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962년 군사정권이 기획한 헌법 8조와 정당법(62년 체제). 그 항체로서 지역정당의 의미에 관해 ‘행인’ 윤현식 박사가 말한다.
62년 체제를 넘어서
- 나팔새와 대깨문: 62년째 1962년 체제
- 위성정당, 정치가 아니라 게임을 하는 사람들
- 지방소멸과 지역정당
- 지역의 협치? 거버넌스로 포장된 통치
- 민들레당, 푸근하고 넉넉하게 모자라도 함께 뭐라도 해보는
목차.
민주노동당에서 진보신당, 노동당을 거쳐 민들레당까지
민노: 행인 님께선 우리나라 진보정당의 역사를 망라하는 과정을 겪어오셨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민주노동당 활동을 하셨고, 진보신당을 거쳐, 노동당 창당 그리고 지금은 민들레당 당원으로 활동하시는데요. 그 과정 과정에서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이 변화하고, 정치적 노선을 바꿨던 그 계기, 그 결단의 순간을 좀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행인: 노선을 변경하진 않은 것 같아요. 제가 사실 정당운동을 고민했던 첫 계기는 제가 대학에 다닐 때 탄광촌에 문화활동을 갔어요. 석탄산업합리화정책이 시행되던 때여서 많은 광산이 폐업을 하게 됐고, 폐광이 되고 나서 그 지역경제는 박살이 난 상태였죠. 탄광으로 먹고 살던 사람들이 탄광이 없어졌으니 얼마나 막막했겠어요. ‘그 다음’이 없는 상황이니까요.
그래서 사람들은 점점 더 떠나가고, 지역은 텅 비어버리고, 그 와중에 거기 남아 있는 청소년들이 조금이라도 공부라든지 문화라든지 이런 당연한 욕구에서 동떨어지게 되고, 물론 그런 건 청소년뿐만은 아니고, 지역 주민들이 다 그런 상태였죠. 그래서 우리가 거기에 가서 활동을 좀 해보자. 그런 취지에서 거기에 간 거죠. 무슨 대단한 일을 한 건 아니고, 대부분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이었는데 저는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대원들과 참여 청소년들 밥해주는 일을 주로 했습니다.
거기 가서 했던 문화 행사 중 하나가 밤에 영화를 틀어주는 거였어요. 학교 벽이 보통 흰색이잖아요. 스크린도 그렇게 좋은 스크린이 없죠. 거기에서 영화를 상영했어요. 그런데 하루는 한 할머니께서 옆에 앉아 계셨는데요. 당신께서 태어난 이래 이렇게 큰 화면에서 영화를 본 적이 없다는 거예요. 그게 저에게는 큰 충격이었어요. 그냥 쾅.. 그게 97년 혹은 96년쯤일 텐데, 진짜 내 마음이 와르르 와장창 무너지는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길까. 모든 게 서울 중심으로 돌아가고, 문화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모든 게 대도시에 몰려 있고, 영화관에서 영화보고 하는 게 일생일대의 경험일 수도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저는 그런 사람이 있다는 사실조차도 몰랐던 거죠. 그 경험 때문에 이제 지역 활동을 좀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96년이나 97년 지역활동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활동을 하려면 조직이 필요하고, 조직이 필요하면 뭐가 있을까 거슬러 올라갔더니 가장 적절한 조직이 정당이라고 본 거죠.
저는 정당은 책임을 지는 조직이라고 봤어요. 선거에 출마해서 공직을 담당하고, 정치적 책임을 지는 조직. 그게 여타의 단체와 정당의 가장 큰 차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20000년대 들어서 민주노동당이 만들어지면서 민주노동당과 함께 했고, 여러 가지 문제들로 진보신당이 만들어졌을 때는 진보신당에 결합했고요.
당적을 바꾼 건 제가 정치 체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어서 그런 건 아닙니다. 일하는 차이 그리고 또 여러 가지 내부 정책적 문제, 노선 문제, 이런 것들 때문이었죠. 그리고 노동당을 만든 것도 역시 마찬가지였고, 저는 지금도 지역의 핵심은 노동자라고 봐요. 그래서 지역 정당도 실은 노동자들이 중심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의 정당 조직을 가진 노동자들이 스스로 정치조직화되고 정당화하지 않으면 지금의 노동 문제를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지속적으로 제가 가진 생각을 밀어붙이는 거고, 다만 지금 노동당을 몇 년 전에 떠나면서 전국 정당 당적은 아직 안 가지고 있어요. 그렇집만 전국 정당 당적은 언제든지 다시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지금은 민들레당 당원인데, 지금 정당법에서 복수당적 금지 조항은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입장이고요. 제가 당적을 옮기거나 하는 것은 제 생각이 달라져서는 아니고, 제가 정치구조나 정치의 본질을 생각하는 건 그 생각이 별로 달라질 것 같지 않습니다.
