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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막장드라마는 심심하고 순진하게 느껴지게 할 정도로 막장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직무에서 배제(‘직무집행 정지 명령’)하고, 징계를 청구했다. 이 역사적인 사건은 2020년 11월 24일 오후 6시 서울 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벌어졌다.

Garry Knight, CC BY SA
Garry Knight, CC BY SA

[toggle style=”closed” title=”추미애 장관의 발표”]

추미애 장관의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 및 직무배제 발표 (전문)

  • 2020년 11월 24일 오후 6시
  •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

국민여러분, 법무부장관 추미애입니다.

오늘 저는 매우 무거운 심정으로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 및 직무배제 조치를 국민들께 보고드립니다.

그동안 법무부는 검찰총장에 대한 여러 비위 혐의에 대해 직접 감찰을 진행하였고, 그 결과 검찰총장의 심각하고 중대한 비위혐의를 다수 확인하였습니다.

  1. 첫째,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사실
  2. 둘째, 조국 전 장관 사건 등 주요사건 재판부에 대한 불법사찰 사실
  3. 셋째, 채널A 사건 및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측근을 비호하기 위한 감찰방해 및 수사방해, 언론과의 감찰 관련 정보 거래 사실
  4. 넷째, 총장 대면조사 과정에서 협조의무 위반 및 감찰방해 사실
  5. 다섯째, 정치적 중립에 관한 검찰총장으로서의 위엄과 신망이 심각히 손상된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이에 검찰사무에 관한 최고감독자인 법무부장관으로서 검찰총장이 검찰총장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고 판단하여, 금일 검찰총장에 대하여 징계를 청구하고, 검찰총장의 직무집행 정지를 명령하였습니다.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 혐의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중앙일보 사주와의 부적절한 만남으로 검사윤리강령을 위반하였습니다.

2018년 11월경,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중 서울 종로구 소재의 주점에서, 사건 관계자인 JTBC의 실질 사주 홍석현을 만나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부적절한 교류를 하여 검사윤리강령을 위반하였습니다.

둘째, 주요사건 재판부 판사들에 대한 불법사찰 책임이 있습니다.

2020년 2월경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울산사건 및 조국 전 장관 관련 사건 등 주요사건 재판부 판사와 관련, ‘주요 정치적인 사건 판결내용, 우리법연구회 가입 여부, 가족관계, 세평, 개인 취미, 물의 야기 법관 해당 여부’ 등이 기재된 보고서를 작성하여 보고하자, 이를 반부패강력부에 전달하도록 지시함으로써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수집할 수 없는 판사들의 개인정보 및 성향 자료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등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였습니다.

셋째, 채널A 사건 및 한명숙 총리 사건의 감찰을 방해하였습니다.

먼저, 채널A 사건 감찰방해와 관련하여, 2020년 4월경 대검 감찰부가 최측근인 한동훈에 대해 진상확인을 위한 감찰에 착수하고 감찰개시보고를 하자, 대검찰청 감찰본부 설치 및 운영규정 제4조 제2항에 따라 감찰개시가 현저히 부당하거나 직무범위를 벗어난 경우가 아니면 중단시켜서는 아니됨에도, 한동훈에 대한 신속한 감찰을 방해할 목적으로 정당한 이유없이 대검 감찰부장에게 감찰을 중단하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2020년 6월 4일자로 채널A 사건과 관련하여 사건관계인인 한동훈과 친분관계 기타 특별한 관계로 수사지휘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어 대검 부장회의에 수사지휘권을 위임하였음에도,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강행하는 등 수사팀과 대검 부장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부당하게 지휘·감독권을 남용하여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였습니다.

다음으로, 한명숙 전 총리 사건과 관련하여, 2020년 5월경 대검 감찰부에서 당시 수사 검사들에 대해 직접 감찰을 진행하려고 하자 사건을 대검 인권부를 거쳐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로 이첩하도록 지시하고, 감찰부장이 이의를 제기하자, 대검 차장이 감찰부장에게 ‘참고만 할 수 있도록 민원 사본을 달라’고 하여 사본을 확보한 상황에서, 대검 차장을 통해 인권부로 하여금 공문서에 ‘대검 민원 이첩’이라고 마치 민원 원본을 이첩하는 것처럼 허위로 기재하여 서울중앙지검에 송부하도록 지시함으로써 검찰총장의 권한을 남용하여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였습니다.

넷째, 채널A 사건 감찰 관련 정보를 외부로 유출하였습니다.

