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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당신은 습관적으로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훑어 내리면서 수많은 ‘좋아요’ 버튼을 눌렀을 것이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미할 코신스키 교수에 따르면 당신이 누른 페이스북 ‘좋아요’ 70개만 살펴보면 당신 친구들이 당신에 관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고 한다. 150개면 부모보다 더 많이 알 수 있고, 300개 이상이면 내가 나를 아는 것보다 더 많은 걸 알 수 있다.

뒤집어 생각해보자. 누군가에게 어떤 글을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좋아요’를 누르게 만들 수 있다면, 그 사람의 생각을 바꿀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실제로 영국 데이터 분석 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2015년 미국 대통령 선거 때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반복적으로 정치광고를 노출해 도널드 트럼프 당선에 기여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줬다. 이 기업은 영국 브렉시트(Brexit)뿐만 아니라 인도와 이탈리아, 브라질 등 선거에도 개입했다.

캠브리지 애널리티카(Cambridge Analytica; 'CA') 스캔들. 페이스북 이용자 5천만 명의 활동 정보를 트럼프의 선거운동에 이용했다. https://cambridgeanalytica.org/
캠브리지 애널리티카(Cambridge Analytica; ‘CA’) 스캔들. CA는 2016년 당시 트럼프 대선 캠프를 지원하면서 페이스북 이용자 5천만 명의 활동 정보를 선거운동에 이용했다. (이미지 출처: CA)

내부 고발자 “페이스북, 민주주의 위협하는 콘텐츠 방치”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불법으로 수집한 페이스북 개인정보를 이용해 심리적으로 취약한 유형의 사람들을 분류하고 집중 공략했다. “사기꾼 힐러리를 무찌르자” 같은 노골적인 네거티브 광고를 쏟아부었는데, 철저하게 이들의 타깃 이용자들에게만 노출됐다. 이 회사 CEO 알렉산더 닉스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상어가 출몰한다고 겁을 주면 사람들이 달아난다. 실제로 상어가 있는지 없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이런 여론조작 업체가 아니라 애초 이런 시스템을 허용한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은 개인정보 수집과 유출을 중단했다고 밝혔지만, 외부 접근을 막았을 뿐 오히려 페이스북이 정보를 독점하면서 타임라인을 지배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여전히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정보 흐름을 게이트키핑한다. 페이스북이 타임라인 알고리즘을 살짝만 바꿔도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이 달라진다. 그들에게는 사업이지만, 우리에게는 이것이 세상이다.

최근 페이스북 내부 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겐 제보로 월스트리트저널이 단독 보도한 페이스북 파일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2018년 알고리즘 개편 이후 주류 언론의 콘텐츠 노출을 줄이고, 이용자들의 상호작용에 가중치를 부여했다. 목표는 이용자들이 더 오래 페이스북에 머물게 만들어서 더 많은 수익을 만드는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사람들의 분노와 갈등을 부추기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콘텐츠가 타임라인에 더 많이 더 오래 등장하게 됐다.

문제는 이런 사실을 페이스북이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의도한 것이고, 내부적으로 경고가 있었지만 묵살했다는 사실이다.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주장과 가짜뉴스, 허위조작정보가 타임라인을 도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방치한 것이다. 내부 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겐에 따르면 이용자들이 우울증에 빠지지 않도록 알고리즘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역시 참여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페이스북의 전직 직원인 공익 제보자 프랜시스 하우겐이 지난 3일 미국 CBS방송 시사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해 페이스북의 콘텐츠 감시 관리 실태 문제를 말하고 있다. ⓒ CBS 시사프로그램 '60분' 화면 갈무리
공익 제보자 프랜시스 하우겐(페이스북 전 직원)이 지난 3일 미국 CBS방송 시사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해 페이스북의 콘텐츠 감시 관리 실태 문제에 관해 말하고 있다. ⓒ CBS ’60분’ 화면 갈무리

더 화내고 괴로워하면서 더 오래 머물게 하라?

결국 페이스북은 사람들이 더 화를 내고 더 괴로워하면서 페이스북에 더 오래 머물도록 알고리즘을 바꿔온 것이다. 페이스북에 오래 머물수록 의심과 불안, 분노, 좌절에 빠지는 것처럼 느꼈다면 그건 페이스북이 의도한 바다. 10대 여성 32%가 “인스타그램이 나를 비참하게 만든다”라고 답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 자회사다). 화려한 인플루언서들과 비교하면서 섭식 장애에 빠지거나 자존감이 떨어지게 된다는 이야기다.

애덤 모세리 인스타그램 CEO는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리코드 미디어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담배처럼 명확한 해악이 드러났으면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제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모두가 공존한다”면서 “자동차 사고로 많은 사람이 죽지만, 자동차는 그것보다 많은 가치를 창출한다, 소셜미디어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경영진이 이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드러내는 한 장면이다.

페이스북 내부 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겐은 미국 연방의회 상원 청문회 모두 발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담배회사들이 건강에 끼치는 해악을 숨기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정부가 나서서 제재를 가했다. 안전벨트만 잘 매도 교통사고 사망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걸 알았을 때도 법을 고쳤다. 마약성분 진통제가 중독을 부른다는 데이터가 공개되자 정부가 조치를 취했다. 지금 페이스북 상황도 정부와 규제 당국, 의회가 나서야 할 때다.”

바다 건너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모두 동일한 알고리즘의 지배를 받고 있다. 트래픽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으로 한국 사람이 가장 오래 사용한 소셜미디어 앱이 인스타그램이고, 다음이 페이스북이다. 각각 월 58억 분과 42억 분에 이른다. 한국 사회의 극단적인 의견 대립과 갈등 양상에 소셜미디어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제대로 된 조사결과도 문제의식도 없다.

프랜시스 하우겐은 “페이스북은 스스로 변화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지금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페이스북은 갈수록 점점 더 극단적인 메시지만 난무하는 분열과 폭력의 플랫폼이 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네이버와 카카오에도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페이스북만큼 사악하지 않을 거라고 믿지만, 그런 믿음은 의미가 없다. 우리에게는 질문할 권리가 있고 그들에게는 설명해야 할 책무가 있다.

thierry ehrmann, CC BY https://www.flickr.com/photos/home_of_chaos/10022057243
페이스북 창업자 주커버그 (thierry ehrmann, CC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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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민언련이 언론 관련 이슈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고 토론할 목적으로 기획한 ‘언론포커스’ 칼럼으로 언론계 이슈에 대한 현실 진단과 언론 정책의 방향성을 모색합니다. 이 글의 필자는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입니다. 이 글은 민언련 공식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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