복수당적의 문제
민노: 복수당적을 말씀하셨는데요. 지역정당도 그렇지만 복수당적도 실현 가능성 차원에서는 요원한 이상 내지는 꿈인데요.
행인: 그런데 사실 복수당적 금지조항에 관해서는 그렇게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저는 봐요. 왜냐하면 법으로 금지시키면 안 된다는 얘기거든요. 그러니까 법으로 이걸 금지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 예컨대 더불어민주당이 우리는 복수 당적을 당원이 가지고 있으면 당원으로 인정 하지 않는다. 이렇게 당헌에 규정하면 되는 거지 그걸 법으로까지 금지할 필요는 없는 거죠. 지금 거의 대부분 나라가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법으로까지 복수당적을 금지하고 있는 나라는 몇 나라 안 되요.
민노: 복수당적 금지가 폐지될 가능성은 꽤 높다고 보시나요.
행인: 저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생각보다 빠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지역정당을 허용하지 않는 정당법에 관한 헌재 판결(2021헌가23)에서 위헌 의견이 5명이었습니다. 위헌 정족수에 딱 한 명이 부족했죠. 상당히 고무적이죠. 다음 판결에서는 위헌이 나올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졌고요. 지금 합헌 의견을 낸 법관은 스스로 보수로 자신의 스탠스를 생각하는 분들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보수가 자유를 강조하는 건, 사상의 자유보다는 시장의 자유이긴 하지만, 복수 당적을 가지는 일을 국가가 민주적 정당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금지한다는 건, 보수의 기준에서도 이건 정말 웃기는 거죠.
예컨대 호주 같은 경우는 선거법으로 당적을 규제합니다. 어떤 사람이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하면 복수 당적을 하나로 일원화시켜서 나와야 해요. 거기는 왜 그렇게 하느냐면, 사실상 소선구제이면서 연립 정당을 만들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런데 연립정당을 만들 수 있고, 이합집산이 얼마든지 가능하고, 정당연합과 선거연합이 얼마든지 보장된 나라에서는 호주 같은 그런 규정을 두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어차피 당적을 가지고 이 당 당적을 가지고 있든 저 당 당적을 가지고 있든 연합정당을 만들거나 연립내각을 구성하거나 당장에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아무런 문제가 없죠. 이건 그래서 각자 해당 당 차원에서 규제할 문제지 국가가 일률적으로 규제할 문제가 아닌 거죠.
그리고 지금 같은 선거제도 하에서 출마할 때는 당적을 일원화할 필요성이 있지만, 향후 그것도 바뀐다면 사실상 복수당적 제도를 국가가 규율한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인 거고, 지금 전국정당(지역정당 불허) 헌법 재판 결과가 위헌 5: 합헌 4로 나온 걸로 봐서는 복수당적 금지 규정도 앞으로 분위기가 많이 바뀌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결정 자체는 기각이라서 우리가 진 거죠. 하지만 내용으로보면 위헌 의견이 더 많지 않습니까? 그런데 복수당적 금지 문제는 전국정당보다 더 문제 있는 규제로 판단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쉽게 풀릴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왜 정당 이름은 민들레로 지었나요?
행인: 2022년 1월에 창당하면서 ‘민들레’라는 이름을 썼습니다. ‘은평민들레당’으로 당명을 정했죠. (참고로 비슷한 이름의 인터넷 언론사 ‘(주)시민언론 민들레’는 2022년 10월 14일 등록. 편집자)
우리당을 왜 만들었나 누가 만들었나 뭘 하려고 그러나 그런 이야기를 하다보니까 거대담론보다는 정말 우리 삶의 뿌리 하나하나에 있는 그런 걸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그런 우리 정체성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풀뿌리 정치성을 드러낼 그런 게 뭐가 있을까. 그래서 민들레가 된 거죠. 잡초당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게 좀 뉘앙스가 그렇잖아요? (웃음) 하여튼 그래서 민들레라는 이름이 나왔는데, 여담이지만, 시골에서 생활하다보니까 민들레가 관리하기가 제일 어렵습니다…. 뽑아도 다시 나오고, 밟혀도 밟혀도 다시 나오기 때문에 그런 취지도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민들레당, 봉산 막개발과 싸우다
민노: 민들레당의 활동, 그 활동과 관련한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우선 민들레당의 성과를 소개해주신다면요.