대검 감찰부장으로부터 채널A 관련 한동훈에 대하여 감찰을 하겠다고 수차례 구두보고를 받았음에도 이를 반대하던 중, 2020년 4월 7일 오후경 자신의 휴가 중에 대검 감찰부장으로부터 감찰개시 사실 보고를 받자 감찰을 방해할 목적으로 성명불상자에게 ‘대검 감찰부장이 구두보고도 없이 한동훈에 대해 감찰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문자 통보하였다’고 알려 다음날 새벽 언론에 보도되게 함으로써 감찰관련 정보를 외부로 유출하여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였습니다.

다섯째, 검찰총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에 관한 위엄과 신망을 손상시켰습니다.

검찰총장은 그 어느 직위보다 정치적 중립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중요하고 그에 관한 의심을 받을 그 어떤 언행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헌법과 법률에 명시되어 있고, 국민들도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검찰총장은 지속적으로 보수 진영의 대권후보로 거론되고 대권을 향한 정치행보를 하고 있다고 의심받아 왔고, 급기야 2020년 10월 22일 대검 국정감사에서 퇴임 후 정치참여를 선언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을 하였으며, 이후에도 대권후보 1위 및 여권 유력 대권 후보와 경합 등 대권 후보 지지율 관련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됨에도 검찰총장으로서 생명과 같은 정치적 중립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진실되고 적극적이고 능동적 조치들을 취하지 아니한 채 묵인 방조하였습니다.

결국, 대다수 국민들은 검찰총장이 유력 정치인 또는 대권 후보로 여기게 되었고, 정치적 중립에 관한 검찰총장으로서의 위엄과 신뢰를 상실했습니다.

더 이상 검찰총장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습니다.

여섯째, 감찰대상자로서 협조의무를 위반하고 감찰을 방해했습니다.

먼저, 협조의무와 관련하여 2020년 11월 16일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서 검찰총장 비서관을 통하여 방문조사 일정 협의를 요청하였으나, 비서관으로 하여금 답변을 거부하게 하는 등 감찰조사 일정 협의에 불응하여 감찰업무 수행에 필요한 협조사항에 대해 협조하지 아니하여 법무부 감찰규정을 위반하였습니다.

그 다음날, 2020년 11월 17일 오전에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서 방문조사예정서를 대상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오후에 방문할 것이라는 사실을 보고받고, 그날 오후에 검사 2명이 방문조사 일정 등이 기재된 방문조사예정서를 친전봉투에 담아 방문하자, 정책기획과장에게 지시하여 방문조사예정서 수령을 거부하고, ‘검찰총장의 지시이니 메모해서 전달해라. 절차를 갖추어 질문을 주면 서면으로 답변하겠다’는 취지로 말하게 하여 방문조사예정서 수령을 거부하여 감찰업무 수행에 필요한 협조사항에 대해 협조하지 아니하여 법무부 감찰규정을 위반하였습니다.

또한, 2020년 11월 18일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서 대상자에 대한 방문조사에 필요한 시설 제공을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자, 운영지원과로 하여금 공문접수를 거부하게 하고, 정책기획과장으로 하여금 반박공문을 발송하게 하는 등 시설제공 협조 요청에 불응하여 감찰업무 수행에 필요한 협조사항에 대해 협조하지 아니하여 법무부 감찰규정을 위반하였습니다.

그리고, 2020년 11월 19일 오전 감찰담당관실에서 대상자에 대해 당일 오후 2시로 예정된 방문조사에 응할 것인지를 최종 확인하기 검찰총장 비서관을 통하여 연락하였으나, 비서관으로 하여금 ‘대검 정책기획과에서 보낸 공문을 참조하기 바란다. 위 공문은 검찰총장이 법무부장관에게 보낸 공문이다’라는 취지로 답하는 등 방문조사를 사실상 거부하여 감찰업무 수행에 필요한 협조사항에 대해 협조하지 아니하여 법무부 감찰규정을 위반하였습니다.

이 사안은, 비위가 중대하고 복잡하여 감찰조사 원칙상 비위혐의자인 검찰총장에 대한 대면조사가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검찰총장은 수회에 걸쳐 방문조사 거부의사를 명확히 표시하였고, 이는 언론을 통하여 국민들에게 모두 알려졌습니다.

이에,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은 검찰총장에 대한 대면조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비록 비위혐의자인 검찰총장에 대해 대면조사를 실시하지는 못하였으나, 이미 확보된 다수의 객관적인 증거자료와 이에 부합하는 참고인들의 명확한 진술 등에 의하여 검찰총장에 대한 비위혐의를 확인하였습니다.

법령에 따른 감찰조사에 협조해야 하는 것이 공무원의 당연한 도리임에도, 검찰총장이 이에 불응하고 감찰조사를 방해한 것에 대하여 깊은 유감을 표시합니다.

