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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하루에도 정말 많은 뉴스가 만들어지고, 또 소비된다. 하지만 우리가 소비하는 뉴스들은 정해져 있다. 굵직굵직한 정치 이슈나 자극적인 사건 사고, 주식과 부동산이 얼마나 올랐느니 하는 소식이 대부분이다. 그 와중에 좋은 기사는 묻힌다. 그래서 ‘의미 있는’ 기사들을 ‘주간 뉴스 큐레이션’에서 선별해 소개한다.

소소하지만 우리 삶에 중요한 이야기, 혹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목소리에 귀 기울인 기사, 그리고 지금은 별 관심이 없지만 언젠가 중요해질 것 같은 ‘미래지향’적 기사들, 더불어 세상에 알려진 이야기 ‘그 이면’에 주목하는 기사 등이 그 대상이다. (필자)[/box]

조본좌의 주간 뉴스 큐레이션

2016년 3월 둘째 주 좋은 기사 솎아보기

1. 세월호 그날, 선원들이 퇴선을 명령하지 않은 이유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2년이 다 되어가지만, 여전히 그날의 상황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대표적인 미스터리는 왜 선원들이 퇴선 명령을 하지 않은 채 가버렸냐는 것이다. 그 진실의 한 조각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겨레21이 공개한 2016년 4월 16일 오전 9시 40분 세월호 선원의 마지막 목소리다.

한겨레21이 공개한 기록에 따르면 일등 항해사 신정훈은 4월 16일 9시 40분 제주 운항관리실과 교신 중에 “승객이 450명이라서 경비정 한 척으로는 (구조가) 부족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세월호가 외부와 나눈 마지막 교신으로, 검찰 수사나 감사원 조사에서 등장하지 않은 내용이다.

이 마지막 교신에서 드러나는 것은 선원들이 퇴선 명령 없이 도주한 이유다. 승객들에게 퇴선을 명령하면 선원들의 탈출 순서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는데 사고 현장에 도착한 경비정은 선원을 합쳐 “총인원 약 500명 정도”를 구하는 게 불가능 해보였기 때문이다. 승객들이 먼저 탈출해 자신들이 구조되는 기회가 사라지지 않도록 퇴선 명령 없이 도주한 셈이다.

이 교신이 있은 지 5분 뒤 선원 10여 명이 조타실에서 탈출했고 선내에는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선원들에게 승객을 버리고 도주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새로운 사실이다. 그날의 미스터리를 풀 수 있는 진실의 조각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 한겨레21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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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알파고 vs 이세돌, 사실은 인간 vs 인간

전 세계의 관심이 쏠렸던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 대국에서 알파고가 3대 0 승리를 이어가고 있다. 많은 언론은 기계가 인간을 이겼다고 보도했고, 인간의 패배에 충격을 받은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블로터닷넷은 이번 대국이 사실 인간 vs 인간의 대결이라고 말한다. 체스 천재 데미스 하사비스와 이세돌 9단의 대결이라는 것이다.

하사비스는 13살에 체스 마스터에 오른 뒤 프로그래머의 길을 걷는다. 두뇌를 연구해 인공지능을 발전시키고 있던 그의 회사를 구글이 인수하면서 하사비스는 구글맨이 됐고 알파고를 개발했다. 하사비스의 꿈은 ‘강화학습’이다. 강화학습이란 현재 조건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것이 최적인지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고 각 결정에 주어지는 보상과 처벌을 통해 기계가 보상이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것이다.

하사비스의 목표는 스스로 공부하는 ‘범용 인공지능’이다. 이세돌이라는 강력한 상대와 대결을 통해 알파고는 자신의 능력을 더 강화한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은 겉으로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결처럼 보이지만, 사실 하사비스와 이세돌의 대결이다. 아직은 인간만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다고 믿는 인간과 인공지능을 인간의 영역에 접근시키려는 인간의 대결이다. 물론 인간 이상이 되어 버린 인공지능의 미래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 블로터

알파고 블로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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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노예가 된 북한의 해외파견 노동자

한국 정부가 실시하는 독자적인 대북제재의 목표는 북한의 외화벌이 통로를 끊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수만 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외화를 벌어 핵 개발 자금을 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노동자들이 실제 어떤 노동을 하는지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KBS ‘취재파일K’가 러시아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현실을 짚었다.