행인: 은평구 서쪽에 고양과의 경계에 ‘봉산’이 있습니다. 사실 은평구 같은 경우에 재건축 말고 기관장이나 구의원들이 치적으로 내세울만한 게 결국은 외관을 꾸미는 것 밖에 없어요. 그래서 봉산을 손대기 시작합니다. 가장 먼저 봉산 전망대에 엄청난 규모의 탱크를 설치해서 전망대 규모를 키워 일출 명소를 만들겠다. 그러려면 나무를 다 깍아내야 하고, 구조물을 설치하려면 기존 생태계를 파괴할 수밖에 업죠.
그곳은 원래 굉장히 식생이 다채로운 곳이었는데, 그래서 저희가 문제를 제기했는데, 사실 초동 대응이 좀 늦긴 했습니다. 그래서 힘이 들었지만, 구정 감시 과정에서 계획을 살펴보니 봉산의 생태보호구역 옆 비탈길을 싹 밀어내고 거기에 편백나무 숲을 조성하겠다고 하는 거예요.
민노: 구에서요?
행인: 네, 구에서요. 그래서 생태보호구역으로 지정될 만큼 다양한 생물자원이 있는 곳 바로 옆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를 인위적인 조림을 하겠다는 거죠. 그게 얼마나 사람들에게 좋을지도 모르겠거니와 기존 나무고 풀이며 벌레며 새며… 이게 한순간에 사라져버리는 거에요, 한순간에.
그래서 반대했죠. 그랬는데도 막무가내로 진행이 됐고, 엄청난 나무들이 잘려나갔습니다. 민들레당은 거기서 잘려나간 나무들을 조사하고, 거기 사는 새들을 계속 추적하면서 우리 홈페이지에도 계속 올리고 있고 그런 상황입니다.
봉산 무장애 숲길… 희한한 산책로, 장애인도 산에 다닐 수 있게?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구에서 산에 데크 산책로를 설치하기 시작했어요. 장애인도 산을 다닐 수 있게 한다는 취지와 명분은 좋은데, 이게 문제는 일단 산 밑까지 올라갈 방법이 마땅찮아요. 어떻게 올라갑니까. 버스 타고 올라갈 겁니까? 아니잖아요. 그게 첫 번째 문제고, 일단 올라갔다고 치고, 거기에 올라가면 휠체어를 타고 이동해야 할 거 아닙니까? 그런데 그러다가 중간에라도 힘들고 쉬고 싶으면 당연히 언제든 다시 내려갈 수 있어야 하고요. 그런데 한번 이동하면 일정 구간이 끝날 때까지 내려갈 방법이 없게 희한하게 만든 거에요.
문제는 이런 사업을 하는 분들은 국힘의힘과 민주당 구의원과 구청장이죠. 자신들 치적사업을 하려고 만든 이 사업을 반대할 리가 없죠. 민주당 의원 중 한 명은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말하는 분도 있긴 한데요. 어쨌든 전체적으로 보면, 이런 사업들도 두 정당이 만든 무책임한 행위라는 거죠.
현수막에 우리당 이름이 걸리다!
그런데 은평구에도 다른 전국정당 지역 조직이 있습니다. 정의당도 있고, 진보당도 있고, 녹색당도 있고요. 지금은 활동이 없지만 노동당도 있죠. 그런데 어느 정당도 봉산 문제에 관해서 처음에는 관심이 전혀 없었어요. 아예 알지를 못했죠. 그런 상황에서 민들레당이 문제를 제기하고, 선전전하고, 지역 시민단체들과 모니터링하고, 공사 방해하고 하면서 ‘다른 정당들은 도대체 뭐하고 있는가’라고 호소하고 동참을 요구하니까 그때서야 오기 시작한 거죠.
