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기념해 열린 북한의 열병식이 화제다.
여러 신무기들의 등장을 보고 진위 여부부터 실제 배치 가능성까지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하지만 한 가지 공통적인 해석은 북한군이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자국군의 현대화에 노력하고 있다는 견해다. 그러면서 “계몽군주”까지는 아니라도 저런 노력을 기울이는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군 시스템에 반쯤은 칭찬 비슷한 의견을 표명하는 분들이 계시다.
사실 세상의 공무원들, 그러니까 특별한 사고를 치지 않는 이상 정년이 보장되는 관료주의 조직원들은 저렇게 매년 자국군의 각종 장비 업데이트에 절대 목을 걸지 않는다. 물론 공산국가의 군납품 시스템은 자본주의 국가들과 차이가 크겠지만, 각 단계별 승인 절차가 기존의 관성적으로 해 오던 사무가 아니라면 엄청나게 늘어지는 것이 정상이다.
북한이 어떤 나라인가? 관료주의 국가의 ‘끝판왕’에 속하는 공산국가인데 이런 체제에서 저렇게 해마다 다양한 신무기, 그것도 개발에 엄청난 자원이 투입되어야 하는 중전차와 미사일을 포함해서 전술용 웨어러블 컴퓨팅 디바이스(wearable computing device)까지 열병식에 등장시키는 것이 결코 정상적인(?) 경우는 아니다.
그러면 이런 일들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을까? 관료주의 국가의 특징 중 하나가 최고 지도자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표명하는 사업은 어떻게 해서든 굴러간다는 점이다. 즉, 김정은 위원장이 지속적으로 북한군 현대화에 집요한 ‘오타쿠’적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뜻이고, 그걸 북한 관료들이 내용물의 충실 여부와 지속 생산 배치 가능성과는 상관없이 일단 최고지도자가 보고 싶은 걸 보여주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럼, 어쨌든 국가 지도자가 국방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 좋기는 좋은 거 아니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겠지만, 여기서 한 가지 더 강조하고 싶은 점이 있다. 저렇게 없는 국가 살림에 저 정도의 열병식 퍼포먼스가 나오려면 정말 국가 지도자의 통치 에너지 태반을 쏟아 넣어야 가능하다. 즉, 북한 주민들 삶의 일상을 차지하는 일반 통치 영역으로는 아무래도 김정은 위원장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 밖에 없다.
사람들은 북한군의 망토부터 신형 소총 소음기까지, 더불어 야간 전투기 비행까지 온갖 눈요기감에 염려 반 조롱 반의 반응을 보이지만, 사실 저게 다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갉아 먹는 자원 낭비다. 물론 핵, 미사일에다 인권문제까지 뭐 하나 욕을 먹지 않을 구석이 없겠지만, 정말 국가 가용 자원을 이 정도까지 국방에 털어 넣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국가 차원뿐만 아니라 지도자의 통치권 강화에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