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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sense]지난주 일명 “크림빵 뺑소니”로 불리는 사건이 온라인에서 큰 화제가 됐습니다. 뺑소니 사고 피해자가 사고를 당하기 전 크림빵을 사서 귀가하던 중이었고 부인과는 “좋아하는 케이크 대신 크림빵을 샀는데 미안하다. 가진 것 없어도 우리 OOO에게 만큼은 열심히 사는 훌륭한 부모가 되자”고 전화를 했다고 하죠.

인터넷 이용자들 사이에서 특히 화제가 되는 사건들이 있습니다. 이 크림빵 뺑소니 사건도 그랬는데요, 자연스럽게 네이버 등과 같은 포털의 인기검색어에도 이 키워드가 올라가게 됐습니다. 인기검색어에 특정 키워드가 올라가면 크고 작은 여러 매체가 달라붙어 이용자를 대상으로 낚시질을 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죠. 1월 27일부터 1월 30일까지 4일간 무려 3,314건의 크림빵 뺑소니 기사가 네이버 뉴스로 쏘아 올려졌습니다.

“크림빵 뺑소니”라는 키워드로 온라인 매체들이 네이버에서 벌이는 어뷰징을 살펴보겠습니다.

한국 포털 맞춤형 SEO: 한편 네티즌들은…

대표적인 것이 바로 기사 끝에 “한편 네티즌들은…”,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혹은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라는 문장을 넣어 인기검색어에 올라온 키워드를 반복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죠.

한편 이를 본 네티즌들은 “삼시세끼 어촌편. 산체 대박 귀여워” ‘삼시세끼 어촌편, 산체 진짜 깜찍하네” “삼시세끼 어촌편 산체 치명적이야” 등의 반응을 보였다.

여기에서 키워드는 “삼시세끼”, “어촌편”, “산체” 이렇게 세 가지임을 바로 알 수 있죠. 솔직히 대부분의 기사에서 저런 문장은 없어도 됩니다. 하지만 키워드를 반복하면 포털의 검색 결과에 잘 잡힌다는 믿음을 넘어선 근거가 있는 것 같습니다. 대형 일간지부터 소형 매체까지 대부분 애용하고 있으니까요.

네이버, 뉴스 결과에 클러스터링 알고리즘 적용

네이버는 지난 2014년 12월 5일부터 뉴스 서비스를 클러스터링(clustering) 방식으로 개편했습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비슷한 제목과 내용의 기사를 일일이 하나씩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주제별로 묶어서 보여주는 것입니다.

클러스터링 방식의 네이버 뉴스 검색 결과
클러스터링 방식의 네이버 뉴스 검색 결과

위의 검색 결과를 예로 들자면, 차두리, 네티즌, 고마워 같은 키워드로 분류된 기사를 모두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대표적인 것 몇 가지만 표시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어떤 기준으로 밖에 노출할 기사와 안에 감춰질 기사를 결정하는지는 비공개입니다.

네이버뿐만 아니라 이미 클러스터링 방식으로 뉴스를 보여주는 다음과 구글 같은 기업도 이 기준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습니다. 공개하면 그 기준에 따라 기사를 작성해서 다시 어뷰징을 시도할 것이기 때문이죠.

한국에서 뉴스가 소비되는 가장 대표적인 서비스인 네이버도 저렇게 클러스터링 방식으로 변경했으니 국내 언론들의 어뷰징은 좀 줄어들었을까요? 네이버를 비웃듯이 오히려 더 과감하고 노골적이 됐습니다.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합니다.

“한편 네티즌들은”도 필요 없다. 그냥 키워드만 나열

크림빵 뺑소니 관련 기사가 그야말로 쏟아져나온 지난주 네이버 뉴스를 한번 살펴봤습니다.

일군의 클러스터링에서 가장 앞에 보이는 기사 (헤럴드POP)

헤럴드POP의 저 기사는 일군의 클러스터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나 봅니다. 가장 앞에 보이는군요. 그래서 기사 내용을 봤습니다.

기사 끝에 '크림빵 뺑소니 동영상'을 도배한 헤럴드POP 기사

이제 문장을 만들지도 않습니다. 바쁜 세상에 얼마나 귀찮은 일입니까. 어차피 어뷰징을 해도 네이버는 제대로 손을 쓸 수 없는데 말이죠. 네티즌의 클릭을 받기만 하면 되는데 굳이 애써서 “한편 네티즌들은… 라고 했다.”와 같은 ‘제대로 된 척’하는 문장을 만들 필요가 없죠. 그냥 기사 마지막에 6~7번 정도 드르륵 갈겨주면 되는 걸요.

일군의 클러스터링에서 가장 앞에 보이는 기사 (한라일보)

한라일보의 기사도 네이버의 클러스터링 알고리즘을 1등으로 통과했습니다. 기사 내용을 볼까요?

기사 끝에 '청주 크림빵 뺑소니'를 도배한 한라일보 기사

역시 반복해서 써줍니다. 작은 온라인 매체만 그런다고요?

일군의 클러스터링에서 가장 앞에 보이는 기사 (MBN)

역시 일군의 클러스터에서 가장 앞에 노출된 MBN 기사를 보시죠.

기사 초반과 끝에 '크림빵 뺑소니'를 도배한 MBN 기사

끝에만 쓰면 네이버 클러스터링 알고리즘을 통과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이 있었나 봅니다. 이제 앞부분에도 적어주는군요. 역시 꼼꼼합니다.

일군의 클러스터링에서 가장 앞에 보이는 기사 (스포츠월드)

세계일보 계열인 스포츠월드의 기사는 어떨까요?

