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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 폴리시] 저학년 부모 자녀의 경우엔 97개, 중간 학력 138개, 대졸 이상 159개. 만 2세 아이의 어휘력마저 부모 학력에 의해 좌우된다. 한국과도 닮은 게 많은 독일의 교육 현실.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4분)

2006년부터 독일이 2년마다 발표하는 국가교육보고서(Bildung in Deutschland 2026)가 발간 20주년을 맞아 특별판을 내놨다. 보고서 핵심 질문은 우리에게도 아프다.

부모의 사회적 배경이 자녀 교육을 얼마나 좌우하는가”

결론은 분명하다. 같은 성적을 받아도 부모 학력과 직업에 따라 인문계 진학률과 대학 진학률이 달라진다. 그 격차는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기 한참 전부터 이미 벌어져 있다.

이게 왜 중요한가.

  • 국가교육보고서는 독일 연방 정부와 16개 주 정부가 전문가 그룹에 공동 의뢰해 발표하는 교육 통계 보고서다.
  • 통산 11번째, 발간 20주년을 맞았다. 이번엔 처음으로 ‘사회적 출신에 따른 교육 불평등’이라는 이름의 특별 챕터를 만들었다. 부모의 학력과 소득이 자녀의 교육 기회를 얼마나 좌우하는지 살폈다.
  • 보고서 내용은 크게 △저출산에 따른 학생 수 급감 △교사 부족 △직업 교육 붕괴 △교육 불평등 등으로 한국이 겪고 있는 교육 문제와 다르지 않다.
게티이미지.

초교 입학 때부터 언어 역량 차이.

  • 만 2세 아이 어휘력은 부모 학력에 따라 달라진다. 중졸 수준의 저학력 부모 자녀의 평균 어휘 수는 97개, 중간 학력은 138개, 대졸 이상의 고학력 부모 자녀는 159개다.
  • 그림책을 읽어주는 빈도도 다르다. 고학력 부모는 한 달 평균 27일, 저학력 부모는 22일 책을 읽어준다.
  • 만 3세 미만 영아의 보육 시설 이용률은 고학력 가정 39%, 중간 학력 가정 32%였고, 저학력 가정은 20%에 그쳤다. 고학력과 저학력 가정의 보육 시설 이용률 격차는 10년째 줄지 않았다.
  • 보고서는 보육 시설 원장이 입소 대상을 정할 때 “가정의 재정 상황이나 그룹의 인종적 구성”까지 고려하는 ‘문지기(Gatekeeper)’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성적이어도 추천서와 진학률이 다르다.”

  • 독일 학생들은 초등학교 졸업이 분기점이다. 졸업 후 직업 학교에 갈지, 한국의 인문계 중고등학교에 해당하는 김나지움에 갈지 결정해야 한다.
  • 보고서는 “고학력 가정 출신 아이들은 더 높은 역량을 보이고, 같은 역량이라도 더 좋은 성적을 받으며, 같은 성적이라도 김나지움 추천을 더 자주 받고, 그것과 무관하게 김나지움으로 더 자주 진학한다”고 밝혔다.
  • 부모의 사회적 배경에 따라 아이들의 ‘역량’ 격차가 발생하는데, 여기에 평가 격차, 추천서 격차, 진학 결정 격차가 더해지는 구조다.
  • 대학 입학 자격을 이미 손에 쥔 학생 사이에도 격차가 있다. 부모가 고위 직업군일 경우 79%가 대학에 진학하지만, 부모가 중간 직업군이면 63%, 하위 직업군이면 58%만 진학한다.
  • 보고서는 부모 배경이 좋은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사이 대학 진학 의향에 차이가 있다고 할 때, 그 차이가 100이라고 하면, 그 가운데 15만 ‘졸업 성적’ 요인이라고 했다. 나머지 85는 학비 등 비용(20%), 진학 성공에 대한 자신감(14%), 부모의 진학 희망(17%), 친구의 영향(9%) 등 성적과 무관한 것들이었다.
김나지움(Gymnasium)은 독일, 오스트리아 등 중부유럽의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최고 수준의 인문계 중·고등학교를 뜻한다. 사진은 장 슈투름 김나지움. 위키미디어 공용.