그런 전국정당들은 와서 얘기를 해보니까 우리는 뭘 이렇게 저렇게 해서 막아보겠다, 말은 그렇게 하는데 실상도 모르면서 말만 앞선단 말이죠. 실태도 모르면서 이야기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그분들도 그걸 스스로 아니까 이제 민들레당에 모르는 걸 물어보고, 일이 생기면 민들레당과 함께 하자고 하고…
그런 과정을 거쳐서 우리당 이름이 드디어 현수막에 붙었습니다. (웃음) 우리 당 단독으로 당명을 써서 게시물을 만들거나 부착하면 당장 정당법 위반이 됩니다. 법적 제재를 받죠. 그런데 다른 정당 이름도 같이 쓰다보니까 우리 당 이름도 함께 나가게 되고, 또 그런 식으로 지역 사안에 관해 서로 협력하는 거죠. 봉산 말고도 몇 가지 사안이 더 있는데, 그런 것들을 지역에서 주도적으로 민들레당이 끌고 나가고 있거든요. 전국정당의 지역 조직이 못하는 역할을 우리 민들레당, 당 등록도 금지된 정당이 지금 하고 있는 거죠.
민들레당 활동의 작은 재미?
민노: 약간 무거운 이야기들을 한 건 것 같은데요. 개인적으로 당 활동을 하면서 소모임이랄까 그런 것들은 없나요? 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일상의 재미랄까?
행인: 지금 당 활동을 하는 분들은 대부분 생업이 있는 분들이고, 특히 운영위원들이나 주요 집행부는 전부 생업이 있으세요. 아시다시피 저희가 재벌이 아니잖습니까? (웃음) 먹고 살려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해야 하는 그런 사람들이고, 주말에도 이렇게 일하는 사람들인데.. 주말에도 일해야 하는 사람들인데…(웃음) 그 시간을 쪼개서 지금 당 활동을 하고 있거든요. 그러다보니 취미 활동이라든지 당내 소모임이라든지 그런 게 활발하게 되고 있지는 못한 상황이고요. 이제 하려고 노력들은 하고 있죠.
다만 이제 당원들이 다 생활인들이지만, 그러면서도 또 다른으로 자역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당 활동 이외에 다양한 단체 활동을 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협동조합을 하시는 분도 있고, 지역문화 활동을 하시는 분도 있고, 그러다 보니 당 차원에서 뭘 만들어서 한다고 하면 사실 이 분들에게는 좀 부담이 될 수도 있기는 해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봐가면서 당원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게 뭔지 지금 찾는 중이고요. 지금 생태 모니터링을 당원들과 함께 하고 있어서 그런 부분은 좀 더 활성화하려고 하죠.
상근도 없이 당비나 후원금 모금도 쉽지 않은 상황
민노: 민들레당 전담 상근 활동가는 없나요? 상근직 당직자 없나요?
행인: 상근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죠. 상근자를 두려면 일단은 임금을 지급해야 하고, 그렇죠. 사실 지금 저희 당 대표에게 아주 약소하게 활동비를 지급하고 있어요. 진짜 옛날, 90년대에서 2000년대 초에 시민단체 활동가 활동비 수준도 안 되는 그걸 이제 활동비 명목으로 조금 드리고 있는데, 사실 지금 당원이 한 30명 남짓되는 상황에서 그 활동비를 드리는 것도 좀 벅차긴 해요. 우리 당 활동에 굉장히 크게 기여하시는 대표께 그것밖에 못 드려서 정말 저희도 좀 미안하게 생각하고 그러고 있죠, 지금. 그런 상황에서 상근자 개념은 사실 좀 어렵고요.
더군다나 지금 등록되지 않은 정당이다보니까 당비 모금이라든가 후원금 모금 같은 것들을 체계적으로 국가적인 제도적 보호를 받으면서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죠. 그러다보니까 돈을 모으는 것도 그렇게 절차적으로 쉽지가 않습니다. 아마 향후 정당 등록이 되더라도 지역정당 상근자라든가 상시적인 사무실 공간을 둬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관해서는 따로 논의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민노: 아무래도 여유만 있다면 상근자도 물리적 근거지도 있으면 좋을 것 같긴 합니다. 물론 디지털 네트워크로도 충분히 효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겠지만요. 그래도 상근도 있고, 근거지도 있으면 가끔 모여서 얼굴도 보고, 든든하고 그런 게 있죠.