기사 끝에 '크림빵 뺑소니'를 비롯하여 여러 키워드를 도배한 스포츠월드 기사

단순히 키워드를 반복해 쳐넣는 것만으로는 심심하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훌륭한 부모가 되자’는 왜 쓰여 있는 걸까요.

핵심 키워드가 잘 안 보인다고? 모조리 제목에 때려 박자.

그들은 이제 이렇게 된 마당에 이런 검색 키워드 나열을 굳이 기사 안에만 둘 필요가 있나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아래의 네이버 뉴스 검색 결과를 보시죠.

이투데이의 키워드 때려 박기 제목 기사

기사 제목이 뭔가 이상합니다. 아무리 봐도 정상적인 제목으로 보이지 않고, 인기 있는 모든 검색 키워드가 제목란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목 대신 다른 걸 보여주는 네이버 검색 시스템의 오류일까요?

아닙니다. 제목에 현재 뜨고 있는 인기 검색어를 다 때려 박는 건 한국 인터넷 매체의 새로운 트렌드입니다.

동아일보의 핫이슈

머니위크의 핫이슈

머니투데이의 온라인 핫클릭

아주경제의 핫 토픽

이투데이의 온라인 와글와글

만약 종이신문에서도 이렇게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동아일보 1면으로 패러디를 해보았습니다.

동아일보 1면으로 키워드 어뷰징을 패러디한 지면

멀리서도 눈에 잘 띄고 핵심 키워드가 제목에 잘 들어가 있으니 시원시원하군요. 하지만 아무도 이렇게 편집해서 발행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공유지의 비극? 어뷰징 업체에 페널티를 줄 수 없는 비극

2013년 당시 유봉석 NHN 미디어서비스실 실장은 네이버 뉴스스탠드에 자극적인 사진과 글만 실리는 걸 두고 “공유지의 비극”이라 표현한 적이 있습니다.

공유지의 비극은 ‘지하자원, 초원, 공기, 호수에 있는 고기와 같이 공동체의 모두가 사용해야 할 자원은 사적이익을 주장하는 시장의 기능에 맡겨 두면 이를 당세대에서 남용하여 자원이 고갈될 위험이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위키백과 – 공유지의 비극 중에서

하지만 네이버는 공유지가 아닙니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있다고 해서 사유지가 공유지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엄연히 네이버의 공간이죠. 하지만 여러 매체는 이를 무시합니다.

예를 들어 2013년 조선일보(조선닷컴)는 ‘미란다 커’라는 키워드가 인기 검색어에 걸리자 60건의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티벳우유’로도 몇십 개나 되는 기사를 쏟아냈고 이러한 사례는 수두룩하게 많습니다.

'티벳우유'가 인기 검색어로 뜬 26일 오후 조선일보는 무려 25건의 거의 비슷비슷한 기사를 대여섯 시간 만에 쏟아냈다.
‘티벳우유’가 인기 검색어로 뜬 26일 오후 조선일보는 무려 25건의 거의 비슷비슷한 기사를 대여섯 시간 만에 쏟아냈다.

네이버의 담당자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네이버는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제휴평가위원회가 재평가를 하고 기사 제휴계약을 할 때 어뷰징을 금지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다음도 어뷰징을 금지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유명무실입니다. 왜일까요.

네이버는 어뷰징을 한 업체에게 페널티를 주고 계약을 종료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과거 “민중의소리”를 검색에서 제외한 적이 있었습니다.) 뉴스의 소비자, 네이버의 이용자보다는 어뷰징을 한 업체가 더 무섭기 때문입니다.

2013년 여름 아시아투데이는 네이버 검색 제휴가 중단된 이후 조선일보 1면, 매일경제 1면에 광고까지 내며 ‘검색권력’ 네이버를 바로 세우겠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비슷한 시기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가 집중적으로 네이버 때리기를 하기도 했죠.

[box type=”info”]한편 구글은 “품질 가이드라인”이라는 걸 공개하고 이에 해당하는 웹사이트는 상위에 노출하지 않습니다. 그중에서 몇 개만 뽑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자동으로 생성된 컨텐츠
  • 자체 제작한 콘텐츠가 거의 또는 전혀 없는 페이지 생성
  • 클로킹 (이용자에게 검색 엔진이 수집한 결과와 다른 내용을 보여주는 경우)
  • 숨겨진 텍스트나 링크
  • 관련 없는 키워드로 페이지 로드

출처: 구글 웹마스터 가이드라인[/box]

그렇다면 네이버는 구글보다 이러한 기술적인 역량이 떨어지는 걸까요? 어뷰징을 탐지할 수 있는 기술을 더 개발해서 빨리 적용을 해야 하는 걸까요? 제가 보기엔 아닙니다.

일단 현재의 파악한 어뷰징에 기본적인 대응만 해도 충분할 겁니다. 즉, 네이버의 뉴스 공간에서 이용자를 상대로 낚시질을 하는 매체들을 밝히고 그들과의 계약을 조정하는 겁니다. 마치 투명성 보고서(개인정보보호 리포트)를 발행하듯 말이죠.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밝히면 점점 더 그 결과가 투명해진다는 건 현대 사회의 상식입니다.

하지만 매체들은 언제라도 네이버를 공격할 준비를 취하고 있고, 네이버는 매체에 공간을 내어주고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습니다. 그러는 동안 인터넷 미디어 생태계는 망가지고 이용자는 어뷰징의 결과를 뒤집어쓰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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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댓글

  1. 저걸 자행하는 매체는 실망도 필요없는 쓰레기라고 보고요, 네이버가 저들과 한패가 아니라면 계약을 끊거나 경고를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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