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는 소셜미디어의 킬러앱이라고 불릴 만큼 소셜미디어와 불가분하다. 질투심은 소셜미디어 성장과 사용을 북돋는 큰 원동력인 동시에 사용자들은 이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자극을 받는다. 이 글은 ‘부러움’에 가까운 질투를 다룬다.
실상 ‘질투’의 의미 혼용이 빈번해 심리학자들은 조심스레 의미를 분류한다. 사랑·인간관계에서 두드러진 질투(jealousy)란 경쟁자에게 관계를 빼앗기거나 빼앗길까 봐 두려운 심리와 소유물·관계를 보호하려는 심리에 가깝다. 한편 부러움(envy)과 밀접한 질투는 남이 가진 것이 내게 없을 때 소유를 갈망하거나 다른 이가 갖지 못하길 바라는 욕망이다.
부러워서 훔쳐보는 남과 여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미국 드라마 [가십걸](Gossip Girl)의 두 주인공 세레나(Serena)와 블레어(Blair)는 둘도 없는 ‘베프’지만 동시에 이들은 혹독하고 치열한 라이벌이다.
질투, 험담, 배신 등 유독 기복이 심한 그들의 우정은 가십걸이라는 익명의 제보자에 의해 샅샅이 블로그에 기록되고 주변 친구들은 이들의 사생활을 실시간으로 들여다 본다. 그들의 복잡한 사생활은 경악스럽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언제나 주목을 받고 부러움을 산다. 지금 난 누구를 구경하며 부러워하고 있는가?
서로의 부러움을 훔쳐보는 세상이다. 남들의 사생활과 활동을 구경하고 지켜보는 ‘모니터링(monitoring)’은 소셜미디어 사용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소셜미디어 ‘프렌비(frienvy; 친구가 가진 것을 부러워하는 감정)’와 관련해 영국인 2,000명을 대상으로 한 메카빙고(Mecca Bingo)의 설문 결과는 여러모로 흥미롭다.
영국 이용자의 62%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서 친구들이 어떻게 지내는지를 확인한다. 이러한 모니터링 행위는 부러움에 의해 더 촉진되고 동시에 더 큰 부러움을 자초한다. 영국인 3명 중 1명은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친구가 부럽다고 느낀다. 10명 중 1명은 그들의 친구가 그들이 친구를 질투하는 걸 알고 있으리라 짐작했고 4명 중 1명은 친구가 부러워하는 것을 즐긴다.
무엇보다 소셜미디어에 노출되는 개인 콘텐츠가 부러움의 현저한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 독일 훔볼트와 다름슈다트 대학의 페이스북에서의 부러움 유발 요소 연구 결과를 보면 페이스북에서 유독 여행과 여가생활에 관한 부러움이 56%에 육박한다.
독일뿐만 아니라 영국 여성들도 소셜미디어에서 가장 부러운 항목은 친구의 휴가다. 부를 직접 자랑할 수 있는 소유물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지 않더라도 여가와 여행에 관한 사진을 자주 공유하는 행위는 다른 이들의 부러움을 고취하기에 충분한 것이다.
여자들의 부러움 vs. 남자들의 부러움
여자들은 대부분 누가 더 사랑받고 매력적인가에 대해 부러움을 금치 못한다. 우먼스데이와 AOL 리빙에 게재된 ‘미국에서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질투에 관한 설문‘ 결과는 흥미롭다.
여자 77%(남자 27%)는 결혼한 친구, 남들의 휴가, 겉모습 등이 부럽고 질투가 난다고 한다. 이 중 미혼 여성(63%)이 가장 많이 부러워하는 건 결혼에 성공한 친구다. 메카빙고 설문 결과를 따르면 영국에 사는 여자들은 1) 휴가, 2) 겉모습, 3) 매력, 4) 새로운 직장 순으로 질투를 느꼈고 48%의 여자들은 친구의 패션을 따라 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여자들이 미(美)에 관해 부러워하는 심리는 질투심 유발에 그치지 않고 자신감 상실에도 영향을 미친다. 샘 르카인(Sam Rkaina)이 미러 온라인(Mirror Online)에 쓴 글에 나온 설문조사를 보면 페이스북에서 18~34세 사이 여자들의 절반 이상은 소셜미디어의 다른 친구를 부러워하며 자신이 못생겼다고 느낀다고 한다. 그리고 30%는 그러한 낮은 자존감이 외로운 감정을 유발한다고 한다.
이에 반해 남자들은 누가 더 성공했는가에 집착한다. 메카빙고 설문 결과 영국에 사는 남자들은 1) 연봉, 2) 새로운 직장, 3) 휴가, 4) 새로 산 차 순위로 질투를 느꼈다. 남자는 자신보다 더 많이 벌고, 더 나은 직장을 다니고, 좀 더 멋진 차를 소유한 친구를 부러워하는 것이다.
