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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코리아 칼럼] 내란 우두머리 ‘어게인’ 세력이 장악한 당에 사실상 선거에서 패배한 민주당. 하지만 책임 통감과 반성은 없고, 당권 투쟁 소리만 요란하다. ‘선거 기계’로 민주당의 씁쓸한 자화상. (장석준 / 배곳 산현재 기획위원) (⏳5분)

6월 3일 지방선거·재보궐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국민의힘 모두 ‘승리’와 ‘패배’를 따지기 힘든 애매한 결과로 끝났다. 그러나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민주당 쪽의 커다란 실패를 뜻한다. 국민의힘은 내란을 획책한 전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고, 그런 전 대통령의 ‘어게인’을 외치는 세력이 당권을 쥔 정당이다. 이런 정당이 기사회생할 기회를 줬다는 점에서 민주당이 져야 할 역사적 책임이 매우 크다.

정청래(총괄상임선대위원장). 2026.06.04.(목) 국회 본청 당대표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선거 책임 통감 없이 당권 다툼만 요란한 민주당

그런데 선거 이후 민주당 상황은 이런 책임을 통감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이미 선거운동 기간에도 민주당 안팎은 이른바 ‘친명’과 ‘친문’의 대립으로 시끄러웠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사이의 공방전보다는 친명과 친문의 대결이 더 뜨거웠다. 이는 실망스러운 선거 결과를 만든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였다.

그런데도 선거 이후 패인과 책임을 놓고 당 내 계파의 내전이 더 증폭된 형태로 계속된다. 어떤 정책과 전략이 문제였는지, 앞으로 어떤 정치를 펼쳐야 하는지에 관한 냉철한 토론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저 전부터 계속되던 당 내 권력투쟁을 더 치열하게 이어갈 뿐이다. 

이런 모습은 다시 민주당에 대한 실망을 부추기고, 그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을 앞서는 여론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극우 세력이 당권을 쥔 당이 지지율 1위가 됐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민주당의 실패가 한국 사회 전체의 실패로 이어지지는 않을지 불안감이 밀려온다. 

2026 6·3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개표 결과. 지방자치TV 유튜브 갈무리

소선거구제와 결선 투표 없는 대선에 적응한 ‘선거 기계’

민주당이 왜 이러는지 이해하려면 민주당이 어떤 정당인지 이해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역사보다 현재 민주당이 대한민국 제6공화국의 정치 구조에서 어떤 위상을 점하며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더 주목하려 한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제6공화국 정치 제도의 핵심인 대통령중심제와 소선거구제다. 

소선거구제란 한 선거구에서 한 명의 당선자를 가리는 선거제도다. 결선투표를 실시하지 않는 소선거구제에서는 다른 후보들보다 한 표라도 더 얻는 후보가 승자가 된다. 승자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만 자신의 대표를 대의기구에 진출시키고, 나머지 유권자의 선택은 대의기구 구성에 전혀 반영되지 못하는 ‘사표’가 되고 만다.

유권자로서는 자신의 선택이 사표가 되길 피하기 위해 1, 2위를 다투는 후보 중 하나에게 표를 주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의 승자가 되려면 애당초 양강 후보로 인정받아야 한다. 주로 이제껏 정치를 반분해온 양대 정당의 후보들이 양강 구도를 형성한다. 소선거구제가 양대 정당 중심 정치의 기반이 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OECD 국가 1만 2499명의 국회의원은 소선거구제로 33.4%, 중대선거구제 49.4%, 전국단일선거구제 8.1%, 기타 방식으로 9.2%로 뽑혔다. 한국은 전체의 84.3%(21대 국회의원 선거 기준)가 소선거구제로 뽑혀 다른 국가에 비해 소선거구제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SBS 유튜브 갈무리

대통령중심제도 비슷한 논리를 조장한다. 대통령선거는 전국적으로 한 명의 당선자를 가리므로 결국 전국적인 소선거구제라 할 수 있다. 대통령중심제를 실시하는 많은 나라는 이런 측면을 완화하기 위해 결선투표를 실시한다. 결선투표제를 채택하면 1차 투표에서는 유권자들이 후보의 당선 여부에 상대적으로 강박되지 않으면서 후보의 정강, 정책에 대한 지지에 따라 투표할 수 있다. 당선자를 가리는 게임은 결선투표에서 벌어진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과 함께, 대통령중심제를 채택하면서도 결선투표를 실시하지 않는 ‘예외적’ 사례다. 