이와 같이 감찰결과 확인된 검찰총장의 비위혐의가 매우 심각하고 중대하여, 금일 불가피하게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고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명령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징계청구 혐의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다른 비위 혐의들에 대하여도 계속하여 엄정하게 진상확인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저는 이번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도와 법령만으로는 검찰개혁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도 다시 한 번 절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검찰총장의 비위를 사전에 예방하지 못하고, 신속히 조치하지 못하여, 그동안 국민들께 많은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지휘·감독권자인 법무부장관으로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향후 법무부는 검사징계법이 정한 원칙과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징계절차를 진행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0. 11. 24.

법무부장관 추 미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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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들의 ‘목소리’ 

우선 2020. 11. 25.일 자 몇몇 신문 사설을 통해 이 초유의 사태에 관한 세간(?)의 평가를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요약해서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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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특기할 만한 논평
  2. 추 주장의 타당성 평가
  3. 문 대통령에 관한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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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향신문, “명분도 약하고 절차도 아쉬운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배제”

1. “더구나 추 장관은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윤 총장을 비판하며 감찰과 관련된 내용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수시로 올렸음에도 문제 삼지 않았다.”

2. “그동안 윤 총장 언행에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중략…) 하지만 현시점에서 윤 총장의 직무를 배제할 정도의 사유인지는 따질 필요가 있다.”

3. “발표 직전 보고만 받았다는 문 대통령의 침묵도 이해하기 어렵다.”

전체적인 방점은 ‘사실관계 확인’에 찍혀 있고, 문 대통령의 침묵도 언급한다.

 

2. 조선일보, “더 이상 秋 뒤에 숨지 말고 文은 직접 尹 경질하고 책임지라”

1. “정작 물러나야 할 사람은 윤 총장이 아니라 직권을 남용한 추 장관”

2. “모두 말도 안 되는 억지” “적반하장” “아무 근거도 없다”

3. “문 대통령 지시나 묵인 없이 독단적으로 한 윤 총장 공격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윤 총장 불법 감찰 역시 문 대통령 지시일 가능성이 높다.”

사설 제목에서 이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 책임이 ‘추’가 아닌 ‘문’에 있다고 명확하게 지목한다.

 

3. 한겨레,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배제, 철저한 진상 규명을”

1. “검찰총장 직무배제라는 국면까지 치달은 것은 이유야 어찌됐든 불행한 일”

2. “무엇보다 사실관계를 명백히 밝히는 일이 중요” “만약 재판부 사찰이 사실이라면 묵과할 수 없는 일” “(홍석현을 만난 일에 관한) 정확한 평가를 위해서는 관련 사건이 어떤 것이었고 만남의 성격이 어땠는지도 밝혀져야” “사실관계에 바탕을 둔 판단이 선행돼야”

3. 언급 없음

댓글들 가운데 이런 댓글이 있다. “리영희 선생이 살아있다면, 노무현 전대통령이 살아있다면 한겨레신문에 뭐라고 했을까?” 적어도 이 사설에 한정해서 말한다면, 공감한다. 한 신문의 목소리를 전하는 사설에서 “이유야 어찌됐든 불행한 일”이라니, 그야말로 이유가 어찌되었든 이런 사설이 한겨레 이름으로 발행됐다는 점은 불행한 일이다. 살펴본 여섯 신문사의 사설 중 문재인 대통령에 관해서도 유일하게 언급하지 않은 사설이다. 여러모로 좀 한심한 사설.

4. 동아일보, “얼기설기 혐의로 檢총장 직무배제… 한번도 경험 못한 정권”

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균 국무총리 등이 추 장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일제히 거뒀다. 청와대에서 추 장관을 통해 윤 총장을 밀어내기 위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고 추정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2. . “추 장관 측이 일방적으로 주장해온 것을 얼기설기 엮은 데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이영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돈 봉투 만찬에 대한 감찰 지시로 몰아낸 뒤 윤 총장을 앉히더니 이번에는 법무장관을 통해 윤 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했다. 정권 보호와 사정기관 장악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다 보니 초유의 무리수가 거듭되는 것”

사설 결어에 해당하는 문장에서 추 장관이 아니라 문 대통령이 이번 사태의 ‘주체’라고 단정한다. 더불어 이낙연 대표, 정세균 총리 등 민주당 핵심 세력이 윤 총장 축출을 위해 합심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사설은 추정이라고 표현했지만, 이낙연 대표(“법무부가 발표한 윤 총장의 혐의에 충격과 실망을 누르기 어렵다”, “공직자답게 거취를 결정하시길 권고”, 자신의 페이스북), 김태년 원내대표(“법무부 감찰 결과는 매우 심각”), 진성준 의원(“놀라운 브리핑”) 등의 반응을 보면 추정이 아니라 사실로 평가해도 무방할 듯.