소셜미디어 속 남과 여, 서로의 질투 영역이 다른 이유
대부분 여자는 그놈의 ‘사랑받음’이 문제고 남자는 ‘승패’가 문제다. 여자들은 다른 여자가 현재 연인이나 잠재적 연인으로 발전 가능한 남자들의 사랑을 차지할까 두렵고 그 남자들에게 더 사랑받을 것만 같은 여자의 아름다움과 매력이 부럽다. 한편 남자들은 어디에서든지 지는 게 두렵다. 그래서 이들은 직장, 사회, 스포츠, 게임에서도 경쟁자들보다 우위에 서는 게 중요하고 연인 관계에서도 사랑을 나누는 일보다 자신이 성공적으로 연인을 만족시켰는지에 더 집착한다.
북 일리노이 대학과 아리조나 주립 대학의 브래드 사가린(Brad J. Sagarin)과 로자나 과다뇨(Rosanna E. Guadagno)는 남녀의 질투 영역이 서로 다르다는 결론을 내린다. 질투심을 상기할 때 여자는 연인과 애정을 두고 경쟁하는 라이벌에 대한 두려움이나 상처 등을 떠올린 반면, 남자는 승진, 이득, 소유물 등과 관련하여 경쟁자에게 패배하였거나 패배할까 두려운 기억을 떠올렸다.
둘째로 사회적 고정관념을 찬양하고 싶진 않지만, 성별에 따른 호르몬의 차이를 인정하고 싶다. 성격에 관한 신경과학 첵의 저자이자 UCLA 교수인 다리오 나르디(Dario Nardi)는 성별에 따른 호르몬의 차이로 여자와 남자가 중요시하는 것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남성은 여성보다 10배 높은 테스토스테론과 유독 강력한 바소프레신의 영향 아래에 있다. 테스토스테론과 바소프레신의 효과가 두드러진 남성성을 요약하자면 위험을 감수하는 모험심, 승리와 성취욕, 공격적 성향, 지배 성향, 구애심, 성적 욕구, 짝을 보호하려는 마음 등이다. 여성의 경우 에스트로겐과 옥시토신의 시너지 효과로 감각적 예리함, 안정과 행복 추구, 생산과 양육, 사랑과 애정, 유대감과 촉감을 중시하고 이에 민감하다.
소셜미디어에서 부러운 친구 덕에 성장한다
필자는 호르몬 때문이라는 변명과 함께 소셜미디어 속에서 부러움에 자유롭지 못한 우리의 운명을 인정하는 바다. 그렇다고 꼭 잔혹한 질투가 선사하는 곤경에 오래 머무를 필요가 있겠는가. 다행히 부러움과 질투가 승리의 원천이 되는 경우를 접하기가 제법 수월하다.
실제 메카빙고 설문 결과 영국 사람의 65% 이상이 친구에 관한 부러움은 그들의 삶에 긍정적인 자극과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믿는다. 친구를 부러워하는 심리를 겪은 20%는 체중 감량을 이루었고 23%는 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를 갖게 됐다. 남자 중 18%는 일터에서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고 다짐했고, 여자 중 14%는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기로 했다.
심리학자 도나 도슨(Donna Dawson)은 ‘프렌비(frienvy)’가 불안을 조성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부정적일 수 있는 감정을 우리 스스로 긍정적인 방식으로 조치할 수 있다고 한다. [가십걸]의 세레나와 블레어가 라이벌이 아니라면 과연 많은 소녀가 선망하는 우월한 캐릭터가 될 수 있었을까. 서로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는 이들에게만큼은 더할 나위 없는 시너지를 냈다.
친구와 부러움에 관한 한 기사에서 친구를 부러워하는 감정이 자극이 되어 꿈의 직장을 얻은 앤드리아 존슨(Andrea Johnson)은 이렇게 말했다.
“내 친구 제인이 새로운 직장에서 동료들에게 존경받고 승승장구하는 것을 보고 나에게도 단순히 꿈이 아니라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내 친구의 성공이 날 자극했고 ‘프렌비(frienvy)’의 감정 없이는 내 꿈을 절대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내 삶은 분명 더 나아졌다.”
무언가 부럽고 쫓고 싶은 갈망을 찾았다면 어쩌면 꽤 고무적인 일이며, 되려 여러모로 삶을 개선하고 발전할 기회를 얻은 셈이다. 마냥 부러우면 지는 게 아니라 승리한다는 새로운 이론을 세워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