독일 어린이 4명 중 1명 ‘위험 상황.’

  • 빈곤이나 교육 소외 같은 ‘위험 상황’에 놓인 아동은 독일 전체 어린이 4명 중 1명 꼴이다. 한 부모 가정 아동은 47%가 위험 상황에 놓여 있다. 양부모 가정(21%)의 두 배가 넘는다.
  • 위험 상황은 가구 소득이 빈곤위험선 아래에 있거나 가구 내 부모의 학력이 낮거나 부모 중 누구도 일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 이주 배경이 있는 아동은 54%가 위험 상황에 있다. 이주 배경이 없는 아동(14%)보다 약 4배 높다.
  • 본인이 1950년 이후 독일로 이주해온 경우거나 본인은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부모 모두 1950년 이후 독일에 이주한 경우 ‘이주 배경’이 있다고 분류했다.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게티이미지.

PISA 격차, 10년째 그대로.

  • 피사(PISA, OECD가 주관하는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 2022 기준, 사회경제적 하위 25% 학생 중 수학 최저 성취 기준에 못 미친 비율은 47%로, 2012년보다 14%P 늘었다. 상위 25% 학생은 8%로, 같은 기간 4%P 늘었을 뿐이다.
  • 수학 최상위권 도달 비율은 상위 25%가 20%대인 반면 하위 25%는 3% 미만이다. 상위권 진입 자체가 사회적 배경에 따라 갈린다.
  • 국제 비교에서 독일은 “사회적 출신이 역량 습득에 특히 강하게 영향을 미치는 나라”로 분류된다. 학교 입학 시점에 나타나는 언어 역량 차이가 100이라고 하면, 그 가운데 20은 부모 배경 등 출신 요인에 기인한다.
  • 피사 측정 첫 10년 동안 독일은 사회적 출신에 따른 교육 격차를 줄이는 데 진전을 보였지만 그 이후 10년간 변화가 없었다는 게 보고서 진단이다.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

  • 독일 16개 주와 연방 정부는 사회적 출신에 따른 교육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2024년부터 주 단위로 보면 347개, 연방 단위로 보면 13개 정책이 운영 중이다.
  • 이 가운데 21%만 영유아 대상이다. 보고서는 “영유아는 격차가 가장 일찍 발생하는 단계다. 이곳에 정책이 집중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책 절반은 진학 이후로 쏠려 있다.
  • 베를린의 베스트업(Best Up),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추밥(ZuBaB) 등 정보 제공 및 개별 상담 프로그램이 아비투어(독일에서 중등 교육을 마치고 보는 졸업 시험이자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대입 자격) 소지자 간 진학률 격차를 지속적으로 줄이는 효과가 확인됐다. 잘 정리된 정보만 제공해도 신청률이 늘었다.
  • “성적을 끌어올리는 정책만으로는 부족하다.” 보고서 결론이다. 대학 진학 격차의 85%가 성적과 무관한 요인에서 비롯한다면, 정보 제공과 상담 같은 결정 단계에서의 개입이 성적 개선만큼 중요하다.
게티이미지.

한국에 묻는 질문.

  • 첫째, 부모 학력과 직업이 자녀의 어휘력과 보육 참여율을 가른다.
  • 둘째, 같은 성적이라도 진학 추천과 진학률이 달라진다.
  • 셋째, 정책은 격차가 시작되는 시점보다 한참 늦은 단계에 몰려 있다.
  • 독일 보고서로도 한국의 교육 격차가 설명이 된다.
  • 독일은 부모의 직업적 지위와 학력이 자녀 교육 기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20년치 자료로 분석했다. 정부 개입 없는 독립 연구진이 작성한 보고서다. 어떤 개입이 격차를 줄이는지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다.
  • 한국에는 사회 계층별 교육 격차를 추적하고, 정책 효과를 검증해볼 수 있는 정기적이고 독립적 보고서가 있는가. 그것부터 따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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