 

5. 한국일보, “헌정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정지로 파국 맞은 秋·尹”

1. “국록을 먹는 공직자들의 이런 작태”

2. “추 장관이 거론한 직무배제와 징계 청구 사유들은 모두 추 장관과 법무부의 일방적 주장일 뿐

3. “더 이상 침묵하거나 머뭇거리지 말고 두 사람을 모두 사퇴시켜 이 혼란을 정리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마음에 드는 사설이다. 가감 없이 직설적으로 “작태“라는 사설에서는 흔히 접하기 어려운 표현을 서슴없이 사용한다(다소 온건한 그동안의 한국일보 이미지를 생각하면 표현이 더 파격적으로 느껴진다). 기본적으로 추미애 장관의 조치에 매우 비판적(“작태”)이지만, “국록 먹는 공직자’들'”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윤석열 총장도 그 ‘작태’에 책임이 있다는 점을 암묵적으로 전제한다. 더불어 ‘문의 침묵’을 언급하면서 이 사태의 책임이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있음을 분명히 한다.

 

6. 중앙일보, “윤석열 직무배제, 지극히 비상식적이고 부당하다”

1. “윤 총장을 몰아내기 위해 숱한 억지와 술책” “이처럼 무도한 사태가 벌어진 것은 충격적이다. 권력의 횡포가 경악스럽기도 하다.” “범죄자 말만 듣고 혐의를 단정해 표적수사를 지시한 추 장관이 자리에서 내려와야”

2. “그(추미애)가 제시한 사유는 지극히 비상식적이고 부당”

3.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전에 보고했고, 문 대통령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고 했다. 대통령이 사실상 동의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 청와대는 이 사태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이 무엇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은 오히려 추 장관이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촉구하고 있다.

‘문의 침묵’  

나는 추 장관의 주장는 근거가 없거나 희박하다고 생각한다. 윤석열과 대검이 잘하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지만, 추 장관이 이끄는 법무부, 더 나아가 청와대가 잘하고 있다는 생각은 더더욱 들지 않는다.

이제 두 가지가 분명해졌다.

추미애 장관을 앞세운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적극적으로 파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의와 개혁을 내세우지만, 여기에는 최소한의 상식에 바탕한 원칙과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 유일한 기준이 있긴 하다. 내 편이면 ‘영전’이고, 상대편이면 ‘좌천’이다.

항상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적어도 검찰개혁에 한정하면, 잘못된 방향을 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검찰개혁이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두 날개로 날아야 하는 새라면, 추미애 장관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은 자신의 날개 한쪽을 찢어버리고 날기를 바라는 기괴한 새의 모습 같다.

추미애 장관의 폭주는 귀를 찢는 악다구니처럼 느껴진다. ‘나는 옳다. 왜냐하면 나는 옳으니까. 나는 옳다. 왜냐하면 너는 틀렸으니까.’어리석은 동어반복과 정의에 관한 독선적이고 배타적인 독점욕. 하지만 그 끔찍한 악다구니보다 더 나를 절망스럽게 하는 건 ‘문의 침묵’이다.

문재인 대한민국 19대 대통령 취임식 모습 (출처: KOREA, CC BY NC SA) https://flic.kr/p/UqCzef
문재인 대한민국 19대 대통령 취임식 모습 (출처: KOREA, CC BY NC SA) 이번 사태에서 가장 실망스럽고, 이해할 수 없는 건 ‘문의 침묵’이다.

추미애를 꼭두각시 세운 정치 막장극은 이제 더는 보고 싶지 않다. 정말 더는 보고 싶지 않다. 정치의 앞면에 ‘권력’이 있다면, 그 뒷면에는 ‘책임’이 있다.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막장극을 정리해야 할 장본인, 그 책임을 가진 자는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때로 혐오는 침묵을 불러 온다. 그래 너희는 너희의 힘과 재주와 정의로 너희 그 반짝거리는 세상에서 그렇게 살다가 의미 없이 사라져라. 나는 나대로 나의 보잘 것 없는 세계에서 이렇게 살다 가련다. 정치에 관한 혐오가 나 마음을 바라다라보기 두려운 정도로 커졌다. 마치 [몬스터]의 요한이 스스로 두렵게 절규하는 것처럼… “내 안의 괴물이 이렇게 커졌어!” 그리고 그 괴물을 자라게 하는 가장 기름진 토양은 ‘침묵들’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그래서 지금까지는 침묵했지만, 정말 지금은 무슨 헛소리라도 지껄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몇 자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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