거의 모든 대의기구를 지배하는 소선거구제와 결선투표제 없는 대통령중심제의 결합. 이런 제도 조합에서는 양대 정당의 정치 독점 외에 다른 결과가 나오기 힘들다. 민주당은 이런 지형에 적응하며 진화해온 조직이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 이후 열린우리당이 차지하던 정치 공간에서 원심력이 강화되는 시기가 잠시 있었지만, 곧바로 현 민주당의 뿌리가 되는 단일정당(민주통합당)이 재건됐다.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갈라져나간 과도기도 있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다시 양당 구도의 한 쪽 공간을 평정했다.

지금 민주당은 ‘진보’든 ‘중도보수’든 무슨 이념을 지향하는 조직이 아니다. ‘중산층’이든 ‘서민’이든 어떤 계급에 바탕을 둔 조직도 아니다. 철저히 대통령중심제·소선거구제 조합의 논리에 맞춰, 그 논리를 재생산하며 작동하는 ‘선거 기계’다. 

민주당식 정치가 상위 중간계급 이익에 맞춰지는 이유

지금 민주당 내 친명·친문 내전을 보면, 왜 굳이 한 정당으로 모여서 저렇게 싸우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무슨 ‘주의’를 따져야 할 만큼 정견이 크게 다르지 않은 측면은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관련해서는 과연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다른 구석도 분명히 있다. 

비례대표제를 바탕으로 다당 정치가 작동하는 나라에서는 이 정도 차이라면 당을 달리 하는 게 보통이다. 그래서 유권자들에게 각 당이 내세우는 정견의 차이를 명확히 드러내고, 이를 바탕으로 선거에서 선택을 받는다. 그리고 선거 결과에 따라 협상으로 정부를 구성하기도 하고 야당이 되기도 한다.

적어도 정파 간 다툼이 한국보다는 훨씬 더 투명하게, 정책 중심으로, 지지 집단의 이해관계 중심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여러 정치 세력들이 민주당이나 국민의힘 같은 거대 선거 기계에 모여 매일 밀실에서 당권 투쟁을 펼친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정치에 대한 환멸, 냉소, 무관심이 유독 심한 이유이기도 하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은 지난 6월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3 지방선거 12곳 승리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도 서울시장 패배에 대해선 아쉬움을 표했다. 더불어민주당

게다가 이런 치열한 내전은 정작 정책 토론이나 전략 논쟁과는 별 상관이 없는 경우가 많다. 당 내 정파들이 각각 특정 계급·계층을 대변하면서 싸우는 것이라면, 사회 전체의 논쟁이나 새로운 합의 형성에 기여하는 측면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정책은 당 내 투쟁과는 또 다른 논리에 의해 결정된다.

결선투표 없는 대통령중심제·소선거구제 조합에서 승리하려면 한국 사회에서 가장 가시화된 여론 집단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여론 집단은 서울 한강변 아파트를 정점으로 한 부동산시장에서 주요 행위자로 인정받는 집단들이다.

그래서 민주당의 정책은(물론 국민의힘도 마찬가지이지만) 이 집단을 지지층으로 유지할 필요성에 의해 최종적으로 결정된다. 선거 기계이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계급·계층과 ‘더불어’ 함께 하려 하지만, 막상 정책 방향은 선거 기계라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상위 중간계급의 이익에 맞춰지는 것이다. 

폭발의 순간이 다가온다

이런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정치를 지배하고있다. 그러다 보니 정치가 작동하지 않는다. 매번 선거로 양대 정당 중 어느 한 쪽을 승자로 정하는 정치는 있지만, 사회의 갈등을 드러내고 논쟁을 발전시키며 잠정적 합의를 형성하는 정치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갈등은 출구나 해법을 찾지 못해 점점 더 꼬여만 간다. 다들 불만을 쌓아가지만, 이 불만을 표출할 바로 그 정치가 문제의 원흉이기에 그저 일상을 견뎌낼 뿐이다. 

고금의 역사는 이런 일상이 언젠가는 폭발하고 만다고 말한다. 그 폭발이 항상 역사의 옳은 방향에만 기회를 주는 것은 아니다. 1930년대 독일을 떠올려보자. 폭발의 순간이 다가오기 전에 어떻게든 이 낡은 질서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어야 한다. 다만, 민주당은 지금의 거대 선거 기계라는 모습 그대로는 이런 변화의 시도에서 주체가 아니라 대상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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