행인: 상근자를 둔다는 건 전업으로 지역정당 활동을 하는 사람을 둔다는 얘기라서 각 지역정당마다 자기의 특수성을 가지고 구체적으로 다르게 할 수 있는 부분으로 생각하고요. 사실 지금 정당법이 가진 문제 중 하나가 어떤 정당이든 인위적으로 똑같이 ‘붕어빵’ 같은 형태를 요구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그래야 하냐는 거죠.
당원 확대, 외연 확장에 관해서
민노: 민들레당의 외연 확장은 아직 단계적으로는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요?
행인: 저희가 아직 당원 확대사업 등을 본격적으로 고민하고 있지 않는 게 당 내부적으로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지역정당 운동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한 고민을 좀 더 하기로 했습니다. 헌재 결정 형식이 기각이잖아요. 고무적인 판결인 것은 별론으로 앞으로 당장 법이 바뀌지는 않는다는 거죠.
그건 우리 조직이 앞으로도 당분간은 불법정당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거고요. 그리고 불법정당으로 남는다는 건 당대표 같은 분이 언제든지 선관위 등에 의해 고발당할 수 있는 불이익을 당한 위험이 높다는 거라서… 그걸 감수하면서까지 당 활동을 확대해야 하는가라는 점에서…. 이런 당에 와서 활동하라고 해달라고 하기가 쉽지는 않죠. 비전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데, 불법이라면 이런 당에 오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이런 문제 제기가 있었고,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지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에 관해 논의하자고 했고요. 저희들도 당원을 당연히 확장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게 아니지만,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너그럽게 그러면서 사람들이 급하게 튀지 않고, 행복할 수 있는 그런 은평구를 만들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우리도 활동하기가 수월하잖아요. 그래도 물론 확대하고 싶은 생각이 있고요. 다만 그 문제는 차차 중장기적으로 계획을 차근차근 분명히 마련해야겠죠.
민들레당의 최우선 과제
민노: 이제 마지막 질문들이 몇 개 남았습니다. 민들레당이 당면한 최우선 과제는 뭘까요.
행인: 은평구 자체로 보면, 아까 말씀드린 봉산 문제라든가, 우리 구 문제만은 아니지만 우리 구에 있어서 문제되고 있는 혁신파크 문제. 이게 당연한 문제고요. 서울시 차원에서 보면, 대중교통 인상 문제가 있습니다. 아시다피시 우리 은평구는 서울 서북쪽 외곡 맨 끝에 있는 지역인데요. 여기 사람들이 서울 중심부라든지 한강 이남 쪽까지 출퇴근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은평구는 특히 서민이 많이 사는 자치구 중 하나입니다.
민노: 그런 서민적인 푸근한 느낌이 있죠.
행인: 이 사람들이 먹고 살려면 일해야 하는데, 교통비가 오른다는 건 생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보십시오. 지금 서울시 교통요금 올라간 문제에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정의당이든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활동합니까? 정의당 같은 경우는 3만 원 프리패스 그 이야기 이후에 그 말만 던져놨지 무슨 활동을 하고 있습니까. 보이지 않습니다.
근데 웃기는 건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대한민국이 서울이잖아요. 중앙당도 다 서울에 있고, 이들 당이 하는 거 보세요. 다 서울당이에요. 그런데 서울에서 벌어지는 일이에 정작 서울당들이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요. 이런 지역민의 삶에 직접 영향을 주는 문제에 대응하는 게 지금 민들레당의 당면 과제고요.
느리더라도 포근하게, 모자라도 함께 뭐 좀 해보는 그런 은평구
민노: 민들레당의 장기적인 바람이랄까 비전을 말씀해주신다면요.
행인: 장기적으로 은평구 당으로서, 아까 말씀드렸듯 좀 더 느리게 좀 더 포근하게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는, 잘 먹고 잘 사는 게 아니라 조금 돈 없고 모자라면 어때요? 그렇지만 좀 더 느려도 누가 뭐라고 안 하는 그런 은평구, 그러니까 무조건 속도를 높이고, 당신 통장에 얼마나를 채워주겠어! 이런 게 아니라 내 주머니에서 몇 푼이라도 좀 내서 우리 같이 뭐 좀 해봅시다! 하는 그런 은평구, 그런 은평구 민들레당을 만드는 게 장기적인 비전입니다.
