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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 포인트] 보수 성향은 호날두, 진보 성향은 메시? 정치∙이념 정체성이 소비와 연대, 채용까지 영향을 준다는 ‘정체성 정렬’을 통해 본 메시와 호날두 팬덤의 특징. 그리고 한국에서 유독 메시 팬이 많은 이유.

2026 북중미 월드컵 1차전, 메시는 알제리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축구의 신’ 위엄을 뽐냈다. 38세라는 나이가 무색한 순간이었다. ‘세기의 라이벌’ 호날두(41)는 굼뜬 움직임으로 혹평 세례를 받았다. 약체 콩고민주공화국을 상대로도 유효 슈팅 ‘0개’를 기록하며, 그의 시대가 이미 저물었음을 다시금 일깨웠다.

지난 20여년간 전 세계 축구 팬은 두 선수의 대결, ‘메호대전’에 진심이었다. 당신은 누구를 더 좋아하는가.

두 선수에 대한 축구 팬들의 선호가 정치 이념에 따라 나뉜다는 연구 결과가 이목을 끈다. 싱가포르 난양공과대 사푸딘 아흐메드 박사팀이 프리프린트 논문 저장소 ‘SSRN(Social Science Research Network)’에 게시한 연구다. 동료 평가(peer review)가이뤄지지 않은 만큼 완성된 내용은 아니지만, 월드컵 시즌인 만큼 해외 유수의 언론으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이게 왜 중요한가.

  • 정치·이념 정체성이 투표를 넘어 소비, 연애, 채용 평가까지 좌우한다는 ‘정체성 정렬(identity sorting)’ 개념이 돋보였다.
  • 연구팀은 26개국 1만 661명을 대상으로 메시·호날두에 대한 호감도, 정치적 성향, 미디어 이용 습관 등을 물었다.
  • 연구 결과, 이념 척도상 진보적 응답자는 메시를, 보수적 응답자는 호날두를 더 선호했다.
제작: 제미나이

진보는 메시, 보수는 호날두?

  • 26개국 가운데 19개국에서 호감도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 한국을 포함한 8개국(한국, 아르헨티나, 핀란드, 스페인, 영국, 노르웨이, 미국, 캐나다)은 메시, 11개국(나이지리아, 인도, 프랑스, 중국, 싱가포르, 포르투갈, 말레이시아, 이집트, 멕시코, 튀르키예, 인도네시아)은 호날두가 우세했다. 7개국은 차이 없다.
  • 아흐메드는 언론 인터뷰에서 “26개의 매우 다른 국가에서, 누가 어떤 선수를 고르는지 예측할 수 있는 가장 강한 개인 변수는 교육 수준도, 나이도, 소득도 아니었다. 정치적으로 어디에 서 있느냐였다”고 했다.

한국의 ‘메시 편애’, 이유 있다.

  • 메시 선호가 가장 강한 나라는 한국이었다.
  • 아르헨티나는 메시에 대한 호감도 평점이 6.23(7점 만점)이다. 한국은 메시 평균이 4.91로 평범한데, 호날두 평균이 3.54로 26개국 중 최저다.
  • 이유가 있다. 2019년 한국 축구팬들은 호날두의 유벤투스FC와 K리그 친선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았으나 기대했던 것과 달리 이날 호날두는 벤치에 앉아만 있었다. ‘노쇼’ 사태 이후 축구 팬들은 “호날두는 날강두”라며 앙금을 갖고 있다.
  • 아흐메드도 “한국은 메시에 열광해서가 아니라 호날두를 유독 낮게 평가해 가장 메시 쪽에 기운 나라가 됐다”며 “아마 2019년 친선경기 노쇼 사태와 후폭풍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제작: 노트북LM.

권위적이고 자존감 높을수록, “Siuuuu~~”

  • 몇 가지 상관 관계가 흥미롭다.
  • 권위주의(강한 지도자 선호)가 클수록 호날두를 선호했다. 설문은 “의회나 선거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강한 지도자를 두는 것이 국가 통치 방식으로 좋은가, 나쁜가”였다. 매우 나쁨은 1점, 매우 좋음은 5점.
  • 자존감이 높을수록 호날두를 선호했다. 호날두는 메시보다 훨씬 더 자기의 외모, 신체적 능력을 브랜드화한 인물이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이 호날두가 상징하는 성취, 자기 확신, 지배력을 본인과 연결 짓는 데 거부감이 없다고도 해석해볼 수 있다.
  • 숏폼 중심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자주 접할수록 호날두 선호였다. 호날두의 강렬한 퍼포먼스와 강한 자기 표현은 숏폼 플랫폼에 잘 맞는다. 호날두 콘텐츠가 상대적으로 숏폼 플랫폼에 많이 유통다 보니 알고리즘 효과가 호날두 쪽으로 쏠리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 아흐메드는 “알고리즘 피드는 특히 그 안에서 성장한 젊은 세대의 문화·정치적 정체성을 더 촘촘하게 묶는다”고 했다.

정치적 양극화가 만든 풍조?

  • “메시 좋아하면 진보, 호날두 좋아하면 보수” 패턴은 연령, 성별, 교육 수준, 국가 등의 변수에도 유지되는 경향성인데, 특히 젊은 사람일수록 더 강하게 나타났다. 나이 들수록 희미해졌다.
  • 왜 그럴까. 연구팀은 소셜 미디어를 하나의 단서로 꼽았다.
  • 젊은 세대는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한 환경에서 소셜 미디어와 함께 성장했다. 정치적 정체성이 취향,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더 깊이 배어 있는 것이다. 나이 든 세대는 소셜 미디어 환경 이전에 이미 정체성이 형성됐기 때문에 정치와 취향이 덜 얽혀 있다.

메·호의 마지막 월드컵, 제대로 즐기자.

  • 정치적 이념이 특정 선호를 형성하게 했는지, 아니면 특정 선호가 정치 이념 형성의 원인으로 작동했는지 인과관계를 알 수 없다.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조사 연구다.
  • 메·호 두 선수가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란다. 22일(현지 시각) 메시는 오스트리아를 상대로 2골을 기록하며, 월드컵 통산 득점 기록을 경신했다. 호날두가 라스트 댄스를 보여줄 차례다.
제작: 노트북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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