블라디보스토크을 포함한 러시아 극동지역에는 북한 노동자 5만 명 이상이 일하고 있다. 이들에겐 제대로 된 숙소도 없다. 공사 현장 1층 지하나 1층에 침실을 만들어 한 호실에 10명씩 들어가서 자는 게 전부다. 집에는 냉장고도 없어서 건물 창문에 음식을 매달아 놓는다. 희멀건 국에 말은 밥 한 그릇, 계란 하나가 식사의 전부다.

북한 노동자들은 고층 건물 공사현장에서 안전 장구도 없이 일한다. 이렇게 해서 번 돈은 대부분 북한 당국에게 넘어간다. 할당된 금액을 채우지 못하면 미납액은 다음 달로 이월된다. 이런 삶을 못 견뎌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도 있다. ‘제재’ 이야기하기 전에 해외 파견 노동자들의 임금착취와 노동조건부터 바로잡아야 하지 않을까.

● KBS 취재파일K

KBS 외화벌이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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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특별채용 된 전역연기 장병들, 그 후

지난 8월 북한의 지뢰 도발 당시 나라를 지켜야 한다며 전역을 연기한 장병들이 있었다. 롯데와 SK는 이들을 특별채용한다고 밝혀 큰 화제를 모았다. KBS가 6개월이 지난 지금, 그 장병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추적했다.

SK와 롯데의 특채를 통해 입사한 37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판매, 영업, 콜센터 업무에 발령받은 전역연기자들은 20명으로 절반이 넘었다. 이들 직종은 고된 단순노동으로 퇴사율이 높다. 콜센터에 발령받은 4명은 모두 퇴사했다. 생산직이나 기술직 배정을 원했지만 정원이 찼다는 이유로 콜센터를 발령받고, 결국 입사를 포기한 이들도 있다. 전역연기자들이 발령받은 곳은 아웃소싱된 자회사였다.

김지수 씨는 9월에 입사했으나 한 달을 견디지 못했다. 상사가 검정고시 출신이라고 대놓고 무시하는 데다 가족의 학벌까지 들먹거리는 것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특별채용은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한 이벤트였고, 많은 전역 연기자들이 ‘헬조선의 상처’만 가슴에 남긴 채 회사를 떠났다.

● KBS

KBS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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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없던 병도 생기게 하는 요양병원

한국사회가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나타난 몇 가지 현상이 있다. 그중 하나가 요양병원의 증가다. 전국 1,372곳에 입원 환자만 연 30만 명이 넘는다. 동아일보가 요양하러 왔다 병만 드는 요양병원의 실태를 분석했다.

요양병원과 이름이 비슷한 요양원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적용되며 노인 질환의 등급을 인정받아야 갈 수 있다. 반면 요양병원은 등급 없이도 입원할 수 있어 사실상 치료나 재활이 필요한 노인이 아니라 갈 곳 없는 노인이 적은 비용으로 거주하는 숙소가 되고 있다. 대한노인병학회의 2010년 자료에 따르면, 요양병원 입원 환자 중 33%는 건강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고, 의료 처치가 불필요한 ‘사회적 입원’ 환자였다고 한다.

몇몇 요양병원은 이런 환자들을 대규모로 유치하면서 아무런 치료와 돌봄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는다. 환자들은 요양하러 왔다가 “없던 병도 생길 판”이라고 호소한다. 고령사회, ‘현대판 고려장’은 이미 진행 중이다.

● 동아일보 ‘요양병원에 방치된 노인들’ 기획

동아일보 요양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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