민노: 끝으로 민들레당 활동하시면서 아주 개인적인 에피소드 하나만.
행인: 이런 얘기를 해도 되나 싶지만, 제가 지금까지 한 동네에서 지역 연고가 생길 정도로 오래 살아보지 못했어요. 진짜 제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어릴 때는 다 그랬지만, 맨날 세 사는 사람들이 쫓겨나지 않습니까? 6개월 한 번, 1년에 한 번씩 좇겨나고… 그나마 임대차보호법이 생겨서 2년, 그 후에도 직장 다니면서 여기저기 옮겨다니고 다른 일 때문에 옮겨다니고 그러다 보니까 사실 동네 친구, 동네 형, 동네 아우… 이런 개념이 저한테는 없어요. (민노: 저도 없습니다… 요즘은 대부분 그런 것 같습니다… ) 그런데 저는 촌놈이다 보니까 그런 거에 로망이 있거든요.
민노: 고향이 어디세요?
행인: 고향은 사실 서울에서 태어나서 서울이 고향이긴 한데, 가정 사정 때문에 경기도 양평에서도 한참 들어가는 강원도 가기 직전에 지평 용문 지나서 그 시골에 살았는데요. 어릴 때 보면 시골 친구가 있잖아요. 근데 맨날 보는 것도 아니니까 정이 그렇게 깊이 들지는 않았지만, 거기 어른들 보면 이제 어디 갔다 오거나 심심하면 나가서 술 한잔 하자, 이런 모습들을 어릴 때 자연스럽게 보잖아요. (민노: 그렇죠.) 저도 그런 게 좀 있어요, 아직도. 그래서 집에 들어가다가 ‘야 아무개야, 나 집 앞인데 나와서 차나 한잔 하자’ 그러고 싶은 로망이 저도 좀 있거든요.
그런데 이제 민들레당 활동을 하다 다른 정당 활동할 때도 그런 게 있었는데, 얼마 전 혁신파크에 잠깐 운동하러 갔는데, 우리 당원이 거기서 혁신파크 살리기 포스터를 붙이고 있잖아요. 얼마나 반가워요. 가서 같이 붙이자. 그거 같이 붙이고, 같이 얘기하고, 그러면 이제 나도 동네 지나가다가 ‘어, 여기서 보내? 뭐하는 거야?’ 이럴 수 있는 거. 이런 게 이런 활동할 때 주는 소소한 어떤 즐거움? 오랫동안 채우지 못했던 그런 로망이 살짝 채워지는 그런 건 있죠.
민노: 은평구에는 몇 년째 살고 계신 거예요?
행인: 은평구에 산 거는 지금 한 10년 좀 넘었죠. 10년이 넘었는데, 은평구 안에서도 이렇게 좀 옮겨 다니고, 지금 사는 집도 이 지역이 재개발이 돼서 쫓겨나야할 상황이라서… (민노: 이사 하셔야 하나요?) 그렇죠. 이주를 해야죠. 이게 한 1년쯤 후에 이주해야 할 것 같은데… 절차는 다 끝났고, 이주비 산정 뭐 하고 있고, 거주자들 이제 확인하고 아마 지금 그런 단계인 것 같아요. 좀 있으면 나가야죠. (민노: 이사 가려면 고민이 많겠어요.) 이게 (책들을 가리키면서) 이게 제일 문제죠.
민노: 끝으로, 오늘 긴 인터뷰에 노고가 많으셨는데요. 한 말씀해주신다면요.
행인: 많은 이야기를 해서 좋았고요. 제가 신뢰하는 슬로우뉴스에서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내 삶을 저기 여의도에 있는 사람들이 결정하는 걸 더는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내 손으로 내가 정치 조직을 한번 키워보겠다, 그런 이야기들이 나오길 바라고요.
특히 민주당에 요구하고 싶죠. 제발 정신 차리라고. 군사정권이 만들어놓은 틀 안에서 안주하며 이름에만 ‘민주’를 갖다 붙인다고 이게 민주주의는 아니잖아요. ‘민주’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으려면 정말 62년 체제 자체를 거부하는 그런 액션을 당신들이 취해야 한다. 강조하고 싶습니다. (끝)
나 하나 꽃 피어
나 하나 꽃이 되어, 조동화.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