하였으나, 한 주체([경향신문])가 수사 협조를 위해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은 채 전달하는 행위가 누구나 해당 자료를 퍼다 쓸 공공성을 자동적으로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설령 이 녹음 파일에 공공성이 생겼더라도, 신문이 관련 자료를 스스로 곧 공개할 예정인데도 편법으로 가로챈 동업자의 성과물을 코앞에서 풀어버리는 일이 얼마나 후안무치한 행위인지는 명백하다.
‘육성의 현장성’ ‘시청자가 진실에 가까이 간다’ 등의 발언은 첫날의 반복인데, 이것이 억지임은 위에서 본 바와 같다.
‘육성이 갖고 있는 현장성에 의해 시청자가 사실을 넘어 진실에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라는 것은 두 가지 점에서 위험한 발언이다. 첫째, 인쇄 매체는 진실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말로 들릴 수 있다. 물론 나는 손석희가 그런 황당한 생각을 가졌다고 믿지는 않는다. 잘못된 일을 합리화하자니 저런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둘째, 눈에 보이는 것, 귀에 들리는 것을 그대로 옮기는 것으로 진실이 획득된다고 믿는 말로 들릴 수 있다. 그렇다면 언론사에서 필요한 것은 기자가 아니라 녹음 기사일 것이다. 같은 내용을 문자가 아닌 음성으로 들려주었다고 해서 저절로 사건의 진실이 열리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것이 언론의 속성이라는 것만으로 양해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남이 취재한 것을 빼내서라도 보도하는 것이 언론의 속성이라는 것인가? 그게 속성이긴 하지만 양해를 받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인가? 그런 것을 언론의 속성이라고 생각한다면 아주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설령 그런 후안무치한 일이 실제에서 종종 벌어지더라도, 이것은 속성으로 합리화할 일이 아니라 서로 경계하고 비판해 마땅할 일이다.
‘저나 기자들이 완벽할 수 없다’라고 한 것도 문제를 제대로 짚지 않는 발언이다. 완벽한 기자나 언론이 되라는 게 아니다. ‘중학생을 위한 언론 입문서’ 같은 데서도 볼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최소한의 도리를 지키라는 것이다. 중학생까지 올라가지도 않는다.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를 써서 유명해진 로버트 풀검이 유치원에서 배운 교훈 중 여섯 번째는 ‘남의 것을 들고 오지 않기(Don’t take things that aren’t yours)’다.
잘못한 일을 이른바 진정성으로 커버하려 하고 또 그렇게 용인되는 현상은 한국에서 매우 흔한데, 이것은 언제 기회가 되면 함께 보고 싶다.
여담이지만, 손석희는 방송에서 ‘저희들이 준비한’이라고 반복해 말한다. 그냥 방송 준비를 했다는 뜻으로 한 말인지 모르겠으나, 인터뷰를 통해 실제로 ‘저희들이 준비한’ [경향신문] 쪽에서 보면 분통이 터질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이것도 여담이지만, ‘녹취록’은 녹음을 한 뒤 그 내용을 문서로 옮긴 것을 말한다. 녹취는 녹음, 혹은 그렇게 녹음하는 행위다. JTBC가 가져간 것(그쪽에서 볼 때 ‘입수한 것’)은 녹취록이 아니라 녹음 파일 자체다. 의도적인 것은 아니겠지만, 첫날 손석희의 말에서는 이 두 가지가 혼동되어 나온다.
JTBC의 주장에서 내가 인정할 수 있는 것이 한 가지 있긴 하다. 방송 중에 유족이 중지를 요청하는 전화를 걸었으나, 공익성의 이유로 중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입수 과정 등을 모두 빼고 생각하면, 이것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매우 위중한 공공 사안이고 더구나 당사자(성완종)가 꼭 보도해 달라고 한 내용을, 유족이 반대한다고 해서 보도하지 않아서는 곤란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보도에서 (취재원이 아닌)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참작하고 반영할 수 있으면 더 좋겠지만, 공공성이 강한 이슈일 때 매체는 어쨌든 보도 결정을 내리는 일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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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사장은 JTBC로 가기 전에 성신여자대학교에서 교수로 있으면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주로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수업들을 맡았지만, 그중에는 ‘저널리즘 쟁점과 토론’ ‘대중매체의 이해’ ‘뉴스 취재와 보도’ 같은 저널리즘 수업도 있었다. 나는 그가 보도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자료를 입수해야 한다고 학생들을 가르치지는 않았으리라고 생각한다. 제자나 자식에게 권하기 어려운 일은 자신도 하지 말아야 한다.
손석희가 교수 시절에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강연을 보도한 기사에는 다음과 같은 부분이 있다.
[시사저널]이 매년 실시하는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여론조사에서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문화정보학부)가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1위로 뽑혔다. 이에 대해 손 교수는 지난 24일 성균관대에서 열린 강연에서 “영향력 있는 언론인은 권위적인 냄새가 나서 싫습니다”면서 “제가 한 것은 질문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신뢰받는 언론인이라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고 소감을 밝혔다.
JTBC가 [경향신문]의 녹음을 빼내 보도한 것은 신뢰받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관심과 영향력을 위해서인가. 그 답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사건은 법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괜찮은 것은 아니다. 법은 인간이 명심하고 지켜야 할 규범의 최소한에 지나지 않는다. 법으로 처벌되지 않는 모든 일이 다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JTBC가 좀 더 명확하게 사과의 뜻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저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감당해 나가겠다’ ‘되돌아봐야 할 부분은 냉정하게 되돌아보겠다’라는 비리 정치인스러운 언급으로 마무리할 할 문제가 아니다. 사과란 앞으로 그런 일을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JTBC는 비슷한 기회가 있다면 또 같은 일을 벌이며 비판을 감당해 나가기만 할 작정인가. 손석희와 JTBC를 신뢰해 온 사람들에 대한 자세도 아니다. 나는 손석희는 최소한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할 용기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분명하게 잘못했다고 사과하지 않는 것은 분명한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두 번의 분명한 잘못이다.
서구에서 언론사, 특히 방송사 뉴스 담당자에게는 흔히 뉴스맨이라는 칭호가 붙는다. 소박하면서도 자부심이 가득 담긴 표현이다. 손석희가 뉴스맨의 자부심과 자존심을 지키는 언론인이기를 바란다. 아울러 이번 일이 언론 업계와 언론인 지망생들에게 ‘이래도 되는구나’라는 학습 효과를 내기보다 ‘이러면 안 된다’는 수치스러운 반면교사의 사례로 뼛속 깊이 새겨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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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필자 Deulpul(슬로우뉴스 편집위원)의 블로그인 들풀.넷에서도 발행한 글입니다. 슬로우뉴스 원칙에 따라 편집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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